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2755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비선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하늘하늘 눈부셨다.

그녀의 유리 같은 눈동자는 차갑게 하현을 주시하다가 잠시 후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전에 사송란의 일로 우리 오매 도관에게 해명하라고 했었지.”

“오늘은 또 내 노천탕에 침입했어. 당연히 죽어 마땅해!”

“하지만 우리 오매 도관은 당신한테 신세를 진 것도 있으니.”

“내 생각엔 이걸로 서로 끝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때? 다른 의견이라도 있어?”

“뭐라구요?”

사비선의 말을 듣고 오매 도관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성녀가 노천탕에서 이런 큰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오매 도관에서 해명하는 일과 이 일을 맞바꿔 여기서 이대로 끝내자고?

그렇다면 이 일에서 결국 손해를 본 사람은 누구인가?!

여제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성녀 사비선을 향했다.

도저히 성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줄곧 오매 도관과 맞서던 이 남자를 설마 성녀 사비선은 이대로 눈감아주겠다는 것인가?

어리둥절하기는 하현도 마찬가지였다.

속세에서 남녀 간의 정열을 불태워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쨌거나 자신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탕에서 올라와 사비선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던 향긋한 수건을 들어 자신의 머리와 얼굴을 닦았다.

제멋대로인 그의 행동에 여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건 성녀님이 닦은 수건인데...”

“팍!”

여제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비선의 얼굴에 언짢은 빛이 스쳐 지나갔고 순간 그녀는 한 발짝 내디뎌 하현의 명치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툭!”

하현은 얼떨결에 그녀의 손바닥을 막았지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전쟁의 신인 하현이었지만 방금 그의 손에 있던 향긋한 수건이 성녀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걸 그제야 알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재벌 사위면 될까?   2756장

    ”당신이 24시간 이내에 항성을 떠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당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추궁하지 않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우리 오매 도관은 당신한테 약간의 도움도 줄 수 있어.”사비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녀, 오늘까지 기껏해야 우리 두 번 만난 셈이지, 그렇지?”“그런데 내가 그렇게 싫어?”“그렇게 항성을 떠났으면 좋겠어?”“그래, 맞아!”“당신이 항성에 온 이후로 항성 전체가 혼돈 속에 빠졌어. 항도 하 씨 가문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어.”사비선은 냉랭한 표정으로 여제자가 건네준 차를 받아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항성과 도성이 평온하려면 항도 하 씨 가문이 안정되어 있어야 해. 그게 기본이야.”“당신의 존재로 인해 항성과 도성은 휘청거리고 있어. 그러니 당신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주길 바라.”“그렇게 하는 것이 항도 하 씨 가문에 안정을 가져오는 길이야.”“항성과 도성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야.”“당신이 떠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간단해져. 우리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 안 할 이유가 없잖아?”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사비선, 당신의 말은 너무 편파적이야.”“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어. 그 모든 일들로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야. 하구천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내가 있든 없든 하구천의 위신은 흔들릴 것이고 문주 자리도 흔들릴 거야.”“그러니까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난 그런 일 때문에 항성을 떠나지는 않을 거야.”사비선은 눈썹을 가늘게 치켜세우며 말했다.“하현, 당신 정말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고집이 아니라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왜 항성을 떠나야 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비록 이곳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난 내 자유의지로 살아갈 권리가 있어. 다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57장

