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린 후, 동하는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하 대표님, 원하신다면 오후에 저들을 바로 해고할 수 있습니다…”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건 당신들 은행 내부의 일이지,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네, 네, 네…” 동하는 화제를 전환했다. “그리고, 여전히 대표님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산 이전에 관한 일은 없던 걸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이 말을 하며 동하는 식은땀으로 얼굴을 흥건히 적셨다. 하엔 그룹 계좌에는 얼마 없고 1000억 원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현은 달랐다. 그의 계좌 안에 담긴 금액은 매우 충격적이어서, 하현이 개인 계좌를 이전한다면 나동하 이 은행장은 거기서 끝이었다.“은행장님, 당신의 체면을 안 세워주는 게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이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싫어요.”“안 그러겠습니다,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동하는 일어섰다. “앞으로 저희 상업 은행이 대표님을 위한 맞춤 전문 팀을 꾸리겠습니다. 어떤 업무든 최단 시간 안에 직접 대표님에게 달려가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안 될까요?”하현은 침묵을 유지했다.동하는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 오늘 밤에 서울에서 대형 경매가 열릴 텐데, 유명한 집안의 진귀한 물건들이 많이 경매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이 경매는 회원초청제라 같이 데려가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화려한 집안 출신이라도 경매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제가 마침 초대장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에 얼굴을 비추실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무엇을 마음에 들어 하시든 다 제가 결제하겠습니다.”이 말을 듣자 하현은 흥미가 조금 생겼다. 그는 초대장을 건네 받아 몇 번 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은행장님 덕 좀 보겠습니다. 그리고 제 블랙 카드 한도를 올리는 일은 가능한 빨리 해결해주세요.”여기까지 말하자, 하현은 어이없는 얼굴을 보였다. 자신의 카드에 돈이 그렇게나 많이 들어있는데, 카드에 한도가
“당신 일은 이미 세리 씨에게 들었어요. 별일 아니니 제가 이따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잘 해결될 거예요.” 진우는 심오한 표정으로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감탄을 했다. “역시 은아 씨는 하늘에만 있고 땅에는 없는 서울 여신이라니까요. 저는 원래 믿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 뵈니 역시 듣던 대로군요. 은아 씨가 이미 결혼하신 게 안타깝네요. 안 그랬으면 제가 은아 씨를 쫓아다녔을 거예요.”진우는 막무가내로 입을 열었다. 그의 욕심 가득한 시선이 은아에게 닿자, 그녀는 아주 불편했다. 문제는 진우를 통해 하엔 그룹의 고위층과 가까워져야 했기 때문에, 은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서 대표님,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우리 집 은아는 결혼한 게 맞지만 유명무실한 결혼이에요. 그 쓰레기 데릴사위는 3년 동안 은아의 손도 한 번 안 만져봤어요. 게다가 희정이 이모는 계속 그 데릴사위를 쫓아내려고 하고 있어요. 만약에 당신같이 훌륭한 남자가 있다면, 희정이 이모든 설 씨 집안이든 당신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거예요.” 세리는 희희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 그녀의 목적은 애초에 진우와 은아가 잘 되게 관계를 맺어주는 거였다.“진세리,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는 하현이랑 이혼할 생각 없어.” 은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속으로 찔렸다. 며칠 전에 하현을 쫓아내서 그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가 지금 어디 갔는지도 모른다.진우는 씩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세리를 깊은 눈으로 흘깃 쳐다보았다.세리는 확신에 가득 차 은아의 가녀린 허리를 잡고 말했다. “은아야, 무슨 생각 해? 그 쓰레기가 좋을 게 뭐가 있다고? 한낱 데릴사위에 맨날 너희 집에서 먹고 자기만 하고, 몇 마디 좀 꾸짖었다고 감히 집에 돌아오지를 않아?”“그리고 내가 말하는데, 그 자식은 여자한테 빌붙고 사는 데 도가 텄어. 며칠 전에 거리에서 그 놈이 어떤 부잣집 여자 차의 조수석에 앉아있는 걸 봤어!”“부잣
하현은 세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은아의 앞으로 걸어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을 뿐이다.“하… 하현?”그러자, 은아는 드디어 하현을 발견했다. 은아는 조금 기쁘면서도 약간 민망해, 그녀의 가녀린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이런 장소에서 하현을 만날 거라고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하현, 당신 정말 대단해요. 요 며칠간 집에 안 들어갔다는 건 그렇다 쳐요,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이런 곳에 오다니. 내가 말하는데, 당신은 정말 여자한테 눌러붙어 사는 걸 잘해요, 빌붙기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세리는 먼저 입을 열어 도발하는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이 전에 본 슬기는 내 대학 동창이에요, 은아도 아는 사람이에요.”“대학 동창?” 세리는 냉소를 지었다. “대학 동창이라면서 남의 차 조수석에 타요? 그럼 말해봐요,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설마 그 동창이 초대장을 준 건 아니죠? 하현 씨, 당신 같은 머저리가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요? 여기는 돈 많다고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니에요…”하현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건 나랑 은아 사이의 일이에요. 당신은 좀 닥쳐주세요!”말을 끝마치고, 하현은 다시 한번 은아를 힐끗 쳐다보았다.은아는 조금 마음에 찔려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소개했다. “하현, 오해하지 마. 여기 서 대표님은 세리 친구인데 하엔 그룹 고위층이랑 아는 사이래. 그래서 이름 좀 언급해달라고 부탁하려고…”이 말을 듣자, 하현은 즉시 이해가 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하현은 바보가 아니라, 서 대표님이 무슨 하엔 그룹 고위층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리의 진짜 목적을 그는 꿰뚫고 있었다.“은아 씨, 이분은…” 곁에 있던 진우는 이내 참지 못했다. 은아는 그의 마음에 든 여자였는데, 어떻게 이런 농촌의 하급 이주노동자 같이 생긴 사람이 그녀와 말을 섞을 자격이 있는가? 여신을 모독하는 것 아닌가?
