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당신이 이의평이라고?”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며 얼굴 가득 험악한 기색을 떠올렸다.“당신은 섬나라 신당류 종주이자 일대의 검객이야. 섬나라 10대 검객 중 하나라고!”“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비명횡사'의 우두머리일 수가 있어?”텐푸 쥬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이의평 본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당신들이 온 목적을 단번에 알아챘겠어?”이 말을 듣고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방금 어렴풋이 눈치채긴 했었지만 텐푸 쥬시로가 자신을 이의평이라고 밝히자 여전히 약간의 의아함이 남았던 것이다.“좋아. 당신이 이의평이라면 내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겠군.”하구봉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십 년 전 문주의 아들을 죽인 사람이 당신이야?”텐푸 쥬시로는 눈꺼풀을 살짝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당신 하구봉, 맞지?”“내가 범인이길 바라? 아니면 아니길 바라?”“탕!”하구봉이 손을 들어 텐푸 쥬시로의 어깨에 총을 쐈다.선혈이 흩날리고 텐푸 쥬시로는 죽을 듯이 끙끙거렸지만 비명은 없었다.텐푸 쥬시로는 당연히 피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하현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텐푸 쥬시로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반항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텐푸 쥬시로가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이상 그는 자신이 쉽게 죽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비록 조그마한 기회라도 있다면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명줄을 잡고 싶었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것이다.이런 텐푸 쥬시로의 모습을 보며 하현은 하구봉의 동작을 말리지 않고 그저 담담히 텐푸 쥬시로의 표정을 지켜보며 일생일대의 검객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하구봉은 또 한 번 방아쇠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그리고 나서 몇 걸음 앞으로 나가 텐푸 쥬시로의 이마에 총부리를 겨누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텐푸 쥬시로, 허튼수작은
텐푸 쥬시로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하구봉은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개자식! 배후가 누군지 어떻게 모를 수 있어?”“자신이 이의평이라고 실토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이 자식!”“퍽!”하구봉이 발작에 가까운 포효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텐푸 쥬시로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후려쳐 일생일대의 검객을 그 자리에서 기절시켜 버렸다.손을 거둬들이며 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지금은 그런 걸 물을 때가 아니야.”“항성에 돌아가면 얼마든지 추궁할 수 있어.”“그가 당신과 이런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는 건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수작에 불과해.”“가자!”하현의 명령과 함께 하구봉도 냉정도 되찾았다.텐푸 쥬시로가 불러들인 신당류 고수들이 들이닥쳐 그들을 포위하기 전에 하현 일행은 호위대들을 이끌고 뒷산으로 대피했다.동시에 최영하가 아까 미리 파놓은 함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하현 일행은 누구보다 철저했고 떠나면서 함정을 폭파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기저기서 모인 신당류 고수들은 넘어지고 서로 얽혀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그 사이 하현 일행은 무사히 자취를 감추었다....아침 7시.항성 빅토리아항.이른 아침 항성 부둣가는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그래서 다행히도 검은색 요트 몇 척이 접안했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곧 호위대 사람들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던 것처럼 소리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요트 선실에 남은 사람은 하현, 하구봉, 최영하 세 사람뿐이었다.거꾸로 묶여 선실 바닥에 손을 향하고 있는 텐푸 쥬시로를 바라보던 하구봉의 얼굴에는 벅찬 감정이 끓어올랐다.어젯밤 지시를 받았을 때만 해도 정말로 사람들을 데리고 천 리를 건너 섬나라로 달려가 십 년 전 그 일의 주범을 데려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그러나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고 이제야 항도 하 씨 가문의 셋째 아들네도 하문준에게 어느 정도 해명을 했다고 볼 수 있다.적
하구봉은 눈을 반짝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하현, 내가 상석에 오르면 항성과 도성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어.”“노국이든 섬나라든 아무도 항성과 도성에 와서 함부로 할 수 없을 거야. 장담해.”“이렇게 된다면 내가 상석에 올라갈 기회도 있을까?”하구봉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하현이 입을 열었다.“도대체 당신의 이 용기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지?”“하구천이 상석에 올랐다고 해도 그렇게는 안 될 거야.”하구봉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거렸다.“나와 하구천은 달라.”“하구천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모략을 짜는 거야!”“그는 모든 것이 자기 손아귀에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야. 그걸 위해선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외부의 세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항도 하 씨 가문 내부에서 그를 반대하는 소리도 쉽게 억누를 수 있기 때문이야.”“그가 항도 하 씨 가문에 집권하면 항도 하 씨 가문뿐만 아니라 항성과 도성도 불안정해지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외부에서 빌려온 힘에는 결국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하지만 나의 이념은 하구천과는 달라.”“내가 만약 상석에 오른다면 섣불리 가문 전체를 장악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야.”“아마도 속도는 느리겠지만 기본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가문을 끌고 나갈 수가 있지...”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생각도 좋고 방향성도 좋은데 당신은 운이 좀 좋지 않다고나 할까?”“그 길에서 하수진이 당신보다는 훨씬 빠르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야.”“문주가 지지하는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되지.”하구봉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하현, 그런 말 하면 재미없어...”“하수진도 나쁘지 않지만 결국 하수진은 딸이라는 걸 잊지 마.”“하수진이 잠시 상석에 오른다고 해도 문주의 미봉책에 불과해!”“문주께서 훗날 후사를 보지 않는 한.”“나중에 항도 하 씨 가문의 권력 이양에는 큰