    ”총교관은 누구보다 위풍당당하고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해!”“그는 우리 대하의 병부 전설이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그런데 어떻게 총교관이 자신이라는 그런 망발을 늘어놓을 수가 있어?”“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총교관의 이름에 이미 먹칠을 한 거라고, 알아?”사비선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이것만으로도 당신을 싫어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무고한 사람은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신념이 나에게 없었다면 오늘 당신을 절대로 이 오매 도관에서 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어!”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야.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몫이지만!”“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당신은 구제불능이군!”사비선의 얼굴에 희미한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총교관은 그녀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다.절대 그 누구도 총교관의 위상을 더럽히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그녀였다.“이봐! 이놈을 당장 끌고 가!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장 항성에서 내쫓아!”“그리고 앞으로 또 한 번 이놈이 스스로를 총교관이라 칭하거든 당장 죽여 버려도 좋아!”“오매 도관의 이름으로 명령하는 거야!”말이 끝나자 사비선은 몸을 돌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순간 십여 명의 오매 도관 여제자들이 하현 앞을 가로막으며 장검을 들이대었다.그중 한 사람은 험악한 얼굴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당장 꺼져!”하현은 십여 명의 여제자들도, 그들이 든 장검도 모두 무시했다.그는 단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비선을 바라보며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비선, 오매 도관을 떠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항성과 도성을 떠나라면 그것도 그렇게 할 수 있어. 당신이 하라 마라 할 것도 없어.”“그러나 총교관의 일에 관해서는 말이야. 당신은 내가 총교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물어볼게.”“바깥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던데 말이야. 곧 대하 9대 총교관으로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58장

    오매 도관 뒷산 금지구역 안.텐푸 쥬시로는 오른손으로 피가 흥건한 복부를 감싸고 있었다.얼굴은 피범벅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얼른 알약을 하나 꺼내 입에 털어 넣고는 벼랑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사비선이 이 자식을 죽이지 않을 줄은 몰랐군.”“역시 여자들 치마폭에서 놀던 놈은 다르군.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살아난 거야!?”말을 마치며 텐푸 쥬시로는 스스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자신이 남긴 흔적을 조심스럽게 지운 후 그 자리를 떠나려고 돌아서려던 참이었다.순간 뒤에서 ‘슥’하는 소리가 들렸다.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텐푸 쥬시로는 얼른 거즈로 상처를 동여맨 뒤 자신의 섬나라 장도를 움켜쥐고 음산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주변의 공기는 북극의 한기를 가져온 듯 차갑게 내려앉았다.1분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 같았다.잠시 뒤 숲속에서 두 손을 뒷짐진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냉담한 표정에 기세는 범상치 않았다.노인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텐푸 쥬시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텐푸 쥬시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건너편 노인을 자세히 쳐다본 후에야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남양 전신, 양제명?”그러자 양제명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날 알아본다니 그럼 당연히 이 사실도 알겠군. 내가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당신 아들한테 부탁한 말이 있을 텐데, 그것도 알겠지?”“그런데 이제 보니 텐푸 쥬시로 당신은 나 양제명의 말을 허투루 들은 모양이야.”“왜 그랬을까?”“나 양제명이 십 년 동안 수족도 못 쓰다가 겨우 일어났더니 날 벌써 잊은 건가?”텐푸 쥬시로의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당연히 남양 전신 양제명을 아는 듯했다.남양국은 오랜 세월 동안 태국과 천축국에 시달렸지만 결국 나라를 온전히 지켰고 심지어 동남 해역에서는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그럴 수 있었던 가장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59장

    ”섬나라 사람들은 달변가라더니 내가 오늘 직접 확인한 셈이로군.”“만약 지금 그 말을 대하 전신이 내게 했었다면 분명 믿었을 거야.”“하지만 당신네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말에 신용이 없고 배신을 밥 먹듯 해.”“당신이 하는 말을 내가 어떻게 믿겠나?”“게다가 난 죽을 고비를 넘긴 늙은이야. 순망치한의 이치를 잘 알고 있지.”“우리 남양국이 비록 대하와 분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두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그런데 어느 날 당신네 섬나라가 정말로 원하던 목적을 이룬다면 우리 남양국엔 아마도 좋은 날이 오지 않겠지, 안 그래?”“나 양제명은 공과 사를 잘 아는 사람이야. 텐푸 쥬시로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합당한 처사가 아니겠어?”자신이 양제명을 설득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안 텐푸 쥬시로는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양제명, 당신 끝까지 갈 준비됐어?”“준비가 되었다면 덤벼 봐.”“저승길, 내가 배웅해 주지!”텐푸 쥬시로는 앞에 있는 양제명을 향해 굳은 표정을 지었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하현에 대한 원한이 더없이 커져 가고 있었다.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니!만약 그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섬나라 사람들은 아마 두 도시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할 것이다.“날 배웅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될 거야.”“당신이 한창 전성기일 때 할 수 없었던 걸 지금 무슨 수로 할 수 있겠나?”“날 죽이려면 아마 당신네 신당류 종주 야마모토 잇신을 불러야 할 거야.”양제명은 냉랭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그럴 능력이 못 돼.”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되받아쳤다.“잇신 어르신은 오랫동안 은둔하셔서 세상 일엔 별로 관심이 없어.”“당신들 같은 야비한 사람들이 어르신을 귀찮게 할까 봐 아예 관심을 끄신 거지.”“대신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말을 끝내며 텐푸 쥬시로는 알약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60장

