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하구천의 뺨을 때렸다.전신이었던 하구천은 지금 입과 코에 피를 흘리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고 있었다.그는 일대의 전신이었다!그는 문무를 겸비한 빼어난 인물이다!그는 상석에 오르기 위해 섬나라 10대 검객들에게 세심한 가르침을 받았다.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그는 지금 하현에게 된통 맞아서 물에 빠진 개처럼 반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하현의 손바닥에 거의 죽은 목숨이 되다시피한 것이다!하현이 무학의 성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묘수라도 써서 하구천을 제압했다면 인정하고도 남았다.하지만 뺨 몇 대에 하구천이 이 몰골이 되다니 하구천의 자존심이 말도 못 하게 구겨졌다!하현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하고 확실했다.도무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그의 세대 어떤 사람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하구천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본다고 한들 절대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자, 자타공인 항도 하 씨 가문 소주였던 하구천.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당신 같은 실력, 당신 같은 심보, 당신 같은 수법!”“어딜 봐서 당신이 상석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어 보여?”하현은 또 손바닥을 들었다.순간 전신이자 하 소주인 하구천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큰 비웃음거리가 되었다!그것도 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날!하현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하구천의 뺨을 후려갈겨 코와 입에서 피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붓게 만들었다.뺨 몇 대로 그야말로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이다.섬나라 사람들조차 이 상황을 어찌할 줄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이 하구천을 좋게 보고 지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그것은 하구천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지존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왜 하현 앞에서 결국 죽은 개와 같은 몰골이 되었는가?“퍽!”결국 하현에게 뺨을 맞고 하구천은 다시 쓰러졌다.이번에 그는 땅바닥에서 잠시 몸부림치다가 핏덩이를 토해내었고 일어서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항도 하 씨 가문 위아래를 대대적으로 청소할 것입니다!”“섬나라 사람들이 두 도시에서 활개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단속할 거구요!”“그리고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은 내 말 잘 듣거라. 항도 하 씨 가문은 문주가 내린 명령에 따라야 해!”“오늘부터 항도 하 씨 가문은 모두 한 사람의 목소리만이 있을 뿐이야!”“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명령은 곧 항도 하 씨 가문 최고 권위를 나타낸다!”“오늘부터 난 더 이상 가문의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야!”“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일절 관여하지 않겠어!”“이후 누가 가문의 후계자가 되든 그것은 문주가 정할 일이야!”자신의 태도를 단도직입적으로 밝힌 후 노부인은 두말하지 않고 돌아섰다.돌아서던 노부인은 잠시 냉랭한 기색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그녀의 눈빛에는 하현에 대한 지울 수 없는 거리낌과 의심, 그리고 약간의 존경심이 느껴졌다.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장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사실 하구천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이미 모든 결말은 예견되었다.노부인이 주도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든 권한을 문주에게 넘기고 문주가 항도 하 씨 가문을 장악하게 한 것은 이미 그녀가 일련의 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처럼 세력이 큰 집안이 어떤 일을 임하는 데 있어서 모든 것을 무 자르듯 분명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다들 물러설 곳이 없을 것이다.“노부인이 비록 횡포에 가까운 행동을 잠시 보이긴 했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선을 넘지는 않으시는군!”하문준이 하구봉을 데리고 하문성과 하문산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 동안 하현과 당난영, 하수진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하구천이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어.”“노부인께서도 그를 억지로 보호할 생각은 없었던 거야.”“다만 이번 일을 거치면서 큰아주버님과 둘째 아주버님의 세력은 항
뭐라고?설은아 일행 세 사람이 무성에서 실종이 돼?어떻게 이런 일이!하현은 설은아가 최근 무성 용 씨 가문 용천오의 초청으로 무성으로 가서 금광을 둘러본다는 말을 들었다.하지만 설은아 일행이 실종될 줄이야!“구체적인 다른 자료는 없어?”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한쪽으로 가서 심호흡을 하고 냉정을 되찾았다.“지금은 없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형수님의 단서를 찾아낼 겁니다.”“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형수님의 실종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손을 댄 것인지,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짐작 가는 데가 없어요.”“추가적인 상황이 생기면 보고드리겠습니다.”“아니야.”하현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성은 용문이 관할하는 곳이야.”“이 사람들은 설은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용문 집법당 당주인 나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진주희, 조남헌에게 당주인 나의 명령을 가지고 사람을 데리고 얼른 무성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줘.”“난 오늘 밤에 그쪽으로 갈게.”...다음날 아침 일찍 대하 서부 고원 지대 무성 국제공항.해발고도가 높아서 무성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새파랬다.그 어느 도시보다 번화한 도시의 국제공항답게 셀럽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하현은 국제공항 외곽 쇼핑 광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취합하면서 설유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어젯밤 항성에서 국제선을 타고 무성에 도착했다.하문준, 당난영, 하수진 등은 모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병사들을 준비시켜 주었다.하지만 무성은 항성과 도성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란 걸 하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항도 하 씨 가문의 세력이 아무리 널리 뻗치고 있다고 해도 무성에는 미치지 못한다.그래서 그는 하문준 일행의 호의를 공손하게 사양하고 얼른 무성으로 날아온 것이다.진주희와 조남헌 두 사람은 하현