순간 하구봉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그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고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하, 하구천?!”최영하도 힐끔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틀림없이 하구천이 맞아.”“하구천이 여길 왜 왔어?”하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가 뭐 때문에 왔든 당신도 상석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당당히 하구천한테 말할 수 있겠군.”“잘 됐어. 당신의 그 혈기를 보여줘.”“만약 하구천이 상석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당신이 그에게 말한다면 아마 나도 당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구봉의 표정이 일순 결연하게 변하더니 잠시 후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봐, 어서 가서 하 소주를 영접해!”하 소주라는 세 글자가 하구봉의 입에서 나오자 하현의 눈에서는 비아냥거리는 빛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방금까지 하구봉은 하구천이 상석에 오를 자격이 못 된다는 둥 호기롭게 큰소리쳤다.하지만 하구천이라는 세 글자는 여전히 항도 하 씨 가문 2세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큰 바위였다.당장이라도 하구천을 칠 것 같았던 하구봉이 중요한 순간에 겁을 먹지 않았는가?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소 민망해하는 듯한 하구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비록 하구봉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뗐지만 하구천이 나타난 것을 보자 불안하게 조여오는 심정은 하구봉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어찌 되었건 하구봉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상석에 오르고 싶었고 하구천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나쁘지 않은 전개였다.그러나 지금은 절대 아니다.하구봉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구봉아, 방금 천 리를 건너 섬나라에 가서 문주를 대신해 십 년 전 그 일의 주범을 생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항도 하 씨 가문의 젊은 세대 중 널 능가할 수 있는 공로는 없었을 거야.”“정말 기쁘게 생각해.”지방시 실크 양복을 입은 하구천은 화려한 옷
”아니야. 하 소주,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래?!”하구봉의 입꼬리가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잠시 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 소주야. 당신은 언제든지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2세대들을 통솔할 수 있어.”“내가 여기 일 다 처리되고 나면 직접 가서 보고하려고 생각했었어.”“그런데 하 소주가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듣고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지 뭐야.”“이렇게 하자고. 문주한테 우선 이 일을 보고한 후에 내가 직접 가서 자세히 설명하는 걸로, 어때?”하구봉이 의도한 듯 무심코 문주라는 말을 꺼내자 하구천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감돌았다.그는 앞으로 나와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구봉아, 잊지 마.”“난 너의 소주일 뿐만 아니라 너의 사촌 형이기도 하다는 걸.”“이번엔 내가 소식이 빨랐던 게 아니라 네가 보안을 잘 지킨 거야.”“섬나라에 가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 왜 사촌 형인 나한테 미리 말을 하지 않았어?”“내가 너와 함께 갈 수는 없어도 네 신변 보호를 위해서 적어도 고수 몇 명은 보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안 그래?”“혹시 구봉이 너 날 경계하고 있는 거야?”“네가 한 공로를 내가 가로채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왜냐하면 너도 원하기 때문에? 저 높은 자리를 말이야...”‘저 높은 자리'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하구천의 표정은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하구봉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하현 앞에서는 상석을 노리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 일을 직접 거론하고 있는 하구천 앞에서는 절대로 하현 앞에서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보아하니 하현도 지금 네 곁에 서 있군.”“만약 네가 상석에 오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왜 하현이 네 곁에 서 있겠어?”“어쨌든 하현이 이번에 항성과 도성에 온 것은 내 자리를 노린 것이니까.”하구봉의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을 때 하구천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하현
