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 어르신은 시기 적절하게 입을 열었다. “맞아, 하현은 원래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였으니 우리 설씨 집안에 자산을 주는 게 당연해.”설은아는 유감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희정이 어떻게 또 설씨 어르신과 엮이게 되었는지, 게다가 지금 이 순간 뜻밖에도 한통속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자, 은아야, 기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럼 몇 가지 일들을 숨김없이 잘 설명해줄게.”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설씨 어르신과 희정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천일그룹은 20조의 가치가 있지만 그 자산은 다 내 겁니다. 한 푼도 당신들한테 줄 수 없어요!”“당신들 이 자산을 원하는 게 확실해요?”“지금 항성의 4대 최고 가문들과 중국 상성재벌이 천일그룹을 봉쇄하고 있어요.”“당신들이 20조의 자산을 손에 놓으면 마이너스가 될까 두렵지 않으세요?”희정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다음 순간 안색이 미친 듯이 변했다. 맞다! 지금 천일그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으니 몇 분 안에 파산 할 것이다. 지금 천일그룹의 자산을 인수받으면 파산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비록 그는 20조의 자산을 원했지만 그는 곤경에 처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대구 정 세자의 지지를 받아 강남의 모든 자산과 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온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시점에서 어찌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있겠는가?만에 하나 또 파산하면 어쩌겠는가?이 생각에 미치자 설씨 어르신은 귀신을 쫓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현, 너 빨리 꺼져. 우리 설씨 집안에서 나가. 불운을 끌고 오지 말란 말이야!”“빨리 꺼져. 지금부터 설씨 집안과 너는 한 푼어치도 관계가 없어!”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뭘 이러지 말라는 거야!? 어르신이 가까스로 다시 일어섰는데 어찌 이 폐물 때문에 다시 파산할 수 있
결국 설씨 어르신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귀신을 내쫓듯 하현을 내쫓았다.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보아 하현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구 정가의 이런 작은 행동이 역겹기는 하지만 지금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이었다.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은 모두 거대한 물건들이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압박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누구든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현의 편을 들겠다던 안씨 집안도 이번에는 태도가 아주 애매했다. 스마트 밸리를 떠나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우리를 봉쇄한 사람들을 다 기록해 뒀다가 하나씩 정산해.”“둘째, 우리도 우리 천일그룹과 맞서는 사람들은 앞으로 천일그룹이 일률적으로 봉쇄할 거라는 성명을 발표해!”“이 사람들은 우리 천일그룹에서 한 푼이라도 투자 받을 생각 하지 말라고 해.”……“하하하하……”오후 9시, 남원 최가 조상 집은 몇 개의 벽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최가 어르신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했지만 지금 핸드폰을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 “하현은 완전히 망했네! 그는 완전히 망했어!”문밖에서 병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몇 달 동안 요양을 했던 최우현이 차에서 내렸다. 최가 어르신을 본 순간 온몸이 떨렸다. “할머니, 하현이 왜요? 무슨 일이 생겼대요? 듣기로 그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최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가 할머니는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나는 지금 전에 미국 최가가 남원에서 패하고, 셋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이 떨어져나간 게 모두 이 나쁜 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분명 우리 최가의 사위이기도 한 셈인데 우리와 맞서더니!”“고소하다!최우현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그들은 요즘 매우 처참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어떤 익명의 사람에게 후원을 받게 되었고, 퇴원을 계속 미루고 있던 최우
“아주 좋아, 곽 도련님이 함께 나서면 이 불효자를 짓밟아 죽일 수 있을 거야!”최가 할머니는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20조 자산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준아, 너 빨리 방법을 찾아봐. 희정이한테 연락해서 어떻게 해서든 설은아부터 손을 대도록 해!”“그들은 부부고 아직 이혼을 안 했으니 하현이 밟혀 죽으면 그 20조 자산의 80%는 설은아 손에 넘어 갈 거야!”“우리는 설은아만 뺏으면 그 20조 자산은 우리 것이 될 거야!”최우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할머니,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우리 최가도 실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너무 충동적으로 처리하면 안 될 거 같아요.”“제 생각엔 천일그룹이 상장식을 하는 당일까지 기다렸다가 현장에 가서 재미있게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요!”“만약 그가 정말 밟혀 죽는다면 그때 가서 그의 유산을 뺏어도 늦지 않을 거예요!”최가 할머니가 말했다. “안돼. 그러면 너무 늦을 거야. 미리 준비를 해야 해!”“이번 일로 그는 확실히 죽을 거야!”“그가 천일그룹의 하 세자라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 그 많은 탑 클래스 가문에 혼자 힘으로 맞서려고 하다니, 그게 말이 돼?”“하지만 내일 모레 우리가 현장에 가려고 하는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러 가기 위한 것뿐이야!”