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남헌의 성격에 어떻게 이들을 가만히 놔두겠는가?그는 껄껄 웃으며 가속페달을 미친 듯이 밟아 전방을 향했다.도끼파 패거리들이 또 몇 명 날아갔다.상대방이 도끼를 들고 있든 총을 가지고 있든 조남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았다.이 부잣집 도련님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잔인함을 지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악당에게는 악당이 해결책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순식간에 백여 명에 가까운 도끼파들이 쓰러졌고 그들 진영은 모두 전투력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앞장섰던 올백머리 남자만 와들와들 몸을 떨고 있었다.조남헌이 차를 몰고 자신을 치려고 하는 것을 본 올백머리 남자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개자식!”“운전을 하면서 사람을 이렇게 들이받는 게 무슨 재주라도 되는 줄 알아!”“자신 있으면 나와서 한판 붙어 보자구!”“탕!”올백머리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남헌은 차에서 뛰어내려 손에 들고 있던 수렵총을 들고 그대로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올백머리 남자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그의 마지막 의식 속에는 강호의 규칙이고 뭐고 없는 무자비한 조남헌의 모습만 남았다.일을 끝낸 후 조남헌은 올백머리 남자에게는 시선도 두지 않고 바로 납탄을 만지작거리다가 험악한 표정으로 도끼파 패거리들 속으로 던졌다.요즘 그는 대구에서 마냥 놀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무도 수련에 진척은 많이 없었지만 조남헌은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그것은 바로 총기 사용이 아주 능숙하다는 것이었다.게다가 제멋대로 날뛰는 거침없는 부잣집 도련님 기질까지 더해져 총을 사용한 후에는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그야말로 살벌했다.하현 정도의 인물은 그를 쉽게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림도 없었다.누구도 이런 성격의 조남헌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조남헌이 도끼파를 향해 진격하는 것을 보고 하현은 얼른 설유아를 데리고 나왔다.뒤쪽에는 진주희
도끼파 패거리 전체는 혼란에 빠졌고 누군가 경보를 울렸다.그러자 수많은 도끼파 패거리들이 달려 나왔다.하지만 조남헌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손에 든 수렵총을 끌고 한 걸음씩 앞으로 성큼성큼 나갔다.조남헌의 기개와 기질은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조남헌이 거침없이 직행하는 것을 하현도 보았지만 막을 생각은 없었다.최예단은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았다.아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이렇게 찍지는 않을 정도로 미친 광경이었다.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순간 최예단은 참지 못하고 굳을 얼굴을 쓱 문지르며 벌벌 떨면서 한마디 내뱉었다.“하현, 저 안에는 적어도 몇 백 명은 족히 있을 거야!”“당신이란 사람은 대단하지만 당신의 두 주먹은 열 주먹을 당해내지 못해.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아. 절대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저 한 사람이 총 한 자루에 기대어 수백 명을 상대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우리 무성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어. 저 안에 도끼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뻔히 보인다고. 그리고 실력들도 하나같이 강해!”“내 말 좀 들어. 제발 그만둬!”“그리고 연줄이라도 찾아서 한여침한테 사죄하고 더 큰 화를 면하는 게 나아!”“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어!”“당신 부하가 대단하긴 하지만 총 한 자루 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아무 소용없어...”최예단은 하현 일행을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서 조남헌을 말리라고 야단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조남헌은 이미 멀리 걸어가 문을 발로 뻥 걷어찼다.사방팔방에서 백 명에 가까운 도끼파들이 이름에 걸맞게 도끼를 손에 들고 덤벼들었다.진주희는 앞으로 나가서 조남헌을 도와 도끼파 패거리들 진영으로 돌진했다.그러나 조남헌은 음흉한 미소를 떠올리며 손에 들고 있던 수렵총을 들어 올렸고 도끼파 패거리들이 뒷걸음질치는 순간 한 발짝 내디뎌 손바
