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리게 됐네요. 저에게 초대장이 있어요.”“하하하, 저기요, 당신 점점 재미있어지네요.” 진우가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난 척하는 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당신만큼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이렇게 하죠, 오늘 초대장을 꺼내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나는 한마디도 안 하고 여기서 꺼질게요.”“하지만, 만약 당신이 진다면, 당신이 꺼지는 거예요, 해볼래요?”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봐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만약에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뒤돌아서 갔을 거예요. 아내가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시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 잊으신 것 같은데, 데릴사위한테 무슨 체면이나 자존심이 있겠어요? 저 하늘 위로 이미 던져버렸겠죠!”하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하고 내기를 하죠. 저도 궁금하네요, 이따가 꺼지는 사람은 당신일지 나일지.”말을 하며, 하현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이내 표정이 굳었다.하현은 아까 초대장을 들고 왔는데, 겉옷 주머니에 넣고는 겉옷을 차에 놔두고 왔다.지금 하현은 정말 초대장을 꺼내지 못했다.“하하하, 정말 당신이 존경스럽네요. 초대장도 없으면서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오다니, 얼른 안 꺼져요!”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잘난 척을 해도 이 정도로 실패한 자는 본 적이 없다.시훈도 연이어 냉소를 지었다. 하현은 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그의 돈줄조차 그를 위해 나서기 싫은 게 안 보이나? 반면, 시훈 자신은 달랐다. 하 씨 이모가 시훈이 경매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줬을 뿐만 아니라, 카드도 마음껏 사용하게 자신에게 쥐여줬다. 이런 생각들은 시훈에게 위안이 되었다.“손님, 만약 초대장이 없으시다면 저희 구르미 경매 행사에서 손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종업원 한 명이 정중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바로 이곳의 규칙이었다.하현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종업원은 경호원을 불러 하현을 문밖으로 고이 모셨다.
전화 건너에 있던 슬기는 마지못해 말했다. “저희는 방금 들어갔는데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종업원에게 쫓겨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밖에서 대표님을 찾고 있습니다…”슬기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아까 가까이 있지 않아서 영문도 모른 채 하현이 쫓겨나는 것을 보았다.“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한 거예요?” 동하가 화들짝 놀라더니 재빨리 말했다. “이렇게 하죠, 대표님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주시고 제가 마중 나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전화를 끊은 후, 동하는 재빨리 홀이 있는 곳으로 왔다.“나 은행장님, 저는…” 진우는 동하가 걸어오는 걸 보자, 옷을 툭툭 털며 은아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걸어가 동하와 인사하려고 했다.그러나, 동하는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고, 빠르게 그의 옆을 지나갔다.진우가 내민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으며, 잠시 조금 민망했다.반면, 그의 뒤에 있던 세리는 빠르게 반응했다. “아까 그분이 나 은행장님이시죠? 보아하니 어느 손님을 마중하러 나가나 봐요…”“맞아요, 맞아요,” 진우는 빠른 반응을 보였다. “나 은행장님께서 원래 좀 허둥지둥하셔요. 지금 일이 있으신데 방해하는 건 적절하지 않으니, 조금 이따가 다시 은행장님을 만나러 가죠.”......구르미 산장 홀 문 앞, 종업원 한 명이 입구에 서서 경호원 두 명을 꾸짖고 있었다. “당신들 둘은 앞으로 좀 생각하고 행동하면 안 돼요? 주차장에 들어올 때 초대장을 1차로 검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여기 홀 입구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해야 해요, 알겠어요?”“조금 전 딱 봐도 거지 같은 그런 사람은 초대장 검사도 안 하고 그냥 들여보내다니, 우리 경매 행사 진행하는 데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 무슨 일 생기면 둘이서 전부 책임지세요…”경호원 두 명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 구르미 산장의 종업원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때, 동하가 허겁지겁하며 여
이와 동시에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 여자가 나동하의 여자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이 거머리 같은 놈은…종업원의 얼굴에 생각이 다 드러났고, 말로 토해내지 않았을 뿐이다.하현은 애초에 급할 것도 없었다. 진우는 하엔 그룹의 고위층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했는데, 그는 이걸 이용해 은아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어느 고위 인사를 알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종업원이 찾아오자,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아까는 초대장이 없어서 경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지금은 또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 날 뭐로 보는 거예요?”종업원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당신 같은 거머리가, 아니지, 당신 같은 바람둥이가 여기서도 허세를 부리다니. 나 은행장님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당신은 우리 구르미 산장에 들어와서 화장실 청소할 자격조차 없어.그러나 종업원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고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아까는 저의 태도가 불량했습니다.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이신지도 몰랐습니다. 부디 눈이 먼 저희를 용서해주세요!”이 말을 하며, 종업원은 두 팔을 늘어뜨렸고, 마음속에는 억울함이 가득 찼다.두 경호원도 모두 팔을 양옆에 딱 붙이고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두 인간이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인 걸. 모시고 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구르미 경매 행사의 VIP 대기실 대문.동하는 미소를 머금고 그곳에 서 있었으며, 하현과 슬기가 걸어오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셨습니까.”그의 곁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많은 회사 대표들이 이 장면을 보고 의아한 얼굴을 보였다.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젊은이가 어떻게 나동하 이 상업 은행 은행장의 중시를 받은 건가.동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이들을 소개하지도 않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하 대표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걸 압니
