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하 선생님. 선생님 명의의 천일그룹이 오늘 성공적으로 상장되었습니다. 주식 거래하시면 되겠습니다!”“오늘 오후 3시에 마감되는 가격이 귀사의 자산 한도를 결정하게 됩니다.”“만약 주식이 깨지면 귀사는 파산하게 될 것이고 일시 동결된 20조 현금은 투자자에게 배상될 겁니다!”“뚜뚜뚜______”전화가 끊겼다.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회사가 상장됐대. 주식 판매가가 50이고 만약 오늘 오후에 마감이 되면 판매가는 100이 될 거야. 그럼 우리 천일그룹의 자산은 2배가 되는 거지.”“만약 파산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게 될 거고!”하현의 말에 이슬기와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우윤식은 핸드폰을 켜고 주식 시장 화면을 로비 스크린에 띄웠다. 아직 정지된 상태의 십자선을 보며 모두들 숨을 죽였다. 9시 15분. 시장이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하현은 스크린의 십자선을 응시하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슬기가 다가와 구리 망치를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회장님, 징을 칠 시간이 됐습니다!”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고 손에 들고 있던 구리 망치로 징을 내리쳤다.“징징징______”징 소리가 나자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거리에 아주 선명한 소리가 전해졌고,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상장이 통과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천일그룹 주식 상장 첫날이다. 대하 주식 상장의 규칙에 따르면 첫날 주식의 등락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 표는 한 표 차이로 시가총액이 바로 두 배가 될 수 있었다. 원가를 보장해주지 않아 폭락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동시에 하현을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었다. 징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블록 양쪽에서 고급 차들이 많이 들어왔다.이 고급 차들은 속도가 매우 빨라 천일그룹의 현관문을 가로질렀다. 이 차들은 끊임 없이 포효하며 더없이 날뛰고 있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웬만한 고급 차부터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초특급
“오? 그룹이 상장 됐네?”바로 이때 그 구역에 또 한 대의 차가 나타났다. 차 문이 열리자 한 동안 보지 못했던 공지명이 붕대를 감고 깁스를 한 채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에서 몇 사람이 따라 나왔는데 지금 손에는 하얀 색 화환을 들고 있었다. 이 기쁜 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공지명을 보았을 때 이슬기와 사람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공 도련님이 뭘 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스크린에 시선을 두고 있던 하현은 고개를 돌려 냉담한 얼굴로 공지명을 힐끗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 “공 도령, 판을 뒤집을 준비 됐어?”“그럼!”공지명은 이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기색이었다.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부잣집 도련님의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거들먹거리며 하현에게로 가 차갑게 말했다. “병원 일과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마음 속에 두고 있었어!”“나는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게 할 거야!”“어쨌든 내 손발을 네가 다 부러뜨렸잖아!”“하지만 걱정 마. 나는 문명인이라 이렇게 기쁜 날에 절대 함부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나 공지명이 오늘 온 것은 딱 두 가지 일 때문이야. 첫째는 너와 천일그룹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고 싶어서이고, 둘째는 너한테 큰 선물을 주려고 왔어.”“어쨌든 네가 자비를 베풀어 준 덕분에 하 세자의 불행한 날을 내가 볼 수 있게 됐잖아.”공지명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하현이 하 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평생에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음 순간 공지명이 두 손을 두드리자 차 안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왔다.이 남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나왔고 업무용 차 뒷문이 열리더니 곧 이동식 사무실이 생겨났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현의 표정을 본 공지명은 하하 큰 소
공지명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하현보다 속도가 빠를 리 없었다. 미처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하현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씨, 다들 문명인인데 너는……”“털컥______”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왼손으로 공지명의 목을 조르며 그로 하여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게 해 주었다. 공지명은 하현이 지금 한 번만 더 조이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공지명은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는 눈꺼풀에 끊임없이 경련이 일어났지만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왜? 하 세자? 나를 죽이려고?”공지명은 냉소했다. “해봐. 네 마음대로 힘을 주면 한 손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야!”“하지만 나를 죽이면 치루 공씨 집안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네가 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조만간 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댈 거야!”“듣기로 네 아내도 미인이고 네 처제도 미인이라고 하더라!”“내가 요금 여자들한테 관심이 많아졌거든!”“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오늘 밤 사람을 보내서 그 여인들을 찾아 올 거야!”“나는 오늘 파란색 알약을 열 알, 백 알을 먹고 다 죽여 버릴 거야!”“하하하하!”공지명은 끊임없이 하현을 자극했다.“폐물, 해봐! 죽여봐!”“너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죽일 능력이 있어?”“그룹 상장 첫날, 회장이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그러면 아마 곽 도련님이 손을 대지 않아도 너는 끝장 나겠지?”공지명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가락으로 하현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현은 왼손에 약간 힘을 주었다. “하 회장님!”하현의 살기를 느끼며 슬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하현이 공지명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 이렇
