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건후는 멍한 얼굴로, 일이 너무 빨리 진행돼 그의 IQ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하며 말했다.“내가 왜 돈을 물어내야 합니까? 나도 당신의 회원이고, 내 회원 카드는 천만 원의 가치가 있어요!”“당신들 서울호텔은 회원만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무슨 근거로 전기차를 타고 온 이 칠칠치 못한 사람이 소비자가 된다는 겁니까?”천성태는 담담하게 말했다.“하 선생님을 위해 예약하신 분이 우리 서울호텔의 최고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등급의 회원 카드 발급 비용은 연간 10억 원 입니다. 그럼 당신이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진건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고 마지못해 천만 원짜리 입문형 카드를 처리해야 했다. 10억이 무슨 말인가? 그는 전 재산을 다해도 10억이 안 됐다.이 순간 그는 기가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그는 회원 자격으로 하현에게 한 방 날렸지만, 자신이 바로 그에게 한 방을 퍽 맞을 줄은 몰랐다.“매니저님, 방금 저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하셨잖아요. 왜 지금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거예요?”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진건후는 잠시 후 뭔가를 생각하더니, 지푸라기라도 잡듯 홀 매니저의 손을 잡아당겼다.“퍽!”홀 매니저는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진건후를 바로 무릎 꿇게 만든 다음 그의 얼굴을 발로 밟고 표독스럽게 욕을 퍼부었다.“허튼소리 하네! 내가 언제 이 귀한 선생님께 보상하라고 했어? 헛소리하지 마!”“너네 아직도 이 녀석을 끌어내지 않고 뭐해! 홀 매니저는 진건후가 다시 헛소리를 할까 두려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진건후 같은 사람은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오만을 떨면서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방귀 반쪽도 감히 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홀 매니저는 그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했다.“하 선생님,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경비원들이 진건후를 붙잡고 떠나려 하자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손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하현 씨, 그녀는 방금 경비원을 시켜서 당신을 때리려고 했잖아요. 거기다 선배에게 돈까지 물어내라고 했어요. 예약된 우리 자리도 아직 안내를 안 해줬는데 어떻게 천사장님이 그녀를 이 자리로 승진을 시켜준다는 거예요?”손서연은 정말 궁금했다. 설마 이쪽 서울호텔이 이런 규정을 가지고 있는 건가?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천성태는 마음속으로 ‘쿵’하며 피를 토할 뻔 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라 이미 무슨 일이 벌어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이 홀 매니저는 대개 사람을 깔봤고, 하현의 예약석도 찾아 주지 않았다. 거기다 방금 하현을 상대로 그 사람들을 돕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이 때 천성태는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렸다. 다행히 하현은 무사했고, 그는 제 때에 나타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그는 정말 완전히 망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홀 매니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냉기로 가득 찼다.“퍽!”크게 뺨을 한 대 날렸고, 이 홀 매니저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때린 후에도 천성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녀를 바닥에서 발로 걷어 차며 욕을 퍼부으며 말했다.“고객의 예약석을 확인하는 일은 원래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네가 이 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긴 거야. 오늘 나는 네가 이것에 대한 대가가 어떠한 것인지 알도록 해주겠어……”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 있던 경비원에게 소리쳤다.“때려, 반 죽도록 때려, 저 성형한 얼굴을 불구로 만들어 버려. 그런 다음 온 서울에 알려, 누구든지 감히 그녀를 고용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홀 매니저는 겁에 질려 죽을 거 같았다. 그녀는 거의 기어나오면서 오열하며 말했다.“천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제 잘못이에요. 제발 저를 봐주세요……”천성태가 차갑게 말했다.“너를 봐 달라고? 그럼 나는 누가 봐 주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우리
서울호텔 최상층에 있는 회전 레스토랑은 회원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만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고 보통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했다.최상층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는 하현도 처음 타보았다.이 때 하현은 천성태에게 자신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그는 이미 떠났고, 서연은 화장을 정리하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하현은 조금 지루했다.바로 그 때 양복을 차려 입은 한 사람이 하현 앞에 갑자기 멈춰 섰다.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하현, 이 쓸모 없는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하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설민혁이었다. 그의 곁에는 성형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진짜 밥을 먹으러 왔을 뿐인데, 왜 자꾸 이런 엉망진창인 사람들과 만나는 걸까?그 순간 하현은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하지만 갑자기 설민혁 옆에 있던 성형한 여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 도련님, 이분이 설 씨 집안의 유명한 데릴사위 맞죠? 사위까지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다니 설 씨 집안은 정말 부자 인 것 같네요.”설민혁은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저 으스대는 별것도 아닌 놈, 그저 마누라에게 기대서 살아가는 기둥서방 같은 놈이에요.”그는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래, 설은아가 방금 회사 재무 부장을 맡았다고 고새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돈을 쓰는구나! 그녀가 회사 돈을 빼돌린 게 틀림없어! 너네 두고 봐. 내가 반드시 할아버지께 가서 이를 거야!”지금 부사장이 됐다고, 설민혁이 저렇게 날뛰는구나. 은아가 아무리 잘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역시 자신 일 텐데. 다만 하현이 뜻밖에도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 역시 불편했다.하현은 원래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는데 설민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참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설민혁, 헛소리 좀 그만해. 내가 너 쫓아낼 줄 알아!”