이런 냉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본래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웃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설레게 하였다.동하를 한번 훑어보더니, 수정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에게 닿았으며, 그녀는 약간의 의문을 품었다.동하가 무슨 신분이던가? 어째서 그의 옆에 이렇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수정은 세상 물정에 매우 밝아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이 시각, 진우와 은아는 이미 경매장에 들어갔고, 시훈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수정의 외모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렸는데, 곧이어 그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엥,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 아니신가? 아까 쫓겨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왔대?”시훈은 말하면서 걸어오며, 기품 있게 말했다. “나 은행장님, 그리고 여기 아가씨, 이분은 우리 서울에서 유명한 인물이자 평판이 매우 나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입니다.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은 이 자를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게 나을 거예요.”동하는 잠시 멍했다. 그는 하현이 바로 그 유명한 데릴사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현의 모습을 보자, 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하 같은 늙은 여우는 눈치를 살피는 데 도가 텄다.하현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의사가 없으니, 동하도 당연히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반면, 수정은 살짝 인상을 쓰며 미묘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비록 가난해 보였지만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가 남의 집안 데릴사위일 것이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 이런 남자는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더러워졌다.시훈은 자기 때문에 절세미인이 하현을 무시하는 것을 보자, 그는 순식간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가씨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딱 봐도 우리 서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온 거겠죠?”“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서울 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요. 아가씨가 개
시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꺼져준다고 해도 나는 설씨 집안 사람들한테 말할 거거든. 그 사람들 집안에 도둑이 있다고, 게다가 여기 와서 내 눈을 더럽혔다고. 설씨 집안 사람들은 나에게 이 일을 해명할 수밖에 없을 거야.”“물론,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어. 무릎 꿇고 나한테 빈다면, 당신을 그냥 놓아줄게, 어때?”하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아무 반응도 안 하자, 옆에 있던 동하는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 “시훈 씨, 제정신이에요?”동하는 여태까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본래 하현과 사이좋게 지낼 마음이 있었다. 하현을 구르미 경매 행사에 초대한 것은 조그마한 사과의 표시에 불과했다.이전에 동하는 하현이라는 사람이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저 지켜봤을 뿐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바보라고 욕하니 그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나 은행장님, 이 데릴사위의 존재가 제 눈을 안 더럽히겠나요?” 시훈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내비쳤다. 그는 동하를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뒤에 하 씨 이모라는 수도권 도시의 거물이 있어, 이 각도에서 봤을 때 그는 한낱 도시의 은행장이 우스워 보였다. 특히 지금 하현 대신 나서겠다는 모습을 한 동하가 그는 너무 싫었다.시훈이 보기에,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는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하현 때문이었다. 하현을 망가뜨릴 기회를 못 잡는다면, 그는 정말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오늘 하현을 망가뜨렸고 수도권 도시에서 온 수정도 알게 되었으니, 시훈은 이 틈을 타 하 씨 이모를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빌붙을 수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었다.이 생각을 하자, 시훈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싸늘하게 동하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 은행장님, 다른 사람들은 은행장님을 무서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좋게 말하면 은행장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저 하찮은 가게 사장인 셈이잖아요. 만약