“그가 이전에 잘 나갔을 때 누가 신분을 숨긴 채 우리를 지지해 주지 말라고 했지? 우리가 출세할 까 두려웠나?”“지금 우리한테 기어올라가라고 해도 우리는 관심 없어!”최가 사람들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웃음 거리를 들은 듯 연신 냉소를 터트렸다. ……밖에서는 비아냥거리거나 냉소하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반응이 다양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 강남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부상했던 전설의 하 세자는 이번에 실패할 것 같았다.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하 선생님. 선생님 명의의 천일그룹이 오늘 성공적으로 상장되었습니다. 주식 거래하시면 되겠습니다!”“오늘 오후 3시에 마감되는 가격이 귀사의 자산 한도를 결정하게 됩니다.”“만약 주식이 깨지면 귀사는 파산하게 될 것이고 일시 동결된 20조 현금은 투자자에게 배상될 겁니다!”“뚜뚜뚜______”전화가 끊겼다.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회사가 상장됐대. 주식 판매가가 50이고 만약 오늘 오후에 마감이 되면 판매가는 100이 될 거야. 그럼 우리 천일그룹의 자산은 2배가 되는 거지.”“만약 파산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게 될 거고!”하현의 말에 이슬기와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우윤식은 핸드폰을 켜고 주식 시장 화면을 로비 스크린에 띄웠다. 아직 정지된 상태의 십자선을 보며 모두들 숨을 죽였다. 9시 15분. 시장이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하현은 스크린의 십자선을 응시하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슬기가 다가와 구리 망치를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회장님, 징을 칠 시간이 됐습니다!”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고 손에 들고 있던 구리 망치로 징을 내리쳤다.“징징징______”징 소리가 나자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거리에 아주 선명한 소리가 전해졌고,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상장이 통과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천일그룹 주식 상장 첫날이다. 대하 주식 상장의 규칙에 따르면 첫날 주식의 등락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 표는 한 표 차이로 시가총액이 바로 두 배가 될 수 있었다. 원가를 보장해주지 않아 폭락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동시에 하현을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었다. 징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블록 양쪽에서 고급 차들이 많이 들어왔다.이 고급 차들은 속도가 매우 빨라 천일그룹의 현관문을 가로질렀다. 이 차들은 끊임 없이 포효하며 더없이 날뛰고 있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웬만한 고급 차부터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초특급
“오? 그룹이 상장 됐네?”바로 이때 그 구역에 또 한 대의 차가 나타났다. 차 문이 열리자 한 동안 보지 못했던 공지명이 붕대를 감고 깁스를 한 채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에서 몇 사람이 따라 나왔는데 지금 손에는 하얀 색 화환을 들고 있었다. 이 기쁜 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공지명을 보았을 때 이슬기와 사람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공 도련님이 뭘 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스크린에 시선을 두고 있던 하현은 고개를 돌려 냉담한 얼굴로 공지명을 힐끗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 “공 도령, 판을 뒤집을 준비 됐어?”“그럼!”공지명은 이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기색이었다.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부잣집 도련님의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거들먹거리며 하현에게로 가 차갑게 말했다. “병원 일과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마음 속에 두고 있었어!”“나는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게 할 거야!”“어쨌든 내 손발을 네가 다 부러뜨렸잖아!”“하지만 걱정 마. 나는 문명인이라 이렇게 기쁜 날에 절대 함부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나 공지명이 오늘 온 것은 딱 두 가지 일 때문이야. 첫째는 너와 천일그룹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고 싶어서이고, 둘째는 너한테 큰 선물을 주려고 왔어.”“어쨌든 네가 자비를 베풀어 준 덕분에 하 세자의 불행한 날을 내가 볼 수 있게 됐잖아.”공지명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하현이 하 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평생에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음 순간 공지명이 두 손을 두드리자 차 안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왔다.이 남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나왔고 업무용 차 뒷문이 열리더니 곧 이동식 사무실이 생겨났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현의 표정을 본 공지명은 하하 큰 소
