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하현의 시선이 전방에 있는 VIP 구역으로 떨어졌다.VIP 구역에는 사람들이 한 줄로 앉아 있었다.좌우 측에는 어르신들이 몇 분 앉아 있었다.모두 거만해 보이는 얼굴에 오만방자한 행동을 보니 분명 용문 집법당 장로들임이 틀림없다.하현의 추측이 맞다면 이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은 이미 용천오에게 매수되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 이 무예 대결도 없었을 것이다.정중앙에는 용천오가 보이지 않았다.그 대신 하현에게 혼쭐이 난 용호태가 앉아 있었다.하지만 그의 뒤편에는 덩치가 크고 관자놀이가 불룩 튀어나온 남녀 몇 명이 서 있었다.이 남녀들 중 하현이 유일하게 알아본 얼굴은 용소설뿐이었다.그날 도끼파 본거지에서 하현에게 뺨을 맞았던 용소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과거의 평온함을 되찾은 데다 세련된 메이크업에 활개 넘치는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나 하얀 다리를 드러내며 관능적인 매력을 가감 없이 뿜어내고 있었다.장내의 젊고 힘센 젊은이들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뜨거운 시선을 보냈지만 감히 올라가지도 못할 사람이라 말도 함부로 걸 수 없었다.어쨌거나 용소설은 용 씨 가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이 왔어!”하현이 용호태의 무리들을 관찰하던 그때 용호태와 용소설 등도 하현의 모습을 포착했다.용호태는 갑자기 몸이 벌벌 떨리는 듯했지만 이내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오히려 용소설이 남녀 몇 명을 거느리고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하현에게 걸어왔다.“하 씨!”“감히 여길 다 나타나?!”용소설의 얼굴에는 교만한 기색이 역력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 우리 용문의 비공개 무예 대결장에 나타난 거야?”“당신이 이렇게 함부로 여길 침입하면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거 몰라?”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용소설의 미움을 샀던 그 하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용소설 뒤에 있던 남녀들은 하나같이 콧대를 세우며 하현을 깔보는 눈빛으로
용소설의 뒤에 있던 젊은 남녀들은 하현이 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얘기를 듣고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중 샤넬 옷차림을 한 단발머리 여자는 오메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그 여자는 손을 흔들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용소설, 이런 사람이랑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없어!”“평소에 주변에서 치켜세워주니까 자기가 무슨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잖아.”“용문 무예 대결에도 나가고 싶어 하고 말이야.”“용문 집법당 당주가 되는 꿈을 꾸고 아주 자기 위에 사람이 없는 줄 안다니까!”“우리 무성에서 완전히 상석에 앉아 호령하고 싶은 모양이야! 헛!”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경멸하는 시선으로 하현을 쏘아보는 걸 잊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절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어!”“이런 사람이랑 말 섞는 건 시간 낭비야!”“어차피 이렇게 큰소리 치든 말든 저 링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종인검한테 한 방에 저세상으로 갈 거야!”그 옆에 있던 짧은 머리의 남자가 여자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됐어. 이런 사람은 그냥 어중이떠중이 같은 사람이야.”“이런 사람이 저 링에 올라간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모두들 하나같이 하현을 자극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것 같았다.아마 용천오의 계획일 것이고 하현이 링에 오르기만 한다면 종인검에게 단칼에 죽임을 당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물론 하현이 계속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그 또한 용천오에게 좋은 일이었다.결국 종인검이 비공개 무예 대결에서 일인자가 된다면 용천오가 일인자가 된다는 뜻이었다.그렇게만 된다면 하현이 사람들 앞에서 용문 집법당의 영패를 아무리 꺼내 들어봤자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무성 사람들은 무술을 중시했다.용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링에도 오르지 못하는 당주가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오늘 밤 용천오는 모든 것을 건 음모를 꾸몄다고 할 수 있었다.하현이 나타나기만 하면 절반은 승리한 것이었다.용소설 일행
”퍽!”바로 그때 침묵하던 진주희가 앞으로 나와 손바닥으로 용소설의 얼굴을 세차게 내리친 뒤 차갑게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너...”용소설은 진주희를 노려보았다.뺨을 한 대 맞고도 용소설은 감히 진주희에게 반격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 씨, 능력 있으면 어디 한 번 링에 올라가 보시지! 여자 뒤에 숨기나 하고!”“그렇게 물러터져서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거야?!”하현은 용소설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딴청을 피웠다.“용소설, 저런 인간 신경 쓰지 마!”“아주 힘깨나 쓰는 여자 뒤에 숨어서 잘난 척하는 인간이야. 아주 자기가 잘나서 제멋대로 날뛰는 줄 알아?”“장난해!”“아마 오늘 죽도록 맞아 봐야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거야!”단발머리의 여인이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입을 열었고 그녀는 진주희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용소설을 데리고 물러났다.몇 명의 남녀들은 사나운 표정으로 진주희를 노려볼 뿐 아무 반격도 하지 못했고 모두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여자한테 기대서 위세를 부리다니?!무성에서는 그런 남자를 가장 경멸한다는 걸 설마 모르는 걸까?이런 놈이 용문 집법당의 권력을 잡으려 하다니!무슨 헛꿈을 꾸고 있는 거야!“링 위에 올라가면 한 방에 밟혀 버릴 것 같은데!”“그것도 겁이 나서 올라가지도 못하는 주제에!”“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용소설은 얼굴을 가리고 돌아서서 하현을 향해 몇 마디 더 쏘아붙인 후 진주희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촹!”이때 링 위에서는 이미 일전이 끝나가고 있었다.종인검은 잔뜩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손에 들려 있던 검은 번쩍이는 빛을 발하고 있었고 바로 맞은편에는 건장한 남자의 손목이 잘려 있었다.건장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종인검이 또 이긴 것이다!이 추세라면 그는 비공개
