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미야모토의 안색이 일그러진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미야사야를 보며 말했다. “도박신 제자, 당신도 주사위를 잘 흔드네. 당신 머리도 대단한 거 같아.”“봐봐. 소위 도박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심리전이야.”“내가 네 생각을 연거푸 알아 맞췄다는 건 네가 더 이상 내 적수가 될 수 없다는 뜻이야.”“네가 편법을 써서 다른 사람들을 속이지 않으면 너는 날 이길 수 없어.” “이렇게 하자. 네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할아버지라고 한 번만 불러주면 그만 놀고 널 놔 줄게. 어때?”“너______”미야사야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그녀는 군말 없이 다시 주사위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속도가 빨랐고 맨 마지막엔 ‘퍽’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로 덮었다. 주사위 소리는 거의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동작을 마친 후 미야사야는 하현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베팅 하세요!”하현은 테이블 위의 칩을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 “계속 놀아봐야 재미없을 거 같아.”“올인 할게.”“나는 거의 5조 5천억을 가지고 있어. 이따가 지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미야모토 아가씨,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너희들 방금 방현진에게 18조를 배상했지?”“지금 또 나에게 11조를 주면 너 본가 어르신이 너를 팔아 광산을 채굴하게 할까봐 무섭지 않아?”“유치하긴!”미야모토는 무덤덤한 기색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문을 열었으면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야. 네가 놀 수 있으면 우리는 배상할 수 있어!”“쓸데없는 말 많이 하지 말고 걸고 싶으면 걸어!”이때 미야모토는 더없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미 조금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지면 11조가 사라진다! 11조를 내 놓으려면 미야그룹가의 많은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다. 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나는 미야
“내가 안 된다고?”하현은 실소를 터뜨렸다. “미야 아가씨, 너 해 본 적 있어? 내가 안 된다고 하게!”“남자는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설마 모르는 거야?말을 하면서 하현은 손가락을 튕겼다. 미야모토는 놀리는 듯한 얼굴로 비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 네가 이런 식이니 난 해보지 않아도 네가 안 된다는 걸 알겠는데?”“그래?”하현은 웃더니 손을 뻗어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의 동작과 함께 주사위가 갑자기 가루로 변했다. 그리고 난 후 두 번째 주사위도……세 번째 주사위도……장내는 순간 멍해졌고 미야모토의 얼굴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한 무리의 도박꾼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모두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4……”“5……”“6……”“15점, 큰 것!”이 결과를 본 도박꾼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을 조롱하던 일부 사람들은 뺨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표정이 굳어졌다. 미야모토는 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 장면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멀쩡하던 3점이 456이 된 거지?“미야사야 아가씨는 역시 섬나라 도박신의 훌륭한 제자네!”하현은 손뼉을 쳤다. 지금 이 순간 비할 데 없이 안색이 안 좋아진 미야사야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나를 과대평가했어.”미야사야의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우리 도박신의 훌륭한 제자가 내가 연달아 이기는 걸 보고 내가 주사위의 점수를 알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속임수를 써서 주사위 안에 또 다른 주사위를 숨겼어. 먼저 1점 3개를 굴린 다음 주사위를 깨뜨려 456 큰 것이 된 거지……”“그녀의 계산대로라면 나는 작게 걸거나 1점 세 개에 걸었을 거야.”“그때가 되어서 그녀가 숨을 한번 내쉬면 테이블 위에 456만 남을 거고 그럼 난 지게 될 거야.”“그녀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나같이 보잘것없는 작은 인물이 어디
“타짜!?”“어쩐지 난 이 곳에 온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몇 십억을 잃었어!”“나도 그래. 나도 처음에 몇 천만 원을 이긴 거 말고는 남은 시간은 다 지기만 했어!”“나는 계속 내가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여기 타짜가 있었네!”“내가 친구를 소개시켜 주느라 허비를 했네. 이곳은 신용은 없으니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우리가 봉인 줄 알아?”“안돼. 난 반드시 돈을 돌려받아야겠어!”수백 명의 도박꾼들이 의분에 차서 고함을 지르며 미야모토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돈 갚아! 배상해!”미야모토는 이때 화가 나서 피를 내뿜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사람들을 밀어내고는 전화를 걸었다. “하현은? 그 녀석 어디로 갔어!”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야모토 아가씨, 바다에 갑자기 크루즈 한 척이 나타났어요. 그는 칩을 가지고 크루즈로 뛰어내리더니 떠나버렸어요. 저희가 반응을 했을 때는 이미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요.”미야모토는 천둥처럼 발을 구르더니 잠시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해. 심재욱에게 전화해!”“하현이 크루즈 선착장에 나타났다고 전해!”“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가 나보다 더 잘 알 거야!”……검은 파도가 하늘을 뒤덮었다. 