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성재벌이 임시로 자리잡은 별원. 중국 태권도 1인자, 선풍도골의 박영진은 부들 방석 위에 앉아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이대성은 비록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그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박영진 앞에서 그는 감히 어떠한 추측도 할 수 없었고 사실만을 말했다. 말 속에 어떠한 감정도 담아두지 않았다. 박영진은 흙으로 빚은 조각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성의 인내심이 바닥나려는 순간 박영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우리 하현 하 세자가 고수라는 말이지?”“맞습니다. 거기다 안재석이 모시고 온 태권도 세 성인도 그의 손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이대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 말을 꺼냈다. “오,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시체가 모두 훼손된 게 아쉽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안에서 한두 가지 분석을 할 수 있었을 텐데……”“만약 진짜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는 진작에 세상에 이름을 날렸을 텐데 어떻게 본적도 없는 사람일 수가 있지……”박영진은 고수처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박영진의 당당하면서도 차분한 말투에 이대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녀석은 선생님의 상대가 될 수가 없다는 거죠?”박영진은 얼굴에 언짢은 빛이 역력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내 손에서 세 번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면 나 박영진은 내 이름 세 글자를 거꾸로 쓰겠어!”이 말을 듣고 이대성은 너무 기뻤다. “그럼 선생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알려주세요!”박영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방금 천일그룹이 상장한다고 말하지 않았어?”“네!”이대성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관이지?박영진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룹상장이면 큰 일이겠네!”“너 이 좋은 날을 하현의 기일로 만드는 게 어때?”이대성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선생님은 생각이 깊으시네요. 그게 제일 재미있을 거 같아요.”박영진은 담담하게
곽영민은 웃으며 말했다. “백모용의 일은 확실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소항 백가는 전혀 따질 뜻이 없어요. 용옥쪽에서도 나를 이해해 주니 골머리 썩을 필요가 없어요.” “그럼 하현은요?”용옥은 웃으며 말했다. 곽영민은 손을 뻗어 눈썹을 비비며 말했다. “우리 하 세자가 확실히 능력이 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죠.”“적어도 현재로서는 우리 작은 수법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예요.”“그를 보내려면 큰 판을 펼쳐야 해요.” 곽영민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 떠올랐다. 하현이 그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식은 죽 먹기로 다 망쳐놔 곽영민은 조금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동시에 하현에 대한 관심도 짙어졌다. “그 놈은 확실히 좀 의외예요. 하민석 같은 사람이 그에게 패한 것은 사실 이미 그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해 준 거예요.”정용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외에도 그는 실력이 꽤 괜찮아요. 게다가 당문까지 끌어들여 빽으로 삼았잖아요. 당인준까지 지지를 하다니… 상상을 초월해요!” “당인준 뒤에 당문이 있다는 거 말고도 큰 신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강남에서 은둔하며 지낸다는 전설의 대장……”곽영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조사를 해봤는데 당인준이 그를 지지해 주는 것은 우리 하 세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우윤식이 있기 때문이에요.”“우윤식은 당도대에서 퇴역한 군사예요. 당도대가 얼마나 특별한지 정 세자도 아시잖아요.”“간단히 말해 당인준이 이번에 손을 쓴 것은 우윤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하현이 당인준을 그의 빽으로 삼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어쨌든 제가 조사한 바로는 하현이 전에 남원에 있는 한 병원에서 당문을 공격했었대요.”“대장과 같은 이런 인물이 어찌 함부로 나서서 하씨를 떠받을 수 있겠어요?”“그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곽영민은 대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 눈동자에 흠모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같은 부잣집
“협력관계가 있으면 협력관계를 종료해야 하고……”“협력관계가 없으면 외부에서 압력이……”“만약 관청 사람이라면 어느 계층에서 오든 한 명이라도 나서면 상성재벌 대하 지부는 이곳의 모든 투자를 철회할 겁니다!”“심지어 다른 외국 기업과 연락해 해당 지역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어요!”“일반 사람은 누구든 감히 그 자리에 가면 직장 잃을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남은 평생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거고요!”곽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우리만 하현 하 세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이대성도 하현을 정말 죽이려고 하는 모양이네요!”정용은 눈앞이 번뜩였다. 잠시 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죠. 