지금 큰 형님의 손에는 장총이 들려 있었고 그는 종인검을 향해 천천히 방아쇠에 손을 갖다 대었다.냉혹한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자태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였다.원래도 종인검의 팬이었던 여자들은 지금 이 남자를 보고 완전히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다.하지만 맞은편 종인검은 여전히 표정 하나 까딱하지 않고 조용히 장검을 들어 칼날을 반짝였다.칼날 위에 살의가 응집되어 있는 것 같았다.“종인검, 어서 들어와 봐!”큰 형님이 냉혹하게 입을 열었고 순간 발을 내디디자 ‘펑'하는 굉음이 들렸다.링 전체에 원형의 파도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심판도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 기류에는 몸이 휘청거렸다.용소설을 비롯해 기세등등하던 남녀들은 지금 온몸에 거센 풍랑을 맞은 듯 창백해졌다.진짜 고수들의 대전이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용호태조차도 눈을 가늘게 뜨고 조심스럽게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집법당 큰 형님의 거센 기운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번 비공개 무예 대결이 집법당의 새 주인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큰 형님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온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종인검의 표정도 어두워졌다.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이 펄럭거렸지만 손에 든 장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고불변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만년설 같았다.큰 형님은 종인검의 심리를 건드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예상 밖이었다! 꿈쩍도 하지 않다니!흥!이 모습을 본 큰 형님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순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장총을 쓸어내리다가 쏜살같이 들어 올려 앞에 있는 종인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종인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가 지체 없이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다.“촹!”양측의 무기가 부딪히는 순간 쇳소리가 울렸고 공중에서는 불꽃이 튀었다.큰 형님의 장총은 어떤 무기보다 포악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오늘 눈앞의 사람을 때려눕히지 않으면 링을 내려갈 것
보아하니 오늘 이 대결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 같았다.용호태는 심호흡을 하고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현재로서는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그 다음으로 종인검이 하 씨 성을 가진 저 개자식을 죽이고 당주가 되기만 한다면 용호태는 앉아서 남은 인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이제 무성의 분쟁 따위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용호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하현이 용소설의 도발을 견디지 못하고 얼른 링 위로 올라와 주길 바랄 뿐이었다.용호태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심판이 앞으로 나와 의료진에게 들것을 가지고 나와 사람을 옮기라고 지시한 뒤 큰 소리로 외쳤다.“누구 또 도전할 사람 있습니까?”“종인검에게 도전할 사람이 없다면!”“오늘 비공개 무예 대결은 종인검이 승리한 것으로 하겠습니다!”“지금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나중에 집법당 당주의 영패를 가지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 없을 것입니다. 우리 집법당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태를 용인하지 않을 거고요!”“맞습니다!”“그렇습니다!”“우리의 당주가 되려면 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에서 일등을 해야 합니다!”이 말을 듣고 용호태가 일찌감치 매수해 둔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을 펼친 목적은 명확한 것 같았다.공명정대하다는 명분 아래 판을 벌여 놓고 공개적으로 하현을 죽인 뒤 종인검을 성공적으로 자리에 앉히려는 속셈인 것이다.용호태, 용소설, 그리고 일부 용문 집법당 장로들은 모두 하현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도발적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하현, 당신도 대단한 사람이잖아?”“어서 올라가!”“재주가 있으면 어서 올라가 보라고. 올라가서 종인검과 한판 붙어야지!”“이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으면 어떡해? 그렇게 배짱이 없어?”꿈쩍도 하지 않는 하현의 모습에 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계속 도발하며 입을 열었다.하현을 자극해 끝내 링에 올려놓고 죽이는 것이 그녀의 지상 최대의 임무였던 듯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상석에 오르지 못하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기세등등한 모습을 한 여자가 다가와 눈을 아래로 깐 채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이름이 하현 맞지?”“당신도 링에 올라 당주 자리를 쟁취하고 싶은 거지?”“부당주가 한 마디 전해달래.”“당신은 종인검의 상대가 못 돼!”“얼른 꺼져!”“종인검을 다시는 안 보는 게 당신 신상에 나아. 안 그러면 그가 당신을 죽이려 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용소설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을 덧붙였다.“들었지? 