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네 할머니는 지금 늠름하게 말하고 있다. 신은 그녀고, 귀신도 그녀다! 분명히 그녀는 설은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은아는 마음이 약하고 가족애를 중시한다. 최가 사람들은 돈과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분명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줄곧 하현과 기꺼이 이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다. 만약 최수빈이었다면 이런 남편은 진작에 그녀에게 걷어 차였을 것이다.“은아야, 이건 외할머니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뭐든지 말해도 좋아!”“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네 엄마의 엄마잖아!”지금 최가 할머니는 방금 마치 딴 사람이 된 듯 다정한 말투였다. 이런 것을 보고 병 주고 약 준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바로 설은아의 마음을 약간 움직이게 했다. 사실 그녀는 지금 백운회사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가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그녀가 바라는 바였다. 그녀는 이미 희정이 한밤중에 몰래 우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계속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를 바랬다. 이때 설은아는 마음이 여려 승낙을 하려고 했다. “은아야, 만약 네가 괜찮다면 지금 최가로 와. 할머니는 네가 보고 싶어!”분명 최가 할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것이다. 은아의 마음이 약해지는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할머니, 저……”은아가 승낙을 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하현이 다가와 은아의 핸드폰을 가져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은 보험 안 들어요. 감사합니다.”“하현아, 나야!”최가 할머니는 비록 조금 화가 났지만 지금 감히 화를 낼 수 없었다. “누구세요? 제가 당신을 아나요? 죄송하지만 아무 일 없이 전화해서 제 아내를 괴롭히지 말아 주시겠어요!”하현은 냉소하며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김에 차단을 해버렸다.
은아는 어금니를 가볍게 깨물고는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착하지만 또 미련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최가의 의도를 모를 수 있겠는가?다만 그녀는 자기 마음의 관문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하현에게 들켜서 그녀는 오히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여보, 고마워.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단지 도구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아. 더 이상 그들 말을 듣지 않을 거야.”“최가는 그냥 그들이 살든 죽든 알아서 하게 놔두자.”이렇게 말하면서도 은아는 여린 마음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최가에게 기회를 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직접 유아를 시켜 대학을 살펴보라는 핑계로 희정과 재석을 데리고 남원을 떠나 대구와 연경을 잠시 둘러보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가 사람들은 재석과 희정 두 사람에게 연락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최가. 많은 사람의 전화가 폭발 직전까지 걸려왔지만, 여전히 은아네 가족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때 최우현이 허겁지겁 돌아왔다.“할머니, 제가 예전에 부탁해서 조사를 해봤어요.”“재석과 희정, 유아 세 사람이 한 시간 전에 비행기를 타고 남원을 떠났대요. 대학을 둘러 보러 갔대요. 아마 적어도 열흘 이나 반 개월 정도는 지나야 돌아 올 수 있을 거예요!”“하현과 은아 두 사람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스마트 밸리의 초인종이 고장 날 지경이 되어도 아무도 응답이 없어요!”이런 상황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그들은 원래 설은아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고, 은아가 돌아오기만 하면 이번엔 최가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왜 이렇게 된 거지?최가 할머니는 울먹이며 끊임없이 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 집안의 주인이 하현이라니! 생각지도 못했어! 원수구나!”“나는 정말 하현 이 놈을 너무 목 졸라 죽이고 싶어!”최가네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또 몇 대의 차가 최가 입구에
경호원은 냉소하며 말했다. “벼슬아치 집안? 대단한 살기에 콧대까지 높네!”“당신들 집안에서 최준이 대장을 건드렸다가 지금 군 병원에 의식불명인 채로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들 아직도 사람이 있어? 최우현한테 기대고 있는 거야?”이 말을 들은 최우현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이 사회 인사들은 이 남원 경찰서 3인자에게 조금의 예의도 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아침에 이 자재상들이 이미 일을 다 퍼트렸다. 다들 알다시피 최가는 지금 종이 호랑이라 돈을 받으려면 확실히 지금 해결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다.이때 최수빈은 못마땅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당신들 설마 며칠 후면 대장이 우리 최가에 온다는 걸 모르는 거야?”“당신들 지금 우리 최가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때 가서 대장이 알면 당신들 죽을까 무섭지 않아?”부동산 투기단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잠시 후에야 어떤 사람이 냉소하며 말했다.“이 계집애, 너 우리를 놀래 키려고 그러는 거야!”“대장은 우리 대하의 수호신이야. 그런 분은 하는 일은 다 공정해!”“그가 꼭 오리란 법이 없진 않겠지!”“그가 온다고 해도 우리를 지지해 줄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들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당신들……”이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또 조급하고 화가 났다. 그들이 어디 대장의 전화 번호가 있겠는가?바로 이때 최가 할머니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생소한 예쁜 번호였다. 