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바로 하 세자라니!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안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들개야, 잘 했어! 이런 것까지 분석해 내다니!”“비록 네가 어떤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여기서부터 손을 대서 준비를 해야겠다!”“하현이 하 세자라면 3조 8천억을 내고, 그 다음 동결한 것도 말이 되네.”곽영민은 옆에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 세자가 남원 1인자, 강남의 하늘이라고 불리니 이렇게 날뛰는 것도 이상할 게 없네요!”“지금 이 하현 하 세자를 이렇게나 다루기 어려운 데, 안 대표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안재석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하 세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 상성재벌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야.”곽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대표님, 잊지 마세요. 전에 상성재벌의 이택수 형제가 그의 손에 넘어갔었잖아요. 거기다 동시에 상성재벌 대하 8대 천왕 중 4명이 넘어 갔어요.” 이 말을 듣고 안재석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곽영민은 자료 뭉치를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은 별로지만 그의 곁에는 당인준이라는 사람이 있어요!”“당도대 당도 전신, 당인준!”“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당인준은 이미 여러 차례 하현을 위해 손을 댔다고 합니다!”“그래서 하 세자를 상대하는 것은 아마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주변의 4대 천왕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항성의 회색지대라고 해도 당인준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너무 어려워요!”“그 사람은 한 세대의 전신이에요!”“어떤 사람이든 전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무적의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 세자에게 손을 대려면 반드시 비장의 카드가 있어야 해요!”“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휘말리기 쉬워요!” 곽영민은 비록 날뛰고 설쳐댔지만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다. 경매 사건 이후 그
“태권도 세 성인에 8대 천왕 중 다른 네 분 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 네 분까지 이 대표님 곁을 지켜주시다니요!”“그들에게 전해. 다른 네 분의 천왕이 하현 때문에 기습을 당해 죽었다고.”“지금 이 천왕 네 분도 몹시 화가 나있어!”안재석의 입가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보잘것없는 강남, 보잘것없는 남원, 7대 고수들이 도와준다면 나는 한 손으로도 하 세자를 죽일 수 있을 거야!”“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세요!”곽영진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곽 아무개가 연극을 보러 남원에 왔는데 이런 큰 연극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만약 이 일이 잘 풀리면 앞으로 남원에서 우리 항성 네 도련님도 안재석 대표님을 왕으로 모시게 될 거예요!”곽영진은 뼛속까지 안재석을 깔보는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남원의 국면을 뚫을 수 있는 바둑알이 필요한 상황인데 상대방이 나선다고 하니 그가 몇 마디 치켜 세우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이 곽 도령이 귀하신 말씀을 받들겠습니다!”안재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곽 도령은 대신해야 할 일이 있어!”“우리는 중국에서 왔고 외교 면책특권이 있지만 하 세자와 강남 관청의 관계는 막역해. 일단 우리가 하 세자를 공격하면 모두 다 나서주지 않을지도 몰라!”“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곽 도령이 나서서 최소한 관청은 제압해 주기를 바라!”“물론 우리 상성재벌도 사람 대하는 법을 알고 있어. 일이 잘 성사되면 남원을 삼분할지, 아니면 이분 할지는 곽 도령이 결정해!” “마음 놓고 손 대세요. 우리 항성 네 도련님은 영원히 대표님 편이에요.” 곽영민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준태와 공문수는 이런 일에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예요.”“양정국과 왕태환 같은 인물이 설마 안 대표님을 괴롭힐 수 있겠어요?”분명 곽영민과 안재석의 눈에 양정국과 왕태환 같은 남원 1인자, 2인자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알지. 알지
인재석과 곽영민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하현은 방금 집에 돌아온 설유아에게 며칠 뒤 같이 대학에 같이 가자고 하고 있었다. 설유아는 어디가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곳곳을 다녀본 끝에 결국 남원에 남아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선택한 학교는 바로 강남대학교였다. 강남대학교는 대하에서 10대 명문 대학 중 하나였지만 집에서 너무 가까워 설유아는 줄곧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관심이 생겼고, 하현은 자연히 지지 해주었다. 그는 특별히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에게 전화를 걸어 한 가지 일을 처리해 달라고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하현은 빨리 잊으려고 했던 여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설유아의 고3 담임 선생님 이윤지였다. 이윤지의 말에 따르면 설유아는 최근 학업성적이 많이 떨어져 강남대학교에 가려면 짧은 시간에 보충수업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았다. 이 말을 듣고 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설유아를 붙잡아다가 아래층으로 데리고 가서 차에 태워 학원에 보냈다. 집에 돌아왔을 때 하현은 막 샤워를 마치고 쉬려고 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맞은편에서 이슬기의 목소리는 다소 굳어 있었다. “하 회장님, 제가 소식을 하나 받게 돼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상성재벌 대하 부대표 안재석이 남원에 온지 며칠 됐는데, 요 며칠 간 꼼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진작에 이택성한테 말하지 않았나? 상성재벌 사람들이 감히 강남에 왔다가는 몇 명이 오든 다 밟아 죽이겠다고.”이슬기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 회장님, 이택성은 이미 죽었습니다. 게다가 듣기로 이대성이 직접 죽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말씀이 꼭 전해 졌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요.”“안재석은 광기가 있는 사람이라 회장님에게까지 손을 댈까 걱정이 됩니다.”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 내가 그의 체면을 구긴데다 지