“박시훈?” 은아는 잠시 멍해졌다. 이곳에서 박시훈 이 자식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세리는 그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시훈아, 어쩜 이런 우연이 있니? 너는 여기에 어떻게 온 거야?”세리는 시훈의 속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다. 박 씨 집안은 그저 삼류 집안일 뿐이어서, 원래대로라면 그는 이 구르미 경매 행사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세리와 은아도 진우 덕에 참석할 수 있었던 거라, 시훈이 올 수 있었다는 것에 그녀는 호기심을 품었다.시훈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요즘 운이 좀 좋아서 돈을 좀 벌었더니 초대장이 생겨서 한번 구경 와봤지.”말을 마치자, 시훈은 자기 자신조차 조금의 역겨움을 느꼈다. 그러나 여편네는 그에게 상당히 잘해주었다. 시훈이 구르미 경매 행사에 참석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카드도 하나 쥐여줘 마음껏 긁게 하였다.말을 하던 중, 시훈의 시선이 노점 옷을 입고 있는 하현에게 닿았다. 그는 갑자기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은아야, 이 사람은 너희 집 처가살이 남편 아니야? 요즘 여자한테 빌붙어 다닌다더니, 침대 위에서 바람 피우고 있던 걸 너한테 잡힌 건 아니지?”이 말을 하자, 은아는 더욱더 민망한 기색을 띠었다. 슬기같이 훌륭한 여자는 하현 같은 머저리랑 무슨 사이일 리가 없다고 아무리 은아에게 이성적으로 말을 해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조금 질투했다.“이분은…” 시훈의 시선이 움직여 진우에게 다다랐다. 비록 그에게는 이제 하 씨 이모가 있었지만, 은아를 보자 그의 첫사랑을 간직한 마음이 다시금 피어났다.시훈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고, 진우는 껄껄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진우입니다. 서울 서씨 집안 출신이고 은아 씨랑은 친구예요.”그의 말을 들으니 시훈은 이해가 됐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도 은아를 쫓고 있었다. 시훈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서 대표님, 제가 말이 많다고 하지 마세요. 은아는 좋은 여자지만 사람을 잘
하현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리게 됐네요. 저에게 초대장이 있어요.”“하하하, 저기요, 당신 점점 재미있어지네요.” 진우가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난 척하는 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당신만큼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이렇게 하죠, 오늘 초대장을 꺼내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나는 한마디도 안 하고 여기서 꺼질게요.”“하지만, 만약 당신이 진다면, 당신이 꺼지는 거예요, 해볼래요?”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봐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만약에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뒤돌아서 갔을 거예요. 아내가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시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 잊으신 것 같은데, 데릴사위한테 무슨 체면이나 자존심이 있겠어요? 저 하늘 위로 이미 던져버렸겠죠!”하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하고 내기를 하죠. 저도 궁금하네요, 이따가 꺼지는 사람은 당신일지 나일지.”말을 하며, 하현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이내 표정이 굳었다.하현은 아까 초대장을 들고 왔는데, 겉옷 주머니에 넣고는 겉옷을 차에 놔두고 왔다.지금 하현은 정말 초대장을 꺼내지 못했다.“하하하, 정말 당신이 존경스럽네요. 초대장도 없으면서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오다니, 얼른 안 꺼져요!”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잘난 척을 해도 이 정도로 실패한 자는 본 적이 없다.시훈도 연이어 냉소를 지었다. 하현은 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그의 돈줄조차 그를 위해 나서기 싫은 게 안 보이나? 반면, 시훈 자신은 달랐다. 하 씨 이모가 시훈이 경매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줬을 뿐만 아니라, 카드도 마음껏 사용하게 자신에게 쥐여줬다. 이런 생각들은 시훈에게 위안이 되었다.“손님, 만약 초대장이 없으시다면 저희 구르미 경매 행사에서 손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종업원 한 명이 정중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바로 이곳의 규칙이었다.하현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종업원은 경호원을 불러 하현을 문밖으로 고이 모셨다.