    ”챙!”텐푸 쥬시로는 양제명의 칼날을 본 순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아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도를 들어 양제명의 칼에 맞서며 몸을 날려 피해야 했다.텐푸 쥬시로는 가까스로 양제명의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다만 양제명의 칼날은 텐푸 쥬시로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본 텐푸 쥬시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었다.그의 눈에는 하현에 대한 원망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험상궂게 변해 가는 텐푸 쥬시로의 얼굴을 보고 양제명은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보기에 당신은 미야타보다 못하군. 어쨌거나 미야타는 하현과 몇 수는 맞서 싸웠는데 말이야.”“그런데 지금 당신은 어때?”“미야타의 죽음에 겁을 먹은 지 오래구만.”“그래서 막판에 하현의 칼을 피하지 못한 거야.”“그의 칼은 이제 당신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어.”텐푸 쥬시로는 이 말을 듣고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하현, 흥! 핏덩이 같은 애송이일 뿐이야!”“이번에 내가 급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졌을 거야.”“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현은 그렇게 당하고 말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섬나라로 돌아가서 일 년 반 동안 수련하고 나면 나 텐푸 쥬시로, 하현에게 반드시 보여줄 거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양제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만약 당신이 지금 하현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 난 당신을 높이 볼 수 있을 거야.”“그런데 지금 당신 모습이 어때? 싸움에서 진 개가 핑계를 대며 짖어대는 꼴이야!”“텐푸 쥬시로, 당신은 섬나라 전신과 신당류 검객의 체면을 말도 못 하게 구겼어.”“당신 손발을 모두 베어 하현에게 선물로 줘야겠군.”“그러면 당신이 섬나라도 돌아갈 기회는 영영 없을 테니까.”말을 마치며 양제명은 다시 한 걸음 내디뎠고 이번에는 텐푸 쥬시로가 있는 곳을 향해 거리를 좁혀 갔다.텐푸 쥬시로의 얼굴이 험상궂게 굳어졌고 그가 막 손을 쓰려던 참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61장

    도요타 엘파의 전동문이 서서히 열리자 하구천은 검은 우산을 펼치고 빗속을 걸어갔다.그리고 나서 그는 페라리의 창문을 두드리며 하백진에게 창문을 열어달라고 손짓했다.잠시 멍한 얼굴로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던 하백진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다.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구천을 보고 하백진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잠시 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빗속에 서 있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구천아, 실패했어.”“설득하지도 없애지도 못하고 모두 실패했어.”“지금까지 난 남들한테 줄곧 쓰레기들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하현 그놈을 만나 보니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지 않았어.”하백진의 얼굴에 자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구천은 오른손을 들어 하백진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들은 바로는 그놈이 오매 도관 뒷산 금지구역에 들어가 사비선과도 만났다던데, 맞아?”“텐푸 쥬시로는 오매 도관의 손을 빌려 그놈을 죽이려 한 것 같은데 이제 보니 그 계획은 실패한 것 같군.”“어리석은 섬나라 놈 같으니라구!”하구천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하현을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비선과 하현이 정식으로 얼굴을 대면하게 만들었어!”“천하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야!”텐푸 쥬시로에 대한 원망을 내뱉은 뒤 하구천은 침착한 얼굴로 돌아왔다.하백진이든 사송란이든, 허민설을 비롯한 여인들은 그냥 그의 주변에 있는 여인들일 뿐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인은 아니었다.이렇게 큰 항성과 도성에서 하구천이 정말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좋아하는 여인은 사비선 뿐이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비선과 하구천의 사이는 왠지 멀어질 듯하다.여인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하구천도 사비선의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게다가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하현 그 망나니 같은 놈은 오매 도관의 노천 온천에 떨어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비선과 맞닥뜨렸다고 한다.이런 생각을 하니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62장

