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하현은 미야타 신노스케의 오른손을 밟아 부러뜨리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미야타 신노스케, 당신 바보야?”“아니면 머리에 총 맞았어?”“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내가 당신을 혹시라도 놓아줄지도 몰라.”“그런데 지금 나한테 협박을 해? 왜? 내가 너무 늦게 손을 쓸까 봐 두려운 건가?”“뭐? 이 자식이!”하현의 말에 미야타 신노스케가 발끈했지만 두려운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하현에게서 섬뜩한 살의를 느꼈기 때문이다.그러자 하현의 담담한 시선이 사송란에게로 향했다.그의 얼굴에 온통 비아냥거리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이 사람들은 말끝마다 자신을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상 미야타 신노스케가 패배한 것을 보고는 양국에 영향을 주네 마네 하며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정말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어디 있겠는가?의연한 척하며 노발대발하는 사송란을 곁눈질하며 하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송란, 당신의 당주님은 금사남목 관까지 가져오셨고 입만 열면 우리 집안까지 쓸어버리겠다고 하셨는데.”“이런 상황에서 나보고 뭐? 대승적으로 해야 한다고?”“너무 웃기지 않아?”“아니면 당신들 눈에는 미야타 신노스케가 나를 죽이는 건 마땅한 일이지만 내가 그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는 것도 죄악이라는 건가?”하현의 질문에 사송란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일관하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그리 알고 있으면 돼!”“당신의 신분과 미야타 신노스케의 신분은 비교가 안 돼!”“당신은 백 번 죽어도 마땅하지만 미야타 신노스케는 절대 다치면 안 되는 사람이야!”지금 사송란의 눈에는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것 같았다.“다시 한번 말할게. 이게 마지막이야. 당장 미야타 신노스케를 풀어줘!”“그렇지 않으면 정말 당신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야!”“그래, 그럼 체면을 세워 줄 겸 풀어주지!”하현은 사송란을 향해 싱긋 웃었다.이대로 죽을 줄 알았던 미야타
텐푸 다이토를 포함한 섬나라 일행은 이 상황이 더없이 슬프고 두려웠다.그들은 하나같이 달려들어 하현을 쳐죽이고 싶었지만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내미는 두려움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그들의 시선은 모두 하현에게 떨어져 있었지만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이 무뚝뚝한 젊은이 앞에서 섬나라 사람 특유의 걸걸함과 잔인함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음류 제자들은 허리춤에 찬 섬나라 장도에 감히 손도 대지 못했다.놀라기는 사송란과 용오행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하현이 정말로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이는 장면을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그들이 살벌하게 협박을 했음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였다!어떻게 감히!?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온 것인가?!뒤에서 누가 그를 든든히 지지해 주었길래 이렇게 당당하단 말인가?휠체어를 탄 공송연은 어안이 벙벙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죽여! 하현 저놈을 죽이고 미야타 신노스케의 복수를 해야 해!”사송란이 두려움과 분노로 온몸을 떨고 있을 때 텐푸 다이토가 갑자기 소리쳤다.“죽여!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한 무리의 음류 고수들이 텐푸 다이토의 목소리에 반응하였고 우르르 소리를 내며 하현을 포위했다.손에 든 섬나라 장도가 순식간에 칼집에서 나와 살벌한 기세로 하현을 잡아먹을 듯 혀를 날름거렸다.“차장!”하현은 미야타 신노스케의 부러진 칼을 집어 들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왜? 늙은이가 안 되니까 이제는 젊은이들이 덤벼보기로 한 거야?”“푹!”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칼을 휘둘렀고 하나둘씩 달려온 음류 고수들을 차례차례 도륙 내어 바닥에 쓰러뜨렸다.하현은 칼을 휘두르며 발을 빠르게 내디뎠고 여기저기서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다가 푹하는 소리와 함께 음류 고수들이 끊어진 숨통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명의 음류 고수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다른
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주위를 한번 돌아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섬나라 음류가 대하에 와서 원수를 갚겠다고 나에게 덤볐어. 난 그에게 공평하게 싸울 기회를 주었고.”“그렇게 싸워 그가 죽었어.”“당신들이 그를 위해 복수에 나서겠다면 난 말리지 않아.”“어쨌든 내가 당신들을 다 죽여 버리면 되니까.”“어차피 당신들은 별 쓸모도 없어.”“하현! 죽여 버릴 거야!”한 음류 고수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그는 섬나라 장도를 움켜쥐고 앞으로 돌진하며 이리저리 칼을 휘둘렀다.사정없이 바람을 베어버렸다!칼 솜씨가 병왕급 실력은 되어 보였다.하현은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손에 남은 부러진 칼을 들고 휘둘렀다.“푹!”순간 칼자루는 상대방의 가슴에 떨어졌고 섬나라 병왕급 검객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피를 펑펑 쏟아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전신!”그는 자신을 이렇게 쉽게 격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그렇다면 하현은 전신임에 틀림없다.그렇지 않으면 절정의 병왕인 그가 단칼에 이런 처참한 모습이 될 리가 없었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병왕의 마음에 절망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미야타 신노스케의 패배가 상대의 저속한 수단 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미야타 신노스케는 정말로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절정의 병왕이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하현은 오히려 흥미로운 듯 유심히 그를 살폈다.미야타 신노스케 밑에 이런 고수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리 절정의 병왕이라고 하나 하현은 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그는 오른발을 디디며 그대로 날아와 병왕의 목구멍을 향했다.섬나라 병왕은 절망적인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이미 그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어떻게 이런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차장!”병왕이 눈을 감고 죽기를 기다리던