하현이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무릎이라도 꿇어 봐!”“무릎을 꿇으면 내가 한번 생각해 볼게. 당신 체면을 세워 줄지 말지, 어때?”하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하구봉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자신이 지금 끼어드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하구천과 하현 둘 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평온한 얼굴이었다.하지만 하현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잘못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칼끝 위에 서게 되는 게 문제였다.하구천을 도발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말해야 하나?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하구봉은 비록 하현과 접촉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야 뭔가 알 것 같았다.하현은 하구천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간단히 말해서 만약 일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두 사람은 분명 영영 사이가 틀어질 것이다.무리들 중 끝에 서 있던 하민석의 표정이 복잡해졌다.그는 하현이 하구천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일 줄은 정말 몰랐다.요즘 항성과 도성에서 감히 하구천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단연코 하현밖에 없을 것이다.“아하하하!”“그래?”“그게 당신이 말하는 조건이야?”곽영준, 하민석 등이 깜짝 놀라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 것과는 달리 하구천은 오히려 어이없는 듯 파안대소를 보였다.아마도 하구천은 하현이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한 것 같았다.“안타깝게도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어.”“무릎 꿇는 게 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하현 당신이 날 무릎 꿇게 할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하지만 어떻든 간에 난 당신한테 조금도 악의를 가져본 적이 없어.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우리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것은 당신이 원래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에 어쩌다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야.”“
”뭐? 전 소주?”“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말자고?”하구천은 하현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현, 당신 말하는 본새를 보니 우리가 서로 말이 통하긴 쉽지 않겠군.”“그렇지만 당신은 이번에 하구봉을 데리고 천 리를 넘어 섬나라로 갔어. 십 년 전 일의 주범을 찾으려는 문주를 도와주려고 그랬을 거야.”“그리고 나서 당신은 항성을 어지럽히려던 이걸윤을 처리했어...”“간단히 말해 하현 당신은 그동안 항성과 도성의 수많은 일에 관여해 왔어.”“당신이 한 모든 일은 국가와 국민을 이롭게 했고 그 파장도 적지 않았어.”“그래서 난 방금 당신을 보고 나서 결정했어. 이 순간부터 이 구역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을 귀빈으로 모시게 될 거야.”“아무도 당신을 귀찮게 하지 못할 거라고.”“당신이 24시간 안에...”하구천은 말을 하면서 손목의 시계를 가까이 들어 올리며 음산한 미소를 떠올렸다.“아, 내 정신 좀 봐. 이제 열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군.”“당신이 열두 시간 안에 출국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모든 일이 진행될 거야.”“나의 관대함에 감사할 필요는 없어. 난 항도 하 씨 가문 소주야. 이 정도 도량은 있어야지.”하구천은 말을 마치며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고 곧이어 누군가가 샴페인 두 잔을 들고 왔다.“자, 하현. 당신의 앞날이 순조롭길 바라...”“대구로 돌아간 후 사업도 가정사도 모두 잘 풀리길 바랄게...”하구천이 손에 든 샴페인을 하현에게 건네며 건배를 청했다.하현은 하구천의 행동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샴페인 잔을 받아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이 샴페인을 마시지 않으면?”“그럼 날 어떻게 상대할 거야?”“상대?”하구천이 피식하며 입을 열었다.“상대랄 것까지야 뭐 있겠어? 하현, 당신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마.”“난 항상 규칙대로 행동할 뿐이야.”“누군가 내 체면을 세워 준다면 나도 반드시 상대의 체면을 세워 주지.”“하지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이 한 잔이 수십만 원은 할 텐데 이렇게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 안 그래?”“지금 술 얘기할 때야?”하구봉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방금 내가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어젯밤 노부인이 당신을 24시간 안에 출국시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대!”“이제 노부인이 정한 시간까지는 열두 시간 정도 남았어!”“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여기까지 말하던 하구봉의 얼굴빛은 더욱더 낭패스러워졌다.하현은 오히려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했다.“만약 내가 떠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천도가 나서겠지!”“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노부인 휘하의 천하 제일 검객인 천도가 당신의 저승길을 배웅하겠지. 천도는 문주의 실력을 훨씬 능가하는 전설의 신이야!”“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이 스스로 여길 떠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배웅을 받고 죽은 채로 떠나게 된다는 거야.”“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승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천도?”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하구봉의 어깨를 툭 쳤다.“나 대신 이 소식도 좀 전해줘.”“천도인지 만도인지가 날 처단하러 온다면 좀 빨리 서둘러서 오라고 말이야.”“오늘 밤 난 다른 일이 있어서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거든.”...5분 후 달리는 도요타 센추리 안.하구천은 예의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이었다.오히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허민설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하 소주, 하구봉은 항상 야심이 많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어젯밤에 천 리를 마다않고 달려 엄청난 공을 세우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조심해야 해.”“지금 당장 하수진을 상대해야 하는데 뜻하지 않게 하구봉에게 칼을 맞을지도 몰라.”“게다가 오늘 하현과 당신이 맞붙는 걸 보고 하구봉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몰라.”하구천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구봉이 상석에 앉고 싶어 하는 건 확실해. 그런 소심함으로 누굴 속일 수 있겠어?”“한눈에 다 알아봤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