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가 이때에도 여전히 고집스럽고 완고한 것을 보고 최가 사람들은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 찼다. 은아가 억지를 부릴수록 그녀의 말로는 더 비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최가 식구들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은아는 이래요. 항상 윗사람도 몰라봐요. 우리 남원 최가는 말할 것도 없고, 귀하신 미국 최가도 안중에 없어요!”“맞아요! 은아는 제대로 배우질 못했어요!”“이런 사람한테는 쓸데없는 말은 많이 할 필요가 없어요. 때려야 해요. 세게 때려서 예쁘장한 얼굴을 박살을 내야 무서운 줄 알 거예요!”최가 식구들은 하나같이 흉악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만약 최뉴튼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은아를 때려 죽였을 것이다. 최뉴튼은 오른손을 들어 최가 식구들에게 더 이상 입을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설은아는 노려보았고, 낮은 목소리에는 냉담한 노기가 서려있었다. “설은아, 내가 마지막으로 묻겠어. 제호그룹 지분 넘길 거야 말 거야!?”설은아는 고집이 센 얼굴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안 넘길 거야!”“이건 원래 너희들 게 아니야!”“네가 백 번을 말해도 난 싫어!”최뉴튼은 이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 “그래. 그래. 배짱이 있네! 얘들아, 채찍 가져와!”“네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원할 때까지 때릴 수밖에!”최뉴튼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경호원이 싸리나무채 하나를 들고 왔다. 미국 최가는 거의 백 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왔다. 이런 가문은 봉건사회의 옛 귀족처럼 규칙이 엄격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 가족 중 누군가 실수를 하면 한 대 때리는 것은 가벼운 일이었다. 가문 내에서 가문을 단속하기 위해 온갖 무서운 형벌이 있었던 것이다.싸리나무채는 모든 형벌 중 가장 가벼운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약한 여자에게 손을 대면 아마 열흘이나 보름 동안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 순간 남원 최가 식구들은 모두 눈가에
“질질!”최뉴튼은 자신의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고, 마침내 설은아의 가녀린 허리에 시선이 꽂혔다. 그에게 있어서 눈앞의 설은아는 하나의 요리였다. 진수성찬이다. 허리에 손을 대자 그는 더욱 흥분했다. 설은아가 아파서 땅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는 장면을 상상하자 최뉴튼은 흥분이 되어 곧 고함을 지를 지경이 되었다. 최뉴튼이 변태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시점에서 누가 자신일 구하러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콰르릉______”하지만 바로 이 순간. 최가 조상님 댁 대문이 발길에 차여 활짝 열렸다. 거대한 문짝이 땅바닥에 떨어져 큰 소리가 울렸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최가 식구들은 하나같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이미 트라우마가 생겨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뉴튼은 인상을 찌푸렸다. 막 즐겨보려는 찰나 누군가 그를 방해해 그의 마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한 형체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비록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그의 기세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뭐야? 하현이야!?”최우현은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는 하현이 지금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치대로라면 이 데릴사위는 집에서 벌벌 떨고 있어야 한다. 또 아니면 설은아의 내연남에게 가서 알려야 하는 것이 맞았다!“풀어줘.”하현은 최뉴튼을 응시하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최뉴튼은 하현을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 분은 설은아의 데릴사위 남편, 하현이구나?”“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계속 우리 최가의 좋은 일들을 망쳤어요!”“분명 데릴사위인데,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봐요!”“최 선생님, 이 두 부부를 같이 잡아서 미국 최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최가 사람들은 모두 튀어나와 하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하현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에 최뉴튼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부끄럽고 분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호통을 치며 말했다.“그를 잡아!”그의 명령에 따라 금발과 푸른 눈의 경호원 네 사람은 지금 몸을 똑바로 세우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그들은 이따금씩 목을 돌리며 ‘두두둑’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내며 위압적으로 걸어 나갔다. “여보, 눈 감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은아가 놀랄까 봐 알아 듣게 잘 설명을 해주었다. “허!”바로 경호원이 냉소를 하며 하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그러나 하현은 피할 뜻이 없었다. 오히려 오른손을 들어 바로 상대방의 주먹을 잡은 후 세게 내리치자 이 사람은 하현에게 얻어 맞고 땅에 쓰러졌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그의 얼굴을 그대로 밟았고, 그의 얼굴은 모두 내려앉았다. 나머지 세 명의 경호원은 얼굴에 두려운 기색을 띠며 일제히 앞을 항해 달려들었다. 하현이 한 발을 휘두르자 순간 비할 데 없이 강력한 세 명의 경호원들은 그대로 경직되어 쓰러졌다. “뭐야!?”“이 데릴사위가 이렇게 잘 때린다고!?”