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지가 은행 카드를 날리는 걸 보고 자기 병원 부원장이 활기를 잃은 걸 보자, 병원 직원들은 모두 막막해졌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교원은 낯빛이 급변하더니 온몸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다시 하현을 향하더니 싸늘한 웃음을 터뜨렸다.교원은 견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서울에 이런 블랙 카드는 결코 다섯 장을 넘지 않았고, 블랙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 중에 신분과 지위가 높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들의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은 하인들이었고, 고급 차량이 구름처럼 많았다.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가난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녀석도 블랙 카드를 갖고 있다고? 누구를 속이나?“인터넷에서 구한 가짜 블랙 카드를 가지고 사람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원은 마치 진실을 꿰뚫어 본 듯한 냉소를 지었다.그런 다음, 그는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말했다. “수납창구에 가져가서 돈을 긁어낼 수 있는지 보세요.”간호사가 카드를 가지고 간 후, 교원은 두태가 경호원들을 데려가 하현 주위를 둘러싸게 했다. 교원이 냉랭하게 말했다. “두고 봐요. 이따가 돈을 긁어내지 못하면 저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요. 지금은 사람이 많아서 혼잡하지만, 이따가는, 흥…”이 말을 하자, 교원은 싸늘한 얼굴을 띠었다. 그는 병원 부원장이고, 자신의 의술과 의사로서의 도덕은 이 세상에 둘도 없다고 자만했으며, 차기 원장이 될 운명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거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픈 곳을 찔렀다. 장소가 적절하지 않고 체면을 지키려는 것만 아니었다면, 그는 손을 뻗어 사람을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사람을 때리지 못한다 해도, 교원은 이 순간 이미 마음을 먹었다. 그 블랙 카드가 가짜라는 것만 확실시된다면, 그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이 녀석을 경찰서로 보낼 것이다.얼마 안 지나, 하현을 거지라고 욕하던 간호사가 카드를 들고 돌아왔다. 간호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몸을 살짝 떨면서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게 하현 앞으로 걸어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섭이 다친 이유에 관해서 그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아, 그리고 절차를 마저 밟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야 저희가 다른 병원에서 어르신의 전자진료카드를 가져와서 알레르기나 다른 합병증이 있으신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처리하고 나면 저희가 약을 쓸 수 있어요.” 서연이 말했다.“네, 얼른 처리할게요.” 하현이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인 다음, 흥섭의 곁을 지키러 VIP 병실로 갔다.병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하현이 머리를 탁 쳤다. 아까 너무 급한 나머지 서연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 이런 병원에서 의술과 품성 모두 훌륭하니, 알고 지낼 가치가 있었다.흥섭이 아직 잠들어 있는 걸 보자, 하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간호사 한 명을 찾아 서연의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런 다음, 하현은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서연의 개인 사무실.이 시각, 서연은 고개를 들어 소파 위에 앉아있는 교원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원장님, 저는 외진하러 가봐야 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교원은 소파 위에서 다리 꼬고 실실 웃고 있었는데, 매우 변태 같아 보였다. 게다가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서연의 몸을 위아래로 왔다갔다했는데, 마치 서연을 어떻게 할 것처럼 보였다.부인할 수 없이, 서연은 이제 막 스물 대여섯 살이었고 졸업한지 1,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서연은 화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하루 종일 하얀 가운만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화장기 없는 첫사랑 같은 외모와 섹시한 몸매에 남자라면 심장이 떨렸다.이 병원에서 서연을 쫓아다니는 남자 의사가 적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의학에만 열중하고 있었고 남자 의사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교원은 서연이 출근한 첫날부터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단지 계속해서 기회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서연 씨, 오늘 저녁에 그 환자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 돈도 안 냈고 번호표도 안 뽑았는데 수술을 시작
