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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하현은 장묵빈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을 들어 손에 들고 있던 보이차를 장묵빈의 얼굴에 부어 버렸다.

“아! 아!”

갑작스러운 하현의 행동에 장묵빈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몸서리쳤다.

다른 사람들이 이치를 따지려고 할 때 그들은 폭력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폭력을 쓰려고 했을 때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이치를 들먹였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야 하고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는, 말 그대로 부잣집 도련님의 뻔뻔한 행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장묵빈은 자신이 다른 사람한테 이런 비참한 몰골로 당할 줄은 몰랐다.

오늘 그는 제대로 이치를 따지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순간 장묵빈의 마음속에는 감당하지 못할 두려움마저 떠올랐다.

그러나 두려움은 이내 사라지고 노국 황실의 위엄 서린 자신감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는 노국 황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대하인한테 이런 대접을 받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 대하인이 자신을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무릎을 꿇고 굽신거리며 서양의 개가 될지언정 아무리 번듯하다고 해도 대하인의 간판으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하 씨, 지금 당신은 폭력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다 증인이고 이게 증거야!”

장묵빈은 이를 갈며 자신의 머리에 붙은 찻잎을 가리켰다.

“당신, 이제 죽었어!”

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죽었다고?”

말을 하면서 그는 조롱하듯 손바닥을 마음대로 휘저었다.

“퍽!”

“그럼 이건 뭐야?”

“퍽!”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구?”

“퍽!”

“왜? 뺨 몇 대 때렸어. 그게 내 책임이야?”

“퍽!”

“당신은 대하인인데 염치도 모르고 서양의 개가 되려고 해. 당신이 서양의 개가 되든 말든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 하지만 내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 것은 못 참아. 그건 당신 잘못이야!”

“퍽!”

“우리 대하인들은 그동안 고군분투 끝에 우수한 민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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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재벌 사위면 될까?   2596장

    ”항성 상류층 전체가 노국 황실의 개라고?”“와우! 이건 또 무슨 엄청난 소리야!”하현은 비아냥거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그럼 어디 개 한 마리 불러서 내 앞에서 협박해 보시지?”“한 마리로 부족하면 많이 불러도 돼. 날 협박할 수 있을 만큼 불러도 돼!”하현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 손바닥으로 마리아를 내리쳤다.“이런 사람 같으면 매달 열몇 명은 더 밟아 죽일 수 있어!”“지금 다 불러! 시간도 아낄 겸 지금 다 밟아 줄 테니까!”“아악!”마리아는 얼굴을 가린 채 땅바닥에 널브러졌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마음속으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하현 저놈을 때려죽이고야 말겠다고 맹세했다.하현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란 생각이 마리아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하현이 마리아에게 핸드폰을 던지며 사람을 부르라고 하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자동차 굉음 소리가 들렸다.멀리서 십여 대의 도요타 프라도가 나타나 동 씨 집안 정원을 향해 가지런히 도열했다.이어 문이 열렸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굳은 표정을 한 남자들이 일제히 걸어왔다.이들을 바라보는 최문성과 동리아의 얼굴빛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그들이 용문 항도 지부 소속 차량들과 사람들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하현도 당연히 그들을 알아보았으나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꽂았다.그때 그들을 앞세우며 유유히 차에서 내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다부진 체격에 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듯 걸어오는 노인은 각진 얼굴에 매서운 눈빛을 띤 것도 모자라 한껏 위엄을 내세우며 다가왔다.장묵빈은 이 노인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내뱉었다.“강 회장님!”마리아도 힘겹게 고개를 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냉소적인 미소로 띠며 말했다.“하 씨, 이제 당신은 끝났어!”동리아는 낭패한 기색을 띠며 얼른 동정감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용문 항도 지회장인

