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푸 쥬시로라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눈꼬리를 움찔거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많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칼날을 매단 것처럼 날카로워졌다.특히 하문성과 하문산 두 사람의 낯빛이 극도로 험악해졌다.텐푸 쥬시로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 듯했다.그들 사이에는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던 것이다.특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과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하현, 또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노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지만 왠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자네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끼어들어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정말 내가 자네를 죽이지 못할 성싶은가?”“게다가 자네는 지금 우리 넷째의 데릴사위도 아닐 뿐더러 데릴사위라고 해도 난 절대 자넬 상석에 앉힐 마음이 없어!”“외부인이 어떻게 항도 하 씨 가문 소주가 될 수 있겠어?”하문준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 하현은 소주 자리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제가 미리 말씀을 못 드렸군요!”“난 그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문주 자리를 물려주고 싶은 거고요.”이 말을 들은 노부인은 흠칫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노부인은 하문준이 하현에게 자리를 물려줄지언정 하구천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을 줄은 몰랐다.그녀 앞에서는 착하고 고분고분한 하구천이 도대체 하문준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나온단 말인가?정신을 가다듬은 노부인은 냉정을 되찾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넷째야, 너희들이 왜 섬나라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지 모르지만 다른 일로 얼버무리려 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이 일로 네 아버지를 불러낸다고 해도 날 원망하지 말거라!”“그리고 잊지 마라!”“네 아버지가 진정한 태상황이라
”제가 지금부터 할 얘기는 원래 생신날과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는 어울리지 않는 얘깁니다.”“그런데 이 일에 관련된 사항들이 너무 어마어마합니다.”“그렇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십 년 전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인 하문준의 친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마리아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바로 그날, 아기의 안전을 위한다며 당난영 부인과 아이는 따로따로 다른 차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돌이키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죠!”“하문주의 친아들이 교통사고로 죽게 된 것입니다!”“이 일은 문주와 문주 부인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았습니다!”“두 분은 십 년 동안 이 사건을 조사했습니다!”“그런데 며칠 전 문주께서 드디어 이 사건의 주범을 확인했습니다!”“섬나라 신당류 검객, 텐푸 쥬시로!”“그리고 그에게는 또 다른 정체가 있었습니다. 바로 킬로 조직 ‘비명횡사'의 우두머리 ‘이의평'입니다!”“저와 문주는 천 리를 건너 섬나라를 습격해 그를 잡은 뒤 마침내 그로부터 자백을 받았습니다.”“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섬나라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음모를 알게 되었지요!”하현은 손뼉을 쳤다.“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섬나라 사람들의 음모가 우리 대하에서 실현되도록 놔둘 수 있겠습니까?”“십 년 전 사건의 진실을 정말 알아냈어?”“정말로 섬나라까지 가서 텐푸 쥬시로를 데려왔다고?”“소문으로만 듣던 그 조직이 십 년 전에 자취를 감췄는데 어떻게 그 우두머리를 잡고 신원까지 확인했다는 거야?”“신당류 검객이 킬러 조직이었다고? 분명 그 일에는 엄청난 배후가 있을 거야!”많은 하객들은 모두 저마다 의견을 쏟아내었다.동시에 오늘 노부인의 생일날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임을 직감했다.모두들 흥분과 호기심, 기대로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다만 그중에 유난히 얼굴색이 어두워진 사람들이 있었다.특히 텐푸 쥬시로가 자백했다는 말을 듣자 그들의 눈동
하구천에게 더없이 중요한 순간에 하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노부인의 마음속엔 원망과 차디찬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하문준을 억누를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현이 이렇게 날뛰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진 않았을 것이다.하문준 역시 이 점을 간파한 것이 분명하다.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그리고 항도 하 씨 고위층 여러분들. 결국 일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어쨌건 결말이 나야겠죠?”“게다가 십 년 전 사건에 대해 다들 궁금한 것이 많으시잖아요?”“오늘 우리는 모든 것을 공개할 것입니다!”“한 번에 확실하게!”“모든 것을 다 말입니다!”하문준의 말을 들은 당난영은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냉정을 되찾으려고 애쓰며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당신이 무엇을 하든 난 끝까지 당신을 지지할 거야.”하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하수진과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텐푸 쥬시로 앞에 가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당신이 잘 협조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 준다면.”“약속대로 당신은 여기서 떠날 수 있어!”“하현, 걱정하지 마. 나한테 이런 기회를 주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을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릴 책임이 있어.”텐푸 쥬시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하현이 살길을 마련해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비록 다량의 안정제를 투여받았지만 전반적으로 꽤나 활기가 있어 보였다.텐푸 쥬시로는 일어서서 시선을 한 바퀴 돌린 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오늘 정말 많이들 모이셨군요.”“얼굴이 낯익은 사람도 많으시고.”“거물급 인사도 적지 않군요.”“그런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많이 하십니까?”줄곧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하던 하구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텐푸 쥬시로를 가리켰다.“당신은 섬나라 검객 텐푸 쥬시로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보는 건 두말할 나위 없지.”“하지만 섬나라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글쎄... 썩 좋다고 보긴 어렵지.”“길가의