이대성의 두 아들이 하현의 손에 죽었는데……”“이대성은 북삼성에서 지하세계의 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사람은 손을 쓰지 않고도 케이오 시킬 수 있을 겁니다.”“우리 존경하는 하 세자와 그의 천일그룹은 완전 끝장날 겁니다!”분명 다들 이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용과 이대성은 서로 갈등이 있었다. 그는 땅딸막하고 사근사근해 보이는 이대표가 사실 얼마나 독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이대성이 이런 수단과 이런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지금의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보아하니 이번에 우리가 손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현은 끝장 날 겁니다!”“풍택재단이 대하에서 쫓겨 나간 후 상성재벌은 모든 외국 기업들 중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대성이 손을 들면 천일그룹은 쫄딱 망할 겁니다.”정용은 이미 하현의 결말을 본 듯 미소를 지었다. 곽영민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 쪽에서 정 세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오?”정용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무슨 소문이지?곽영민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입수한 바에 의하면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 선생이 현
오후 5시! 남원 전역에 파도가 세차게 일었다. 소식이 온 도시를 휩쓸고, 거리 곳곳으로 퍼졌다. 하현이 바로 하 세자다! 하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하 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천일그룹의 하 세자, 강남의 하늘, 남원 1인자다!근데 하현은 누구지?설씨 집안의 데릴사위, 기둥서방의 대명사! 소식통에 따르면 하현이 천일그룹을 설립하고 첫 번째 세대의 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설씨 집안의 힘을 빌려 설씨 집안의 피를 충분히 빨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다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곧 상성재벌이 먼저 나서서 하현의 인품은 저급하고 권력과 부를 위해 외부인들과 연합해 강남 하씨 가문을 함정에 빠뜨려 무너뜨리고 천일그룹을 설립한 것이라 공표했다. 상성재벌은 이런 기업과는 협력하기를 꺼려 천일그룹을 전면 봉쇄하겠고 했다. 천일그룹 상장 당일, 하현이나 천일그룹에 발판을 제공하는 사람은 모두 상성배설의 적으로 간주될 것이다. 곧이어 항성 곽씨 집안은 항성 4대 가문을 대표하여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하현을 봉쇄하고 천일그룹을 봉쇄하라! 이 외에도 항성 4대 가문에 기대어 있는 일부 가문들과 기업들과 외국계 기업들이 동시에 튀어나와 하현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한 시간 만에 천일그룹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원래 천일그룹을 좋게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전부 더 없이 망설이고 있었다. 듣기로 주식시장은 이것 때문에 수만 명이 천일그룹에 대한 신규 주식 신청을 취소했다고 한다.인터넷에 많은 사람들이 천일그룹 같은 회사는 상장 자격이 없다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천일그룹을 도산하게 하고 하현을 남원에서 쫓아내라. 일시에 하현 하 세자는 주목 받은 이슈가 되었다. 원래 하현의 신분을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항성의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이 고의로 폭로한 소식 때문에 하현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하현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하 세자의 정체가 드
거실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설은아는 복잡한 기색이었고, 설유아는 기괴한 기색이었다. 마치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또 입 밖으로 무슨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하현을 쳐다보는 설재석의 눈빛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한 듯 보였다. 그리고 희정은 두려워하는 것 외에도 약간의 탐욕이 묻어났다. 설씨 어르신과 설지연 두 사람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눈동자에는 두려움도 많았지만 탐욕이 더 많았다. 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아직도 살아계셨군요. 어떻게 오늘 시간이 돼서 우리 집에 차 마시러 오신 거예요?”“탁______”설 어르신은 험상궂은 얼굴로 찻잔을 들어 올리더니 바닥으로 내리쳤다. “하현, 너 정말 간이 부었구나!”“네가 우리 설씨 집안의 힘과 부를 이용해 암암리에 천일그룹을 세웠다니!”“네가 감히 너를 하 세자라고 부르다니!”“이번에 대구 정가의 정용 세자가 직접 우리에게 이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계속 너한테 속고 있었을 거야!”“너 이번 일은 반드시 해명해야 돼!”“천일그룹의 주식을 다 내놓지 않으면 나와 너는 끝이 없을 거야.”하현은 이 말을 듣고 실소를 터뜨렸다. “어르신, 오랫동안 못 봤는데도 여전히 낯짝이 두꺼우시네요.”“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당신들 설씨 집안이 그만한 힘과 그 정도의 능력으로 천일그룹을 세울 수 있는지?”“과거에 내가 아니었으면……”“탁!”설씨 어르신은 탁자를 쳤다. “개자식! 너 정말 네가 무슨 세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허풍을 떠는 거야?”“내 앞에서 날뛰다니!?”“솔직히 말해서 오늘 아침 대구 정가가 벌써 소식을 전해 줬어. 나는 지금 강남 설씨 집안의 주인이야. 대구 정가가 강남에 있는 모든 자산과 인맥을 나에게 양도할 거야.” “조만간 우리 가문은 다시 정씨가 될 거야.”“내가 지금 너한테 원래 우리 설씨 집안 것을 돌려달라고 하는 데 감히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설지연은 더욱 한 걸