  • 재벌 사위면 될까?   2597장

    체면을 생각해 줘?!이 말은 분명 상대의 의향을 묻는 질문처럼 들렸으나 실상은 친한 친구 사이에서나 주고받을 법한 말이었다.강학연의 말 몇 마디에 별안간 주위가 조용해졌다.장묵빈과 마리아 일행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었다.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강학연은 조용하게 움직이는 사람이었지만 그 행동 방식은 오만하고 횡포하기로 유명하다.그런 그가 여자 뒤에 숨어 호의호식하는 듯한 사람을 만나고도 어떻게 이렇게 예의를 차려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강학연은 항성 최고 책임자라고 체면을 봐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홍성 교관조차도 두 눈 똑바로 뜨고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장묵빈이 장 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마리아가 노국 황실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학연을 똑바로 상대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강학연은 하현 앞에 예의를 차리며 공손한 분위기마저 풍겼다.최문성과 동리아는 도대체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무슨 일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하현은 강학연을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강 지회장님, 저희 처음 뵙는 거 같은데요, 그렇죠?”“처음 만나지만 용문주가 지난번에 항성과 도성에 왔을 때 나한테 몇 마디 귀띔해 주시긴 했지.”“용문은 일치단결해서 외부의 침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강학연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용전 항도 지부의 일이 일어난 지 좀 되었는데 강학연은 이제야 얼굴을 내밀었고 하필 자신이 용문 집법당과 대적을 한 후에 나타난 것이다.이게 무슨 뜻일까?하현 혼자 집법당을 제압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일까?하현은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강 지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용문 사람들은 일치단결하여 외부의 세력

  • 재벌 사위면 될까?   2598장

    하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강 지회장님, 그들은 당신을 저들이 키우는 개라고 했습니다.”“그들은 문을 닫아걸고 개를 풀어 날 물어 죽이려고 합니다.”장묵빈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을 치켜떴다.그는 하현을 노려보다가 마른침을 삼키며 강학연에게 말했다.“강 지회장님, 오해입니다! 오해!”“우리가 총교관의 칼을 도둑맞고 나서 하도 경황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거예요!”“부디 절대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퍽!”강학연은 손바닥으로 장묵빈의 얼굴을 내려쳐 땅바닥에 넘어뜨렸다.그런 다음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닦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법을 지키지 않는 흉악무도한 놈들은 혼이 나야지! 여봐라! 잘 들어! 지금 당장 이놈의 손발을 부러뜨려!”강학연은 장묵빈을 설득해 하현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할 마음이 없었다.하현같이 단호한 사람 앞에서 사과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학연은 잘 알고 있었다.어쨌든 하현은 용문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다.강학연은 금세 뭔가 심상찮은 냄새를 맡았다.용문주가 하현을 후계자로 양성하려고 점찍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린 것이다.그렇다면 그는 지금 하현에게 더 많은 인정을 베풀어야 뒤탈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하현 하나 구하자고 집법당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하지만 하현을 위해 몇몇 소인배의 얼굴을 걷어차는 것은 분명 엄청난 이익으로 돌아올 수지맞는 장사였다.강학연의 말을 듣고 몇몇 키 큰 용문 사람들이 올라와서 장묵빈을 끌고 가서 손발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강 씨! 당신은 장묵빈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없어요!”마리아는 장묵빈의 노국 영주권을 꺼내들며 제지하고 나섰다.“이 야만인들아, 똑똑히 봐! 우리 장묵빈은 이미 노국 사람이야!”“강 씨, 감히 당신이 우리 장묵빈을 건드린다면 그건 나와 우리 노국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퍽!”마리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

  • 재벌 사위면 될까?   2599장

    허민설은 원망 가득한 눈빛이었다.이번에 하구천은 많은 준비를 했었다.목적은 단 하나.단 번에 하현을 쓸어버리는 것이었다.강학연이 장남백의 전갈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후 누구보다 먼저 사람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아온 하구천과 허민설이었다.눈앞에서 하현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되다니!그것은 그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항상 제멋대로에 거칠 것 없이 행동하던 강학연이 장남백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공손한 자세로 하현을 맞이하며 같이 식사를 하러 가다니!이게 무슨 상황인가?“허민설, 내가 당신한테 여러 번 말했지. 큰일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은 있는 거야. 그렇게 초조해서 뭐해?”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며 뭔가 전략을 짜는 듯한 미간을 보였다.“예전에 용전 항도 지부에 용문주가 나타나 하현의 편을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일이 이미 강학연에게 전해진 것 같아.”“강학연은 아주 늙은 여우야. 함부로 움직이지도 함부로 누구 편에 서지도 않는 사람이야.”“그런데 오늘 저녁 하현과 함께 식사를 하다니. 분명 하현에 대해 뭔가 더 알아내려는 수작일 거야!”“하현이 여자 치마폭에 싸여 호의호식하는 남자라는 걸 강학연이 알게 되면 아마 지금처럼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진 않을 거야!”“마리아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예전에 강 씨 집안은 확실히 노국 황실의 개였을 거야!”“강학연이 더 이상 하현이 용문주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확신하기만 한다면 그는 언제든지 직접 나서서 하현을 죽일 거야.”“그렇게 해야 한편으로는 노국에 또 한편으론 용문 집법당에 그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일 수 있지.”“그리고 마지막으로 장 씨 집안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도 보란 듯이 자신의 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고.”“일석삼조라고 할 수 있지!”하구천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허민설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하구천, 하현이 용문주가 선택

