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유아의 행동에 경호원들은 기고만장해서 으르렁대었다.차 안에 웅크리고 있던 경호원 몇 명은 이를 악물고 뛰쳐나와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다.하지만 이런 경호원들의 동작을 보고 표 선생 일행은 냉소를 흘리며 비아냥거릴 뿐이었다.그들의 눈에는 예쁘고 귀여운 설유아도 좋았고 그녀를 막겠다고 앞장서는 경호원들 모습도 그저 늑대 앞에 선 어린 양처럼 느껴졌을 뿐이다.이들은 자신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쉽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도끼파들은 설유아 일행을 무시하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고 표 선생의 입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운전기사는 더 이상 가만히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허리춤에서 총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갔다.“표 선생, 사람 체면 좀 봐 주세요. 설유아는 어쨌든 대스타 아닙니까? 최고 스타잖아요, 그러니 이쯤에서 좀 봐 주시죠...”“퍽!”운전기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끼파 패거리 중 한 명이 이미 손바닥을 휘둘렀다.운전기사가 발버둥치며 저항하기도 전에 손잡이가 짧은 도끼가 그의 이마에 부딪혔다.운전기사는 그 자리에서 숨이 멈춘 듯 아무 동작도 할 수 없었다.늘어서 있던 도끼파 일행들은 이 모습을 보며 모두 음흉한 미소를 흘렸고 앞으로 나아가서 운전기사를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마구 퍼부어 대었다.순간 운전기사는 머리가 깨지고 여기저기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그만!”“그만!”설유아는 군중들을 밀어내고 운전기사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정말 세상이 이렇게 무법천지란 말인가요?”표 선생은 야비한 표정으로 미소를 떠올리며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후 하고 내뱉었다.“어이, 아가씨. 아직도 이해 못 하겠어? 응?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냐고?”“우리 도끼파한테 미움을 사는 것도 모자라 우리한테 지금 법이라도 가르치겠다는 거야?”“무성에서 우리한테 법을 확실히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 예를 들면 6대 패거리라든가, 무성
설유아는 이 사람들이 돈을 받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탓하지 않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 표 선생 일행들을 노려보았다.“도끼파들 맞지?”“아주 기고만장하군!”“이제 당신들은 죽은 목숨이야!”“조금 이따 우리 형부만 오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한다고 해도 절대 봐 주지 않을 거야!”설유아의 말에 최예단 일행은 깜짝 놀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런 상황에서 감히 설유아가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놀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표 선생은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들은 설유아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이런 절체절명의 살 떨리는 상황에서도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빳빳하게 고개를 세우다니!“죽고 싶어?”표 선생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럼 죽여 주지!”“그렇지만 침대에서!”“여기 말고 침대에서 죽여 준다고!”“당신도 피를 흘리며 죽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내가 곱게 곱게 죽여 준다니까!”표 선생은 말을 하면서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여자의 옷을 벗기고 근처 호텔을 찾아. 내가 이 여자를 죽여 줄 테니까!”“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빳빳하게 고개를 세우고 말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구!”한 부하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표 선생님. 성 선생님 쪽에서는 그런 분부를 내리지 않으셨...”“퍽!”표 선생은 손바닥으로 가차없이 부하의 얼굴을 후려친 후 차갑게 말했다.“난 그가 발 씻고 남은 물만 마셔야 해?”“이런 요물은 내가 먼저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입 닥쳐!”“어서 빨리 움직여!”“이따가 너희들 몫도 좀 남겨둘 테니까!”이 말에 몇몇 부하들은 흥분한 얼굴로 설유아의 손발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설유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간 그녀는 핸드백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이것은 그녀가 요 며칠 지니고 다니던 호신용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두려움에 온몸을 소스라치게 떨었고 넋이 나간 듯 어안이 벙벙해 뒷걸음질쳤다.많은 사람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고원의 지세가 좋지 않아서 제대로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야. 한 명도 죽이지 못한 걸 보면.”이때 랜드크루저 조종석 문이 벌컥 열리며 조남헌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뛰어내렸다.악당의 우두머리가 죽지 않았으니 공로고 뭐고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자신보다 더 건방진 모습으로 날뛰는 조남헌의 모습과 거침없는 말에 표 선생은 언짢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표 선생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입가의 피를 쓱 닦고는 조남헌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누구야 너!”“감히 우리 도끼파를 차로 쳐!”“당신 간덩이가 부었어?”“당신한테는 법도 없어?”“넌 이제 죽었어!”“감히 무성에서 우리 도끼파한테 덤비다니!”“넌 이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표 선생은 눈앞에 있는 조남헌을 찍어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현대 사회는 약육강식, 힘이 지배하는 사회다.