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네가 화가 난 거야? 아니면 부모님이 화를 내신다는 거야?하지만 은아가 이렇게 말하자 하현도 거절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천일그룹 회장으로 부르지 않는 한 나는 절대 가지 않을 거야.”“그래. 우리 남편도 능력이 있으니 회장이 되도 나쁘지 않지.”은아는 히죽 웃었다. “그래. 그럼 오늘 밤 나는……”하현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아. 깜빡 할 뻔했네. 오늘 밤 너 서재에서 자야지!”은아는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잠시 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을 닫았다. 하현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이 여자는 질투하기 시작하면 정말 독하고 정확해진다! ……다음 날 아침 9시. 상성재벌 강남 부서 입구. 상성재벌은 대범하게 금싸라기 상권에 자리를 잡고 화원이 딸린 단독 작은 서양식 오피스텔을 구했다. 비록 작은 오피스텔은 세월감이 있었지만 사방의 고층 빌딩과 비교하면 더욱 분위기가 있었다. 듣기로 원래 이 곳은 전쟁 때 어느 서방 강대국의 영사관이었는데 나중에 방치돼 상성재벌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상성재벌 입구에는 20개 이상의 강남 사무부 임원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 사람들의 80%가 중국 사람들이었고, 그 밖의 몇 몇 대하 사람들도 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어젯밤 그들은 상성재벌 강남 사무부의 모든 자산을 다른 회사로 넘겨주어야 한다는 이택수의 통지를 받았다. 이들 임원은 비록 의혹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이택수의 세력이 너무 강해 감히 묻지도 못했다. 이때 군중들 중에는 가장 앞에 서 있던 박준생 외에도 이보배와 곽지연까지 와 있었다. 심지어 그의 고위층들도 모두 양쪽에 서 있었다. 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은 상성재벌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박준생은 굉장히 똑똑해 오늘 상성재벌의 자산을 넘겨 받을 그 그룹의 사장이 젊은 대표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특별히 두 여자를 준비해 놓았다. 어쨌든 자산을 옮긴
하 세자!?이 칭호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만약 이 분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이 분은 강남 1인자, 하늘이라 불린다. 그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모두 철판을 걷어차고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다. “박 사장님, 정말이에요?”“새로운 주인이 하 세자라고요? 그럴 가능성이 클까요?”“어째서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 이 도련님께 전혀 듣지를 못한 걸까요?”많은 사람들이 박준생을 쳐다보며 그에게 더 많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박준생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이 뭘 알겠어? 내가 이것들을 알고 있는 건 나와 새 주인의 관계가 막역하기 때문이야. 다만 어떤 일들은 내가 많이 말을 할 수가 없어. 너희들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돼.”이 말을 듣고 그 곳에 있던 임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곧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박 사장님, 새 주인과 관계가 좋으시다니 앞으로 우리들을 잘 보살 펴 주셔야 합니다!”“그래. 우리는 오래된 형제들이잖아!”“박 사장님, 새 주인 앞에서 우리에 대해서 좋은 말 좀 많이 해주세요!”이 임원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잘 돌아갔다. 새 주인을 미리 기쁘게 할 방법이 없다면 새로운 주인의 개에게 잘 보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박준생은 손사래를 치며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 좋아. 다들 우리 집 형제들이잖아!”“하지만 새로운 주인이 오더라도 다들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해!”“한 세대의 대가와 한 세대의 신하가 서로 만나는 거야! 우리들은 반드시 뭉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새 주인 밑에서 무슨 권력을 얻기는 어려울 거야!”이 말을 듣고 임원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요. 박 사장님의 말이 맞아요. 앞으로 모든 것은 사장님 마음대로 하세요!”“우리는 사장님 말씀을 듣겠습니다!”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박준생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비록 그는 새 주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이 사람들이 그의 말을
한 무리의 상성재벌 강남 사무부 임원들이 뜻밖에도 데릴사위에게 큰 절을 올리다니?이 순간, 박준생의 얼굴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도 하현을 알아보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죽일 놈!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하현,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여기가 너 따위가 올 수 있는 자리야?”“너는 이런 자리에서는 숨쉴 자격도 없어!”이보배는 하이힐을 신고 앞으로 나서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박준생도 다가와 회사 정문 쪽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이 놈아, 지금 꺼져.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어르신은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랑 실랑이 할 시간 없으니 멀리 꺼져!”“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어르신이 화나면 너는 눈엣가시가 될 거야!”이때 박준생은 하현이 왜 나타났는지, 도대체 뭘 하러 왔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간단히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데릴사위를 보고 싶지 않았다. 하현은 이 두 사람을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박준생, 이보배, 너희 두 사람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야?”“우리 머리가 이상하다고 쳐도 너 같이 허영심 많은 사람 보다는 백 배 나아!”이보배는 빈정거리는 얼굴이었다. “최소한 우리는 롤스로이스를 빌려서 뻐기지는 않는다고!”“그 롤스로이스 빌리는 데 1년 치 월급은 썼겠지? 속이 쓰릴 거 같은데?”박준생도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데릴사위란 놈이 아무리 뻐겨봤자 데릴사위란 사실은 바꿀 수가 없어!”“폐물은 영원한 폐물이야!”하현은 박준생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담담하게 말했다. “저리 꺼져!”“나보고 꺼지라고?”박준생은 너무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하현, 너 머리가 아픈 거 아니야?”“어젯밤 안 도련님한테 산채로 죽을 뻔했잖아. 만약 내가 너를 풀어주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 벌써 강에 가라앉았을 거야!