  • 재벌 사위면 될까?   2600장

    허민설은 머릿속으로 하현의 최후를 떠올렸다.제대로 된 기반도 없이 함부로 날뛰다가 최후를 맞이할 하현을 생각하니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그들의 구역에서 그들 세력이 즐비한 상황에 하현 한 사람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란 걸 진정 모르는 걸까?제멋대로 날뛰고 경외로움이 뭔지도 모르며 여기저기 미움을 사다가 결국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모르는 놈이 분명했다.허민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을 한번 힐끔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강학연 그 늙은 여우가 하현을 직접 해결하진 않았나 봐.”“하현을 금옥루로 데려간 뒤 다른 핑계를 대고 떠났다나 봐.”“강옥연한테 하현을 대접하라고 하고는 자신은 쏙 빠졌대.”“설마 강학연 그 늙은이가 하현과 뭔가 친분 관계를 만들려는 거 아냐?”허민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만약 강학연과 하현 사이에 친분이 생긴다면 하현은 항성과 도성에서 더 많은 인맥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이것은 결코 하구천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강옥연...”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강옥연의 이름을 중얼거렸다.“강학연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우리가 어서 그에게 따끔한 주사를 놔 줘야겠군. 우리 하구천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지, 안 그래?”“항성과 도성 두 도시는 결국 항도 하 씨 손아래에 있는 땅이니까!”“누구라도 이 구역에서는 함부로 날뛸 수 없지!”“아무리 그게 하현이라도 말이야!”...항성 금옥루.하현은 테이블 중앙석에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잠자코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맞은편에는 기껏해야 이십 대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밝은 인상의 숙녀가 앉아 있었다.하지만 몸매는 어느 성숙한 여인보다 아름다웠고 눈매는 그린 듯 빼어난 곡선을 자랑했다.강학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급한 일이 생겼다며 떠났고 지금 하현과 강옥연 두 사람만이

  • 재벌 사위면 될까?   2601장

    강옥연은 강 씨 집안 아가씨였지만 평소에 금옥루에 와서 돈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런 그녀가 친구들을 모두 불렀으니 이십 대 허영심 많은 남녀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강옥연은 하현에게 물어보지 않고 태블릿PC를 들고 알아서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러고 나서 강옥연과 그녀의 친구들은 크고 작은 소리로 웃고 떠들었다.하현은 이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비록 강학연이 두 사람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하현은 강옥연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이렇게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가면 그만이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찻잔에만 열중했지만 강옥연의 묘한 시선은 자꾸만 하현에게 떨어졌다.강옥연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친구들도 힐끔힐끔 하현을 쳐다보며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어쨌든 강 지회장님이 강옥연과 선을 보라고 부른 남자이니 남다른 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하현이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고 있자 남자들은 그가 금옥루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장관에 기가 눌렸다고 생각하며 어느덧 슬슬 무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며 서로 자신들을 치켜세우기 바빴다.이 남자들은 모두 항성에서 유명한 졸부들의 2세였다.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강옥연의 무리에 낄 수 있었겠는가?이따금씩 슬쩍슬쩍 롤렉스 시계를 드러내며 머리를 쓸어넘긴다든지 고급 외제차 열쇠를 무심한 듯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든지 오메가 시계가 둘러쳐진 손목을 자랑스럽게 보인다든지 하는 그들의 행동은 졸부 2세들이 보이는 꼴같잖은 행태 그 자체였다.남자들을 쳐다보는 여자들의 눈에는 흐뭇한 빛이 넘실거렸다.오직 강옥연만이 이 남자들에게 별다른 시선을 보이지 않았다.용문 항도 지회는 겉으로 위용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항성 S4에 필적할 만한 것이다.그래서 어린아이들 놀이하듯 서로 자랑에 목매어 있는 모습들이 강옥연은 못내 탐탁하지 않았다.졸부 2세들의 과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마시며 음미하는 하현은 모습은 오히려 강옥연에게