도끼 패거리들이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무성에서의 두텁고 든든한 배경 때문이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조남헌은 딱 봐도 외지인처럼 보였다.외지인이 감히 함부로 차를 몰아 자신을 공격하다니!아무리 날고 기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도 절대 가만히 둘 수 없는 일이었다!“당신들한테 법을 말할 때는 주먹을 휘두르더니!”“주먹으로 맞서니 이번엔 법으로 말하겠다? 흥!”바로 앞에 있던 커피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당신들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지!”“난 평생 너희 같은 놈들이 제일 싫었어! 편하게 공짜로 얻어먹으려는 놈들 말이야!”“그래서 그를 앞세워 도끼파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죽이라고 보냈지!”익숙한 목소리에 조건반사하듯 고개를 든 설유아는 뒷짐을 지고 서 있는 하현을 보았다.“형부...”하현을 본 순간 그제야 설유아는
설유아의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 알 길이 없는 하현은 표 선생을 향해 덤덤하게 시선을 던지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습을 숨어서 보고 있던 최예단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역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모양이었다.“찰칵!”하현의 동작과 함께 조남헌은 직접 차에서 긴 수렵총 한 자루를 꺼내었다.그는 사납게 웃으며 표 선생을 향해 걸어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수렵총으로 표 선생의 허벅지를 겨누었다.“탕!”조남헌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순간 표 선생은 오른손으로 다리를 감싸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구경꾼들은 모두 아우성을 지르며 우왕좌왕 몸을 피하기 바빴다.고래 싸움에 혹여라도 새우 등 터질까 혼비백산한 모습이었다.“아.”처절한 비명이 그치지 않았고 표 선생은 혼자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덩그러니 남았다.“너...”“네놈들...”“이게 무슨 짓이야!”“네놈들 눈에는 법도 없어?”“나 표 선생이야. 도끼파의 4대 금강 중 하나인 표 선생이라고!”표 선생은 오른손이 계속 떨렸고 간신이 끌어올린 기운도 산산조각이 되어 어디론가 빠져나갔다.그는 달리고 싶었지만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벌벌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우리 하현 형님께서 네 사지를 부러뜨리라고 말씀하셨어!”조남헌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표 선생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그렇지만 걱정하지는 마. 우리 형님이 특별히 죽이지는 말라고 분부하셨거든!”“팔 다리 부러뜨리는 것뿐이야. 아주 간단하게 끝날 거야. 난 경험도 많아!”표 선생은 벌벌 떨면서도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도끼파 표 선생이야. 감히 날 건드린다면 네놈은 죽은 목숨이 될 거야...”말을 하면서 표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왼손을 뒤로 뻗으며 허리춤에 있는 도끼를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왼발이 바닥에 주저
진주희는 어디서 난 것인지 마취제 한 병을 꺼내어 얼른 표 선생의 몸에 주사했다.그런 다음 진주희는 지혈을 하기 위해 표 선생의 몸에 붕대를 감아 끊어져 가는 그의 목숨줄을 이어 붙이고 있었다.이런 일련의 동작들은 표 선생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들었다.그는 잠시 후 자신의 운명이 더욱 처참해질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평생 오만방자하게 날뛰며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괴롭혀 왔던 표 선생의 얼굴에는 울분과 절망이 가득했다.그는 평생 건달의 세계에 살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을 만나니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게 모두 헛된 일 같았다.과거에 그는 죽고 싶을 만큼 사람들을 괴롭혔다.괴로움에 차라리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살지도 죽지도 못할 지경으로 사람들을 몰아세웠다.오늘 그 모든 업보가 자신에게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아직 죽지 않았잖아?”조남헌이 총으로 표 선생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죽지 않았으면 어서 길을 안내해.”“이제 도끼파들을 죽이러 가야지!”말을 하는 중에 용문 자제 두 명이 급히 달려와 표 선생을 들어 휠체어에 실었다.표 선생은 상대방이 휠체어까지 준비해 놓은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개자식! 네놈들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사람을 뭘로 보고!”“탕!”조남헌은 망설임 없이 바로 총을 쏘았다.이번에는 표 선생의 허벅지에 맞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조남헌의 시선이 자신의 남근에 향하자 표 선생은 온몸을 떨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십여 분 후, 도요타 밴 한 대와 랜드크루저 한 대가 도끼파 패거리들의 본거지를 향해 달렸다.표 선생은 랜드크루저의 엔진 쪽에 묶여 보기에 따라서는 위풍당당하기까지 했다.밴에서 내린 최예단도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뭔가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마침내 하현의 신원을 알아차린 것이다.그녀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표 선생의 모습에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부, 지금 뭘 하려는 거야?”아까 하현이