이 두 사람이 계속해서 싸울 경우, 안씨 집안도 같이 끌려갈 수도 있다. 그것은 안씨 집안에게 불필요한 일이었고, 오늘 수정의 목표는 경매 행사였지, 다른 것이 아니었다.“수정 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훈은 다급해졌다. 그녀를 위해서 따귀도 한 대 맞았는데, 그렇게 제멋대로 가버리면 어떡하나.시훈은 수정을 따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며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나동하 당신은 이제 끝이에요. 두고 봐요, 내일 우리 박씨 집안의 돈을 모조리 이체할 테니. 당신도 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거예요!”동하는 시훈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고, 옆에 있던 하현을 힐끗 쳐다보며 탄식할 뿐이었다. “대표님, 제가 순간 욱해서 손이 나갔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면전에서 바보라고 욕을 먹고도 손이 안 나간다면, 나는 나동하 당신을 정말 하찮게 봤을 거예요.”“갑시다, 저희도 들어가서 경매장 구경이나 하죠. 내 개인 계좌 자금에 관해서는, 그쪽 은행에서 계속 맡아주기를 부탁합니다.”이 말을 남기고 하현은 느긋하게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동하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곧이어 기쁨이 흘러 넘치는 얼굴을 보였다. 보아하니 오늘 자기는 실수하지 않았고, 하현 대표도 화나지 않은 듯했다.......구르미 경매 행사의 경매장은 축구장만 한 크기로 매우 넓었다. 이 시각, 빈 좌석은 보이지 않았고, 여기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보통 신분이 아니었다. 물론, 서울의 상류층 외에도 수많은 도시에서 부자들이 모여들었다. 구르미 경매 행사는 매우 유명했는데, 매년 독특한 물건들은 가져오고는 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슬기는 여기 말고 동하의 VIP 대기실에 앉아있었다.진우, 은아와 세리는 경매장 맨 앞줄에 앉았다. 확실히 진우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그들은 그 자리에 앉지를 못했을 것이다.한편, 수정과 시훈 두 사람도 맨 앞줄에 앉았다. 하지만 이것은 오롯이 수정의 신분 때문이었다. 시훈의 신분으로는 아
수정은 냉미녀였고 은아는 온미녀였다. 그 두 여자는 마치 아름다운 꽃 두 송이처럼 그곳에 함께 앉아 있었다. 마치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처럼, 그 장면은 눈을 매우 즐겁게 했다.하지만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앉았고, 그런 희귀한 순식간에 광경을 망쳐버렸다.그 순간, 진우와 시훈 둘 다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이 데릴사위가 여긴 또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종업원들, 여기 경매 행사는 왜 이래요? 초대장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경매장에 들여보낼 수 있습니까? 계속해서 경매장에 들어오고, 이곳의 규정을 어기는 거 아닌가요?" 진우가 괴상한 얼굴로 물었다."맞아요, 어떤 사람은 데릴사위가 되고 나면 우리 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그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라요!" 시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까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그쪽 주최측에서 설명을 안 해주시나요?”“개나 소나 이 경매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면, 이 구르미 경매 행사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뒤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맞장구 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 순간 하현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다른 곳에 가서 앉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텐데, 문제는 두 미녀 중간에 앉아서 잘난 척이나 하다니. 누가 그러라고 한 건가?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우를 힐끗 쳐다본 후,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하하하, 또 주머니나 뒤적거리고, 당신이 무슨 마술이라도 할 줄 알아요? 아까도 아무것도 꺼내지 못했으면서, 지금 당신…” 진우는 큰소리로 하하 웃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조금 전에는 하현에게 정말 초대장이 없었는데, 나갔을 때 슬기가 가서 그의 겉옷을 챙겨왔다.이 순간, 하현은 손에 초대장을 쥐고 있더니 진우의 얼굴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제 당신의 그 더러운 입을 다물 수 있겠죠?”“당신…” 진우는 화를 냈다. “어딘가
곧이어, 진우는 재빠르게 세리에게 문자를 보냈다.세리는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이 머저리 옆에 앉지 마, 거지 냄새를 너한테 옮길라. 오늘 저녁에는 너도 운이 있어야 하니까 나랑 자리를 바꾸자. 이따가 서 대표님이 하엔 그룹의 고위 인사를 너에게 소개해준대!”은아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됐어, 그냥 여기 앉아있을래.”이 순간, 은아는 조금 민망했지만, 이상하게도 하현 옆에 앉아있으니 아까 진우랑 있을 때보다도 마음이 훨씬 편안했다.이런 마음의 편안함은 돈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 돌아가서 작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듯한 그런 편안함이었다.은아 자신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세리의 제안을 거절했다.세리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 일은 너무 적나라하게 벌이면 안 됐기에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어 하현을 째려보며 말했다. “거기 머저리, 당신한테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은아의 청춘을 허비하지 말아요. 사람이 주제 파악도 할 줄 알아야지, 자신의 물건이 아니면 아무리 무리하게 요구해도 소용없어요! 익지 않은 채 억지로 비틀어 딴 참외는 달지 않다고요!”하현이 웃었다. “달든 안 달든 상관없어요, 안 달면 설탕을 찍어서 먹으면 되죠! 제발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아 줄래요?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도대체 은아 남편이에요, 당신 남편이에요? 어이가 없네요!”두 사람이 싸우는 걸 듣자, 은아는 인상 쓰며 말했다. “너희 둘이 그만 싸우면 안 돼? 세리야, 결혼은 내 일이야. 요즘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이혼하고 싶지 않아…”이 말을 하자, 세리만 낯빛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진우까지 안색이 어두워졌다.만약 은아가 이혼을 안 한다면, 그에게는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하현, 당신… 오늘 밤에 집에 올 거야?” 은아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