최예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고 안색이 나빠졌다.조남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문을 박차고 들어가 손에 들고 있던 수렵총으로 도끼파들을 위협했다.한 발로 걷어찼지만 문은 ‘쾅'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휘청거렸고 앞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몰려오던 도끼파들이 선두에서부터 모두 그대로 나자빠졌다.조남헌은 한 걸음 내디디며 손에 든 수렵총을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도끼파들을 향했고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도끼파들은 조남헌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순식간에 쓰러졌고 땅바닥에 처박혀 울부짖으며 뒹굴었다.“개자식!”선두에 선 사나이는 이 광경을 보고 화가 나서 얼른 총기를 들어 올려 조남헌을 죽이려고 했다.그러나 조남헌은 섬뜩한 미소를 떠올리며 한 발 더 디뎌 곧장 그의 앞으로 돌진했고 수렵총에서 나온 탄환은 그대로 남자의 이마에 박혔다.“툭!”선두에 선 남자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조남헌은 그의 이마에 총을 겨누었고 남자는 눈앞이 캄캄해지다가 결국 쓰러졌다.날뛰는 무리들을 상대하는 데 아주 이골이 난 조남헌이었다.주색에 홀딱 빠져 있던 도끼파들이 어찌 악랄한 조남헌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최예단은 굳은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누군가가 총 한 자루에 기대어 도끼파들을 위협하고 초토화시킬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현이라는 사람의 부하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비록 최예단의 마음속에는 총에 의지하는 것이 무슨 남자고 무슨 능력인가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조남헌이 이렇게 초인적인 능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어서 조남헌은 앞장서서 안쪽 뜰을 향해 밀고 나갔다.상대가 칼과 도끼로 덤비든 인해전술로 덤비든 심지어 총을 가지고 덤비든 조남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어차피 맞붙어도 뺨 몇 대로 상대방을 어지럽게 만든 다음 총으로 쏴 버리
단발머리에 검은 장미 한 송이를 정교하게 가슴에 새긴 여인이 다가왔다.“누가 곰의 심장과 표범의 쓸개라도 씹어 먹은 거야?”“감히 우리 도끼파의 땅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이 말을 들은 조남헌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뜻밖에도 품에서 수류탄을 하나 꺼냈다.하현은 갑자기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이 이런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니!게다가 이걸 몸에 지니고 다녔단 말인가!하지만 하현은 앞으로 나가서 수류탄의 침을 뽑으려는 조남헌을 막았다.그리고 그는 눈앞의 여인을 향해 말했다.“한여침을 나오라고 해!”“1분의 시간을 주겠어!”“1분이 넘도록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당신들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할 각오해.”무덤덤하고 건조한 말투였다.그러나 그 말에서 풍기는 기분 나쁜 기운에 도끼파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하기 시작했다.“개자식!”“네가 뭔데!”“네가 뭔데 감히 우리 도끼파더러 나오라 마라야!”선두에 서 있던 청년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망설임 없이 바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손에는 여지없이 짧은 도끼 자루가 쥐어져 있었고 지금 그 도끼는 하현의 이마를 찍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솨솩!”청년의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진주희의 손놀림이 더 빨랐다.하현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진주희의 오른손이 빛처럼 청년의 몸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순간 달려들던 도끼파 패거리 고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두 다리는 모두 못쓰게 되었다.도끼파 고위층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동시에 양쪽에서는 날카로운 도끼를 든 패거리들이 죽일 듯이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진주희는 냉담한 얼굴로 소매를 휘둘렀고 매서운 기운이 날아왔다.“솨!”도끼파 고위층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해서 온몸을 움찔하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이런 솜씨는 보통 사람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진주희는 두 명의 고수들을 쓰러뜨린 것이 아니라 마치