하구천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텐푸 뉴시로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가 한 말은 아무 가치도 없어.”하현의 표정이 냉랭해졌다.그때 텐푸 쥬시로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 내 신분을 증명하는 건 간단해.”“내가 조직의 수장이라는 증거를 댈 수는 없지만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대신 내 신분을 증명해 줄 수 있어.”그러자 텐푸 쥬시로의 시선이 하백진의 얼굴에 떨어지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항도 하 씨 가문 고명딸, 하백진. 용전 부인 맞지?”하백진이 순간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대하에는 4대 주춧돌인 용문, 용옥, 용위, 용전이 있지...”“대하 건국 초기부터 용전의 존재는 대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으로부터 대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어.”“용전의 권세는 다른 4대 초석 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어.”“그래서 상부는 용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통제 불능의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한 사람을 용전 전주가 되도록 했지.”“그야말로 중재자를 둔 거야.”“그러나 용전 전주가 된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남자 중의 남자였어!”“그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딸과 결혼했고 집안을 용전 천하로 만들기 위해 하 씨 가문을 흔들기 시작했지.”“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어. 그의 아내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야.”“그러던 어느 날 수많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던 용전 전주가 뜻밖에 차에 치여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어!”“죽지는 않았지만 모든 능력을 잃게 되었지!”“그때 일은 내가 수행한 것이 아니지만 난 그 내용을 알고 있었어.”이 말을 듣고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장내는 순식간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그 당시 용전 전주가 당한 사고가 뜻밖에도 ‘비명횡사'와 관련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물론 우리가 이 임무를 맡았을 때 교통사고를 내는 것이
하문준의 명령에 수십 명의 문주 호위대들이 나와 용전 항도 정예들 옆에 섰다.하문준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텐푸 쥬시로가 모든 진실을 밝히도록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텐푸 쥬시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문성 앞에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이제 우리 당신 얘기 좀 합시다.”“십삼 년 전, 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자금을 가지고 흑주의 석유 광산에 투자하러 갔다가 미국의 경쟁자들을 만났죠.”“그때 항도 하 씨 가문의 자금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죠.”“당신은 그때 엄청난 공을 세워 항도 하 씨 가문 내부에서 빨리 자리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어요.”“그래서 궁리 끝에 우리 ‘비명횡사'를 불렀어요!”“그때 일은 미제 사건으로 남았고 왜 미국 재벌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아무도 몰랐죠.”“당신은 그 기회를 잡아 석유 광산을 손에 넣고 항도 재단을 설립했죠! 정말 놀라워요!”“역시 세상 사람들 말이 하나도 틀리지가 않아요. 모든 부자들은 마음이 시커멓다니까.”“닥쳐!”하문성의 안색이 순간 험악해졌다.“텐푸 쥬시로! 네가 일대의 검객이고 넷째가 지금 널 비호한다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증거도 없는 헛소리 자꾸 지껄이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그러나 하문성은 아무리 침착하려고 애를 써도 그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은 숨길 수가 없었다.“그리고 다음은 당신! 하문산!”텐푸 쥬시로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문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듣자 하니 당신은 영춘뿐만 아니라 팔극권도 수련했다더군요.”“무학의 성지에서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요?”“그런데 당초 마침 무학의 성지 제자들 몇 명이 나와 강호를 누비다가...”텐푸 쥬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문산은 책상을 탁 치며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텐푸 쥬시로 이놈!”“우리는 네놈이 ‘비명횡사'의 수장 이의평이라는 걸 알고 있어!”“그러니 지금 당장 십 년 전 그 일에 대해
”그러니까 당신 말은 천도가 당신 스승이란 거지!”“내 손자를 죽인 자도 천도이고?”노부인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증거는? 있고?”“네!”텐푸 쥬시로가 손뼉을 치자 용전 항도 정에들이 오래된 녹음펜을 들고 왔다.“저 안에 천도가 명령한 녹취록이 있습니다. 노부인께서 그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니 들으면 바로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섬나라 고위층의 직접적인 명령이 아니었기에 일부러 녹취록을 남겨두었지요.”“혹시라도 나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때를 대비해서요.”노부인은 안색이 말도 못 하게 일그러졌지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고 누군가가 녹음펜을 들고 노부인의 곁에 다가갔다.노부인은 스스로 녹음펜을 집어 들고 들어보려는 듯하다가 갑자기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녹음펜을 분질러 부러뜨렸다.그녀는 스스로 증거를 인멸한 것이다.