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이것이 그가 최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최가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하나같이 요절복통하며 웃었다. “하하하하……”“할머니, 이 놈이 설마 우리 최가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고 이 데릴사위가 우리 머리 위를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내가 보기에 이 녀석은 전혀 정세를 알지 못하는 거 같아요!”“나도 다 들어서 알고 있어. 그는 하 세자의 운전기사일 뿐이야. 운전기사가 우리 최가를 무너지게 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역시 이놈은 큰소리 치는 버릇을 못 고쳤네!”“우리 최가를 협박한다고? 너 우리 최가가 빽이 없는 줄 알아?”최가 사람들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최가가 지금 아무리 몰락했다고 해도 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짓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3일 후에는 대장이 방문을 할 것이다. 일단 최가의 계획이 성공하면 그때부터 최가는 강남의 하늘이 될 것이다. 그들한테 사과문을 싣고 스마트 밸리에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하라고?이런 일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고 최가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최가, 너희들 기억해. 너희들에게 이 기회를 주는 건 내 아내의 체면을 위해서야.”“놓치면 다음에는 다시 기회가 없어.”“물론, 3일 안에 너희 최가는 모든 인맥과 힘을 동원해서 나한테 덤빌 수는 있지.”“하지만 내 생각에 당신들처럼 파산 직전의 가문은 그럴 힘이 없겠지?”하현은 냉소했다. 최가는 너무 구역질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설은아를 다시 끌어당겨 누명을 씌우려고 하다니. 그는 정말 최가를 밟아 죽이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망할 놈, 너 거기 서! 우리가 너보고 가라고 했어!?”“설은아 어디 있어! 빨리 굴러오라고 해!”여민철이 노호하며 말했다. 하현은 고개를 돌리고 여민철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너 운이 좋다. 만약 내가 방금 너희들에
최수빈의 말을 듣고 최가 남자들은 모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최가를 배신한 이런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처리를 해야 한다. “할머니,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누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최가의 현재 문제는 은아가 책임을 질 방법이 없다면 지금 이 고비는 넘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가 할머니는 한참을 망설이고 나서야 천천히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마지막 시도를 해보는 수밖에!”“너희들은 당분간 백운회사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여러 루트를 통해 대장이 3일 후에 우리 최가에 온다는 소식을 전해!”“또 대장이 수빈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는 소문을 퍼트려. 하지만 기억해. 어떤 꼬투리도 잡혀서는 안돼!” “나는 대장이 우리 최가 사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눈치 없이 감히 우리 최가를 찾아와서 문제를 일으킬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최가 할머니의 말을 들은 최가 사람들은 모두 탄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할머니는 지혜로우시네요. 역시 대단해요!”“우리가 배운 셈이네요!”“이 기세를 몰아 몇 사람을 우리 최가에 더 초대해서 그때 대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면 되겠네요!”“그가 수빈이의 몸을 건드리고 나면 그 많은 증인들 속에서 아무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죠?”최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치 최가가 일어설 장면을 보는 듯 얼떨떨하게 웃기 시작했다. 최수빈 조차도 얼굴을 감싸고 도취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비 교체식 때부터 그 이후로 그의 뒷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녀는 이 계획에서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최가 사람들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천일그룹을 떠났다. 그리고 천일그룹은 지금 가장 바쁜 시기였다. 지금 남원 시장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천일그룹이 진출해야 할 업종도 너무 많았다. 이 일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손이 모자라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됐어. 내가 직접 가볼게. 경매장에 안 간 지 오래 됐네.”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은아를 데리고 기분 전환하러 다니질 못했다. 이번에 마침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최가는 자신에게 위협을 당한 후 계속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방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공격을 피해 떠나면 적어도 이틀 정도는 은아를 홀가분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하현은 은아를 깨웠다. “여보, 오늘 스케줄 없으면 우리 짐 싸서 나가자.”은아는 그녀의 큰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우리 오늘 천일그룹에 가서 계속 투자금 요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가지 말고 우리 여행가자!”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여행을 가면 아마 창업 기회를 놓칠지도 몰라.”하현이 말했다.“너 모르지? 이건 일과 휴식을 적당히 조절하는 거야. 너 요즘 너무 피곤하잖아. 내 돈으로 너 가서 쉬게 해 줄게.”은아는 그다지 원하지는 않았지만 하현을 이기지 못하고 물건을 싸러 갈 수밖에 없었다. 