이째 희정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눈동자 속은 기대로 가득했다. 그것은 20만원이 아니고 20조원의 자산이었다! 만약 이 20조 자산을 손에 넣으면 돈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희정은 앞으로의 나날들을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설재석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해져 있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그건 하현의 자산이야……”“탁!”희정은 손등으로 재석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게 무슨 하현의 자산이야? 우리 설씨 집안의 힘과 권세로 그 자산을 얻은 거잖아. 그건 우리 설씨 집안 거야!”“나는 지금 하현한테 다 내놓으라고 말한 게 아니야. 대신 보관해주겠다고 한 거지. 하현을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 이미 그의 체면을 세워 준 거라고!”“네가 하현을 대신해서 한 말이라고?”“알겠다. 너도 분명 하현이 자산을 빼돌리는데 일조했던 거지!?”재석은 유감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가장 냉정한 사람이었던 셈이다. 그는 설씨 집안의 자산이 어떻게 20조로 변했는지, 평생을 모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하현에게 천일그룹의 20조 자산을 넘겨달라니 이게 무슨 웃기지도 않은 소리인가?설씨 어르신이 불쑥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이 자산을 우리 설씨 집에서 이전시켰지만!” “네가 지금 만약 네 장모님 명의로 자산을 옮긴다면 내가 강남 설씨 가문의 혈통을 대표해서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게!”“그리고 우리는 네가 평생 동안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도록 2억을 줄게. 어때?”말을 마치고 설씨 어르신은 불쌍히 여기는 얼굴로 마치 하현에게 살길을 열어 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설지연도 차갑게 말했다. “하현, 너 대구 정가의 실력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텐데……”“할아버지는 지금 벌써 대구 정가의 인정을 받았어. 그러니 우리 설씨 집안 것은 우리가 반드시 가지고 올 거야.”“지금 다
설씨 어르신은 시기 적절하게 입을 열었다. “맞아, 하현은 원래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였으니 우리 설씨 집안에 자산을 주는 게 당연해.”설은아는 유감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희정이 어떻게 또 설씨 어르신과 엮이게 되었는지, 게다가 지금 이 순간 뜻밖에도 한통속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자, 은아야, 기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럼 몇 가지 일들을 숨김없이 잘 설명해줄게.”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설씨 어르신과 희정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천일그룹은 20조의 가치가 있지만 그 자산은 다 내 겁니다. 한 푼도 당신들한테 줄 수 없어요!”“당신들 이 자산을 원하는 게 확실해요?”“지금 항성의 4대 최고 가문들과 중국 상성재벌이 천일그룹을 봉쇄하고 있어요.”“당신들이 20조의 자산을 손에 놓으면 마이너스가 될까 두렵지 않으세요?”희정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다음 순간 안색이 미친 듯이 변했다. 맞다! 지금 천일그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으니 몇 분 안에 파산 할 것이다. 지금 천일그룹의 자산을 인수받으면 파산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비록 그는 20조의 자산을 원했지만 그는 곤경에 처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대구 정 세자의 지지를 받아 강남의 모든 자산과 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온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시점에서 어찌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있겠는가?만에 하나 또 파산하면 어쩌겠는가?이 생각에 미치자 설씨 어르신은 귀신을 쫓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현, 너 빨리 꺼져. 우리 설씨 집안에서 나가. 불운을 끌고 오지 말란 말이야!”“빨리 꺼져. 지금부터 설씨 집안과 너는 한 푼어치도 관계가 없어!”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뭘 이러지 말라는 거야!? 어르신이 가까스로 다시 일어섰는데 어찌 이 폐물 때문에 다시 파산할 수 있
결국 설씨 어르신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귀신을 내쫓듯 하현을 내쫓았다.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보아 하현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구 정가의 이런 작은 행동이 역겹기는 하지만 지금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이었다.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은 모두 거대한 물건들이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압박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누구든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현의 편을 들겠다던 안씨 집안도 이번에는 태도가 아주 애매했다. 스마트 밸리를 떠나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우리를 봉쇄한 사람들을 다 기록해 뒀다가 하나씩 정산해.”“둘째, 우리도 우리 천일그룹과 맞서는 사람들은 앞으로 천일그룹이 일률적으로 봉쇄할 거라는 성명을 발표해!”“이 사람들은 우리 천일그룹에서 한 푼이라도 투자 받을 생각 하지 말라고 해.”……“하하하하……”오후 9시, 남원 최가 조상 집은 몇 개의 벽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최가 어르신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했지만 지금 핸드폰을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 “하현은 완전히 망했네! 