남자는 군림하는 자 특유의 풍채가 느껴졌고 얼굴에 노한 기운은 없었다.그러자 먼저 나왔던 도끼파 고위층들은 키가 큰 남자를 보고 하나같이 얼른 길을 비켜주며 공손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한여침 형님!”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가 도끼파의 주인이자 무성 6대 패거리의 수장 중 하나인 한여침이라는 사실을 바로 안 것이다.“원한이 없다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 눈을 흘기며 한여침을 바라보았다.“당신네 도끼파는 정말 대단해!”“대낮에 내 처제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 내 아내와 장모에게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려 하다니 말이야.”“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우리 사이에 원한이 없다고?”“당신이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니면 내가 머리가 나쁜 거야?”말을 하면서 하현은 한여침 앞에서 표 선생을 발로 차버렸다.이 모습을 보고 한여침은 표 선생을 발로 차 죽일 뻔했다.그는 유유자적하게 신선 생활을 하고 있었다.얼마나 여유롭고 쾌적한 날들이었던가?그런데 그 결과가 이것인가?표 선생 이놈 때문에 까딱하다간 도끼파가 문을 닫을 지경에 처한 것이다.순간 한여침은 표 선생을 밟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솟았다.하현같이 무서운 사람한테 미움을 사는 놈이 누구란 말인가?표 선생도 억울한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단지 여자를 잡았을 뿐인데 이렇게 독한 사람한테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형님, 성원효가 나한테 시켰어요.”“퍽!”하현은 손바닥을 내던져 바로 표 선생의 얼굴을 후려쳤다.“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했다고?”“당신이 한 짓이니 당신부터 조져야겠어. 당신들을 먼저 죽이고 나서 성원효를 찾아가야지!”개자식!쓸모없는 인간 같으니라고!순간 한여침은 표 선생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이미 상대한테 미움을 샀는데 왜 성원효까지 건드리게 만드는 거야?성원효는 용 씨 가문의 외척
”그래서 당신한테 기회를 주려고.”“당신은 당신의 최선을 다하면 돼. 어떤 병기도 다 써도 돼. 당신이 내 손바닥을 막을 수 있다면.”“그렇게 된다면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기로 할게. 그 이후는 당신의 처분에 맡길게.”“하지만 만약 당신이 내 손바닥을 막지 못한다면 말이야.”“그러면 지금부터 당신은 나의 개가 되는 거야.”“알겠어?”한여침은 순간 잠시 멍해졌다고 잠시 후 얼굴빛이 일그러졌다.이윽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뒤덮었다!“이 개자식! 난 도끼파의 수장인데 감히 날 모욕하다니!”“사는 게 지겨워! 죽고 싶어 환장했냐고?”한여침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고 두 손을 흔들자 셔츠가 툭 터져버렸다.순간 그의 보기 좋은 근육 라인이 드러났고 온몸이 탄탄하게 그을려져 있는 게 보였다.보기만 해도 전통 무학에서부터 온갖 기술을 수련한 다부진 몸임을 알 수 있었다.한여침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개자식!”“오늘 내가 단단히 네놈을 교육시켜 놔야겠군!”“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야! 하늘 위에도 급이 달라!”“내 손으로 네놈을 요절내고 말 테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죽어!”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고 많은 사람들은 순간 고막에 찢어지는 것 같았다.“어서 덤벼! 내가 네놈에게 늑대도 때려눕힐 수 있는 진수를 보여주겠어!”“물소 한 마리도 이 한 주먹이면 때려눕힐 수 있다고!”“우리 도끼파에게 도전했던 그 많은 고수들도 이 한 방에 이슬처럼 사라졌지!”“이 개자식, 넌 이제 죽었어!”도끼파 패거리들은 모두들 의기양양했고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도끼파 수장이 직접 손을 쓴다는 건 전설 속에나 존재하던 일이었다.오늘 그 전설이 열리고 무적의 신이 눈앞에서 향연을 펼칠 것이다.“솩!”하지만 하현에게 날아들던 한여침의 주먹은 하현 앞에 있던 문 위에 떨어졌다.하현은