이 말을 듣고 이슬기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에야 웃으며 말했다. “하 회장님, 이 말은 사모님께서 들으시면 절대 안돼요.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이 아마 저를 귀찮게 할지도 몰라요.”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아내는 그런 사람 아니야.”“누가 알아요?”슬기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여자를 가장 잘 알아요. 어떤 일은 마지노선이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가 있어요.”하현은 일 말을 듣고 바로 사레가 걸려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코를 잡았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우리 둘이 정말 뭔가 있는 것 같다.전화 맞은 편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참 후 슬기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말을 꺼냈다. “회장님, 조만간 저는 멀리 가 있게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가면 3개월에서 5개월은 걸릴 거 같아요……”“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떠나기 전에 우 대표님께 인수인계 할게요. 회사 운영에는 지장 없을 거예요.”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멀리 가? 어디 가는 거야?”슬기는 웃으며 말했다. “개인적인 일이라 가급적 빨리 돌아 올 거예요. 하 회장님이 저 보고 싶어 하실까봐 걱정 돼서 미리 인사 드리는 거예요!”말을 마치고 슬기는 가볍게 웃으며 이번에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슬기는 붉은 게시 글을 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고 다소 비아냥거리는 표정이 묻어났다. 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오늘 슬기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 “콰르릉______”이때 겨울 밤의 천막 위로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남원의 밤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다음 날 하현의 행동 패턴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은아가 출근을 한 후에야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 그는 새로 부임한 이평욱 보안 매니저와 함께 떠났다. 하지만 한적한 골목에 다다랐을 때
들개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반응을 하며 코웃음을 쳤다. “거만해서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 나는 네 뒤에 당인준과 변백범이 있다는 거 알아!”“하지만 아쉽게도 당인준을 유인하려고 강남 병부 전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당인준은 보러 오지 못할 거야.”“변백범 쪽에서는 지금 아마 자기 몸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일 거야!”들개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번졌다. “당 전신은 우리가 유인할 수 있고, 변백범은 바로 사람을 시켜 죽일 수도 있어!” “내 형제들이 이미 며칠 동안 그들을 지켜봤어. 이미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들을 에워싸 차에 태웠을 거야.” 하현은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백 명이 넘는다고? 너희들 정말 변백범의 내력을 알아?”“그는 비록 당도대에서 퇴역한 군사지만 당도대에서 나온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다 병왕급이야.”“백 명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들개는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너 너무 순진하게 굴지 마. 내가 이런 것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을 거 같아?”“내 물건들은 다 우리 대 중국의 퇴역한 대병들이야. 비록 병왕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일등 장수들이야!”“변백범이 싸우면 또 뭐가 어때서? 그래 봐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이길 수 없어!”“너는 그 사람이 당 전신이라고 생각해?”“당 전신이 왔다고 해도 우리도 전신급 사람들이 있으니 막을 수 있어!”“더구나 당인준이나 변백범은 죽든 말든 우리한테는 안 중요해.”“우리가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너 하 세자야. 너만 죽으면 남원은 물론 강남도 오합지졸이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여기는 우리 천하가 될 거야!”들개는 이 말을 하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마 그는 이런 비슷한 일들을 많이 해봤던 것 같다. 보잘것없는 하 세자, 그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평욱은 이때 안색이 변하고는 하현을 감싸며 말했다. “너희들 함부로 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는 비록 하현이 싸울 수