“부원장님, 부원장님, 하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서연의 삶은 단순해서 이런 변태를 만난 적이 없었다. 이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쳤지만, 교원의 힘세고 큰 손을 상대로는 온몸에 힘이 빠졌고 마음처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이때, 교원은 본모습을 드러냈고, 서연의 절규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를 사무실에서 짓눌렀다.“하지 마세요! 부원장님, 제발요, 저를 놓아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서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끊임없이 발버둥쳤다.안타깝게도 애당초에 교원이 서연의 사무실을 고르는 걸 도왔을 때, 그는 제일 구석지고 조용한 곳을 골랐다. 서연이 아무리 큰 소리로 소리질러도 아무도 들을 수가 없었다.교원은 계속해서 음흉하게 웃으며 한 손으로는 서연의 다리를 눌렀고, 한 손으로는 파란색 약을 한 병 꺼냈다.“쾅!”교원이 파란색 약을 삼킨 순간, 서연의 사무실 문이 걷어차여 열렸고, 뒤이어 하현이 빙긋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그는 원래 연락하기 편하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려고 서연을 찾아왔는데, 조금 전에 사무실 문 앞으로 오자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당신이야?”하현이 갑자기 나타나 교원이 화들짝 놀라더니 화난 얼굴로 욕을 퍼부었다. “제기랄, 누가 들어오래, 꺼져!”만약 정상 상태였다면, 교원은 아마 벌써 겁먹었을 것이다. 그는 블랙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파란색 약을 섭취한 교원은 지금 머릿속이 온통 조금 전의 일로 가득 차 다급해졌으니, 진정할 틈이 어디 있겠나?“부원장님께서 흥이 넘치시네요. 지금 입고 있는 이 하얀 가운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줄 알았겠어요.” 하현이 빙그레 웃으며 말함과 동시에 의자 하나를 발로 찼다.의자가 “쿵”하고 교원의 등을 박았고,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한편, 서연은 이 틈을 타 교원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당황함과 두려움 가득한 얼굴을 내비쳤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서연을
서연은 순간 하현을 원망해야 할지 그에게 감사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한평생 의학에 열중했던 이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으로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서연은 더더욱 매력적이게 보여 사람 마음을 홀렸다.“감히 나를 때려? 여기는 내 구역이야, 몰라?” 교원은 지금 매우 화가 났고 일찌감치 이성을 잃었다.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얼른 꺼져, 안 그러면 내가 이따가 죽여버릴 거야!”하현이 싱긋 웃으며 걸어가 교원의 목을 콱 잡은 후, 그를 조금 들어올렸다.“당… 당신 지금 뭐하는 짓이야?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목이 붙잡혀 있어서 그런지, 상승한 혈압 때문에 이성을 잃은 교원의 머리가 조금 식었다. 그러고나서 그는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옆에 있던 서연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흥, 흥분하지 마세요…”하현은 고개를 돌려 서연을 힐끗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이게 바로 인간 쓰레기, 패배자예요. 오늘 내가 때마침 온 게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놈 때문에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놈이 이 일로 당신을 협박하고 당신은 그의 장난감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이런 놈은 인간 쓰레기에 패배자에 개돼지만도 못한데, 대신 자비를 구하려고요? 당신이 착한 건 알겠지만, 아가씨, 어떨 때 착함과 멍청함은 한 끗 차이예요.”서연은 서서히 얼굴을 붉히더니 분홍색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 당신 이거 안 놔! 내가 경고하는데, 나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내가 당신을 부셔버릴 거야…” 교원은 마치 멍청한 돼지처럼 발버둥을 치며 하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명색이 부원장이고 병원에서의 권력도 대단했는데,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면서도 얼마나 많은 상류층 사람이 자신에게 싹싹 비는 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녀석이 감히 자신을 그렇게 대한다고? 빌어먹을! 이런 빌어먹을 놈!지금 교원의 머릿속에는 하현이 그를 놓아준다고 해도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소리가 드디어 밖으로 흘러나오자, 병원 직원들이 이쪽 상황을 보게 되어 황급하게 경호팀장을 불러왔다.“무슨 일입니까? 뭐하는 짓이에요? 우리 부원장님을 놓으세요!” 경호팀장 두태가 재빨리 사람을 동원해 달려왔다.두태를 보자, 교원의 돼지 같이 부어 있던 얼굴에서 미소가 드러났다. 그는 발버둥을 치면서도 건방지게 하현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은 끝났어!”뒤이어, 그는 두태에게 소리질렀다. “빨리요! 빨리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요!”“또 당신이야?” 두태는 하현이 전에 자신을 발로 찬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는 흉악한 얼굴로 앞으로 걸어가 주먹을 쓸 준비를 했다.“이 자식이,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우지용의 남동생이야. 어디 한번 잘난 척해 보시든가! 내가 오늘 당신을 없애버릴 거야!” 두태가 말을 하며 쾅하고 방문을 닫은 후, 몸을 더듬거리더니 과도를 꺼내 험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고개를 돌리기도 귀찮아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우지용은 이미 처리됐는데, 당신은 여기서 거만하게 굴기나 하고, 뒤돌아서면 얻어맞아서 아무도 모르게 죽을까 봐 두렵지 않아?”두태는 픽 웃으며 말했다. “우리 형이 처리됐다고? 우리 형은 서울의 진정한 거물이야. 형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귀가 아프도록 울려댔다.두태가 힐끗 보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 형이 처리됐다고 말해? 이거 봐, 전화까지 했는데?”이 말을 하며, 두태가 핸드폰을 켰는데 위에는 뜻밖에도 우지용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자신의 대단함을 뽐내기 위해, 두태는 자신만만하게 스피커 폰으로 바꿔 공손하게 말했다. “형님…”건너편에서는 벌벌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두태야… 얼른 튀어, 나는 변백범한테 당했어… 우린 끝이야, 우리 모두 끝이야… 아…”“뚜뚜뚜…”처참한 비명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기 짝이 없던 두태는 이 순간 얼