거의 같은 시간에 핑크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나타났다. 이것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곧 롤스로이스는 천일그룹 현관 앞에 멈춰 섰고, 문이 열리자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사이에서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하나는 온화하고 따뜻했고, 하나는 젊고 예뻤다. 어떻게 보든 두 사람은 요괴급 미녀들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설은아와 설유아였다. “이 두 미인들은 누구지?”“천일그룹을 지지할 배짱이 있는 거야?”“머리에 물이 찬 건가? 아니면 무슨 큰 배경이 있는 건가?”“설은아는 강남 설씨 집안의 딸이고, 하현은 그녀의 데릴남편이잖아!”“또 다른 한 사람은 분명 그의 체제일 거야!”“이렇게 예쁜데 머리가 나쁘다니 아쉽다. 설마 이 한 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잉꼬부부는 원래 같은 운명이지만, 큰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날아간다!”“강남 설씨 집안은 최근에야 분가를 했다고 들었는데 설씨 집안 어르신과 설씨 집안이 다시 일어설 줄이야!”“그런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곳에 나타나다니. 설마 그녀는 상성재벌과 항성 4대 탑 클래스 가문에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는 건가?”설은아와 설유아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천일그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설은아는 몸을 돌려 담담하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동원해 천일그룹의 주식을 사기로 했어요!”“지금부터 시작합니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설은아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사람들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로비 스크린에게로 떨어졌고, 공매도 되었던 천일그룹의 주식은 이때 몇 십조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큰 직선이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고 몇 십조의 자금이 쏟아져 내리자 천일그룹의 주식은 순식간에 상승했고 5 포인트나 올랐다! 그곳에서 자금 경쟁이 벌어졌지만 설은아가 공지명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 한 것이 분명했다.
천일그룹 로비. 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스크린에 뜬 주식을 쳐다 보았다. “형부, 감동받았죠?”유아는 은아를 끌어당기며 정교한 꽃바구니를 입구에 놓으며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해 언니와 제가 3일 동안 몰래 준비 한 거예요!”“언니는 겉으로는 설씨 가족을 상대하면서 형부와 연을 끊으려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끌어낼 방법을 강구했어요!”“이 모든 게 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한 거예요!”“만에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아서 제호그룹이 파산하고 우리가 실직하면 형부가 우리를 책임져야 해요!”설유아는 애교섞인 얼굴로 방긋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하현은 유아를 향해 웃어 보이고 나서야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올 필요는 없어.”“네 남자의 신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너는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하현은 오늘 이 자리에 은아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쨌든 이번은 상황이 좀 복잡해졌다. 비록 하현 자신이 전략이 있다고 해도 곽영민과 사람들은 원한 때문이든 남원 시장을 위해서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배후에는 상성재벌, 용옥, 용문, 대구 정가 등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자칫 온몸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설령 하 세자의 신분을 가졌다 할지라도 오늘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루 부부는 백일의 은혜가 있고, 천일 부부는 정이 바다만큼 깊다고 하잖아……”은아는 웃었다. “오늘 내가 안 오면 네 아내가 될 자격이 있겠어?”말을 마친 설은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소 복잡한 기색을 하고 있는 슬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현 곁에 섰다. 이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하다. 자신이 그의 곁에 서지 않으면 많은 여자들이 그의 곁에 서고 싶어 할 것이다. 설유아는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로비 스크린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때 거리에서 또 한바탕 자동차 굉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아주 오래돼 보이는 차가 천천히 들어와 천일그룹 입구에 멈춰 섰다. 이 골동품 차는 언제고 부서질 것처럼 보였고, 서희진과 사람들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빛이 역력했다. 하현 이 놈은 정말 배가 고파서 음식을 가리지를 않는구나. 아내와 처제 외에 도와줄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단 말인가? 이제 늙은이 차로 체면을 세워 보려고?이게 뭐 하는 것인가?웃기고 있네!이대성과 공지명은 불쾌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고대 복장을 한 노인이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그의 곁에는 미남 미녀가 양쪽에 한 명씩 서 있었다. 안기천과 안수정이었다. 