주변사람들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본 설민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며칠 전 그는 슬기와 김겨울에게 연달아 당해서 속을 끓이며 벼르고 있었다.오늘 오래간만에 손서연처럼 몸매로 보나 외모로 보나 둘 다 손색이 없는 여신급 인물을 만났는데 그가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손서연은 이 때 마침 설민혁을 올려다보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설민혁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름다운 아가씨, 제가 마침 최상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가려고 합니다. 거기다 가장 좋은 자리도 예약을 해놨는데 제가 당신을 초대해도 될지 모르겠네요.”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는 성형을 한 여인이 다급해져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웃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설 도련님, 당신이 밖으로 가자고 야단법석을 떨길래 내가 한 번 눈감아줬는데, 오늘 밤 일부러 이 레스토랑까지 데려와서 이렇게 날 차버리려고 했던 거였어? 나를 어떻게 취급 하는 거야?”설민혁은 성형한 얼굴을 한 번 돌아보고, 눈앞의 아리따운 서연과 비교를 하니 그의 마음 속에는 여태까지 없었던 지긋지긋함을 느꼈다. 그는 바로 돈 뭉치를 꺼내 내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원하는 게 이거 아니야? 돈 받고 꺼져라!”“감사해요 설 도련님.”성형한 여인은 화도 내지 않고 히죽거리며 돈을 받아 들고는 서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엉덩이를 돌려 가버렸다.그녀와 설민혁은 그저 얕은 인연일 뿐, 돈만 벌면 그만이었다. 다른 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이 모습을 본 서연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 여자분과 식사하세요. 저는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어서요.”설민혁은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말했다.“누구요?”옆에는 그와 하현 두 남자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다.이 때 하현은 앞으로 걸어가며 설민혁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연을 향해 말했다.“가자, 올라가자.”서연은 살짝 미소를
설민혁은 비웃으며 말했다.“하현 너 정말 잘도 나불대는 구나. 이전에는 자기가 하엔 그룹의 회장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자기가 우리 설 씨 집안이 예약하지도 못하는 자리를 예약했다니, 너는 너를 누구라고 생각해? 어떻게 우리 설 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된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대단한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어디서 밥을 먹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뭘 그렇게 신경을 써?”설민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설 씨 집안 부사장이야. 우리 설 씨 집안 돈으로 여자를 꼬시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어도 되겠어?”서연은 하현이 계속 당하자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말했다.“하현 씨, 아니면 우리가 다른데 가서 먹을까요?”“아니에요. 여기서 먹어요.”하현은 설민혁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는 대신 서연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갔다.“좋아, 네가 어떤 자리를 예약했는지 보자!”이 광경을 보고 설민혁도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이 데릴사위 하현을 믿지 않았다. 이따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 것인가?만약 하현이 설 씨네 회원 카드를 쓴 것으로 드러나면 현장에서 예약 취소만 하면 되었다. 설민혁은 이 쓸모없는 녀석을 이 미인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 신경 쓰면 되었다.……최상층 레스토랑은 장식이나 가구가 모두 유럽풍으로 되어 있었고, 각종 조명기구도 크리스탈로 만들어져 있어 고급스러워 보였다.하현도 이곳의 장식을 보고 약간 놀랐다. 서울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이라 불릴 만했다.소녀처럼 이곳을 둘러본 서연은 감탄하며 말했다.“이 레스토랑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예쁘네요.”하현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설민혁은 벌써 괴기스럽게 말했다.“아가씨, 이따 밥을 먹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따로 얘기해요. 물론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면 내 쪽에는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되어 있어요.”그러더니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여느 사람들과 달리 지금
하현과 서연 두 사람이 VIP 구역에서 작은 소리로 웃고 있는 것을 본 설민혁의 얼굴에는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다.이 데릴사위가 감히 자신의 면전에서 여자를 꼬시고, 거기다 설 씨 집안의 그 많은 돈을 쓰다니 오늘 그를 집에서 쫓아내 버려야겠어.……저녁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던 은아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설민혁, 이렇게 늦은 밤에 전화를 다하고, 무슨 일이야?”은아는 싸늘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둘은 관계도 별로 좋지 않았던 터라 설민혁은 그녀에게 그다지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설은아, 너의 그 못난 남편 집에 들어왔어?”설민혁은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말이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설은아의 목소리는 전화상에서도 여전히 차가웠다.