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24시간 이내에 항성을 떠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당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추궁하지 않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우리 오매 도관은 당신한테 약간의 도움도 줄 수 있어.”사비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녀, 오늘까지 기껏해야 우리 두 번 만난 셈이지, 그렇지?”“그런데 내가 그렇게 싫어?”“그렇게 항성을 떠났으면 좋겠어?”“그래, 맞아!”“당신이 항성에 온 이후로 항성 전체가 혼돈 속에 빠졌어. 항도 하 씨 가문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어.”사비선은 냉랭한 표정으로 여제자가 건네준 차를 받아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항성과 도성이 평온하려면 항도 하 씨 가문이 안정되어 있어야 해. 그게 기본이야.”“당신의 존재로 인해 항성과 도성은 휘청거리고 있어. 그러니 당신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주길 바라.”“그렇게 하는 것이 항도 하 씨 가문에 안정을 가져오는 길이야.”“항성과 도성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야.”“당신이 떠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간단해져. 우리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 안 할 이유가 없잖아?”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사비선, 당신의 말은 너무 편파적이야.”“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어. 그 모든 일들로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야. 하구천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내가 있든 없든 하구천의 위신은 흔들릴 것이고 문주 자리도 흔들릴 거야.”“그러니까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난 그런 일 때문에 항성을 떠나지는 않을 거야.”사비선은 눈썹을 가늘게 치켜세우며 말했다.“하현, 당신 정말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고집이 아니라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왜 항성을 떠나야 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비록 이곳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난 내 자유의지로 살아갈 권리가 있어. 다
”총교관은 누구보다 위풍당당하고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해!”“그는 우리 대하의 병부 전설이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그런데 어떻게 총교관이 자신이라는 그런 망발을 늘어놓을 수가 있어?”“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총교관의 이름에 이미 먹칠을 한 거라고, 알아?”사비선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이것만으로도 당신을 싫어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무고한 사람은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신념이 나에게 없었다면 오늘 당신을 절대로 이 오매 도관에서 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어!”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야.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몫이지만!”“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당신은 구제불능이군!”사비선의 얼굴에 희미한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총교관은 그녀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다.절대 그 누구도 총교관의 위상을 더럽히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그녀였다.“이봐! 이놈을 당장 끌고 가!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장 항성에서 내쫓아!”“그리고 앞으로 또 한 번 이놈이 스스로를 총교관이라 칭하거든 당장 죽여 버려도 좋아!”“오매 도관의 이름으로 명령하는 거야!”말이 끝나자 사비선은 몸을 돌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순간 십여 명의 오매 도관 여제자들이 하현 앞을 가로막으며 장검을 들이대었다.그중 한 사람은 험악한 얼굴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당장 꺼져!”하현은 십여 명의 여제자들도, 그들이 든 장검도 모두 무시했다.그는 단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비선을 바라보며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비선, 오매 도관을 떠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항성과 도성을 떠나라면 그것도 그렇게 할 수 있어. 당신이 하라 마라 할 것도 없어.”“그러나 총교관의 일에 관해서는 말이야. 당신은 내가 총교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물어볼게.”“바깥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던데 말이야. 곧 대하 9대 총교관으로
오매 도관 뒷산 금지구역 안.텐푸 쥬시로는 오른손으로 피가 흥건한 복부를 감싸고 있었다.얼굴은 피범벅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얼른 알약을 하나 꺼내 입에 털어 넣고는 벼랑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사비선이 이 자식을 죽이지 않을 줄은 몰랐군.”“역시 여자들 치마폭에서 놀던 놈은 다르군.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살아난 거야!?”말을 마치며 텐푸 쥬시로는 스스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자신이 남긴 흔적을 조심스럽게 지운 후 그 자리를 떠나려고 돌아서려던 참이었다.순간 뒤에서 ‘슥’하는 소리가 들렸다.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텐푸 쥬시로는 얼른 거즈로 상처를 동여맨 뒤 자신의 섬나라 장도를 움켜쥐고 음산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주변의 공기는 북극의 한기를 가져온 듯 차갑게 내려앉았다.1분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 같았다.잠시 뒤 숲속에서 두 손을 뒷짐진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냉담한 표정에 기세는 범상치 않았다.노인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텐푸 쥬시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텐푸 쥬시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건너편 노인을 자세히 쳐다본 후에야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남양 전신, 양제명?”그러자 양제명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날 알아본다니 그럼 당연히 이 사실도 알겠군. 내가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당신 아들한테 부탁한 말이 있을 텐데, 그것도 알겠지?”“그런데 이제 보니 텐푸 쥬시로 당신은 나 양제명의 말을 허투루 들은 모양이야.”“왜 그랬을까?”“나 양제명이 십 년 동안 수족도 못 쓰다가 겨우 일어났더니 날 벌써 잊은 건가?”텐푸 쥬시로의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당연히 남양 전신 양제명을 아는 듯했다.남양국은 오랜 세월 동안 태국과 천축국에 시달렸지만 결국 나라를 온전히 지켰고 심지어 동남 해역에서는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그럴 수 있었던 가장