”대장님,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요.”하현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양복 차림의 조남헌이 다가와 공손히 하현 앞에 차 한 잔을 권했다.이번 하현의 무성 방문에는 조남헌이 친히 그를 수행하게 되었다.조남헌은 이것이 하현의 휘하에 들어가 상위에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더없이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다.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진주희가 무표정한 얼굴로 구석에 앉아 있었다.옥같이 고운 그녀의 얼굴은 경계심이 가득 드리워 있었고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용문의 본거지인 무성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이곳에서는 누구나 무술을 할 줄 안다고 했다.오죽했으면 갓 태어난 아이들도 태극장권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겠는가!게다가 무성에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용 씨 가문의 세력이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고 한다.이번에 설은아에게 생긴 일도 용 씨 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그래서 진주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죽을 각오를 하고 무성에 왔다.하현은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고 핸드폰만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가야 합니다! 아가씨, 어서 가야 해요!”거의 같은 시각.무성 무림빌딩에서는 설유아가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서둘러 떠났다.선두에 선 경호원은 손에 총을 들고서 긴장한 얼굴로 이따금씩 뒤를 두리번거렸다.순간 그의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경호원들은 설유아를 데리고 도요타 엘파 차량으로 들어갔다.차량이 출발하고 주차장을 떠나 무림빌딩에서 멀리 떨어진 후에야 경호원들과 조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차량 한가운데 앉아 있던 여자는 자신의 우뚝 솟은 가슴을 두드리며 백미러로 뒤를 확인한 후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여자는 도시적인 단발머리에 제복을 입은 채 원망스러운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했다.“설유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내가 진작에 말하지 않았
설유아는 자신이 거기에 서명하면 자신의 어머니와 언니가 씻을 수 없는 죄명을 뒤집어쓸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 무성 영화진흥청 성원효를 만났을 때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져야 할 강인한 기개를 보여주었다.“이것 봐. 네가 서명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은 이미 이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어. 그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여기가 아직도 네 본거지 대구인 줄 알아?”“네가 용문의 주인이라도 되는 줄 아냐고? 황금궁 주인이야? 아니면 용 씨 가문 후계자야?”“무성 전체에 몇 사람 말고는 아무도 이 일을 막을 수 없어.”“참, 이번에 용문에 새로 부임한 집법당 당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나이도 젊고 실력을 뛰어나다며? 그의 능력 정도라면 이 일을 제압할 수도 있겠지.”“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너같이 하찮은 사람을 알겠느냐는 거야.”여자 조수는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설유아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 빈정거리는 빛을 감추지 않았다.“설유아,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섭섭해하지 마.”“너 같은 소위 스타들은 거물급들 눈에는 그냥 광대이자 노리개일 뿐이야.”“정말 네가 그들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성원효가 그런 조건을 제시해 널 감싸준 것만으로도 너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준 거야.”“그게 네 체면이 깎이는 일이야?”“권하는 술은 마시지 않고 벌주만 벌컥벌컥 들이켜다니!”“게다가 너, 성원효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그는 무성 영화진흥청 사람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용문 사람이라는 거야. 용 씨 가문 외척이라고!”“그는 도끼파의 핵심 인물이야!”“도끼파를 알아?”“무성의 낮은 용문, 무성의 밤은 6대 패거리가 있어! 하지만 무성은 영원한 건 황금궁이지!”“내가 말한 도끼파는 6대 패거리 중 가장 아래를 차지해.”“하지만 가장 꼴찌라 할지라도 보통 사람들이 건드릴 수 있는 집단이 아니야.”“네가 성원효를 거절하면 그를 화나게
”언니, 무성에는 법이라는 게 없어?”설유아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나와 성원효가 하려던 일은 같이 공연에 참석하는 것이었어. 그뿐이었다구.”“더군다나 우리 엄마와 언니도 용천오 그놈한테 당한 거야!”“성원효가 공정한 진행을 돕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그와 잠자리를 하고 언니와 엄마가 사기를 쳤다는 데 서명하라니!”“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해? 너무 음흉하지 않아?”“언니, 내가 서명하면 우리 엄마와 언니는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거야!”최예단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유아, 아무 말도 안 해 줬다고 나중에 나 원망하지 마!”“법은 무슨 법? 뭐가 공정한 건데?”“요즘 세상에 다 자기자신을 위해 사는 거지!”“황금궁과 용 씨 집안사람들의 미움을 샀는데 살아서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순진하게 굴지 마! 지금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너 자신을 구할지 그거나 생각해!”“그냥 눈 딱 감고 서명만 하면 네 목숨은 챙길 수 있잖아?”“만약 그런 순진하고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네 생각만 고수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 원망하지 마!”“언니,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해 달라고 그 많은 돈을 들여 언니를 조수로 고용한 거 아니잖아!”설유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난 성원효의 요구에 응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서명도 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내일 무성 경찰서에 가서 항의하고 언니와 엄마를 구해 낼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설유아는 자신이 설은아와 최희정의 마지막 구명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타협할 수가 없었다.“설유아, 왜 그렇게 어리석어?”최예단은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여기는 무성이지 대구가 아니야!”“이곳은 네가 생각하는 법이 아니라 실력과 힘으로 굴러가는 곳이야!”“대구에서야 네 입김이 먹히겠지.”“그런데 여기서는 씨알도 안 먹혀!”“도끼파, 용 씨 가문, 용문 등은 말할 것도 없어..