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던 최씨네 식구들은 하나같이 놀랜 기색이었다. 하현이 어떻게 한 거지? 이럴 리가 없는데!하지만 경찰 이종격투기 리그 챔피언인 최우현이 그에게 뺨 한 대 맞고 병원에 입원한 걸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최뉴튼이었다. 그의 네 명의 경호원은 고르고 골라 뽑힌 사람들이었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아주 잘 싸웠다. 보통 사람 열 몇 명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하현이 이렇게 쉽게 이 사람들을 해치우다니!고수다. 이것은 최뉴튼의 판단이었다. 최뉴튼은 이때 한 걸음씩 하현에게로 다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현, 너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미국 최가에 반역하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어?”“내가 봐도 너는 인재인 거
이 광경은 최가 사람들로 하여금 눈가에 경련이 일게 했고 무의식적으로 물러나게 했다. 지금 이 순간 앞을 가로 막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퍽______”하현은 계속해서 손에 들고 있던 싸리나무채를 최뉴튼의 몸에 휘둘렀다. 최뉴튼의 옷은 찢어졌고 몸에는 핏자국이 깊이 새겨졌다. 원래 서 있었던 최뉴튼은 이때 그대로 내동댕이쳐져 땅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퍽퍽퍽______”하현은 손을 멈출 마음이 전혀 없었고, 냉담한 얼굴로 손을 댔다. 싸리나무채가 부러지고 나서야 손에 있던 채찍을 땅에 내던졌다. 이때 바닥을 뒹굴던 최뉴튼은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다. 가끔 경련을 일으키는 거 말고는 죽은 사람이나 거의 다름이 없었다. 지금 병원에 데려가도 회복할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여보, 우리 집에 가자.”하현은 놀란 은아를 끌어안고 최가 조상 집을 떠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최가 사람들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가 식구들은 감히 입을 열수도, 그를 말릴 수도 없었고, 하나같이 벌벌 떨고만 있었다. 하현이 떠나고 나서야 최가 할머니는 그제서야 떨며 입을 열었다. “빨리! 구급차를 불러. 절대 최 선생님을 여기서 죽게 해서는 안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생매장 당할 거야!”이 말을 듣고 나서야 최가 식구들은 허둥지둥 구급차를 불러 최뉴튼과 그의 부하들을 모두 병원으로 옮겼다. 일이 일단락된 후 최가 할머니는 나한의자에 앉아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최뉴튼은 미국 최가 사람으로 미국 최가를 대표해서 왔다. 결국 온 첫날에 맞아서 숨만 붙어 있게 되었다. 만약 미국 최가 쪽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남원 최가는 결코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하현 이 놈 간이 부었네. 설마 무술을 했었나? 경호원 네 명을 꺾어 버리다니!” 최가 식구들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명 훈련을 했던 거 같아. 보통 사람은 이런 능력
최우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최가 식구들의 눈에는 온통 이채로운 빛이 가득했다. 최가 할머니는 더욱 입을 열어 말했다. “우현아, 네 말은 최가 셋째 영감님이 원하면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하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당연하죠. 무력이든, 부든, 권세든 셋째 영감님은 하현 그 데릴사위를 제압하기에 충분해요!”“셋째 영감님이 오시기만 하면 하현은 끝장이에요!”“하현이 망하면 은아는 계속 고집을 부릴 수 없을 거예요. 제호그룹은 결국 우리 최가의 손에 떨어지지 않겠어요?”이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모두 서로 눈을 마주치고 큰 소리로 깔깔 웃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결국 이득을 보게 될 사람은 오히려 남원 최가였다. 최가 할머니는 한참을 중얼거리다 말했다.“우현아, 셋째 영감님을 빨리 오시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할머니는 조금도 기다릴 수가 없어.”“있지요!”최우현은 미소를 지었다.“최뉴튼이 불구가 되고 그러다 죽으면 미국 최가는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최우현은 최뉴튼을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미국 최가에게 빨리 손을 쓰라고 강요할 것이다. 최가 할머니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우현아, 네 방법은 좋은데 만약 그러다 들키면 미국 최가가 우리를 다 없애버릴 지도 몰라.”최우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했다. “할머니, 큰 일을 하려면 사소한 일에 연연해 하면 안돼요. 최뉴튼이 가볍게 부상을 당하면 미국 최가 쪽에서는 아마 우리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오히려 더 비참해 질 거예요!”“이제 유일한 방법은 미국 최가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뿐이에요! 그를 죽이지는 말고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만 만들면 돼요. 그럼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지 않겠어요?” 최가 할머니는 한참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최우현은 웃음을 머금고 떠났고 곧 병원