모든 사람들이 다 무릎을 꿇은 후에야 한여침은 하현을 향해 웃음을 짜내었다.“형님, 아랫사람들이 규칙을 잘 몰랐습니다. 어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아찔했다.한여침이라는 도끼파 수장이 무릎을 꿇었을 뿐만 아니라 더없이 공손하고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존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굽신거렸기 때문이다.최예단은 더더욱 충격에 휩싸였다.그녀의 상식선에서 볼 때 한여침이라는 사람은 무성에서 무서울 것이 없는 절대적인 인물 중 하나였다!무성의 보통 사람들은 감히 그에게 미움을 살 엄두도 내지 못했다.까닥 밉보였다가는 죽음을 직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한여침이 무릎을 꿇었다!?그것도 빛의 속도로?하현은 쥐뿔도 없는 데릴사위가 아니었던가?그가 무슨 능력이 있어 한여침을 무릎 꿇게 만들었단 말인가?조금 전까지 최예단은 오늘 이 충돌로 하현과 설유아는 끝났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한여침이 무릎을 꿇을 줄이야!그녀는 아무리 백 번 양보하고 또 양보해도 눈앞의 장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오직 설유아만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당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형부가 오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릎을 꿇은 한여침에게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당 한가운데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무릎 꿇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촥촥촥!”한여침은 스스로의 뺨을 연달아 후려쳤다.그리고 도끼파의 고수들을 향해 걸어가 아무 말없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이어 다시 무릎을 꿇은 한여침이 입을 열었다.“이제부터 형님이 도끼파의 진정한 주인입니다.”“도끼파 모든 사람들은 주인을 귀하게 섬길 것입니다!”“지금부터 도끼파는 형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하현은 잠시 실눈으로 한여침을 바라보다 천천히 일어서서 단호한 발걸음으로 한여침을 발로 밟은 뒤 입을 열었다.“기왕에 개가 되고자 했으면 개가 되었다는 생
요 며칠 동안의 일을 직접 겪은 후에야 설유아는 자신에게는 어렵고 막중했던 일을 하현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새삼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구가 되었든 남원이 되었든 어디에나 법이란 게 있어.”“하지만 무성이란 곳은 너무 달라.”“이곳에도 법이란 게 있긴 하지만 오랜 역사가 축적되어 온 만큼 주먹의 힘이 곧 도리가 된 곳이야.”“그래서 주먹으로 응수한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아내와 장모님을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무성에서 발도 붙이기 어려웠을 거야.”“자, 이제 숨 좀 돌렸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무성에는 황금 광산을 보러 온 거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사기 사건에 연루된 거야?”하현이 이 사건을 꺼내자 설유아는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형부, 내가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과정이 누군가가 미리 계획한 거 같아요.”“용 씨 가문 용천오는 대구에 온 후 언니에게 끈질긴 구애를 펼쳤고 엄마한테 사치품을 많이 안겨 드리면서 완전히 넘어오게 만들었죠!”“나중에 그는 엄마와 언니를 황금 광산에 초대했고 언니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따라왔어요!”“그때 마침 난 무성 영화진흥청에서 제작하는 공연 계약을 따냈고 무성으로 같이 따라오게 된 거예요.”“그러다가 엊그제 엄마와 언니가 금광 구경에 초대받았어요.”“엄마는 금광에 들어가자마자 미친 듯이 열광했대요. 들어보니까 현장에 있던 광석을 끌어안고 자기 것인 양 흐뭇해했다고 하더라고요.”“그리고 용천오 쪽은 계약서를 꺼냈고 여러 가지 서명을 했대요. 그런데 계약서 안에는 엄마가 언니를 용천오한테 시집보내면 이 황금 광산을 엄마한테 주겠다는 조항이 있었대요...”“하지만 무성의 금광은 크고 작은 세력들이 연루되어 있었어요.”“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서명을 했고 그 후에 바로 사기 누명을 쓰게 된 거예요!”“그리고 바로 엄마와 언니는 붙잡혀 들어갔고요.”“그러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