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건너에 있던 슬기는 마지못해 말했다. “저희는 방금 들어갔는데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종업원에게 쫓겨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밖에서 대표님을 찾고 있습니다…”슬기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아까 가까이 있지 않아서 영문도 모른 채 하현이 쫓겨나는 것을 보았다.“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한 거예요?” 동하가 화들짝 놀라더니 재빨리 말했다. “이렇게 하죠, 대표님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주시고 제가 마중 나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전화를 끊은 후, 동하는 재빨리 홀이 있는 곳으로 왔다.“나 은행장님, 저는…” 진우는 동하가 걸어오는 걸 보자, 옷을 툭툭 털며 은아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걸어가 동하와 인사하려고 했다.그러나, 동하는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고, 빠르게 그의 옆을 지나갔다.진우가 내민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으며, 잠시 조금 민망했다.반면, 그의 뒤에 있던 세리는 빠르게 반응했다. “아까 그분이 나 은행장님이시죠? 보아하니 어느 손님을 마중하러 나가나 봐요…”“맞아요, 맞아요,” 진우는 빠른 반응을 보였다. “나 은행장님께서 원래 좀 허둥지둥하셔요. 지금 일이 있으신데 방해하는 건 적절하지 않으니, 조금 이따가 다시 은행장님을 만나러 가죠.”......구르미 산장 홀 문 앞, 종업원 한 명이 입구에 서서 경호원 두 명을 꾸짖고 있었다. “당신들 둘은 앞으로 좀 생각하고 행동하면 안 돼요? 주차장에 들어올 때 초대장을 1차로 검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여기 홀 입구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해야 해요, 알겠어요?”“조금 전 딱 봐도 거지 같은 그런 사람은 초대장 검사도 안 하고 그냥 들여보내다니, 우리 경매 행사 진행하는 데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 무슨 일 생기면 둘이서 전부 책임지세요…”경호원 두 명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 구르미 산장의 종업원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때, 동하가 허겁지겁하며 여
이와 동시에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 여자가 나동하의 여자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이 거머리 같은 놈은…종업원의 얼굴에 생각이 다 드러났고, 말로 토해내지 않았을 뿐이다.하현은 애초에 급할 것도 없었다. 진우는 하엔 그룹의 고위층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했는데, 그는 이걸 이용해 은아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어느 고위 인사를 알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종업원이 찾아오자,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아까는 초대장이 없어서 경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지금은 또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 날 뭐로 보는 거예요?”종업원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당신 같은 거머리가, 아니지, 당신 같은 바람둥이가 여기서도 허세를 부리다니. 나 은행장님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당신은 우리 구르미 산장에 들어와서 화장실 청소할 자격조차 없어.그러나 종업원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고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아까는 저의 태도가 불량했습니다.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이신지도 몰랐습니다. 부디 눈이 먼 저희를 용서해주세요!”이 말을 하며, 종업원은 두 팔을 늘어뜨렸고, 마음속에는 억울함이 가득 찼다.두 경호원도 모두 팔을 양옆에 딱 붙이고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두 인간이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인 걸. 모시고 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구르미 경매 행사의 VIP 대기실 대문.동하는 미소를 머금고 그곳에 서 있었으며, 하현과 슬기가 걸어오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셨습니까.”그의 곁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많은 회사 대표들이 이 장면을 보고 의아한 얼굴을 보였다.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젊은이가 어떻게 나동하 이 상업 은행 은행장의 중시를 받은 건가.동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이들을 소개하지도 않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하 대표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걸 압니
이런 냉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본래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웃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설레게 하였다.동하를 한번 훑어보더니, 수정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에게 닿았으며, 그녀는 약간의 의문을 품었다.동하가 무슨 신분이던가? 어째서 그의 옆에 이렇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수정은 세상 물정에 매우 밝아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이 시각, 진우와 은아는 이미 경매장에 들어갔고, 시훈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수정의 외모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렸는데, 곧이어 그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엥,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 아니신가? 아까 쫓겨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왔대?”시훈은 말하면서 걸어오며, 기품 있게 말했다. “나 은행장님, 그리고 여기 아가씨, 이분은 우리 서울에서 유명한 인물이자 평판이 매우 나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입니다.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은 이 자를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게 나을 거예요.”동하는 잠시 멍했다. 