    ”만약 그렇다면 나 하백진이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그동안 널 잘못 본 거라구!”하백진은 고개를 들고 하구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될 사람이 여자 때문에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고모, 이건 충동적인 것이 아니야. 오매 도관이 내 편에 서 있다는 건 항성과 도성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하구천이 또박또박 설명했다.“사비선이 하현과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사비선의 신분이나 지위를 거론하며 누군가가 이를 이용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면 우리와 오매 도관 사이의 약한 동맹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문제야!”“더군다나 남자로서 이런 모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사비선이 그 남자와 엮이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하백진은 손을 내밀어 하구천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죽는다고 해도?”“구천아, 높은 자리에 올라갈 사람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지금은 너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야.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이런 사소한 일들이 너의 앞길에 방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돼.”“널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오늘 직접 나섰겠니?!”“아무리 봐도 이번엔 우리가 좀 충동적이었던 것 같아.”“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은 잠시 숨을 죽이고 참는 거야.”“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우리는 벼락같은 기세로 하현 그놈의 목을 잘라 버리면 돼!”하백진은 하현이 너무도 미웠다.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뒷일을 도모해야 한다.감히 그녀에게 뺨을 때리다니!하현에 대한 원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의 실력과 기백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구천이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이런 자와 계속 힘겨루기를 해 봤자 힘만 빠지지 도움되는 일이 뭐가 있으랴!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차분히 머리를 식히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하현의 뺨 몇 대가 하백진을 공포와 분노의 수렁으로 빠뜨렸지만 오만한 그녀를 현명하게 만든 점

    Last Updated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763장

    하구천은 흠칫 놀라는 눈빛을 띠고는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하백진에게 말했다.“껍데기뿐인 당난영이지만 손을 쓰려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의심이 많아지고 예민해지긴 했지만 넷째 숙부는 여전히 그녀를 매우 아끼고 있어.”“심지어 그녀 곁에는 항상 최고 병왕이 함께 하고 있다구.”“그녀를 죽이려면 한 방에 끝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만 더 궁지로 몰릴 거야.”“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하백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보여주며 말했다.“대하 제일의 킬러 조직, 행화루.”“마침 나한테 신세를 진 게 좀 있거든.”...이튿날 아침.삼계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난 하현은 핸드폰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나는 양유훤이 텐푸 쥬시로에 대해 보고한 것이었다.사악한 텐푸 쥬시로를 제외하고 다른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남양파의 손에 들어갔으니 그들의 결말이 별로 좋지 않게 끝났다는 내용이었다.다른 하나는 그 절세의 총잡이에 대한 정보였다.최영하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도련님, 하구봉을 의심하고 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 도련님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직계로 몇 년 동안 중동 전장에 출몰하며 항성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에 돌아온 모양이었다.마지막 메시지는 공해원이 보내온 것이었다.하현이 요청한 오매 도관의 성녀 사비선의 내력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원하는 자료는 무엇이든 뚝딱 대령하던 공해원조차도 이번에는 꽤나 곤혹을 치른 모양이었다.사비선이 오매 도관 앞에 버려진 것을 오매 도관에서 입양했다는 자료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녀의 과거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그 공백마저도 점점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하현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지시를 내린 후에야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그가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려는

    Last Updated : 2024-10-29

Latest chapter

  • 재벌 사위면 될까?   3892장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 재벌 사위면 될까?   3891장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 재벌 사위면 될까?   3890장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 재벌 사위면 될까?   3889장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 재벌 사위면 될까?   3888장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 재벌 사위면 될까?   3887장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 재벌 사위면 될까?   3886장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 재벌 사위면 될까?   3885장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 재벌 사위면 될까?   3884장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