여기까지 생각하자, 두태는 공손하게 하현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안 꺼져?” 하현이 무심하게 말했다.“쾅!”두태는 곧바로 물러난 다음 방문을 닫았다.교원은 아 큰 소리를 냈다. “우두태, 빌어먹을 눈이 멀었어? 내가 맞은 거 안 보여? 일 똑바로 안 해?”두태는 그를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 자기 형인 지용이 당했으니 얼른 도망가야지, 얼른 도망가지 않으면 자신도 끝장난다.이때, 하현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그는 교원을 바닥 위에 막 던져놓고 전화를 받았다.“하… 하현 씨… 방금 차가 막혔어서, 지금 어디예요? 할아버지는 괜찮으시죠?” 전화를 건 사람은 수정이었다. 그녀도 지각한 셈이다.하현은 바닥에 있는 교원을 보며 마음이 안 좋은 상태로 말했다. “저는 손 선생님 사무실에 있습니다. 어르신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지금 VIP 병실에 계십니다. 먼저 가있으세요. 저는 눈앞에 있는 이 돼지를 처리한 다음에 갈게요.”“네? 무슨 돼지요? 제가 가서 도와드릴까요?” 할아버지가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수정은 한숨을 돌린 뒤 물었다.“편하신 대로.” 하현은 전화를 끊고 바닥 위에 앉아있는 교원을 차갑게 바라보았다.교원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눈도 붉어 돼지 같아 보였다. 그는 침을 퉤 뱉고 하현을 보며 원망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이, 당신은 끝이야, 가기만 해봐!”말을 끝마치자, 교원은 서연을 흘깃 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더니 거부하고,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오늘 밤에 꺼질 준비하세요!”고래고래 소리치며, 교원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할 준비를 했다.하현은 이 말을 듣더니 오히려 웃었다. 그는 다급하게 앞으로 가지 않고 아무렇게나 소파 위에 앉으며 냉랭하게 교원을 보며 말했다. “누구 찾아? 그래,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뒤에 누가 있는지 한번 보지.”반면, 옆에 있던 서연은 매우 긴장한 채 걸어오
“저는 하현입니다.” 하현이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서연도 별 생각 안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씨, 얼른 가세요. 이분은 부원장님이고, 어떨 때는 저희 원장님도 허수아비로 만들어요! 부원장님 뒤에는 거물이 지지하고 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당신이 부자라고 해도 이 사람들을 건드려서는 안돼요.”말을 끝마치자, 서연은 마음속으로 매우 걱정했다. 오늘 자신을 위해 하현이 큰 문제에 휘말렸는데 어르신도 입원해 있으니,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게다가 자신도 앞으로 이 병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는데, 오히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고 단지 그 환자들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안심하세요, 별일 없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하현이 웃으며 서연을 위로했다.서연은 잠시 멍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을 믿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교원이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호가 가기 전에, 사무실 문 앞에서 이미 발소리가 들려왔다.수트를 입었지만 자세가 곧은 중년 남성 둘이 걸어 들어왔는데, 그 기세가 어마무시했다.그들 뒤에는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딱 봐도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이었다.그 중년 남자를 보자 교원은 눈앞이 반짝이더니, 마치 지푸라기를 잡은 것처럼 남자의 발 밑으로 달려가 호소했다. “안… 안 대표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방금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이 일을 꼭 처리해주세요!”“안 대표님?” 하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해했다.“안형철?” 서연의 낯빛이 급격하게 변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겁먹었다. 형철은 수도권 도시 안씨 집안 사람이었는데, 안씨 집안은 이 병원을 뒷받침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사람이 오니 자신이든 하현이든 다 끝인 듯했다.교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뒤돌아봤는데, 그의 눈빛이 심상치
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전에 일어난 일은 수정 씨께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손 선생님,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한번 말씀해보시죠. 말하기 좀 그렇다는 걸 알지만, 선생님의 환자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연의 가녀린 몸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조금 민망해하긴 했다. 이런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여자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하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환자를 위해서라면,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다.곧이어, 서연은 그날 저녁에 하현이 병원에 온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빠짐없이 말했다.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안 씨 어르신의 수술이 교원 때문에 중단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형철은 머리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끝에 가서는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교원은 그가 발탁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차기 원장으로 키울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퍽!”