전화 건너에 있던 슬기는 마지못해 말했다. “저희는 방금 들어갔는데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종업원에게 쫓겨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밖에서 대표님을 찾고 있습니다…”슬기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아까 가까이 있지 않아서 영문도 모른 채 하현이 쫓겨나는 것을 보았다.“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한 거예요?” 동하가 화들짝 놀라더니 재빨리 말했다. “이렇게 하죠, 대표님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주시고 제가 마중 나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전화를 끊은 후, 동하는 재빨리 홀이 있는 곳으로 왔다.“나 은행장님, 저는…” 진우는 동하가 걸어오는 걸 보자, 옷을 툭툭 털며 은아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걸어가 동하와 인사하려고 했다.그러나, 동하는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고, 빠르게 그의 옆을 지나갔다.진우가 내민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으며, 잠시 조금 민망했다.반면, 그의 뒤에 있던 세리는 빠르게 반응했다. “아까 그분이 나 은행장님이시죠? 보아하니 어느 손님을 마중하러 나가나 봐요…”“맞아요, 맞아요,” 진우는 빠른 반응을 보였다. “나 은행장님께서 원래 좀 허둥지둥하셔요. 지금 일이 있으신데 방해하는 건 적절하지 않으니, 조금 이따가 다시 은행장님을 만나러 가죠.”......구르미 산장 홀 문 앞, 종업원 한 명이 입구에 서서 경호원 두 명을 꾸짖고 있었다. “당신들 둘은 앞으로 좀 생각하고 행동하면 안 돼요? 주차장에 들어올 때 초대장을 1차로 검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여기 홀 입구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해야 해요, 알겠어요?”“조금 전 딱 봐도 거지 같은 그런 사람은 초대장 검사도 안 하고 그냥 들여보내다니, 우리 경매 행사 진행하는 데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 무슨 일 생기면 둘이서 전부 책임지세요…”경호원 두 명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 구르미 산장의 종업원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때, 동하가 허겁지겁하며 여
이와 동시에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 여자가 나동하의 여자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이 거머리 같은 놈은…종업원의 얼굴에 생각이 다 드러났고, 말로 토해내지 않았을 뿐이다.하현은 애초에 급할 것도 없었다. 진우는 하엔 그룹의 고위층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했는데, 그는 이걸 이용해 은아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어느 고위 인사를 알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종업원이 찾아오자,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아까는 초대장이 없어서 경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지금은 또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 날 뭐로 보는 거예요?”종업원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당신 같은 거머리가, 아니지, 당신 같은 바람둥이가 여기서도 허세를 부리다니. 나 은행장님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당신은 우리 구르미 산장에 들어와서 화장실 청소할 자격조차 없어.그러나 종업원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고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아까는 저의 태도가 불량했습니다.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이신지도 몰랐습니다. 부디 눈이 먼 저희를 용서해주세요!”이 말을 하며, 종업원은 두 팔을 늘어뜨렸고, 마음속에는 억울함이 가득 찼다.두 경호원도 모두 팔을 양옆에 딱 붙이고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두 인간이 나 은행장님의 VIP 손님인 걸. 모시고 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구르미 경매 행사의 VIP 대기실 대문.동하는 미소를 머금고 그곳에 서 있었으며, 하현과 슬기가 걸어오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셨습니까.”그의 곁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많은 회사 대표들이 이 장면을 보고 의아한 얼굴을 보였다.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젊은이가 어떻게 나동하 이 상업 은행 은행장의 중시를 받은 건가.동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이들을 소개하지도 않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하 대표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걸 압니
이런 냉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본래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웃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설레게 하였다.동하를 한번 훑어보더니, 수정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에게 닿았으며, 그녀는 약간의 의문을 품었다.동하가 무슨 신분이던가? 어째서 그의 옆에 이렇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수정은 세상 물정에 매우 밝아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이 시각, 진우와 은아는 이미 경매장에 들어갔고, 시훈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수정의 외모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렸는데, 곧이어 그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엥,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 아니신가? 아까 쫓겨난 거 아니야? 어떻게 또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왔대?”시훈은 말하면서 걸어오며, 기품 있게 말했다. “나 은행장님, 그리고 여기 아가씨, 이분은 우리 서울에서 유명한 인물이자 평판이 매우 나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입니다.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은 이 자를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게 나을 거예요.”동하는 잠시 멍했다. 그는 하현이 바로 그 유명한 데릴사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현의 모습을 보자, 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하 같은 늙은 여우는 눈치를 살피는 데 도가 텄다.하현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의사가 없으니, 동하도 당연히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반면, 수정은 살짝 인상을 쓰며 미묘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비록 가난해 보였지만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가 남의 집안 데릴사위일 것이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 이런 남자는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더러워졌다.시훈은 자기 때문에 절세미인이 하현을 무시하는 것을 보자, 그는 순식간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가씨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딱 봐도 우리 서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온 거겠죠?”“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서울 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요. 아가씨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