이때 안흥섭은 웃음을 머금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오늘 이렇게 기쁜 날 안씨 집안이 천일그룹의 성원에 감사해 보답할 길이 없어 하 세자께 선물로 4천억 현금을 가지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말이 끝나고 안흥섭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스크린의 곡선이 확확 위로 번지는 것이 보였다. 원래 30 포인트 하락했던 주식이 바로 20포인트 상승했다. 간단히 말해 이대성이 방금 투자한 2천억의 공매도 자금이 모두 증발한 것이다! 심전도의 파동보다 더 큰 곡선을 보고 있자니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부잣집 귀하신 분들이라 몇 십억, 몇 백억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2천억, 4천억 거래도 자주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2천억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로 짜릿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안씨 집안 사람들 죽고 싶나!?”이대성과 공지명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서로 놀라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자 최고의 가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씨 집안이 이런 상황에서 달려 나와 하현에게 플랫폼을 제공해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4천억의 자금을 하현의 주식을 위해 쓴 것이다. 이
안기천의 말을 들은 서희진의 안색은 순간 극도로 안 좋아졌다. 그녀는 그날 곽씨 골동품의 일을 떠올리며 이때 안기천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다음 순간 서희진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더없이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안씨 집안의 몇몇 골동품 가게에서 위조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니 골동품 관리 시스템 담당자들보고 가서 잘 조사해 보라고 해!”“그리고 안씨 집안의 중소 주주들에게 연락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사겠다고 해!”“마지막으로 우리 상성재벌과 항성 4대 최정상 가문들에게 연락해서 앞으로 안씨 집안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라고 해!”“난 안씨 집안을 원해. 오늘 안씨 집안도 바로 파산시킬 거야!”지금 서희진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으니 안씨 집안도 치기 시작할 것이다. 감히 천일그룹 편을 드는 사람들은 다 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여워하는 눈빛이었다. 안씨 집안을 쳐다볼 때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하현을 도왔기 때문에 안씨 집안은 지금부터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안흥섭은 지금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서희진의 명령과 함께 안흥섭, 안기천, 안수정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전화를 받고 나서 그들 세 사람의 안색은 모두 달라졌다. 유독 하현만 냉담한 기색이었고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하현이 아직도 뻐기고 있는 것을 보고 서희진과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연신 냉소를 터뜨렸다. 소인이 뜻을 이루었다! 자신이 오늘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설마 조금도 몰랐단 말인가?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고 하다니?아니나 다를까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로비 스크린의 상승 곡선은 멈춰 섰고 판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안씨 집안의 자금은 이미 차단되어 당분간 주식 시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 당연히 며칠 동안 그룹 주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대성과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시 싸늘한 빛이 떠올랐다. 이대성이 손을 흔들자 상성재벌이 진작에 준비해 두었던 자금에
장북산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장북산, 국수 장북산?이런 큰 인물이 하현을 응원하러 오다니?그가 2백만 원만 투자했다고 해도 누가 감히 그의 주식을 증발시킬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그에게 본전을 잃게 하겠는가?나중에 자기 자신이나 가족이 아프면 그에게 찾아가 치료를 요청해야 하는 게 두렵지 않은가?이때 장북산은 이 사람들을 외면한 채 사방을 둘러보고는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 장북산은 오늘 천일그룹의 주식을 사들이려고 합니다. 이건 내부거래로 간주되어서는 안됩니다.”기자들은 둘러선 채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잠시 후 이 소식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퍼져나갔다. 주식 시장 뉴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 무리의 개인 투자자들은 국수 장북산이 천일그룹의 주식을 샀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피 비린내 나는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몰려 들었다! 원래 흔들리고 있던 레드라인이 다시 한 번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힘도 커진다. 순식간이었을 뿐인데 수 많은 사람들의 눈에 천일그룹의 주가는 이미 50에서 100으로 치솟았다. 간단히 말해 이미 두 배가 되었다는 것이다!그 동안 사들인 돈이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났다.이대성과 사람들이 공매도에 쓴 돈은 모두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장북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주식 시장의 초보인 내가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은 몰랐네.”“처음으로 주식을 투자했는데 두 배나 오른 주식을 만나다니!”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장 선생님, 농담이시죠? 이 주식은 열 배가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밥 한 끼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자!”“오세요!”하현은 장북산을 맞아들이며 홀 휴게실로 들어갔다. 이때 서희진과 사람들의 안색은 매우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이대성도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주식시장이 어떻게 이렇게 놀 수 있는가?