“가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가면 너희들이 누구한테 인사를 하고 환영할 건데?”박준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버럭 화를 냈다. “하씨, 너 바보야?”“방금 우리는 새로운 주인이 오시면 어떻게 인사를 할 지 연습했던 것뿐이었어!”“네가 우리의 큰 절을 받고 자기가 정말 큰 인물이 된 걸로 생각하는 거야?”이보배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씨, 너 코미디 할 거면 다른데 가서 할래?”“네가 무슨 배경, 무슨 내력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모를 것 같아?”“코미디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완전히 머리에 물이 찼구나!” 박준생은 귀찮은 얼굴로 경비원을 부르며 말했다. “밖으로 던져 버려. 기억해. 밖으로 던질 때 두 다리를 부러뜨려버려. 감히 다시 나와서 함부로 지껄일 수 있는지 한 번 보자!”이때 박준생은 정말 하현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지금 어떻게 새로운 주인에게 아부를 떨어야 할까 골몰하고 있었는데, 만에 하나라도 이 데릴사위가 새로운 주인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면 그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적지 않은 임원들은 비록 나서지는 못했지만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띠었다. 하현은 운동복을 입고 있었는데 다 합쳐도 몇 만원밖에 안 되었다. 그러면서 감히 자기가 새로운 주인이라는 거야?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나!만약 새로운 주인이 금방 오는 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 하현에게 몇 마디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해주었을 것이다. 바로 이때 차량 행렬이 천천히 들어왔다. 가장 맨 앞은 렉서스LS로 조용했지만 눈길을 끌었다. 남원 전역은 물론 강남 전역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하씨 성을 가진 사람만 렉서스를 타고 다녔다. 다른 명문가는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같은 것을 좋아한다. 렉서스를 보자 이보배는 예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하 세자가 왔나 봐!”“듣기로 천일그룹의
“헉______”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몸매가 좋고 얼굴이 예쁜 여자 임원 몇몇은 이때 자신의 숨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자기의 작은 입을 틀어막았다. 이슬기와 우윤식이 뭘 하려고 왔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이런 큰 일로 장난을 칠 리 없었다. 그니까 이 운동복을 입고 있는 데릴사위가 전설의 거물!하 세자!?박준생은 순식간에 똥을 먹은 것보다 백 배나 더 안색이 안 좋아졌고 이마가 까맣게 되었다. “뭐……” “그그그그……”“그가 정말 하 세자라고!?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은 청천벽력이라도 맞은 듯 멍한 눈빛이었다. 그녀 두 사람이 사교계의 꽃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거물에게 빌붙어 출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 세자가 눈 앞에 있었는데 놓치다니! 이때 이보배와 곽연지는 피를 토할 것 같았다. 너는 돈이 많아 돈을 헤프게 쓰는 구나! 너 너무 날뛰네! 너무 제멋대로야!너 그렇게 조용히 뭘 하려고?“이, 이럴 수가……”잠시 후 정신을 차린 이보배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그는 데릴사위잖아!”“어젯밤도 안 도련님한테 놀라 반쯤 죽었었는데!”“만약 박 사장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벌써 시체가 되었을 거야!”“이런 사람이 어떻게 전설의 하 세자일 수가 있지!?”이때 이보배는 믿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형편없는 인식 속에 데릴사위는 폐물일 뿐이었다. 데릴사위가 능력이 조금 있다고 반역을 하다니! 더구나 이건 설은아의 남편이 아닌가?설은아가 뭐길래?무슨 근거로 그녀의 남편이 하 세자가 될 수 있는 거지!?“당신들이 믿든지 말든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에요?”“당신들은 상성재벌 강남 사무부 직원들일 뿐이에요.”“오늘은 강남에 있는 상성재벌의 모든 자산을 우리에게 넘겨줘야 합니다.”“당신들이 할 일은 이전하는 일에 협조하는 겁니다.”“무슨 이견이
하현은 이들을 외면한 채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이따가 이택수가 인수인계 절차를 밟으러 올 거예요.”“절차를 밟기 전에 내가 몇 가지만 먼저 말할게요.”“첫째, 강남 사무부의 모든 자산은 천일그룹 산하 자선기금으로 편입될 거예요. 이후 이 자산운용의 모든 수익금은 모두 자선사업에 쓰이게 될 겁니다.”“둘째, 당신들 중 임원과 핵심 간부는 남기를 원한다면 내가 각 사람마다 월급의 30%씩 올려 줄 거예요.”“하지만 이전에 추잡한 말을 하고 천일그룹의 일을 그르치고 했던 당신들이 했던 그런 태도들은 거둬주세요. 누구든 감히 회사에서 당신들이 중국인이라고 소위 높은 사람의 태도를 취할 거면 미안하지만 전부 나가세요!”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좋은 말로 경고했다. 원래 그의 생각대로라면 이 중국 사람들은 아예 해고를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이슬기는 이 자산이 오랫동안 중국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어 왔기에 자산 운용에 대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모든 중국인들을 해고하면 아마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하현이 이전 사람들을 남겨두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만약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린다면 분명 해고될 것이다. 이 임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봤지만 잠시 후 퇴사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임금이 30%씩 인상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중국 스타일을 거두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돈만 많이 벌 수 있으면 나라를 팔아도 괜찮았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준생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박준생은 하현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분명 하현은 자신과 결판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용서를 빌지 않고 고개를 뻣뻣이 들고 수탉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중국 임원들과는 달리 중국의 큰 가문 출신