”규칙?”“복수하려는 자에게 관대하게?”“당신들의 무학 성지라는 곳에 이런 규칙이 있었다고?!”하현은 비꼬며 말했다.“당신들이 평소 인의예지를 논한다고 해서 도덕의 최고봉에라도 앉은 줄 알아?”“게다가 그들 사제의 정이 깊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내 입장에선 봐 줄 필요 없는 사람들이잖아!”“난 그저 잡초 이파리만 잘랐을 뿐 뿌리는 자르지 않았어. 봄바람이 불면 다시 돋아날 거라고.”하현은 말을 마치며 덤덤한 표정으로 텐푸 다이토를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텐푸 다이토의 얼굴빛이 순간 한껏 긴장하며 굳어졌고 손에 든 섬나라 장도는 빛을 잃고 하현 앞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바로 그때 하현이 다시 오른 발로 바닥에 부러진 칼을 툭 건드리자 칼날이 날아올랐다.“휙휙휙!”짧은 칼날이 섬나라 병왕의 눈썹, 목구멍, 명치 등을 동시에 강타하여 병왕의 얼굴에 남은 한 가닥 원한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그는 하현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마지막 남은 원한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던 텐푸 다이토는 힘겹게 내뱉었다.“개자식...”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했다.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끝없는 원망과 독기만 남아 있었다.섬나라 사람들은 이를 보고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텐푸 다이토도 말할 수 없이 안색이 일그러졌다.“하 씨!”그는 자신의 코앞에서 하현이 미야타 신노스케의 제자를 죽이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사송란도 이 광경을 보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현은 강호의 규칙을 지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이제 자신은 섬나라 사람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세상 물정 모르는 피라미 한 놈 때문에 자신의 입장이 몹시 곤란해진 것이다.사송란은 하현이 미야타 신노스케를 이기려고 사악한 수단을 썼을 거라고 믿었다.그 결과 어찌 되었는가?이 소인배는 정말 자신이 섬나라 고수들과 싸워 이겨낼 것이라
용오행은 하현이 아무리 대단해도 미야타 신노스케와 일전을 치렀으니 분명 힘이 다 빠졌을 것이라고 믿었다.하현을 죽이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이번을 놓치면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공포에 질려 있던 텐푸 다이토는 용오행의 말을 듣고 다시 냉정을 찾았다.그는 살의를 번뜩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용당주와 사송란의 얼굴을 봐서라도 지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 그러면 당신을 죽이진 않겠어!”“섬나라로 데려가 거기서 심판을 받게 할 거야!”“아마도 당신 죽은 몸뚱아리 하나는 온전히 건사할 수 있을 거야!”“하지만 계속 이렇게 반항한다면 당신 몸뚱아리는 가로로 두 동강이 날 거야!”텐푸 다이토는 하현을 생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섬나라로 데려간 후 미야타 신노스케를 살해하려는 모의를 했다는 진술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된다면 미야타 신노스케의 패배는 덮을 수 있고 섬나라가 체면을 깎이는 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대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텐푸 다이토의 말에 용오행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얼른 무릎을 꿇어!”“텐푸 다이토가 그래도 아량을 베풀어 이런 기회를 주었으니 소중히 여겨야지!”“정말로 텐푸 다이토가 진노하면 어쩌려고 그래?”사송란 등 무학 성지 2세들은 모두 냉담한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어서 하현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 씨, 얼른 무릎 꿇지 않고 뭐해? 설마 정말 내가 당신을 건드리길 바라는 거야?”텐푸 다이토가 비꼬며 말했다.“당신의 속도는 빠르지만 이미 힘이 많이 빠졌을 텐데 이제 뭘 얼마나 몸을 놀릴 수 있겠어?”“내가 나서서 당신을 죽이지 않더라도 여기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덤비면 바로 죽일 수 있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텐푸 다이토를 지그시 바라보았다.“내가 힘이 다 빠졌는지 아닌지 한번 맞서보면 알 거 아니야!”“계속 아닌 척하기는!”텐푸 다이토는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남양 무도복을 입은 노인이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다.말할 수 없이 소탈하고 담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싸늘한 시선으로 온 장내를 훑으며 말했다.“모두 한 손을 끊고 물러가. 다행히 당신들을 죽이진 않을 것이야.”남양의 전신, 양제명!“양제명?!”백발의 노인을 보자마자 항성에서 온 몇몇 구경꾼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전설의 그 남양 전신?그가 어떻게 여기에?그의 모습을 보니 예전의 전력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았다!동남해를 종횡무진 누비던 남양의 전신이 이곳에 나타나다니!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양제명? 남양의 전신?”용오행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아, 이제 생각났어. 당신이 전설의 그 폐인?”“고작 다 죽어가는 폐인을 데리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참, 이건 우리 집법당 일이야. 우리 용문의 일이고. 그런데 외부인이 이렇게 나서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바로 용당주가 나서서 북쪽의 법이 어떤지 톡톡히 알려줄 테니까!”