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김승현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얼굴로 다음 순간 발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풉______”하현이 오른발을 들자 바닥에 있던 쇠막대기가 날아가 김승현의 가슴을 꿰뚫었다. “가자! 같이 가자!”“아______”비명이 터져 나오자 잠시 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렸고 박동희만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 하현은 건너가 박동희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왜 너를 안 죽였는지 알아?”“아……알아요……”“퍽______”박동희는 벌벌 떨며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하 고문님,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제발 저를 놔주세요. 살려주세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두 가지야.”“첫째, 상성재벌에게 전해. 제일 먼저 가져간 물건들을 남원에 돌려 주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둘째, 3일 안에 차 양도하는 일을 마무리 해. 이건 내 아내에게 배상하는 거야.”하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떠났다. 이평욱은 괴상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숨을 깊이 들이 쉬고는 평정을 되찾았다. 비록 그는 하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몸놀림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형님, 이 수사반장들은 어떻게 하죠?”이평욱은 바닥에 있는 몇몇 수사반장들을 보며 조금 머리가 지끈했다.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해 줘. 나는 일 좀 처리하고 이따가 건너갈게.”하현은 말을 마치고 먼저 떠났다. ……제호그룹. 은아는 퇴근할 때 주차가 되어 있는 새 롤스로이스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관건은 하현이 오후에 시간이 나서 이 차를 핑크색으로 입혀 더할 나위 없이 눈이 부셨다는 것이다. “여보, 이거 어디서 났어?”은아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상대방이 배상해 준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 배상? 그 사람이 어떻게 차로 배상을 해줄 수가 있어?”“우리가 좋은
이평욱은 초조한 표정으로 응급실 입구를 왔다갔다했다.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형, 좀 골치 아프게 됐어요!”“무슨 일이야?”하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사람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요. 간호사가 먼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해서 지불을 했어요. 근데 의사가 오지를 않아서 제가 여러 번 찾아봤는데 지금까지 오지 않았어요.”“죄송해요. 하 형, 저는 무능해요.”이평욱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이 이 수사반장들을 그에게 맡긴 것은 분명 그가 일을 해결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하현에게 도움을 청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손을 뻗어 이평욱의 어깨를 툭툭쳤다. 그는 결코 잘못한 것이 없었다. 자신이 부주의한 것이었다. 원래 이런 일은 남원 경찰서에 전화를 하면 분명 잘 해결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금지산장에서 일어난 일은 이평욱이 두려워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처리할 게.”하현은 곧장 간호사 데스크로 가서 응급 호출 버튼을 눌렀다. 하현은 3분 동안 눌렀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와 이평욱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응급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마침내 의사 한 명과 간호사 몇 명이 나왔다. 뾰족한 입과 원숭이 볼의 여자 의사의 명찰에는 하리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누가 응급 호출 버튼을 눌렀어요?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 몰라요? 뭘 그렇게 재촉을 해요? 급하게 애라도 나오는 거예요? 우리 오후 티타임인 거 못 봤어요?”하리는 짜증나는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종의 호르몬 장애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간호사들은 간호사 데스크 옆에 서 있는 이평욱을 보고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응급 호출 버튼 계속 누른 거 아니야? 큰일이 나도 우리 하 선생님은 충분히 쉬셔야 한다는 거 몰라?”“규칙도 모르면서 감히 우리 에드워드 병원에 오다니!?”이평욱은 얼굴빛이
하리는 뺨을 맞고 땅바닥에 몇 번 뒹굴었는데, 새 가운은 모두 지저분해지고 얼굴에는 자국이 생겨 더할 나위 없이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버둥대며 일어나기 시작했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에드워드 병원은 외국계 배경의 고급 사립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고 높은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이곳 의사들의 기량이 대단해 에드워드 병원의 명성은 자자했다. 하지만 명성이 자자해진 이후 하류층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어찌 하리와 사람들 마음에 들 수 있었겠는가? 하류층 사람들에게 어찌 좋은 태도로 대할 수 있었겠는가?그러나 그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건 에드워드 병원에서는 감히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전혀 만나 볼 수 없었다. 하리는 얼굴을 감싼 채 거울을 꺼내 잠시 들여다 보더니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사람을 쳤어요! 사람을 쳤다고요! 경비원! 경비원!”몇 명의 어린 간호사들은 모두 하리 곁을 둘러싸고는 하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어디서 온 망나니야! 너는 완전 끝장이야! 사고를 치다니!”그들의 눈에 평범한 옷차림을 한 하현도 아랫사람으로 보였다. 아랫사람이 감히 에드워드 병원의 귀하디 귀한 의사를 때리다니 당연히 혼을 내줘야 한다. “의사는 부모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거야. 너희들 같은 이런 인품으로 감히 의사라고 말할 수 있어?”하현은 냉소를 터뜨렸다. 이런 병원은 없어져도 그만이다. 이때 하현은 이 사람들과 따지기가 귀찮아 응급실 문을 발로 걷어찼다. 이평욱은 어리둥절해하며 따라 들어갔다. 곧 하현은 들것에 누워있는 수사반장들을 보았는데 이들은 모두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피부 외상이어서 죽지 않았다. 이평욱은 이때 달려와 말했다. “하 형, 우리 이제 어떡하죠?”하현이 말했다. “휠체어를 몇 개 찾아서 사람들을 밖으로 보내. 내가 종합병원 구급차를 부를 테니