그는 하현이 바로 그 유명한 데릴사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현의 모습을 보자, 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하 같은 늙은 여우는 눈치를 살피는 데 도가 텄다.하현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의사가 없으니, 동하도 당연히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반면, 수정은 살짝 인상을 쓰며 미묘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비록 가난해 보였지만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가 남의 집안 데릴사위일 것이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 이런 남자는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더러워졌다.시훈은 자기 때문에 절세미인이 하현을 무시하는 것을 보자, 그는 순식간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가씨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딱 봐도 우리 서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온 거겠죠?”“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서울 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요. 아가씨가 개
시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꺼져준다고 해도 나는 설씨 집안 사람들한테 말할 거거든. 그 사람들 집안에 도둑이 있다고, 게다가 여기 와서 내 눈을 더럽혔다고. 설씨 집안 사람들은 나에게 이 일을 해명할 수밖에 없을 거야.”“물론,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어. 무릎 꿇고 나한테 빈다면, 당신을 그냥 놓아줄게, 어때?”하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아무 반응도 안 하자, 옆에 있던 동하는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 “시훈 씨, 제정신이에요?”동하는 여태까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본래 하현과 사이좋게 지낼 마음이 있었다. 하현을 구르미 경매 행사에 초대한 것은 조그마한 사과의 표시에 불과했다.이전에 동하는 하현이라는 사람이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저 지켜봤을 뿐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바보라고 욕하니 그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나 은행장님, 이 데릴사위의 존재가 제 눈을 안 더럽히겠나요?” 시훈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내비쳤다. 그는 동하를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뒤에 하 씨 이모라는 수도권 도시의 거물이 있어, 이 각도에서 봤을 때 그는 한낱 도시의 은행장이 우스워 보였다. 특히 지금 하현 대신 나서겠다는 모습을 한 동하가 그는 너무 싫었다.시훈이 보기에,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는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하현 때문이었다. 하현을 망가뜨릴 기회를 못 잡는다면, 그는 정말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오늘 하현을 망가뜨렸고 수도권 도시에서 온 수정도 알게 되었으니, 시훈은 이 틈을 타 하 씨 이모를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빌붙을 수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었다.이 생각을 하자, 시훈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싸늘하게 동하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 은행장님, 다른 사람들은 은행장님을 무서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좋게 말하면 은행장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저 하찮은 가게 사장인 셈이잖아요. 만약
이 두 사람이 계속해서 싸울 경우, 안씨 집안도 같이 끌려갈 수도 있다. 그것은 안씨 집안에게 불필요한 일이었고, 오늘 수정의 목표는 경매 행사였지, 다른 것이 아니었다.“수정 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훈은 다급해졌다. 그녀를 위해서 따귀도 한 대 맞았는데, 그렇게 제멋대로 가버리면 어떡하나.시훈은 수정을 따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며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나동하 당신은 이제 끝이에요. 두고 봐요, 내일 우리 박씨 집안의 돈을 모조리 이체할 테니. 당신도 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거예요!”동하는 시훈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고, 옆에 있던 하현을 힐끗 쳐다보며 탄식할 뿐이었다. “대표님, 제가 순간 욱해서 손이 나갔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면전에서 바보라고 욕을 먹고도 손이 안 나간다면, 나는 나동하 당신을 정말 하찮게 봤을 거예요.”“갑시다, 저희도 들어가서 경매장 구경이나 하죠. 내 개인 계좌 자금에 관해서는, 그쪽 은행에서 계속 맡아주기를 부탁합니다.”이 말을 남기고 하현은 느긋하게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동하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곧이어 기쁨이 흘러 넘치는 얼굴을 보였다. 보아하니 오늘 자기는 실수하지 않았고, 하현 대표도 화나지 않은 듯했다.......구르미 경매 행사의 경매장은 축구장만 한 크기로 매우 넓었다. 이 시각, 빈 좌석은 보이지 않았고, 여기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보통 신분이 아니었다. 물론, 서울의 상류층 외에도 수많은 도시에서 부자들이 모여들었다. 구르미 경매 행사는 매우 유명했는데, 매년 독특한 물건들은 가져오고는 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슬기는 여기 말고 동하의 VIP 대기실에 앉아있었다.진우, 은아와 세리는 경매장 맨 앞줄에 앉았다. 확실히 진우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그들은 그 자리에 앉지를 못했을 것이다.한편, 수정과 시훈 두 사람도 맨 앞줄에 앉았다. 하지만 이것은 오롯이 수정의 신분 때문이었다. 시훈의 신분으로는 아