  • 재벌 사위면 될까?   2602장

    ”손서기 매니저님.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주문한 지 삼십 분도 더 되었다구요. 왜 애피타이저도 안 나오는 거예요?”“나 주시윤을 무시하는 거예요?”과시욕이 강한 주시윤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손목에 차고 있던 오메가 시계를 보란 듯이 드러내며 고급 외제차 열쇠를 흔들어 보였다.“여러분, 안녕하세요.”손서기는 주시윤은 쳐다보지도 않고 빙긋이 웃으며 시선을 한 바퀴 빙 훑더니 강옥연에게 고정시켰다.“여러분 죄송합니다.”“방금 알고 보니 이 룸은 이미 예약되어 있었어요.”“지금 다른 룸은 없고 홀에서 그냥 드시면 안 될까요?”“화장실 옆쪽에 테이블을 하나 추가했어요.”“제 성의 표시로 오늘 주문하신 금액에서 2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손서기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들어온 목적을 숨김없이 말했다.“이미 예약되었다구요?”화가 치밀어 오른 주시윤이 가장 먼저 나섰다.“이 룸은 강옥연이 미리 예약한 거예요. 게다가 우리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기나 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가 예약했다구요?”“여길 비우라구요?”“농담이죠, 예?”“그래요? 어떻게 된 거죠? 프런트 데스크에서 아마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 제가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손서기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렇지만 그 일은 그 일이고 이 일은 이 일이죠.”“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항성에서 유명한 분들이시니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금옥루의 룸은 일정한 지위와 신분을 가지신 분만 들어올 수 있어요. 다들 아시죠?”“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 신분으로는 이 룸을 예약할 자격이 안 됩니다.”“화장실 옆쪽에 따로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로서도 최선을 다 한 거예요.”“그러니 여러분들도 협조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손서기는 한마디 한마디 단호하게 힘주어 말했다.“어쨌든 예약한 손님들이 곧 오실 텐데 여러분들이 여기 계속 계시면 서로 불미스러운 일이잖아요? 만약 그렇게 된

  • 재벌 사위면 될까?   2603장

    조금 전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씩씩거리던 주시윤은 허민설이라는 말에 갑자기 움찔하며 고개를 떨구었다.다른 졸부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었다.허민설은 항성 S4 최고 가문인 허 씨 가문 사람이다.그뿐만 아니라 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과 매우 가깝게 지내는 최측근이다.허민설에게 미움을 산다는 것은 하구천에게 미움을 산다는 얘기다!그곳에 있던 졸부 2세들은 하구천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바로 겁을 잔뜩 먹었다.어찌 감히 그에게 미움 사는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강옥연 씨, 허민설이 온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셨죠?”손서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강옥연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이제 상황을 아셨으면 홀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 주시겠어요?”“이따가 다른 직원들한테 맥주나 음료수 서비스 잘 해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섭섭하지 않게 드릴 거예요.”웃는 듯 마는 듯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는 손서기를 보며 하현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이 여자, 하는 짓이 매우 얄밉고 음흉하다.만약 오늘 밤 강옥연이 허민설이라는 이름에 겁을 먹고 여기서 물러난다면 강 씨 집안의 체면은 물론이고 용문 항도 지회장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된다.강옥연이 일어서려는 것을 보고 하현은 그녀가 겁을 먹고 물러서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오히려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천천히 손서기 앞으로 나갔다.“매니저님. 당신이 이 식당 매니저라면 지금 이 식당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계시겠죠?”강옥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손서기는 한껏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알고 있죠...”“퍽!”손서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옥연은 이미 손바닥을 후려쳐 손서기의 뺨을 날렸다.“누가 주인인지 알면서도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한 거야?”“계속 오냐오냐해 줬더니 아주 자기가 주인인 줄 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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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9장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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