“이게 본래 나랑은 상관이 없지, 하지만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설 씨 가문의 돈을 가지고 다른 여자랑 서울호텔 레스토랑 최고급 자리를 예약했다고 하니, 설 씨 가문의 부사장으로서 내가 꼭 물어볼 필요가 있는 거 같아서 말이야.”설민혁은 동정하는 듯 말했다.“네가 네 남편을 어떻게 관리하든 나야 상관할 바 아니지, 하지만 만약 네가 이제 막 우리 설 씨 가문의 재정 부장이 되고 그 쓸모없는 녀석이 우리 설 씨 가문의 돈을 함부로 쓰게 내버려 둔다면 나는 가만두지 않을 거야!”설은아는 약간 몸을 떨면서 무의식 적으로 말했다.“하현은 그런 사람 아닌데……”“하하……”설민혁은 차갑게 웃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잠시 후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설은아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다. 남녀 한 쌍이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이분은 의사선생님인데……”설은아는 하현이 그 여의사와 무슨 일이 있어 났다고 의심했다. 이 사진을 본 순간, 그녀는 잠시 이게 무슨 마음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됐다고 느꼈다.하지만 그
다윤은 안색이 약간 변했고, 당황하며 말했다.“선배, 정말 저를 오해하셨네요. 예전에는 친하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서야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 당신을 받아들이려고 했어요.”“너 봐봐. 오늘 저녁은 특별히 내가 밖으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할 거야. 우리 둘 다 앞으로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먼저 네가 나 좀 봐줘. 우리 야식 먹으러 갈까?다윤의 아름다운 얼굴은 초라하고 가여웠다. 그녀는 이미 사회 초년생 여대생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여러 해 뒹굴었기에 그녀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 때 조건을 따르지 않고, 그가 충동적으로 행동을 했다면, 자신은 그리 쉽게 유린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직접 죽였을 것이다.진건후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측은히 여기며 말했다.“나를 받아 주려고? 다윤, 너 말 한 번 참 잘한다! 내가 만약에 이렇게까지 굴지 않았다면, 네가 나를 똑바로 보기나 했겠어? 너희들 눈에는 돈밖에 안보이지!”다윤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선배, 진짜 오해하신 거예요, 나는 선배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요!”건후는 실실 웃는 얼굴로 사악한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내가 원래 이렇게 뛰어난지 미쳐 몰랐네. 이렇게 하자, 오늘 내가 손해를 좀 볼게. 거기다 내가 보증하지. 내일 내가 너를 데리고 가서 우리 집에 너의 이름을 올리도록 할게.”“나를 따라다니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는 거 알아 둬. 하지만 다들 별볼일 없긴 하지. 너처럼 이렇게 예쁜 애가 또 어디 있겠어.”이렇게 말하면서 건후는 벌써 다윤의 맑은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 기세를 몰아 그녀를 끌어안았다.“선배, 이렇지 마세요!”다윤은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치려고 했지만, 그녀는 온 몸이 의자에 묶여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순간 건후는 본색을 다 드러냈다. 그는 계속해서 사악하게 웃었다. 다윤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 바로 당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상의를 찢어버렸다.“쾅!”
다윤의 얼굴 빛이 붉어졌다. 그녀는 3살 배기 어린애가 아니었다. 하현이 오지 않아 자신이 당하게 됐을 결말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현,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다시 한 번 감히 나를 건드리면, 이 어르신이 너를…..진건후는 이때 마침 벌벌 떨며 일어나 하현을 향해 돌진하며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모든 사람이 멸시하는 데릴사위, 장모님 발이나 씻기고, 집에서 화장실 청소만 하는 녀석이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나는 1분마다 그를 재밌게 죽일 수백 가지의 좋은 방법이 있다.결국……“퍽!”그 뒤, 하현은 크게 뺨을 한 대 때렸다. 건후는 현기증이 났고 그의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났다.“너…… 네가 감히 나를……”건후는 한없이 분노했다.그리고 다윤도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듣기로 하현은 데릴사위가 된 후 그는 늘 연약하고 무능해서 설 씨 집안에서는 누구라도 그를 괴롭힐 수 있었다는데, 오늘 보니 그는 정말 남자였다……하현에게 얻어 맞고 멍하니 있던 건후는 잠시 정신을 차린 후에야 침을 한 입 뱉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하현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얘야, 너 오늘 안에는 갈 수 없어!”말을 마치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하현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 안에 있는 다윤을 풀어주었다. 차가운 시선으로 건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누구를 찾나 보지? 그래, 난 오늘 여기서 기다릴게. 네가 어떤 사람을 부르는지 좀 봐야겠다!”한편 다윤은 긴장한 나머지 옷을 정리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우리 빨리 가자. 진건후가 최근에 거물급을 알게 된 거 같아. 그래서 돈을 좀 벌었던 모양이야. 듣기론 그 거물급이 그를 엄청 좋게 보나 봐. 네가 그 사람한테 한 짓을 보면 좋은 일은 기대할 수 없을 거야.이 말을 마친 다윤은 걱정이 가득했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 배경도 없었고,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