이 장면은 들개의 안색을 급변하게 했다. 그는 하현이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순간 들개는 차가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총으로 그를 쏴 죽여!”들개의 명령에 따라 30여 명의 위장복을 한 남자들은 허리에 찬 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꺼냈다. “팡팡팡______”거대한 소리가 울리더니 방금 하현에게 총기를 겨누었던 흉악범들이 하나 둘씩 말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의 미간에는 작은 총알 구멍이 뚫려 있었다. 들개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건달들이 길을 비켜주자 한 가운데서 건들건들해 보이는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를 보고 들개는 얼굴빛이 확 변하며 말했다. “변백범, 너 내 사람들한테 붙잡힌 거 아니야? 어떻게 나왔어?”방금 분명 거의 백 명을 시켜서 변백범을 포위하고 공격하라고 했는데 지금 여기에 나타나다니. 이 들개는 마음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너희들 그 정도 속셈은 하 회장님께서 이미 짐작하고 계셨지. 너희들 정말 지금 내가 포위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변백범은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화기를 내려 놓았다. “좋은 마음으로 한 마디 하겠는데, 너희들이 포위하고 있는 사람이 당 전신이야!”“뭐!? 말도 안돼!”들개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은 담담하게 골목 밖을 쳐다보며 손짓을 했다. 변백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뛰어나와 들개를 발로 걷어차 땅에 엎어뜨렸다. 들개는 미처 막아내지 못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벽에 부딪힌 채 고통스러워했다. 변백범은 앞으로 나와 들개의 얼굴을 밟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정도 능력으로 감히 우리 하 회장님을 건드리겠다고 한 거야?”“안재석 죽었어.”말을 마치고 변백범은 공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 회장님, 죽일까요? 놔둘까요?”“죽여.”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변백범은 고개를
“오늘, 아무도 못 가!”섬나라 검객은 변백범을 발로 차더니 하현 앞에 서게 했다. “하 회장님, 실망을 시켜드렸습니다!” 변백범은 입가의 핏물을 닦고 힘겹게 일어섰다. “먼저 가세요. 제가 후방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너는 당도대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배우지 못한 것이 많아. 여기까지 한 것도 나쁘지 않았어.”하현은 손을 뻗어 변백범의 어깨를 툭 쳤다. “오늘 모처럼 기회가 생겼으니 내가 한 수 가르쳐 줄게.”변백범은 온몸이 떨렸고 눈동자에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그가 살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은 바로 조기 은퇴한 일이었다. 지금 대장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옆에서 들개가 냉소하며 말했다. “하 세자, 너 머리에 물 찼지?”“너 이 분이 누군지 알아? 그는 상성재벌 대하 지부 8대 천왕 중 검천왕이야!”“네가 어떻게 그의 적수가 될 수 있어? 검천왕 이 어르신은 검 한 번으로 너를 두 동강 낼 수 있어!”검천왕은 이때도 담담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너 용기가 대단하구나. 내가 이따가 검을 꺼내면 속도가 좀 빨라질 거야. 내가 마음껏 놀아 줄게.” 검천왕은 칼 끝을 옮겨 하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이 순간 변백범과 사람들은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압박을 느꼈다. 이것은 실제나 다름없는 살의였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내가 놀아줄게.”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며 변백범의 칼을 받았다. “범아, 잘 봐. 우리 당도대 당도는 이렇게 쓰는 거야……”하현은 스승의 자태를 보여주었다. 맞은편의 검천왕은 지금 차가운 얼굴이었다. 언제 이렇게 평범한 사람도 자기 앞에서 뻐길 수 있게 된 거지? 다음 순간 검천왕은 칼집에서 장검을 꺼내 정면을 향했다. “죽고 싶으면 내가 보내주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발을 내디뎠고, 손에 들고 있는 당도를 휘둘렀는데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당도! 당
하현이 닥치는 대로 검천왕을 베어버렸을 때. 강남대학교 입구. 생기발랄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유아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더니 재빨리 하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몇 번을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형부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네. 감히 내 전화를 안받다니!”설유아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자기가 학교에 같이 가자고 해 놓고선 여태 오지도 않았다. “안녕하세요? 설유아 학생이세요?”이때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설유아 곁으로 다가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네 그런데요. 실례지만……”“그게 말이죠. 저는 강남대학교 학생인데요. 교수님께서 저에게 설유아 학생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 주라고 하셔서요……”남자는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설유아는 의심을 품은 얼굴로 말했다. “근데 저는 왜 이 일을 모를까요?”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건 소개서예요. 한 번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설유아는 호기심에 머리를 가까이 했는데, 곧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으로 사납게 설유아의 얼굴을 덮었다. 설유아는 순간 현기증이 나고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가 냉담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자 도요타 엘파 한 대가 다가와 설유아를 차에 태웠다. “너희들 누구야! 뭐 하는 거야!?”뒤편에서 설유아의 담임 교사 이윤지가 마침 교문을 나설 때 이 장면을 보고 온몸을 떨며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차는 그녀를 무시한 채 그대로 유턴을 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원 교외, 하현은 냉담한 얼굴이었다. 그의 앞에는 시체가 한 구 누워 있었다. 당인준은 천천히 당도를 거둬들이고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회장님, 이 사람들의 신원을 모두 밝혀냈습니다. 모두 중국에서 퇴역한 병사들입니다.”“알았어.”하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안재석에게 손을 대는 것은 급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그의 마지노선을 계속 떠보는 이상 그도 친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