공지명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하현보다 속도가 빠를 리 없었다. 미처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하현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씨, 다들 문명인인데 너는……”“털컥______”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왼손으로 공지명의 목을 조르며 그로 하여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게 해 주었다. 공지명은 하현이 지금 한 번만 더 조이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공지명은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는 눈꺼풀에 끊임없이 경련이 일어났지만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왜? 하 세자? 나를 죽이려고?”공지명은 냉소했다. “해봐. 네 마음대로 힘을 주면 한 손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야!”“하지만 나를 죽이면 치루 공씨 집안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네가 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조만간 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댈 거야!”“듣기로 네 아내도 미인이고 네 처제도 미인이라고 하더라!”“내가 요금 여자들한테 관심이 많아졌거든!”“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오늘 밤 사람을 보내서 그 여인들을 찾아 올 거야!”“나는 오늘 파란색 알약을 열 알, 백 알을 먹고 다 죽여 버릴 거야!”“하하하하!”공지명은 끊임없이 하현을 자극했다.“폐물, 해봐! 죽여봐!”“너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죽일 능력이 있어?”“그룹 상장 첫날, 회장이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그러면 아마 곽 도련님이 손을 대지 않아도 너는 끝장 나겠지?”공지명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가락으로 하현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현은 왼손에 약간 힘을 주었다. “하 회장님!”하현의 살기를 느끼며 슬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하현이 공지명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 이렇
거의 같은 시간에 핑크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나타났다. 이것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곧 롤스로이스는 천일그룹 현관 앞에 멈춰 섰고, 문이 열리자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사이에서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하나는 온화하고 따뜻했고, 하나는 젊고 예뻤다. 어떻게 보든 두 사람은 요괴급 미녀들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설은아와 설유아였다. “이 두 미인들은 누구지?”“천일그룹을 지지할 배짱이 있는 거야?”“머리에 물이 찬 건가? 아니면 무슨 큰 배경이 있는 건가?”“설은아는 강남 설씨 집안의 딸이고, 하현은 그녀의 데릴남편이잖아!”“또 다른 한 사람은 분명 그의 체제일 거야!”“이렇게 예쁜데 머리가 나쁘다니 아쉽다. 설마 이 한 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잉꼬부부는 원래 같은 운명이지만, 큰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날아간다!”“강남 설씨 집안은 최근에야 분가를 했다고 들었는데 설씨 집안 어르신과 설씨 집안이 다시 일어설 줄이야!”“그런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곳에 나타나다니. 설마 그녀는 상성재벌과 항성 4대 탑 클래스 가문에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는 건가?”설은아와 설유아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천일그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설은아는 몸을 돌려 담담하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동원해 천일그룹의 주식을 사기로 했어요!”“지금부터 시작합니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설은아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사람들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로비 스크린에게로 떨어졌고, 공매도 되었던 천일그룹의 주식은 이때 몇 십조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큰 직선이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고 몇 십조의 자금이 쏟아져 내리자 천일그룹의 주식은 순식간에 상승했고 5 포인트나 올랐다! 그곳에서 자금 경쟁이 벌어졌지만 설은아가 공지명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 한 것이 분명했다.
천일그룹 로비. 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스크린에 뜬 주식을 쳐다 보았다. “형부, 감동받았죠?”유아는 은아를 끌어당기며 정교한 꽃바구니를 입구에 놓으며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해 언니와 제가 3일 동안 몰래 준비 한 거예요!”“언니는 겉으로는 설씨 가족을 상대하면서 형부와 연을 끊으려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끌어낼 방법을 강구했어요!”“이 모든 게 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한 거예요!”“만에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아서 제호그룹이 파산하고 우리가 실직하면 형부가 우리를 책임져야 해요!”설유아는 애교섞인 얼굴로 방긋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하현은 유아를 향해 웃어 보이고 나서야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올 필요는 없어.”“네 남자의 신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너는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하현은 오늘 이 자리에 은아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쨌든 이번은 상황이 좀 복잡해졌다. 비록 하현 자신이 전략이 있다고 해도 곽영민과 사람들은 원한 때문이든 남원 시장을 위해서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배후에는 상성재벌, 용옥, 용문, 대구 정가 등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자칫 온몸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설령 하 세자의 신분을 가졌다 할지라도 오늘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루 부부는 백일의 은혜가 있고, 천일 부부는 정이 바다만큼 깊다고 하잖아……”은아는 웃었다. “오늘 내가 안 오면 네 아내가 될 자격이 있겠어?”말을 마친 설은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소 복잡한 기색을 하고 있는 슬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현 곁에 섰다. 이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하다. 자신이 그의 곁에 서지 않으면 많은 여자들이 그의 곁에 서고 싶어 할 것이다. 설유아는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