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당인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최가 할머니죠? 접니다. 당도대의 당인준!”이 말에 최가 할머니는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당도대 전신 당인준이요? 무슨 분부를 내리시려고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대장님께서 저에게 전하라고 하셔서요. 3일 후 찾아 뵙겠다고 하셨습니다.”당인준의 목소리는 냉담해 어떤 느낌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이 부동산 투기단은 별장 10채만 샀을 뿐인데 최가 쪽에서는 남원시 중심에 있는 저택을 모두 저당 잡혔고 결국 2억을 빠짐없이 다 모아서 모두 날려버린 셈이 되었다. 하루 만에 최가의 부동산과 차는 전부 담보로 잡혔다. 저당이 잡힌 상태에서 기한 내에 갚을 방법이 없으면 그들은 육교 바닥에서 자야 한다. 게다가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고 다음에 또 누군가 빚을 받으러 오면 최가는 낼 돈이 없었다. 최가는 이제부터 최정상 가문이 될 줄 알았는데, 이런 꼴이 될 줄이야. 최가 할머니는 후회가 됐다! “할머니! 이제 어떡해요!”최수빈은 귀국 후 이런 국면을 맞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최가 할머니는 안색이 변했고 마침내 음흉한 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지금으로선 우리 최가가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대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거 같아!”“내가 듣기로 대장의 해외 자산은 몇 백조에 달한다고 들었는데 만약 그를 우리 손녀사위로 만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 될 거야!”“그를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리 최가의 권세, 재산은 모두 강남 최고가 될 수 있어!”“대장이 3일 후면 방문할 거야. 수빈아. 너 지금부터 바깥일은 신경 쓰지 말고 너 예쁘게 꾸며. 그때 가서 대장을 꼭 잡아야 해!”“네. 알겠어요!”최수빈은 황급히 떠났고 앞으로 3일 동안 금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반드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장을 맞아야 한다.최가 사람들도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동자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은 참담하지만 대장만 잘 잡으며 최가는 급부상할 수 있다. 여전히 희망이 있었다!수빈이 떠나고 나서야 최가 할머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얘들아, 지금 우리 최가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어!”“어떻게 해서든 마지막 3일을 버텨야 해.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3일이 지나면 우리 최가는 희망이 있어! 그렇지 않으면 다 같이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이 말을 들은 최가 사람들은
하현도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간단하지 않아? 당연히 너한테 부탁하려는 거잖아.”“백운회사의 난장판을 너 말고 누구한테 던지겠어?”은아는 지금 이미 자신의 루트를 통해 백운회사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백운회사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떠나자 마자 이런 문제들이 터진 거지?”“내 생각엔 누군가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는 거 같아.”“물론 있지.”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바로 나야.”“어? 말도 안 돼! 네가 그럴 능력이 있었으면 우리가 여기 와서 천일그룹 사람들이 우리한테 투자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을 거야.” 은아는 아예 믿지를 않았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 일의 원인은 아주 간단해. 백운회사는 천일그룹으로부터 지원이 끊긴 거야.”“천일그룹의 지원이 끊기니 중소 주주들은 백운회사를 신뢰하지 않았을 거고, 임원들도 자신의 미래가 없다고 느꼈을 거야. 시공팀은 자기가 돈을 받지 못할 거라고 느꼈을 거고……”“이런 일들은 연쇄반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약 네가 있었다면, 너는 첫 번째 문제만 해결하면 다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가 사람들은 전부 바보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고 수동적으로 돈을 냈을 뿐이야.”하현은 깔보는 얼굴이었다. 최가 사람들의 마음은 하늘 보다 높고, 목숨은 종잇장 보다 얇다고 할 수 있다. 돈을 벌려고 하면서 능력은 조금도 없고, 남들처럼 음모를 꾸미는 거나 배우고 있다니? 은아는 이 모든 과정을 듣고 고민을 한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부터 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회사 장부에 현금이 많도록 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 시공팀 측에 제일 먼저 선지급을 해줬으면 일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지금 이 상황에서는 내가 손을 쓴다고 해도 만회할 수 있는 힘이 없어!”은아는 탄식하는 기색이 역력
경비대장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부탁을 하면서 말도 곱게 안하고, 우리를 경찰서로 끌고 가겠다고? 잡아봐! 한번 해봐!”“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여기는 천일그룹이야!”십여 명의 경비원들이 이때 같이 손을 써서 바로 최가 사람들을 함께 밖으로 내 쫓았다. 불쌍한 최가 사람들, 일류 가문으로 언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있겠는가?최가 할머니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전에 최가의 권력은 최준이 각계의 거물들과 사귀며 그의 손에 있었다.지금 최준이 없으니 그들이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 최가 할머니는 천일그룹 임원의 연락처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때 롤스로이스 한대가 천일그룹 정문에 멈추더니 우윤식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우윤식을 보는 순간 최가 할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했다. 