하현은 닥치는 대로 탄산수 한 병을 집어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미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고 4대 금강 중 한 명인 표 선생도 건드렸어.”“오늘 도끼파를 완전히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 우린 무성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거야.”“걱정하지 마. 오늘 도끼파를 다 쓸어버리면 내가 바비큐 쏠 테니까.”말을 하는 하현의 몸에서 강한 자신감이 드러났다.“설유아, 형부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하현의 말투에 최예단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하현의 신원을 물었다.정말로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부잣집에 대단한 신분이라면 바로 달려가 안길 태세였다.설유아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형부가 우리 집 데릴사위 맞아. 우리 엄마 말로는 형부가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된 건 다 우리 언니 능력 때문이래.”하현은 많은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설유아의 눈에는 그녀의 언니 남편이라는 게 가장 큰 신분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최예단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정말 데릴사위야?”하현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데릴사위. 먹고 마시고 마누라 덕이나 보고 사는.”“데릴사위...”“데릴사위...”최예단은 몇 번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벼락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개자식!”“데릴사위인 주제에 내 앞에서 무슨 시답잖은 소리야?”“사람을 죽이고 표 선생을 저렇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지금 도끼파를 찾아가서 풍파를 일으키겠다고?”“왜? 황금궁에 직접 찾아간다고 하시지!”“난 무슨 대단한 배경이나 있는 줄 알았잖아.”“대구 정 씨 집안에서 마누라 덕에 사는 사람이었다니!”“정말 당신 부하 두 사람만으로 도끼파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해?”“지금 당신 그 행동은 당신 자신을 망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당신 부인도 함께 망치는 짓이라는 걸 알기나 해?”“정말 어이가 없어서!”“당신 부인을 뜯어말리지 못한 게 한스러울 지경이야!”최예단은 미
”누구든지 내 손에만 걸려 봐!”“당신이 어떤 내력이 있든!”“어떤 사람이건 감히 우리 표 선생을 이리 만들다니! 지금 우리 도끼파랑 한판 해 보겠다는거야!?”“우리한테 덤비기만 해! 아주 갈기갈기 요절을 내놓을 테니까!”“어서 덤벼!”우락부락한 건달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자 패거리들은 모두 흉악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다.도끼파는 무성에서 그 오랜 세월을 호령하면서 지금까지 남들을 괴롭혀만 봤지 남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표 선생이 누군가에게 만신창이가 되어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도끼파들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표 선생이 지금 그들의 손아귀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이미 반쯤 죽은 표 선생은 도끼파 형제들이 달려들어 자신을 위하는 것을 보고 순간 서슬 퍼런 냉소를 터뜨렸다.“이 개자식들! 이제 너희들은 다 죽었어! 뼈도 못 추리게 될 거야!”“감히 날 이렇게 만들어?”“우리 도끼파를 없애버리겠다고?”“헛소리도 정도껏이야!”“우리 도끼파들의 진면목을 아직 못 본 거지. 그러니 이렇게 간도 크게 쳐들어오지!”“어떻게 해 줄까? 머리부터 깨 줄까? 아니면 이빨로 자근자근 씹어 줄까?”“이제 너희들은 죽었어!”“더 이상 살 길이 없다구!”“사는 게 지겹다고 한탄하는 사람은 봤는데 이렇게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며 찾아온 사람은 처음 봤어!”표 선생이 광기에 휩싸여 섬뜩한 말들을 늘어놓자 최예단은 벌벌 떨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개자식! 당신 때문에 나까지 죽게 생겼잖아!”“호랑이 굴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세상에 당신 같은 바보가 어디 있겠어!”하현은 벌벌 떨며 자신에게 화풀이를 해대는 최예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시큰둥하게 차창을 열며 말했다.“우리 표 선생이 귀환하셨는데 어서 데려다 드려!”하현의 말을 들은 조남헌은 바로 표 선생의 등을 걷어찼다.“쾅!”둔탁한 소리가 무섭게 울렸고 표 선생은 순
하지만 조남헌의 성격에 어떻게 이들을 가만히 놔두겠는가?그는 껄껄 웃으며 가속페달을 미친 듯이 밟아 전방을 향했다.도끼파 패거리들이 또 몇 명 날아갔다.상대방이 도끼를 들고 있든 총을 가지고 있든 조남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았다.이 부잣집 도련님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잔인함을 지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악당에게는 악당이 해결책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순식간에 백여 명에 가까운 도끼파들이 쓰러졌고 그들 진영은 모두 전투력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앞장섰던 올백머리 남자만 와들와들 몸을 떨고 있었다.조남헌이 차를 몰고 자신을 치려고 하는 것을 본 올백머리 남자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개자식!”“운전을 하면서 사람을 이렇게 들이받는 게 무슨 재주라도 되는 줄 알아!”“자신 있으면 나와서 한판 붙어 보자구!”“탕!”올백머리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남헌은 차에서 뛰어내려 손에 들고 있던 수렵총을 들고 그대로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올백머리 남자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그의 마지막 의식 속에는 강호의 규칙이고 뭐고 없는 무자비한 조남헌의 모습만 남았다.일을 끝낸 후 조남헌은 올백머리 남자에게는 시선도 두지 않고 바로 납탄을 만지작거리다가 험악한 표정으로 도끼파 패거리들 속으로 던졌다.요즘 그는 대구에서 마냥 놀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무도 수련에 진척은 많이 없었지만 조남헌은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그것은 바로 총기 사용이 아주 능숙하다는 것이었다.게다가 제멋대로 날뛰는 거침없는 부잣집 도련님 기질까지 더해져 총을 사용한 후에는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그야말로 살벌했다.하현 정도의 인물은 그를 쉽게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림도 없었다.누구도 이런 성격의 조남헌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조남헌이 도끼파를 향해 진격하는 것을 보고 하현은 얼른 설유아를 데리고 나왔다.뒤쪽에는 진주희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