이것만 봐도 셋째 영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나라는 총기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여러 가지 문제로 사람들이 크게 싸운다. 하지만 셋째 영감이 이렇게 큰 명성을 얻으셨다는 것은 그의 무서움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명성은 아무렇게나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실력으로 얻어낸 것이다. 듣기로 텍사스에서 두 명의 챔피언이 그의 ‘접화파’ 세트를 이어받지 못해 패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최가 영감은 손을 쓰지 않았고, 무술을 연마하였다. 물론 미국 최가의 권세와 부로 따지면 그가 손을 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최가 셋째 영감이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영감님, 대하로 가는 비행기는 이미 준비되었으니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어르신은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뉴튼에게 손을 댄 사람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고 들었어. 하지만 그 사람도 영감님께 손을 댈 자격은 없어.”“텍사스 복싱협회에 가서 두 챔피언을 데리고 와. 나 대신 그들보고 대하에 가서 한바탕 하라고 할 거야.” 집사는 이 말을 듣고 말했다.“영감님, 확실하십니까? 두 분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부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주인님을 배신할 수도 있어요.”최가 셋째 영감이 담담하게 말했다. “노부의 부하들은 패장일 뿐이야. 부리기가 뭐가 어려워? 그들에게 전해. 이번에 말 잘 들으면 한 사람당 백억씩 준다고!” “네! 제가 가서 일을 잘 처리하겠습니다!”집사는 재빨리 떠났다. 그는 최가 셋째 영감님 이렇게까지 이 일을 중요시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텍사스 주의 두 챔피언을 그의 곁에 두려고 하다니. 그 두 분의 실력은 허풍이 아니었고 링에서 나온 것이다! 듣기로 두 사람 모두 일찍이 백 명에 가까운 상대를 해치운 적이 있다고 한다. 거기다 한 방에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실력도 갖추고 있다고
중주 이가의 소식에 따르면 미국 최가는 미국에서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고 자산이 전 세계에 퍼져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최가의 네 어르신들은 미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슬기는 자기 회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최가 셋째 영감이 그 무슨 무술로 텍사스 주의 챔피언들을 이겼다던 분 아니야?”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작년에 인터넷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던 동영상 이었다. 영상에서 원기 왕성한 어르신이 닥치는 대로 밀어내니 덩치 큰 권투 선수는 피를 토했다. 그때 하현은 일찍이 감탄을 했다. 이것은 돈의 힘이었다. 이번에 이 분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슬기는 걱정하며 말했다. “회장님, 인터넷 기사에 속으시면 절대 안돼요.”“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최가 영감의 무술은 정말 확실하다고 해요. 듣기로 젊었을 때 한 늙은 도사에게서 배웠다던데요.”“세간의 사기꾼들이 사람을 속이는 그런 무술과는 완전히 달라요!”“그리고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회장님을 겨냥해서 왔다는 거예요!”“그 밖에 텍사스 챔피언 두 명의 자료도 봤어요.”“두 사람 모두 다른 해에 복싱계를 주름 잡으며 최소 백 명 이상의 상대를 꺾었어요.”“하지만 그들 모두 나중에 최가 셋째 영감을 만나고 그의 손에 패하고 말았죠.”“그렇지 않았다면 최가 셋째 영감이 어떻게 이런 거만한 미국 사람들을 부릴 수 있었겠어요?”하현은 웃었다. 전쟁터에 있을 때 그가 어떤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겠는가?무슨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사장, 미국의 병왕, 섬나라의 닌왕……이 사람들 중에 어디 쉬운 사람이 있겠는가?그러나 다 그에게 밟히지 않았는가? 대하는 어떤 강국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회장님, 제발 조심하세요. 상대가 회장님을 겨냥해 오고 있어요!”슬기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이때 최우현은 손에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조금 안 좋은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 제가 방금 소식을 하나 들었는데……”“최뉴튼이 최가 셋째 영감님의 친아들이래요!”“뭐!?”이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모두 화가 폭발했다!최가 할머니는 최우현의 뺨을 너무나 갈기고 싶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최우현은 원래 그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최가 셋째 영감님을 빨리 남원에 오도록 하기 위해 수법을 써서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최뉴튼이 최가 셋째 영감의 아들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친아들과 남들은 다르다. 만에 하나라도 최가 셋째 영감이 최뉴튼이 왜 식물인간이 됐는지 알아내려고 했다가 남원 최가의 소행이라는 것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남원 최가는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병원을 왔다갔다하고 있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병원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의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르신, 사실 최뉴튼 선생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어려워요……”“어려워요? 우리 남원 최가는 지금 돈이 많아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우리는 해결할 수 있어요!”최가 할머니는 이때 흥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가가 가까스로 일어서고 있는데 최뉴튼의 일로 미국 최가에게 화를 당하게 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었다. 이때 최가 할머니는 조금 후회가 되었다. 애초에 왜 최우현에게 음모를 꾸미라고 했을까?아쉽게도 세상에는 후회에 약이 없다. 의사는 최가 사람들이 이렇게 격양된 것을 보고 이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이 환자의 상태는 심각하지만 국수가 손을 대기만 하면 아마 그를 살릴 수도 있어요.”“정말이요?”최가 사람들은 모두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이었는데 나중에 결산할 날이 두려웠다. “물론 정말이죠. 그 분의 의술은 전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요.”“하지만 제가 듣기로 곧 남원을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