그는 완전히 망했어!”문밖에서 병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몇 달 동안 요양을 했던 최우현이 차에서 내렸다. 최가 어르신을 본 순간 온몸이 떨렸다. “할머니, 하현이 왜요? 무슨 일이 생겼대요? 듣기로 그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최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가 할머니는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나는 지금 전에 미국 최가가 남원에서 패하고, 셋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이 떨어져나간 게 모두 이 나쁜 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분명 우리 최가의 사위이기도 한 셈인데 우리와 맞서더니!”“고소하다!최우현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그들은 요즘 매우 처참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어떤 익명의 사람에게 후원을 받게 되었고, 퇴원을 계속 미루고 있던 최우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
회사 입구를 나온 하현은 아우디 A8 안으로 들어가 나박하에게 시동을 걸라고 손짓을 했다.나박하는 방금 그 장면을 목격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 하현은 나박하의 눈앞에서 흉악한 발톱을 드러낸 셈이었다.이를 통해 나박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결코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시동을 건 후 나박하는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하현, 어디로 갈까요?”“엄도훈과 자금산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요?”“그를 만나야죠.”“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해야죠. 그가 이천억을 받아온다면 우린 한 푼도 가지지 않을 거라고.”“이천억. 그들 신사 상인 연합회가 십 년 동안 보호비를 걷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아마 그는 열심히 돈을 받아오려고 할 거예요.”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김탁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김탁우의 천성으로 봐서 그는 절대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늘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 함께 있었으니 김탁우는 이 사람 앞에서 절대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것이다.김준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남 천문채을 공범으로 만들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다.여섯 은둔가 중 두 씨 가문이 이 일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30분 후 나박하의 차는 짓다 말아 흉가가 된 별장 근처에 멈춰 섰다.이곳은 그들이 엄도훈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엄도훈 뒤에 있는 서남 천문채 수장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을 보니 엄도훈의 차 이외에도 여러 대의 지프가 나타나 있었다.이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엄도훈의 개조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는 칼자국과 탄환 자국이 흩어져 있었다.짐작컨대 이곳에서 방금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박하, 차를 구석으로 몰아요. 시동 끌지
”게다가 당신은 방금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좋은 말할 때 그만하라는 거야?”“내가 오늘 고의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분명히 해야 해!”“어제 김탁우가 내 집복당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상대가 놀자고 하는데 놀아 줘야지!”“지면 인정하고 혼쭐이 나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간소민은 기세를 수그리며 말했다.“하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김탁우는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김탁우도 차갑게 얼굴이 가라앉았다.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발설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하현, 함부로 남을 헐뜯지 마! 증거 있어?!”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처럼 기세 좋게 대드는 것을 보고 아직 이홍파 측이 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있을 대역전극을 볼 기대로 차올랐던 것이다.하지만 이홍파는 이미 하현에게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짓밟힌 후였다.의기양양하게 하현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현은 아무 일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은 단번에 고개를 숙였다.“김탁우, 함부로 남을 헐뜯는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지금 이런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어?”하현은 당당한 얼굴로 김탁우를 바라보았다.“설은아의 체면을 봐서 특별히 천억에 합의해 주는 거야. 내일 밤 어두워지기 전에 수표를 가져와야 할 거야.”하현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자 간소민은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 금정에서 이렇게 함부로 날뛰는 건 우리 간 씨 가문 여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잖아!”“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민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