바다 위에 호화로운 크루즈 한 척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조남헌과 진주희 두 사람은 공손하게 하현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눈썰미가 얼마나 뛰어난지, 하현이 테이블 위에 몇 조의 칩을 아무렇게나 버려두었을 때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조남헌, 내일부터 이 칩을 암시장에 싸게 팔아.”조남헌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지회장님, 이렇게 하면 저희들에겐 손해……”“손해 보는 건 상관없어. 이 칩들은 대구 길바닥의 보스들에게 공짜로 줘도 돼. 하지만 어떻게 현금으로 인출할지는 그들의 일이야. 몇 억, 몇 십억으로는 그들이 꼭 도성으로 가지고 갈 가치는 없겠지?”하현의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재미있네. 이번에 심가가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르겠네.” “우리 쪽에는 어떤 계획이 있어?”진주희는 공손히 입을 열었다. “선착장 쪽에 십여 명의 용문자제들이 현장에 매복해 있습니다. 지회장님의 분부에 따라 모두 화기에 익숙한 고수들을 찾았습니다.”“지회장님, 일손을 더 구해올까요?”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 이 연극은 한편으로는 방현진과 심재욱 두 사람 사이를 더 갈라놓기 위한 거고.”“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추측을 증명해내기 위한 거야.”“그러니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하나 눌렀다. “무슨 일이십니까?”맞은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남시현, 내가 너한테 슬기 어머니를 잘 지키라고 하지 않았어? 슬기 어머니가 어떻게 잡힌 거야?”맞은편의 목소리는 비할 데 없이 차가웠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보고 그녀의 목숨을 지키라고 했잖아요. 그녀의 목숨은 걱정할 게 없는데 내가 왜 손을 써야 돼요?”하현은 잠시 멍해지더니 잠시 후 실소를 터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할 게 있어.” 싸늘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씨, 잊지 마세요.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은 이미 다 갚았어요.”“지금부터 나한테 일을 시키려면 돈을 더 내야 돼요.”“문제 없어.”하현은 더없이 시원시원했다. “남시현 아가씨가 한 번에 2백억을 제시해도 내가 10배로 해줄게. 난 네가 필요해……”……새벽 4시. 대구 전체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크루즈 선착장의 크루즈는 모두 기슭에 정박해 있었고 이따금씩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 주위 사람들이나 귀신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크루즈 선착장 고지와 7층 높이의 폐기물 공업 빌딩에는 장준성이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곳곳에 매복해 있었다. 이곳은 공격이든 후퇴
하현의 명령과 함께 7층짜리 작은 건물 꼭대기에 있던 장준성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거의 자기도 모르게 그는 갑자기 얼굴빛이 변했고 한쪽 바닷가로 뛰어 들었다. 동시에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물러서!”“콰르릉______”그가 데리고 있던 용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7층 건물은 순식간에 거의 동시에 폭발했다. 화염이 눈부시게 번쩍이더니 파편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거대한 기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장준성 일행이 오기 전 이곳은 이미 누군가가 수작을 부려놓았던 것이다. 그는 많은 용병을 데리고 왔지만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그가 준비한 모든 것은 하현 앞에서 식은 죽 먹기처럼 한 순간에 끝나 버렸다. 바다를 향해 돌진하던 장준성은 폭파됨과 동시에 휩쓸려 날아갔고, 온몸은 시커멓게 타버렸다. 한참 후에야 ‘풍덩’소리를 내며 바다 위로 떨어졌다. 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장준성은 나머지 한 손도 부러졌다. 그는 목구멍이 달아오르더니 피가 마구 솟구쳤다. 하지만 장준성도 인물이라 이때 그는 쓰러져 죽을 것 같았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꾹 참아가며 힘겹게 바다에서 빠져 나와 해안가로 걸어나갔다. 이때 7층짜리 작은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크루즈에서 위아래 모두 검은 옷으로 가린 채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손에 저격용 화기를 들고 마음대로 휘두르더니 한 방을 쏘았다.“펑______”현장에서 폭파되지 않고 땅에 떨어져 있던 10여명의 용병들은 머리가 터져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주변에 몇 명이 매복하고 있었는데 이때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순간 귀가 멀어버렸고, 반응 할 새 없이 현장에서 즉사해버렸다. “빌어먹을!”장준성은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가슴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심재욱에게 밟혀 뺨을 맞고 죽는 장면까지 보이는 듯 했다.“너 누구야!”“너 누
“쾅!”쇠공이 땅에 떨어지자 수많은 쇠 구슬들이 날아갔고 구신애는 얼굴빛이 격하게 변했다. 그녀는 순간 바닥을 구르더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장준성을 데리고 바위 뒤로 숨었다. 거대한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더니 바위 역시 부서져버렸다. 장준성은 그제서야 구신애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은 지금 벌써 총알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죽여라! 그년을 죽여!”“하현을 죽여!”“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이때 장준성은 약간 광기를 띠고 자기도 모르게 구신애의 어깨를 잡고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퍽!”“건방지게!”구신애는 손등으로 장준성의 뺨을 때리고는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구 부인, 저 여자를 죽이세요! 하현을 죽여요!”