”섬나라 사람들은 달변가라더니 내가 오늘 직접 확인한 셈이로군.”“만약 지금 그 말을 대하 전신이 내게 했었다면 분명 믿었을 거야.”“하지만 당신네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말에 신용이 없고 배신을 밥 먹듯 해.”“당신이 하는 말을 내가 어떻게 믿겠나?”“게다가 난 죽을 고비를 넘긴 늙은이야. 순망치한의 이치를 잘 알고 있지.”“우리 남양국이 비록 대하와 분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두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그런데 어느 날 당신네 섬나라가 정말로 원하던 목적을 이룬다면 우리 남양국엔 아마도 좋은 날이 오지 않겠지, 안 그래?”“나 양제명은 공과 사를 잘 아는 사람이야. 텐푸 쥬시로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합당한 처사가 아니겠어?”자신이 양제명을 설득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안 텐푸 쥬시로는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양제명, 당신 끝까지 갈 준비됐어?”“준비가 되었다면 덤벼 봐.”“저승길, 내가 배웅해 주지!”텐푸 쥬시로는 앞에 있는 양제명을 향해 굳은 표정을 지었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하현에 대한 원한이 더없이 커져 가고 있었다.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니!만약 그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섬나라 사람들은 아마 두 도시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할 것이다.“날 배웅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될 거야.”“당신이 한창 전성기일 때 할 수 없었던 걸 지금 무슨 수로 할 수 있겠나?”“날 죽이려면 아마 당신네 신당류 종주 야마모토 잇신을 불러야 할 거야.”양제명은 냉랭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그럴 능력이 못 돼.”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되받아쳤다.“잇신 어르신은 오랫동안 은둔하셔서 세상 일엔 별로 관심이 없어.”“당신들 같은 야비한 사람들이 어르신을 귀찮게 할까 봐 아예 관심을 끄신 거지.”“대신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말을 끝내며 텐푸 쥬시로는 알약
”챙!”텐푸 쥬시로는 양제명의 칼날을 본 순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아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도를 들어 양제명의 칼에 맞서며 몸을 날려 피해야 했다.텐푸 쥬시로는 가까스로 양제명의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다만 양제명의 칼날은 텐푸 쥬시로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본 텐푸 쥬시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었다.그의 눈에는 하현에 대한 원망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험상궂게 변해 가는 텐푸 쥬시로의 얼굴을 보고 양제명은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보기에 당신은 미야타보다 못하군. 어쨌거나 미야타는 하현과 몇 수는 맞서 싸웠는데 말이야.”“그런데 지금 당신은 어때?”“미야타의 죽음에 겁을 먹은 지 오래구만.”“그래서 막판에 하현의 칼을 피하지 못한 거야.”“그의 칼은 이제 당신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어.”텐푸 쥬시로는 이 말을 듣고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하현, 흥! 핏덩이 같은 애송이일 뿐이야!”“이번에 내가 급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졌을 거야.”“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현은 그렇게 당하고 말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섬나라로 돌아가서 일 년 반 동안 수련하고 나면 나 텐푸 쥬시로, 하현에게 반드시 보여줄 거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양제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만약 당신이 지금 하현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 난 당신을 높이 볼 수 있을 거야.”“그런데 지금 당신 모습이 어때? 싸움에서 진 개가 핑계를 대며 짖어대는 꼴이야!”“텐푸 쥬시로, 당신은 섬나라 전신과 신당류 검객의 체면을 말도 못 하게 구겼어.”“당신 손발을 모두 베어 하현에게 선물로 줘야겠군.”“그러면 당신이 섬나라도 돌아갈 기회는 영영 없을 테니까.”말을 마치며 양제명은 다시 한 걸음 내디뎠고 이번에는 텐푸 쥬시로가 있는 곳을 향해 거리를 좁혀 갔다.텐푸 쥬시로의 얼굴이 험상궂게 굳어졌고 그가 막 손을 쓰려던 참
도요타 엘파의 전동문이 서서히 열리자 하구천은 검은 우산을 펼치고 빗속을 걸어갔다.그리고 나서 그는 페라리의 창문을 두드리며 하백진에게 창문을 열어달라고 손짓했다.잠시 멍한 얼굴로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던 하백진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다.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구천을 보고 하백진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잠시 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빗속에 서 있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구천아, 실패했어.”“설득하지도 없애지도 못하고 모두 실패했어.”“지금까지 난 남들한테 줄곧 쓰레기들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하현 그놈을 만나 보니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지 않았어.”하백진의 얼굴에 자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구천은 오른손을 들어 하백진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들은 바로는 그놈이 오매 도관 뒷산 금지구역에 들어가 사비선과도 만났다던데, 맞아?”