하문준은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하현도 아주 흥미로운 눈빛으로 노부인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때 노부인이 갑자기 벌벌 떨며 일어선 뒤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절을 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내가 사람을 잘못 봐서 십 년 전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거야.”“내 손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내 아들을 고통 속에 살게 했어.”“자네가 천도를 죽인 것은 아무 잘못이 없네. 오히려 큰 공로이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야.”“오늘부터 자네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귀빈이야!”“자네의 지위는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와 동등하네!”“문주를 대하듯 자네를 대해야 할 것이야!”“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 모두는 자네의 명을 받들 것이네!”“이를 어기는 자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니 명심들 해!”순간 노부인이 오른손에 힘을 주자 ‘탁'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지팡이가 산산조각이 났다.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노부인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정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이 많은 사람들
감히 노부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지금의 하구천의 지위가 섬나라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라니?!게다가 아까 밝혀졌듯이 천도는 하문준의 친아들을 죽인 사람이었다.이 모든 일들과 뒤섞여 음모의 낌새가 여기저기 감지되자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노부인의 낯빛도 갑자기 어두워졌다.비록 그녀도 이미 짐작한 바였지만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하현에게 항도 하 씨 가문에서의 고위층 지위를 준 것은 더 이상 이 일을 추궁하지 않도록 하현을 입막음하려는 의도였다.그런데 하현이 이렇게 자신의 말을 무시하면서 이 일을 폭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때 하문준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텐푸 쥬시로를 응시했다.“텐푸 쥬시로,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 봐!”“당신이 진실만을 말하기만 한다면 우린 당신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장해 줄 거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텐푸 쥬시로는 미소를 가볍게 띠며 말했다.“사실, 큰일도 아닙니다.”“하구천이 우리 섬나라에 와서 몇 번의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뒤에서 다 우리 신당류가 부채질해 줬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도 하 씨 가문은 손쉽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하구천은 그 공로도 더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이죠.”“그리고 하구천이 몇 번 습격을 당한 적이 있죠?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위기에서 무사히 잘 벗어났구요.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의도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하구천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무엇보다 하구천이 전신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섬나라 황실이 간직하고 있던 신비의 단약을 삼켰기 때문입니다!”“그 한 알로 단번에 전신으로 거듭난 거죠!”“그러나 그 단약에는 엄청난 결함이 있어요!”“그 단약을 먹고 전신이 경지에 오르면 그 이후에는 한 치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가 없게 됩니다!”“게다가 십 년이 지난 뒤에는 그 단약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지요! 장기간 복용을 해야
하구천의 안색이 잿빛으로 어두워졌다.하문성은 살기를 드러낸 얼굴로 텐푸 쥬시로를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하백진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처럼 낯빛이 하얘졌다.하구천이 섬나라 사람들과 이렇게 깊고 깊은 관계를 맺었을 줄은 몰랐다.하구천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섬나라 사람들의 지원을 얼마나 많이 받았다는 것인가?하구천을 바라보는 노부인의 시선이 복잡해졌다.더 이상 그를 지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텐푸 쥬시로의 말이 끝나자 용전 항도 정예들이 쟁반 몇 개를 들고나왔다.쟁반들 위에는 사진과 계약서, 장부들이 놓여 있었다.딱 봐도 실질적인 증거들임에 틀림없었다.그렇지 않다면 하현이 일부러 이런 것들을 꺼내왔을 이유가 없었다.하구천의 시선이 쟁반 위의 물건들에 꽂혔고 그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요동쳤다.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던 그는 결국 굳은 얼굴로 변해 버렸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런 하구천의 모습을 예의주시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 해명할 말이라도 있어?”“무슨 해명이 필요하겠어!”하구천는 아무런 분노도 표출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성을 잃지도 않았다.그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냉정을 온몸으로 유지하고 있었다.이윽고 그는 차분한 얼굴로 하문준과 노부인을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제가 섬나라 사람들과 친분이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큰일이 있을 때 섬나라 사람들과 협력한 적이 있어요.”“섬나라 사람들로부터 선물도 받았습니다.”“그게 뭐가 문제된다는 겁니까?”“항성과 도성은 원래 국제 대도시였습니다.”“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은 대하를 등에 지고 세계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계 각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교류해야 합니다!”“게다가 우리 대하와 섬나라는 줄곧 친하게 지내 왔습니다.”“제가 섬나라 황실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대하에서 더욱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모두 제 덕분이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