당지우는 하현을 한번 쳐다보았다. 특히 그가 입고 있는 옷과 손목에 차고 있는 골동품 시계를 몇 번 훑어 본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모든 경비원들을 불러서 이 사람들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말해!”“이건 그들의 보너스야. 스스로 기회를 잡으라고 해!”당지우는 도도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하현 앞으로 데리고 갔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듯 하현을 내려다 보았다. 특히 이평욱은 경비원 복장을 하고 있어 그녀의 얼굴은 더욱 시큰둥해졌다. 당지우가 보기에 경비원들은 사회의 밑바닥 사람들이기에 경비원들과 함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보든 하류층 사람들이었다. 부상당한 수사반장들은 모두 사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당지우가 보기에는 건달들처럼 보였다. 그러니 어떻게 당지우의 마음에 들 수 있었겠는가?이때 당지우는 냉담한 얼굴로 하현과 이평욱을 쳐다보며 말했다. “만약 너희들이 우리 이곳의 기술이 딸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나는 두말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할 거야.”“그런데 우리가 의덕이 없다니? 장난해!”“너 우리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우리는 연경 당문 명의의 병원이야!”“전국 각지에 우리 분원이 있고 게다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서비스로 사람들을 돕고 있어!”“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에드워드 병원 보고 의덕이 없다고 하다니, 너희들이 소란을 피우러 온 에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입에서 나오는 대로 우리를 모욕하다니, 누가 너희들에게 그런 용기를 준 거야? 누가 그런 배짱을 준 거냐고?”당지우는 냉담한 표정이었다. 분명 그녀는 에드워드 병원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처음 만나 보았다. “모욕? 그건 사실이야!”이평욱은 분노했다. “내가 부상자들을 데리고 여기에 온지 30분이 됐어요. 당신들이 먼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해서 먼저 지불했고요. 그런데 당신들은요? 30분이 훨씬 지났는데 의사는커녕 간호사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요!”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곳인가?이곳이 아랫사람들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인가?진짜 웃긴다!이평욱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어 이때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이야 말로 정말 무법천지네! 어디가 의사 같아? 내가 반드시 당신들을 고소할 거야!”“퍽!”당지우는 앞으로 나오더니 이평욱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고소해! 해봐! 이런 걸로 협박하면 내가 무서워할 거 같아?”이평욱은 갑자기 뺨을 맞고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그는 지금 얼굴을 가리고 상당히 당황스러워했다. “아!”당지우는 비명을 지르며 이때 몸이 날아갔다. “사람을 때렸어! 소란을 피우다니!”몇 명의 예쁜 간호사들이 엉겁결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경비원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 아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지우는 에드워드 병원의 원장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연경 당문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문 사람은 줄곧 도도하고 거만했다!어떤 사람이든 당지우 앞에서는 기어 다닐 뿐이었다.듣기로 한때 어떤 일류가문의 후계자가 병원에서 당지우를 희롱했다가 당지우가 직접 손발을 자른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류가문은 아무것도 아니라 감히 제멋대로 굴지 못했다고 한다. 당문의 배경에 당지우의 강한 세력으로 어찌 그녀가 아랫사람에게 차여 날아갈 수가 있겠는가? 이 광경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당지우의 능력으로 남원을 뒤흔들 수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경비원들은 하현 한 사람을 감당하기에 충분했다. 당지우는 잠시 표정이 굳어지더니 몸부림을 치며 기어 올랐다.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분노에 찬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개 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너 내가 어떤 분인지나 알아?”지금 당지우는 하현을 무섭게 위협했지만 그녀는 하현이 그녀를 음식재료로도 여기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주변 사람들의 얼굴빛이 달라지자 당지우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리 에드워드 병원 배후에 있는 큰 보스는 바로 연경의 네 도련님들 중 한 분인 당 도련님이야!” “네가 감히 당 도련님 앞에서 날뛰다니?”“누가 너한테 그런 배짱을 줬을까?”“너는 말할 것도 없고 강남 1인자 이준태가 여기에 왔다고 해도 꼬리를 움츠려야 해!”“지금 당장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하고 2억을 배상해. 아니, 4억을 배상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네가 사람인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하현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당 도련님의 이름으로 사람을 놀래 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누구한테 겁을 주려고?”