“그 여자만 죽이면, 하현만 죽이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드릴게요!”구신애는 냉담한 기색으로 장준성의 뺨을 또 한 대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넌 벌써 죽었을 거야!”“지금 꺼져. 뒤로 물러나. 저기서 누군가 너를 맞아 줄 거야.” “여기서 방해 하지 마!”구신애는 남시현 같은 고수를 상대할 때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짐은 곁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네.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물러가겠습니다!”장준성은 험악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구 부인,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다른 방향으로 기어갔다. “가려고?”담담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시현은 손에 든 저격용 화기를 손에 쥐고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펑펑펑_______”총알들이 날아갔다. 그러나 또 다른 방향에서 구신애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타나 오른손으로 칼을 한번 휘두르더니 총알들을 모두 막아냈다. 이 모습을 본 남시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인지 알아 보았다. 20년 전 세상
그러나 구신애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남시현은 갑자기 바닥을 구르더니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고 바다에 떨어지자마자 왼손의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탈칵______”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구신애의 아름다운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그녀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어떤 군소리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섰다. “쾅______”방금 두 사람이 타고 있던 크루즈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만약 구신애가 제때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쯤 벌써 폭발에 휩싸여 죽었을 것이다. 이때 사격 솜씨가 뛰어난 용문 자제들 십여 명이 마침내 총을 들고 돌진했다. 구신애는 이 장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고 곧이어 그녀도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30분 후, 현장은 적절하게 처리가 되었고 하현은 크루즈의 파편 조각 위에 서서 담담한 기색으로 손에 군번줄을 쥐고 있었다. “지회장님, 이건……”조남헌은 아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미국 퇴역 대병의 군번줄이야. 심가는 분명 많은 돈을 들여 수십 명의 용병들을 불러들였을 거야.”“지금 이 용병들을 잃었으니 심가는 상당히 타격을 입었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방금 그 여자……”조남헌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방금 그 흰옷을 입은 여자의 솜씨는 결코 보통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 현장이나 잘 처리해. 기억해. 너희들은 경찰을 도와서 해외 도피범을 체포한 것이니 때가 되면 반드시 그들에게 상을 달라고 해야 해.”……또 두 시간이 지나 마침내 날이 어슴푸레 밝아졌다. 대구의 오래된 골목에 10년 이상 된 조식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하현은 길가에 기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골라 두유와 빵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여고생처럼 보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자가 기타를 메고 조식 식당에
남시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절대 심재욱을 과소평가 하지 마세요.”“제가 파악한 소식에 따르면 심재욱은 대구의 여섯 세자들 중에서 조용한 편에 속하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최근에 소문이 하나 돌고 있는데, 대구에 있는 명문가의 한 도련님이 곁에 많은 명수들을 불러들였대요.” “제 추측으로는 그 사람이 바로 심재욱일 거예요.”“그래서 당신이 뭘 하든지 간에 조언 하나 할 게요.”“심재욱을 조심하세요.”“개도 급하면 담을 뛰어넘을 수 있는 법이에요. 심재욱이 만약 규정을 무시한다면 꼭 막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심재욱을 상대하는 것에는 관심 없어. 적어도 그가 스스로 죽으려 달려들지 않는 한 나는 그에게는 전혀 관심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심가의 일을 해결하는 거야.”“물론 그 혼란의 근본 원인이 심재욱에게 있다면 나는 대구 여섯 세자 중에 하나를 밟아 죽이는 것도 개의치 않을 거야.”남시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마지막 남은 만두를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조심하세요. 당신이 죽는다면 난 당신을 위해 복수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치고 남시현은 유유히 떠나더니 아침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현은 생각에 잠긴 듯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렸다. 이남 갑부 심가성의 생일 잔치가 바로 오늘 밤이었다. ……“퍽______”심가 임해 별장, 심재욱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나타나서는 장준성의 뺨을 한 대 때리더니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구신애는 여전히 싸늘한 기색으로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재욱은 열 몇 대의 뺨을 날리고는 또 장준성의 갈비뼈를 걷어찼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구 부인이 웃음거리가 됐네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한두 번 두들겨 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하늘 높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