형철은 직접 교원을 들어올리더니 손등으로 그의 입을 내리쳤다. “위교원 씨, 내가 애초에 당신을 발탁할 때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잊으셨습니까? 의료인은 품행이 중요합니다. 당신은 몇 번이고 맹세했죠, 병원을 자기 집처럼 여기고 의사와 환자를 자기 가족처럼 대하겠다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기 가족을 대합니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철은 또 싸대기를 날렸다. 그러고나서 또 부족했는지 교원의 배를 발로 걷어차 교원이 날라가 벽에 부딪혔다.“털썩!”교원은 발버둥 치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표정조차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고통을 견디며 형철 앞에 무릎 꿇은 뒤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안 대표님, 제… 제… 제가…”“닥쳐요!” 형철이 냉랭하게 말했다. “위교원 씨, 원래 당신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나를 이렇게나 실망시켰네요. 오늘부터 병원에서 꺼지세요. 그리고 병원에서 뭘 했든 간에 사람을 불러 철저히 조사할 겁니다. 만약 당신이 병원 돈 한 푼이라도 쓴 게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
”감히 페낭 무맹주를 입에 올라다니!”“똑똑히 들어! 우리 선배가 네놈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목을 꺾어 놓았을 거야!”“당신 같은 사람 수백 명을 모아 봐도 안 될 거야!”“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방에 여기서 저 태평양 바다로 당장 날려버릴 수도 있어!”“당신! 목숨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야!”“내 선배가 온다면 네놈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거거든!”이신욱은 하현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건방지고 방자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처음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지금은 조롱과 멸시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황천화 같은 인물은 하현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었다.“하현, 정말로 내가 나설 필요없겠어?”하구봉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잠시 자료를 찾아본 뒤에 또 한 번 하현에게 상기시켜 주었다.“황천화는 최고의 병왕일 거야.”“제2의 남양 전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어.”“원 씨 가문, 양 씨 가문, 이 씨 가문 모두가 그를 데릴사위로 앉히고 싶어 해!”“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그러니 조심해야 해.”“난 페낭 경찰서의 화 팀장과 잘 아는 사이야. 그가 오면 황천화라도 체면을 세워 줄 거야.”자료를 살펴보고 나자 하구봉은 더욱 하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이나 하백진도 내 앞에서 함부로 하지 못했어. 그런데 뭐 황천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페낭 무맹주도 날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내가 황천화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어?!”하구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더는 충고하지 않았다.“끼익!”10분도 채 되지 않아 롤스로이스 세 대가 달려와 기고만장하게 엔진 소리를 뿜으며 사람들 앞
이 멍청아!이 바보 같은 놈아!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는 이신욱을 바라보며 부문상은 울상이 되었다.그가 이신욱에게 가차 없이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이런 잔인한 사람을 대할 때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그런데 이신욱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너...”부문상은 이신욱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난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렇게 날뛰면 난 더 이상 널 도와줄 수 없어!”이신욱도 이를 갈며 항변했다.“형님은 이제 상관하지 마세요!”“형님이 뭔데 자꾸 그래요?”“형님이 하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않는 거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면서 내 뺨을 때리고 그래요? 무슨 이유로 날 뭐라고 하냐구요?”“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었어요?”“잘 들으세요! 내가 하현을 싹 밀어버린 후에는 형님을 처리하러 올 겁니다!”“그때도 감히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지 두고 보죠!”“개 한 마리가 동네를 휘어잡더니 이젠 늑대가 된 줄로 착각하는군요!”“형님은 아무리 날뛰어 봤자 페낭 무맹의 개일 뿐이에요!”“하지만 내 스승님은 페낭 무맹 부맹주라구요!”“페낭 무맹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죠!”페낭 무맹 부맹주라는 말을 내뱉고 나자 이신욱은 그제야 용기를 되찾은 듯했다.그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체면을 이제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당한 시선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똑똑히 들어. 이제 당신은 끝났어.”“난 결코 내 스승과 선배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 세우고 싶지 않았지만 네놈을 혼내줘야 하니 할 수 없지!”“방금 난 이미 메시지를 보냈어. 그러니 아마 그들이 곧 도착할 거야.”“능력이 있으면 이따가 그들 앞에서도 어디 당당하게 굴어 봐!”“내 선배님이 누군지 모르지?”“바로 페낭 무맹 황천화야!”뭐?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