부당주가 지금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봐주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러니 더 이상 나도 따지지 않겠어!”“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설마 죽고 싶은 건 아니지?”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부당주한테 말해. 상대를 너무 많이 자극하면 그것도 효과가 없다고.”“당신들은 설마 종인검 저 사람이 감히 날 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종인검 정도로는 날 링 위로 끌어올리지 못할 텐데.”“당신들이 자꾸 나한테 저 링 위로 올라가라고 하니 난 오히려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고 싶은데.”“당신들 연극 잘 봤으니 이제 좀 피곤해서 말이야. 먼저 가 볼 테니까 따로 배웅할 필요는 없어.”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용천오가 준비한 모든 계획은 오로지 하현을 자극해 링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그런 다음에는 종인검이 단칼에 해결할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자극하고 압박하는데도 하현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들은 난감했다.자신들의 갖은 수법에도 하현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하현이 정말로 떠나려는 것을 보고 용소설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만약 오늘 하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녀 앞에 닥칠 결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링에 올라올 줄 알았는데. 안 올라올 줄은 몰랐네.”“뭐? 당신 눈에는 내가 감히 못 올라갈 사람으로 보여?”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종인검은 하현의 말을 듣고 차갑게 내뱉었다.“나도 당신에 관해선 좀 들었어. 듣자 하니 당신은 항성과 도성에서 남양의 전신 양제명을 등에 업고 우리 용오행 당주를 해친 후에 스스로 당당히 나서 당주를 폐위시켰다고 하던데.”“이번엔 무성에 와서 한여침과 당신 주위의 여자들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치고 있군!”“대단해! 정말 대단해! 인정!”“꾀가 많고 재주도 좋아. 그리고 뻔뻔하기까지 해!”“이제는 날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핑계를 대고 꽁무니를 빼려고 해!”“안타깝게도 말이야. 당신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되는 사람한테 미움을 샀지 뭐야!”“용천오가 특별히 나에게 분부를 내렸지. 그래서 내가 당신을 친히 저세상으로 데려다주려고!”종인검은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당신 체면을 봐서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용문 집법당 영패를 내놓으면 살려주겠어!”“3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줄 테니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야말로 당신이 그나마 인물인 것을 봐서 지금이라도 당신이 무릎을 꿇는다면 건드리지는 않을게.”“무릎을 꿇으라고? 내가?”종인검의 눈에 뾰족하게 날이 섰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 마라야?!”“사람이 봐준다고 할 때 덥석 물 것이지 기어코 벌을 받겠다니 원! 진정한 고수 앞에서 그런 씨알도 안 먹힐 수법을 쓰다니! 정말 가소로워서!”말을 마치며 종인검은 손에 든 장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칼날 위에 살벌한 기운이 하현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곧이어 칼날은 잡아먹을 기세로 하현의 목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퍽!”하현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내디뎌 종인검 앞에 바짝 몸을 가까이 다가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힘껏 손바닥을 휘둘렀
”자, 집법당 고수. 이제 말해 봐!”“이제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말해 보라고. 그래야 내가 당신을 살려 둘지 죽일지 결정할 거 아니야!”말을 마치며 하현은 손바닥을 한껏 들어 올렸다.순간 아까 보였던 종인검의 교만함과 오만방자함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힘껏 종인검의 얼굴을 후려쳤다.종인검의 얼굴은 말도 못 할 만큼 부어올랐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욱 아연실색하였다.한족에서 지켜보던 용소설조차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종인검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가진 자인가!방금 그는 단칼에 집법당 큰 형님을 처단했다.그가 휘두르는 검은 무적이라고 할 만했다.그런데 왜 하현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인 것인가?용호태도 할 말을 잃긴 마찬가지였다.심지어 그의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경련이 일었다.순간 그는 하현에게 얻어맞은 그날 오후로 돌아간 것 같았다.종인검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르는 하현의 손바닥이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마냥 소름 끼쳤다.“퍽!”결국 종인검의 얼굴에 하현의 손바닥이 날아들었고 그의 얼굴이 링의 모서리에 부딪혔다.한참을 몸부림치던 그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마지막 일격을 날리듯 종인검의 앞에서 손바닥을 치켜들었다.“풀썩!”종인검의 눈을 움찔거리더니 망설임 없이 무릎을 풀썩 꿇었다.그는 정말로 무서웠던 것이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었다.용호태와 용소설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들이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음모가 하현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뜻밖에도 종인검마저 무릎을 꿇고 말았다.지금 용호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를 용천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까맣게 타들어갔기 때문이다.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피를 토할 만한 시간도 주지 않았다.하현은 품에서 영패를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