“다리를 부러뜨려!? 네가 감히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박준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아, 내가 어젯밤에 너를 구해줬는데, 오늘 네가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는 거야!”“나를 해고시키는 것도 모자라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니!?”“너 두고 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흑백 양쪽 모두 다 먹었어! 넌 반드시 재수가 없게 될 거야!”“두고 봐!”이때 박준생은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상성재벌 대하 대표 이대성 앞에 가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하고 하현을 죽일 준비를 다 마쳤다!바로 이때 흰색 랜드로버 몇 대가 회사 입구에 멈춰 섰다. 곧 차문이 열렸고 이마에 붕대를 감은 안기천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군중 속에서 이보배와 곽연지는 이 장면을 보고 놀라 숨을 헐떡였다. “안 도련님!?”“안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안기천을 보자 이때 땅바닥에서 뒹굴던 박준생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안기천을 향해 외쳤다. “안 도련님, 이 도련님께 제가 어제 이놈을 지켜달라고 안 도련님께 전화 드리라고 했어요.”“근데 지금은 그를 지키고 싶지가 않아요!”“어떻게 가지고 놀고 싶으시든 하고 싶으신 대로 가지고 노세요. 그를 죽이면 가장 좋고요. 저의 어떤 체면도 세워주지 않으셔도 돼요!”박준생은 말을 마치고 하현을 보고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임마, 네가 회사를 차리면 자기가 무슨 능력이 있는 줄 아나 보지?”“내가 널 지켜주지 않았으면 넌 분명 죽었어!”“하늘의 뜻은 반드시 이뤄지고, 나쁜 행동은 결국은 안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돼.”“죽기를 기다려라!”이보배와 곽연지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다. 그들이 볼 때 천일그룹이 아무리 대단해 봤자 상업계에서만 그럴 뿐이었다. 그런데 안기천은 길바닥 사람이라 하 세자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지 않겠는가? 이보배와 곽연지는 이렇게 생각했을 뿐
박준생을 발로 걷어 차 넘어뜨린 후 안기천은 그제서야 두 세 걸음씩 하현 앞으로 걸어와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하 선생님, 어젯밤에는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대인께서는 소인의 과오를 따지지 마시고 용서해 주세요.”용서!?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유난히 이보배와 곽연지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길바닥에서 지내는 안기천이 뜻밖에도 하현 앞에서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다니?이것은 하현이 얼마나 강한지를 방증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안기천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다. 그는 어젯밤에 화가 나서 안씨 집안으로 돌아갔는데 안흥섭은 그에게 세 글자만 알려주었다. 하 세자!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하 세자의 신분만 알면 되었다. 안기천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비록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하 세자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단순히 변백범 길바닥 새로운 왕이 하 세자의 수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안기천은 안씨 집안의 가업을 이어 받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비록 그는 길바닥에서 지냈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안씨 집안이 천일그룹과 동맹관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일을 천일 그룹에 의존하고 있었다. 단순히 하 세자 이 세 글자만으로도 그가 낮은 자세로 사과를 하기에 충분했다. 안기천이 보기에 하현의 친구가 되든 하인이 되든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지만 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침 일찍 하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본 후 선물을 가지고 와서 사죄를 했다. 결국 박준생이라는 눈 먼 놈이 소란을 피웠으니 안기천도 사양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짓밟아 하현에게 잘 보이려고 한 셈이었다. 안기천이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이보배는 멍해졌을 뿐 아니라, 원래 속으로 다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임원들과 간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