하현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있었다. 당지우의 아름다운 몸이 떨렸다. 과거에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 연경 네 도련님 중의 하나인 당 도련님의 이름을 대면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런데 지금 이 놈은 전혀 신경을 안 쓰네?이것은 당지우의 체면을 깎는 것일 뿐 아니라 당 도련님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었다. 당지우는 화가 나 이때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가! 그를 불구로 만들어 버려! 숨만 남겨놔.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이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거만한 경비원들은 사납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이평욱은 이 광경을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 형, 제가 나설게요.”“내가 할게. 너는 이 사람들을 지켜.”하현이 앞으로 나갔다. 하현이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자 하리와 사람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촌뜨기는 완전 끝장이야!”다른 어린 간호사들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반드시 끝장날 거예요. 이 사람은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깊은지를 모르네요!”선두에 선 경비원이 이때 사나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자식아. 여기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너 정말 눈이 없구
“너…..너 너무 날뛰지 마……”당지우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하현이 이 경비원들의 뺨을 때려 기절시킨 것을 보고는 하현은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그녀는 놀라 연신 뒷걸음질을 쳤지만 반응이 오자 또 자기의 자존심이 건드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당지우는 은니를 깨물고는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리, 가서 임 부총수사반장한테 전화해서 어떤 사람이 우리 에드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전해!”말을 마친 후 당지우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아무리 대단하고 잘 때린다고 해도 나는 네가 경찰서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댈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아!”“너 감옥에 갇히기를 기다려라!”하현은 이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는데 이 당지우는 정말 짜증났다. 이런 자질구레한 사람의 얼굴을 때리는 데는 취미가 없었는데 자꾸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말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구나. 하현의 표정을 보고 당지우는 냉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하현이 겁을 먹었다고 오해했다. “무서워?”“지금 무릎 꿇고 사과해도 늦지 않아!”“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가서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네가 들어가기만 하면 너는 죽는 것보다 못하게 살게 될 거라고 내가 보증할게!”말을 하는 동안 당지우는 적지 않은 병원 사람들을 불렀다. 의사, 간호사부터 청소부까지 복도를 막아 서게 했다. 이 사람들은 평소 날뛰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비원들 조차 기세가 등등했다. 당지우는 더욱 냉소하며 말했다. “이 자식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이평욱은 굳은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그 다친 수사반장들을 막아 섰다. 하현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이평욱은 확실히 괜찮은 놈이었다. 자신이 그에게 한 걸음 더 도약할 기회를 줘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이때 하현은 담
이평욱은 조금 걱정하며 말했다. “하 형님, 만약 경찰서에서 사람이 오면 설명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나 하 형님과 같이 있으면, 손해 안 볼 거야.”이평욱은 어리둥절했지만 잠시 후 헤헤 웃으며 말했다. “하 형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앞으로 저는 형님과 같이 다닐 거예요! 무엇을 말씀하시든 그대로 할 거예요!”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하게 울리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그리고는 진압용 차량 몇 대가 현관 앞까지 쏜살같이 달려왔다. 차 문이 열리자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남자들이 허리춤에 불룩한 화기를 들고 나왔다. 앞장선 사람은 하얀 제복을 입은 남자로 그는 살벌하게 군중을 밀치고 당지우 곁으로 가서 말했다. “당 원장, 듣기로 누군가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하던데?”“어느 눈 먼 놈이야? 설마 에드워드 병원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거야?”“병원처럼 성스러운 곳에서 함부로 하다니, 내가 법이 무엇인지 알려 주겠어!”하얀 제복을 입은 남자를 보자 당지우는 얼굴이 밝아지더니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임 부총수사반장님, 마침 잘 오셨네요! 이 두 망나니 녀석들은 진짜 물건이 아니예요. 우리한테 의덕이 없다고 모욕을 하고 사람까지 때렸어요!”“반드시 우리 에드워드 병원을 위해 공정하게 처리를 해주세요. 이 사람들은 감옥에 가둬야 해요! 이 일은 제가 보고할게요!”이때 당지우는 하현을 가리켰고 여왕처럼 기세가 등등했다. 하리와 사람들은 지금 펄쩍 뛰며 하나같이 하현을 지목하며 그가 무리하게 소란을 피우고 병원의 규칙을 어겼다고 말했다. “뭐!?”“감히 누가 당 원장을 때렸어!?”“백주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흉악한 짓을 하다니! 법이 있기는 한 거야? 법이 있는 거냐고?”남원 경찰서 2인자인 부총수사반장은 지금 화가 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젊은이,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