곧 두 사람은 곧바로 차를 몰고 남원시 외곽에 새로 개발된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 리조트는 해변에 있지는 않았지만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리조트 주차장에는 고급 차량이 적지 않았다. 무슨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엘파 등 온갖 차들 앞에서 설은아의 벤틀리는 그저 그랬다. “오, 이 번호판은 연경 거네. 게다가 이 번호판을 보면 절대 보통사람은 아닌 거 같아!”“이건 항성 번호판이야!”“이건 도성 번호판이고!”은아는 주차장의 고급 차를 보며 경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서 이렇게 많은 외지의 고급 차들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 은아는 브로셔를 보고 알았다. 내일 저녁 이곳에서 특별한 경매가 열릴 것이다. 듣기로 경매 주최는 안씨 집안이 맡았고, 강남 관청이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 제호그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은아는 하현이 자기를 시험하는 거라 생각하고 바로 웃으며 말했다.“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해. 비록 우리랑 제호그룹이 갈등이 좀 있기는 했지만 제호그룹이 정말 대단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남원 부동산 사업 말고도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서 패션이나 다른 사업에도 엄청 많이 발을 들여 놓았던데……”“듣기로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이 만들어 낸 인플루언서 스타들도 적지 않대!”“어떤 인플루언서라도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은 엄청 강하지.”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손을 뻗어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왕 내 아내가 이렇게 제호그룹을 좋아하니 내가 제호그룹을 너에게 경매로 부쳐줄까?”은아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하지만 내 생각에 제호그룹의 경매 가격은 최저 몇 천억을 될 거 같은데 네가 가져올 수 있겠어?”은아는 비록 하현이 지금 하 세자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분명 약간의 능력과 인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하현이 제호그룹을 딸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소 몇 천억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 과하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내가 원하면 2만원에 팔지도 몰라.”은아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최고로 대단하지. 2만원에 너한테 팔 거야!”“만약에 네가 정말 딸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매일 집에서 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너를 하얗고 통통하게 키울게. 앞으로 일하러 나오지 않아도 될 거야!” “여보 진심이야!?”하현은 감동받은 얼굴이었다. “그럼 내가 더 열심히 해볼게!”“이런 말이 있어!”“젊었을 때 부드러운 밥맛을 모르고, 볏모를 잘못 심었다!” “앞으론 나는 누워서 돈을 셀 수 있겠구나!”“너, 조금도 부끄럽지 않구나? 사람들이 너더러 데릴사위라고 하는
이명준이 보기에 하현 같은 사람은 딱 봐도 궁한 사람인데 설은아 앞에 무슨 자격으로 서겠는가?설은아는 이명준의 표정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하고 살짝 궁금해 하며 말했다.“이 교수님, 지금 여기서 일하세요?”이 말을 듣고 이명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응, 나 최근에 여기 리조트 사장으로 발탁됐어. 이거 내 명함이야.”말을 마치고 이명준은 하현과 은아에게 각각 금박을 입힌 명함 한 장씩을 건넸다. 설은아는 명함을 받고 몇 번을 쳐다본 뒤 예의 바르게 말했다. “이 교수님, 지금 정말 잘 지내시네요. 당시 그 교수님들 중에 최고세요!”설은아의 칭찬에 들뜬 이명준은 순간 우쭐했지만 이때 겸손하게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은 최고 연봉자라고 하는데 연봉이 20억 밖에 안돼. 너희 대 가문과는 비교가 안 되지.”“아, 맞다. 미안해. 은아야.”“내가 깜빡 했다. 며칠 전 뉴스를 봤는데, 네 회사가 지금 최가에게 넘어갔다며. 거기다 최가가 너희 가족과는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던데!”“아이고! 은아야, 너 그때는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엄친딸이었잖아. 근데 여신급 인물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어!”“내가 보기에는 네가 이 찌질한 남편을 만나서 그런 거 같아!”“이 남자가 조금만 능력이 있었어도 이럴 때 너를 도와줬을 텐데!”이명준이 말을 마치자 은아와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하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남자로서 내가 충고 한 마디 할게.”“너 사내 대장부잖아! 사내 대장부가 여자한테 기대서 사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아?”“남자라면 자존심이 있어야 하는 거야!”“눈치가 있어야지. 은아와 이혼하고 더 이상 은아의 앞날을 방해하지 마!”이명준은 마치 하현이 은아를 떠나지 않은 것이 큰 실수인 냥 뼈아픈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명준 교수님이라고 하셨죠?”“교수님이라 역시 가르치시는 걸 좋아하시네요.”“
이때 이명준의 눈에는 이미 하현이 없었고 설은아만 보였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은아야, 나랑 결혼하면 나는 내 집들을 네 명의로 옮길거야!”“나는 네가 사업하는 거 좋아한다는 거 알아. 결혼하면 내가 리조트 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너는 리조트 배후의 사장 중 한 명이 될 거야!”“대저택에 살면서 지분을 가지고 매일 즐기면서 살아야지. 이런 신분이야말로 너에게 어울리지 않겠어!”이명준은 지금 꼭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얼굴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어떤 여자도 이런 유혹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사 설은아 같이 훌륭한 여자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이명준은 최가에게까지 감사했다. 최가가 은아의 지분을 모두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도 은아를 차지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명준의 눈에 이것은 운명이었다!