“텐푸 쥬시로는 오매 도관의 손을 빌려 그놈을 죽이려 한 것 같은데 이제 보니 그 계획은 실패한 것 같군.”“어리석은 섬나라 놈 같으니라구!”하구천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하현을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비선과 하현이 정식으로 얼굴을 대면하게 만들었어!”“천하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야!”텐푸 쥬시로에 대한 원망을 내뱉은 뒤 하구천은 침착한 얼굴로 돌아왔다.하백진이든 사송란이든, 허민설을 비롯한 여인들은 그냥 그의 주변에 있는 여인들일 뿐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인은 아니었다.이렇게 큰 항성과 도성에서 하구천이 정말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좋아하는 여인은 사비선 뿐이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비선과 하구천의 사이는 왠지 멀어질 듯하다.여인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하구천도 사비선의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게다가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하현 그 망나니 같은 놈은 오매 도관의 노천 온천에 떨어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비선과 맞닥뜨렸다고 한다.이런 생각을 하니
”만약 그렇다면 나 하백진이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그동안 널 잘못 본 거라구!”하백진은 고개를 들고 하구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될 사람이 여자 때문에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고모, 이건 충동적인 것이 아니야. 오매 도관이 내 편에 서 있다는 건 항성과 도성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하구천이 또박또박 설명했다.“사비선이 하현과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사비선의 신분이나 지위를 거론하며 누군가가 이를 이용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면 우리와 오매 도관 사이의 약한 동맹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문제야!”“더군다나 남자로서 이런 모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사비선이 그 남자와 엮이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하백진은 손을 내밀어 하구천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죽는다고 해도?”“구천아, 높은 자리에 올라갈 사람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지금은 너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야.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이런 사소한 일들이 너의 앞길에 방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돼.”“널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오늘 직접 나섰겠니?!”“아무리 봐도 이번엔 우리가 좀 충동적이었던 것 같아.”“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은 잠시 숨을 죽이고 참는 거야.”“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우리는 벼락같은 기세로 하현 그놈의 목을 잘라 버리면 돼!”하백진은 하현이 너무도 미웠다.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뒷일을 도모해야 한다.감히 그녀에게 뺨을 때리다니!하현에 대한 원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의 실력과 기백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구천이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이런 자와 계속 힘겨루기를 해 봤자 힘만 빠지지 도움되는 일이 뭐가 있으랴!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차분히 머리를 식히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하현의 뺨 몇 대가 하백진을 공포와 분노의 수렁으로 빠뜨렸지만 오만한 그녀를 현명하게 만든 점
하구천은 흠칫 놀라는 눈빛을 띠고는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하백진에게 말했다.“껍데기뿐인 당난영이지만 손을 쓰려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의심이 많아지고 예민해지긴 했지만 넷째 숙부는 여전히 그녀를 매우 아끼고 있어.”“심지어 그녀 곁에는 항상 최고 병왕이 함께 하고 있다구.”“그녀를 죽이려면 한 방에 끝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만 더 궁지로 몰릴 거야.”“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하백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보여주며 말했다.“대하 제일의 킬러 조직, 행화루.”“마침 나한테 신세를 진 게 좀 있거든.”...이튿날 아침.삼계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난 하현은 핸드폰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나는 양유훤이 텐푸 쥬시로에 대해 보고한 것이었다.사악한 텐푸 쥬시로를 제외하고 다른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남양파의 손에 들어갔으니 그들의 결말이 별로 좋지 않게 끝났다는 내용이었다.다른 하나는 그 절세의 총잡이에 대한 정보였다.최영하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도련님, 하구봉을 의심하고 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 도련님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직계로 몇 년 동안 중동 전장에 출몰하며 항성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에 돌아온 모양이었다.마지막 메시지는 공해원이 보내온 것이었다.하현이 요청한 오매 도관의 성녀 사비선의 내력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원하는 자료는 무엇이든 뚝딱 대령하던 공해원조차도 이번에는 꽤나 곤혹을 치른 모양이었다.사비선이 오매 도관 앞에 버려진 것을 오매 도관에서 입양했다는 자료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녀의 과거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그 공백마저도 점점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하현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지시를 내린 후에야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그가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