집법당 정예들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그들의 눈에 백발의 노인은 아무리 전신이었어도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한 손을 끓고 물러가라고?무슨 자격으로 그런 건방진 말을 하는 거야?꿈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지?양제명은 어릿광대들의 말장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현은 중요한 순간에 양제명이 자신을 위해 나서줄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고마움을 표할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사송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얼른 앞으로 나섰다.“양 어르신, 오랜만입니다.”“이곳은 우리 오매 도관이 관할하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어르신이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지금 우리
텐푸 다이토는 남양국 사람들을 아예 무시했다.비록 양제명이 남양의 전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텐푸 다이토의 눈엔 지금 이 늙은이는 자신보다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양제명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검을 내려놓은 십 년 동안 사람들은 남양 전신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잊어버린 모양이지.”“뭐라고?”말을 마치며 양제명은 한 발 내디뎠다.하룻밤 푹 쉰 뒤 그는 이미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순간 섬나라의 전신이나 음류 검객보다 훨씬 막강한 기운이 사람들의 심장을 움찔하게 만들었다.사방의 바닥에는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었다.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름이 쫙 돋았고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갔다.“헉!”그때 허공에 떠 있던 섬나라 음양사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섬나라 음양사는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양제명의 기세에 눌려 그 자리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몸이 되었다.닌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흠칫 놀라며 몸을 공중으로 도약했으나 힘도 써 보지도 못하고 바로 땅바닥에 부딪히며 피를 토했다.순간 텐푸 다이토 일행은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텐푸 다이토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무릎을 꿇고 싶어서 꿇은 게 아니라 양제명이 십 년 동안 쌓아온 기세에 눌려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이것은 도저히 감당할 만한 수준의 무력이 아니었다.무적!최강이었다!텐푸 다이토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용오행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양제명에게 직접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 나니 입이 바짝바짝 말라 할 말을 잃었다.사송란 일행들도 사색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입을 가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이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도무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하현이 음모와 술수를 써서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였다.그녀들은 받아
”아, 죄송합니다. 전신!”텐푸 다이토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섬나라 음류 체면을 봐서라도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당장 꺼져! 당장 꺼져! 어서!”텐푸 다이토는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는 십 년 동안 누워 있었던 양제명이 종이호랑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직접 대면하고 보니 그는 전쟁의 신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걸 알게 되었다.신당류에서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만이 양제명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스스로 양제명과 대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며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는 꼴이었다.텐푸 다이토는 방자하고 오만하게 굴긴 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이제 와서 빌기엔 좀 늦은 거 아닌가?”양제명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한 걸음 내디뎠다.“촤랑!”바닥의 자갈들이 무섭게 튀어나왔다.“퍽퍽퍽!”섬나라 음류 고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피바다를 이루었다.이 광경을 본 사송란 일행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남양의 전신은 전해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렇다 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개미 몇 마리 죽이는 것처럼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다.텐푸 다이토는 온몸이 저릿저릿해졌고 눈꺼풀은 마구 경련을 일으켰다.지금에서야 그는 깨달았다.오늘 여기서 양제명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 된다는 것을.순간 구원을 바라는 듯한 그의 시선이 용오행과 사송란에게 향했다.용오행은 못 본 척 그의 시선을 피했다.사송란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오늘 여기 온 목적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앞으로 걸어갔다.“양 어르신, 우리 오매 도관의 체면을 좀 세워 주십시오!”“섬나라와 우리 대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왕래가 잦고 친밀한 사이입니다. 섬나라의 미움을 산다는 것은 우리 대하의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