운명적으로 나는 너에게 갈 수 있다! 이때 계속 무시를 당하던 하현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이 교수님, 당신 리조트가 그렇게 값어치가 있습니까?”“주주가 되는 게 대단한가요?”이명준은 냉소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동생, 우리 리조트의 배후에는 안씨 집안이 있어!”“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 안씨 집안이야!”“골동품을 만든다는 건 안씨 가문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신분이 높지 않을 수가 있겠어?”이명준은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안씨 집안이라는 말 만으로도 눈 앞에 있는 이 놈을 놀라 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씨 집안이 그렇게 대단한 가 보죠.”하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 대가님이세요? 저예요. 하현, 당신들 교외에 있는 이 리조트……”여기까지 말하고는 하현은 이명준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네 리조트를 뭐라고 했었지?”이명준은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금상 리조트.” “응, 금상 리조트 괜찮은 거 같은데 선물해주세요.”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이명준과 설은
하현과 은아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명준의 눈동자에는 이색이 번쩍였다. “빨리 가서 그들이 어느 방에 머무는지 알아보고 출입 카드를 가지고 와!”“이 사장님, 이건 규칙에 어긋나는 건데요?”종업원이 조용히 말했다.“퍽!”이명준은 뺨을 내리치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규칙? 무슨 규칙? 여기서는 이 어르신이 규칙이야!”그 종업원은 얼굴을 가리고 감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곧 출입 카드를 가지고 왔다. 카드를 움켜쥔 이명준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빛이 떠올랐다. 그 당시 처음 설은아를 만났을 때부터 그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은아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산을 오르고, 동굴에 내려 가는 건 대장부가 해야 할 일이다!다만 그 당시 그는 다른 여학생을 찾아간 일로 고발을 당했을 뿐이다. 결국 많은 돈을 써서 일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설은아 입장권을 사러 갔을 것이다. 지금 달콤한 만두 한 입이 자신 앞에 떨어지자, 이명준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 여기며 어떤 일이 있어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흥, 은아야, 너의 공원엔, 오빠만이 들어가서 놀 수 있단다!”“그 데릴사위는 자격이 없어!”이명준은 자신이 지식인이라 생각했는데, 지식인은 자연에서 노닐 때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른 한 편. 하현과 은아는 호수 뷰 룸에서 묵었다. 곧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하현이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계약서는 다 준비 된 겁니까? 그래요. 내일 보내주세요. 확인해 볼게요.”전화를 끊자 은아는 하현을 보며 간곡하게 말했다. “하현, 비록 네가 안흥섭 대가와 친하다는 건 알지만 이런 일은 우스갯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은아는 하현이 또 큰 소리를 치는 줄 알았다. 사실 안흥섭은 하현의 전화를 받고 주식 증여 계약서를 준비했다. 이번에 하현이 안흥섭을 데리고 남원에서 돈방석에 앉혀줬으니 안흥
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표정이 냉담해졌다. 이 이명준은 분명 안심할 수 없다. 야채를 한 입 집어 삼키자 하현은 바로 알았다. 이 음식들 안에는 수면제가 들어있다. 그러나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타입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오히려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하현은 은아가 최근 잘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드러내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를 했다. 이런 약들은 하현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쟁터에서 그가 무슨 독약을 보지 못했겠는가? 지금 그의 몸이 어떤 독으로도 해를 입지 않는 무적은 아니었지만, 거의 그런 수준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던 이명준은 흥분하며 온몸을 떨었다. 오늘 밤 은아네 작은 공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 수 있겠구나. 듣자 하니 이 데릴사위는 3년 동안 은아네 공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기가 좋은 사람으로 좋은 일을 하니 그들이 도와줘야지! 하현과 은아는 식사 후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숫가를 거닐었다. 한 시간 정도 돌아다닌 후에야 은아는 피곤함을 느끼고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도착하자 은아는 씻고 난 후 휴식을 취했고 그녀가 편히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현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 스탠드를 끄고 어둠 속에서 침묵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이명준 이 놈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지 보려고 했다. 이때 이명준은 사무실에서 흥분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이미 발작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그는 비로소 살금살금 하현의 방으로 왔다. 하지만 그는 초인종을 몇 번 눌렀다가 반응이 없자 출입 카드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불을 켠 뒤 침대에 누워 작은 얼굴만 드러내고 있는 은아를 보자 순간 피가 끓어 올랐다. 이 순간 이명준은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침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하현은 이때 그의 바로 뒤에 서 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