”설유아, 이제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빨리 성원효한테 머리 숙이고 사죄해! 얼른 서명하라구!”“그렇게만 하면 우리 모두 목숨을 지킬 수 있어!”“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설유아는 횡설수설하는 최예단을 힐끔 쳐다보면서도 그녀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운전기사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기사님,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가 주세요.”이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네!”설유아의 말을 들은 운전기사는 쏜살같이 가속 페달을 밟아 인근 경찰서로 차를 몰았다.그러나 경찰서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이미 도끼파 무리들의 차량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차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며 비아냥거리고 있었다.분명히 그들은 설유아가 어디로 튈지 예상하고 퇴로를 막은 것 같았다.경찰서로 들어가자고?그럴 수가 없었다!순간 운전기사는 식은땀을 흘렸다.“아가씨, 경찰서는 못 들어가겠는데요. 도끼파가 쫙 깔렸어요!”말을 하는 동안에도 운전기사의 목덜미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는 설유아가 많은 돈을 주었기 때문에 충성심에 가득 차 임무를 수행했다.하지만 그도 결국 무성 출신이었다.도끼파의 무자비함과 무시무시한 파워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사람이 많은 만큼 세력도 크고 파워도 어마어마했다.모든 사람들이 무공을 중시하는 무성에서 도끼파가 한 곳을 제패하고 무성 6대 파벌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무시무시한 칼과 총에 의지한 덕분이었다.간단히 말해서 무성에서 도끼파에 대적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결말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하지만 돈을 받았으니 그 값어치는 해 주어야 한다.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운전기사는 자신이 일생일대의 전신이 아닌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만약 그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무공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존재였다면 눈앞의 도끼파를 단숨에 쓸어버리고 영광을 쟁취한 뒤 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끼익!”
”부앙!”엔진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고 운전기사는 넋이 나갈 사이도 없이 설유아의 명령에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설유아 일행의 차는 갑자기 빙 돌아서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무성 국제공항 쪽으로 쏜살같이 달렸다.그러자 도요타 엘파에 탄 도끼파들이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반응하며 방향을 틀어 설유아의 차량을 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유아의 차량은 무성 국제공항 외곽 상업지구에 도착해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한 곳을 향해 돌진했다.사람들은 차량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결국 차는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섰고 카페 앞에 멈춰 서야 했다.“설유아, 여긴 왜 온 거야?”“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최예단은 설유아를 보며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아니 이런 막다른 골목으로 오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도끼파들을 우쭐하게 만들 뿐이야!”“무릎을 꿇을 거면 얼른 꿇고 잘 거면 얼른 성원효한테 가!”“무성에는 그런 선택을 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너뿐만이 아니라고! 다 그렇게 해! 부끄러운 일도 아니야!”최예단은 설유아를 걱정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자신에게 불통이 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설유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도요타 엘파 세 대가 몰려와 설유아의 차량을 포위했다.보닛 위에 난폭하게 그려진 새빨간 도끼를 본 행인들은 모두 순식간에 소스라치며 놀라 황급히 자리를 떴다.일부 관광객들은 영문을 모른 채 주위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는 오금을 저리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무성 같은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함부로 행동할 사람은 없었다.몇몇 공항 경비원들도 혼비백산한 채 얼른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아무것도 모른 척 눈을 감았다.마치 자신들은 이미 잠들어서 눈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혀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는 듯이.“도망을 쳐?”“좀 더 빨리 달리지 그랬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