이때 엄도훈의 머릿속에 한 마디가 떠올랐다.천하 무공의 으뜸은 빠름이다!설마 눈앞에 있는 이놈의 실력이 격식과 장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빠른 것인가?그 정도 실력인 것인가?말도 안 된다!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대하의 전신 중에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있었던가?엄도훈은 고심 끝에 하현이 병왕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었다.사람을 더 불러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병왕이라면 자신의 무리들이 그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진홍헌과 십여 명의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하현이 수백 명의 무리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지도록 고통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히려 하현이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다.거의 반 이상이나 되는 무리들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가히 무서운 실력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니 어떻게?!”진홍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녀는 하현이 자신의 오빠에게 혼쭐이 나서 짓밟힌 뒤 함부로 대들었던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심지어 자신의 오빠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홍민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그녀가 생각하는 그 허여멀건한 데릴사위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 부잣집 2세들이 데릴사위 하나 때려잡지 못하고 오히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다니!“계속할 거야?!”멍하니 서 있는 엄도훈을 바라보며 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계속하든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남은 손 하나 마저 부러뜨리든지!”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
만약 엄도훈이 방심했기 때문에 하현에게 얼굴이 날아갔다고 치더라도 하현이 십여 명의 건달들을 가볍게 날려버린 건 하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분명 출중한 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의기양양하던 진홍헌, 진홍민 남매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젠장! 여자한테 빌붙어 빌어먹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 할 수가 있지?”“그럴 리가 없어!”“흥! 어쩐지 이 개자식이 혼자서 당당하게 우리 연합회에 찾아오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꽤나 있는 모양이군!”하현이 맥없이 쓰러지는 꼴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은 듯 화끈화끈거렸다.하현에게 당한 사람들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라 신사 상인 연합회 싸움꾼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엄도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평소에도 거침없이 사람들을 대했다.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당한 거지?엄도훈 역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부여잡았다.치솟아 오르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순간 엄도훈은 눈빛이 매서워졌고 품에서 병부의 단검을 뽑아 하현의 가슴에 들이댔다.“퍽!”단검은 하현의 가슴은커녕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엄도훈이 사정을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현이 재빠르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서남 천문채의 제자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돼?!”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차칵!”순간 낭랑한 소리와 함께 엄도훈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앗!처량한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도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현이 당하는 꼴을 구경하려던 예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범접하지 못할 하현의 단호함과 매서운 실력에 놀라
엄도훈은 얕잡아 보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다.“탁!”하현이 엄도훈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엄 회장님, 이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짓이죠!”“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엄도훈은 하현의 손을 뿌리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응시했다.하현이 감히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것 아닙니까?”“주먹이 도리이자 법이죠!”“당신은 너무 약한 존재라 우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당연하죠!”“안 그렇습니까?”“엄 회장님. 이런 녀석과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2층에 있던 진홍헌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냥 손발을 부러뜨리면 그만이에요! 흥! 어디 두고 보자구! 감히 날뛸 수 있는지!”하현이 다이아몬드와 포르쉐 918로 진홍헌의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진홍헌에게 적잖은 상처와 수치를 남긴 모양이었다.어쨌든 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고 그의 아버지 재산은 수조 원에 육박한다.하지만 금정 재벌 2세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뺨을 맞았다?!이런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하현에게 이 치욕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진홍헌이 앞으로 어떻게 금정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를 지켜보던 진홍민과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 이죽거렸다.다들 하현이 묵사발이 되어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주먹이 도리라고 한다면 그래, 어디 해 보시죠! 당신들이 못 할까 봐 두려울 지경이군요!”하현은 더 이상 진홍헌을 상대하지 않고 엄도훈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호?!”“지금 당신이 날 협박한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 구역에 와서 나 엄도훈을 협박하는 겁니까?”“흥! 자식! 배짱 한번 두둑하군!”엄도훈은 염주를 돌리며 하현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문
선두에 선 황모 청년이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씩이나 훑어본 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누구시죠? 여긴 왜 왔어요?”“신사 상인 연합회에 보호비 내러 왔어요?”하현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SL그룹에서 왔습니다.”“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엄 사장님께 오백억을 받으러 왔습니다.”“하현? SL그룹?”“아, 당신이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분명 요 며칠 최희정이 하현에 대해 떠벌린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달들이 하현을 데릴사위라고 칭하며 단번에 알아봤을 리가 없다.잠시 후 황모 청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여기저기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염주를 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전통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뭔가에 몰두하는 학자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흉악한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자 서남 천문채 금정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엄도훈이었다!엄도훈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하현입니까?”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내가 바로 하현입니다. 혹시 날 아십니까?”“당신이 하현이라니 마침 잘 되었네요!”엄도훈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었다.“내 친구 중의 한 명이 나한테 그랬죠. 데릴사위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그들을 괴롭혔다고. 그 사람 이름이 하현이라고 하더군요.”“내 친구는 자기 대신 내가 어떻게 좀 해주길 바랐죠.”“친구요?”하현이 차가운 눈빛이 스치며 말했다.“그 친구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갑니까?”엄도훈이 하현에게 손짓을 하며 뒤쪽을 보라고 했다.이때 2층 베란다에 낯익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바로 진홍헌과 진홍민 남매였다.그들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열두 명의 남녀와 부잣집 자제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하나같이 기세등등하게 하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