수정은 냉미녀였고 은아는 온미녀였다. 그 두 여자는 마치 아름다운 꽃 두 송이처럼 그곳에 함께 앉아 있었다. 마치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처럼, 그 장면은 눈을 매우 즐겁게 했다.하지만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앉았고, 그런 희귀한 순식간에 광경을 망쳐버렸다.그 순간, 진우와 시훈 둘 다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이 데릴사위가 여긴 또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종업원들, 여기 경매 행사는 왜 이래요? 초대장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경매장에 들여보낼 수 있습니까? 계속해서 경매장에 들어오고, 이곳의 규정을 어기는 거 아닌가요?" 진우가 괴상한 얼굴로 물었다."맞아요, 어떤 사람은 데릴사위가 되고 나면 우리 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그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라요!" 시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까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그쪽 주최측에서 설명을 안 해주시나요?”“개나 소나 이 경매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면, 이 구르미 경매 행사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뒤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맞장구 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 순간 하현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다른 곳에 가서 앉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텐데, 문제는 두 미녀 중간에 앉아서 잘난 척이나 하다니. 누가 그러라고 한 건가?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우를 힐끗 쳐다본 후,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하하하, 또 주머니나 뒤적거리고, 당신이 무슨 마술이라도 할 줄 알아요? 아까도 아무것도 꺼내지 못했으면서, 지금 당신…” 진우는 큰소리로 하하 웃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조금 전에는 하현에게 정말 초대장이 없었는데, 나갔을 때 슬기가 가서 그의 겉옷을 챙겨왔다.이 순간, 하현은 손에 초대장을 쥐고 있더니 진우의 얼굴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제 당신의 그 더러운 입을 다물 수 있겠죠?”“당신…” 진우는 화를 냈다. “어딘가
곧이어, 진우는 재빠르게 세리에게 문자를 보냈다.세리는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이 머저리 옆에 앉지 마, 거지 냄새를 너한테 옮길라. 오늘 저녁에는 너도 운이 있어야 하니까 나랑 자리를 바꾸자. 이따가 서 대표님이 하엔 그룹의 고위 인사를 너에게 소개해준대!”은아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됐어, 그냥 여기 앉아있을래.”이 순간, 은아는 조금 민망했지만, 이상하게도 하현 옆에 앉아있으니 아까 진우랑 있을 때보다도 마음이 훨씬 편안했다.이런 마음의 편안함은 돈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 돌아가서 작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듯한 그런 편안함이었다.은아 자신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세리의 제안을 거절했다.세리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 일은 너무 적나라하게 벌이면 안 됐기에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어 하현을 째려보며 말했다. “거기 머저리, 당신한테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은아의 청춘을 허비하지 말아요. 사람이 주제 파악도 할 줄 알아야지, 자신의 물건이 아니면 아무리 무리하게 요구해도 소용없어요! 익지 않은 채 억지로 비틀어 딴 참외는 달지 않다고요!”하현이 웃었다. “달든 안 달든 상관없어요, 안 달면 설탕을 찍어서 먹으면 되죠! 제발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아 줄래요?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도대체 은아 남편이에요, 당신 남편이에요? 어이가 없네요!”두 사람이 싸우는 걸 듣자, 은아는 인상 쓰며 말했다. “너희 둘이 그만 싸우면 안 돼? 세리야, 결혼은 내 일이야. 요즘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이혼하고 싶지 않아…”이 말을 하자, 세리만 낯빛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진우까지 안색이 어두워졌다.만약 은아가 이혼을 안 한다면, 그에게는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하현, 당신… 오늘 밤에 집에 올 거야?” 은아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
“여보, 보아하니 오늘 밤에 이 사기꾼이랑 같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하엔 그룹 대표도 모르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차라리 내일 내 동창 슬기를 만나게 해줄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 하현은 은아에게 말했다.“진짜? 그러면 너무 좋지.” 은아는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슬기는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인데, 그녀의 연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떠한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보다도 쓸모가 있었다.진우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세리는 이미 살며시 고개를 젓고 있었으며 그에게 말을 이어가지 말라고 암시했다. 이 상황 속에서 그는 명백히도 말실수를 했으니, 무어라 더 말해도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이 시각, 경매장에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더 늘어났고, 결국 천 명 가까이 되었다. 구르미 경매 행사는 실로 인기가 많았다.잠시 후, 경매가 시작되었다.앞서 나온 몇몇 경매품들은 고전적인 시계, 진주와 보석 등등의 물건이었다. 비록 전부 보기 드문 물건이었지만, 사람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이 물건들의 낙찰가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골고루 있었고, 그 값은 상당히 비쌌지만 사람을 놀랍게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다음 경매품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참지 못하고 탄성을 내뱉었고, 그녀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아주 큰 다이아몬드 반지였는데, 눈으로만 대충 봤을 때 최소 12, 13캐럿 정도 되어 보였다. 게다가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매우 맑고 투명했고, 컷이나 투명도를 봐도 굉장히 훌륭했다.이런 다이아몬드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고, 지금 이렇게 경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세상에! 이게 바로 전설의 비둘기 알이구나. 당시에 남아프리카에서 발굴한 그 스타 다이아몬드 맞지?”“듣기로는 이 다이아몬드가 유럽의 다이아몬드 대가가 직접 컷한 거라던데. 게다가 다이아몬드를 프러포즈 반지에 박아서, 이 비싼 반지의 이름은 영원한 별이야!”“그럼 이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소리야?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