이전에 어떤 장소에서 우윤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고급 인력의 청년이라고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와 사귀는 것을 귀찮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최가 할머니는 다른 많은 것들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장 달려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 대표님, 잠시만요!”“저희는 최씨 집안 사람들입니다!”차에서 내린 우윤식은 어리둥절했다. 하현의 심복인 그는 당연히 최가 사람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최가가 지금 이렇게 비참해진 데는 그가 뒤에서 밀어낸 공이 컸다. 그러나 이때 그는 고개를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 “최가 할머니군요. 천일그룹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모르겠네요?”“저희는 설은아를 찾으러 왔습니다.”최가 할머니가 말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요? 그럼 먼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서 얘기 하세요.”우윤식은 정중하게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 경비원들을 지나칠 때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소를 연발했다. “봤어? 역겨운 경비원, 우 대표님이 직접 우리를 데리고 들어왔잖아!”“다시 막아봐! 막아 보라고!”경비원들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지만 지금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천일그룹 로비에서 위세를 떨치던 최가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현이 다시 날뛰면 또 어떤가?최가 앞에서 그는 아랫사람이었다!지금 얌전하게 굴어야 하지 않겠는가!최가 사람들은 이때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진 표정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방금 천일그룹에서의 거만한 행동은 바로 하현과 은아를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현이 이제 순순히 나온 게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최가의 위엄이었다!하현은 곧장 최가 사람들 앞으로 가서 웃으며 말했다. “최가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네. 여기가 어딘지 생각도 안 해봤어?”“뜻밖에도 천일그룹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당신들은 죽을 ‘사’자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지!”“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다 너랑 설은아 때문에 이러는 거 아냐!?”최가 사람들은 냉소했다. “은아는? 왜 아직도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 거야?”“맞아! 은아가 우리에게 난장판을 넘겨줬으니 은아는 지금 도리에 맞게 돌아와서 난장판을 치워야 해!”“빨리 은아를 내보내. 지금 나오면 우리가 충분히 용서해 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은아는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최가 사람들은 모두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윤식은 그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고, 지금 그들은 최가가 이미 최정상 가문이라고 여겼다. 지금 하현을 보면서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은아가 대신 뒤집어 쓰기만 하면 최가는 곧 최정상 가문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파렴치한 최가 사람들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 아내는 먼저 갔어. 나만 남아서 당신들 같이 뻔뻔한 놈들을 상대해야 해.”“뭐라고!? 네 말은 설은아 그 망할 년이 없다는 거야?”최수빈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데, 이 망할 년이 감히 나타나지 않는 거야? 이건 반역이야!”“너 빨리 그 계집애한테 전화해서 3분안에 돌아오라고 해.
하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이것이 그가 최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최가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하나같이 요절복통하며 웃었다. “하하하하……”“할머니, 이 놈이 설마 우리 최가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고 이 데릴사위가 우리 머리 위를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내가 보기에 이 녀석은 전혀 정세를 알지 못하는 거 같아요!”“나도 다 들어서 알고 있어. 그는 하 세자의 운전기사일 뿐이야. 운전기사가 우리 최가를 무너지게 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역시 이놈은 큰소리 치는 버릇을 못 고쳤네!”“우리 최가를 협박한다고? 너 우리 최가가 빽이 없는 줄 알아?”최가 사람들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최가가 지금 아무리 몰락했다고 해도 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짓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3일 후에는 대장이 방문을 할 것이다. 일단 최가의 계획이 성공하면 그때부터 최가는 강남의 하늘이 될 것이다. 그들한테 사과문을 싣고 스마트 밸리에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하라고?이런 일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고 최가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최가, 너희들 기억해. 너희들에게 이 기회를 주는 건 내 아내의 체면을 위해서야.”“놓치면 다음에는 다시 기회가 없어.”“물론, 3일 안에 너희 최가는 모든 인맥과 힘을 동원해서 나한테 덤빌 수는 있지.”“하지만 내 생각에 당신들처럼 파산 직전의 가문은 그럴 힘이 없겠지?”하현은 냉소했다. 최가는 너무 구역질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설은아를 다시 끌어당겨 누명을 씌우려고 하다니. 그는 정말 최가를 밟아 죽이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망할 놈, 너 거기 서! 우리가 너보고 가라고 했어!?”“설은아 어디 있어! 빨리 굴러오라고 해!”여민철이 노호하며 말했다. 하현은 고개를 돌리고 여민철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너 운이 좋다. 만약 내가 방금 너희들에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