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지게!”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대장의 참모습을 똑똑히 보려고 하는 순간. 단상에 선 원경천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이때 원경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실제처럼 느껴져 많은 이들의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며 눈물을 흘리게 했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대장의 다리에만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군에서 온 제독과 사령관들만이 대장의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흐릿하게 대략적인 것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감히 원한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원경천이 하는 일이 틀린 것 아니었기 때문이다!대장은 병부 신화, 살아있는 전설이라 이런 자리에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경스런 행동이다!비록 대장 자신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원경천은 대장의 병사로서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무대 뒤에서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원경천, 여기는 회의장이지 전쟁터가 아니니 살기를 거둬.”원경천은 재빨리 경례를 하며 말했다.“네! 대장님.”원경천이 살기를 거둬들이면서 장내 분위기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됐지만 이 와중에 감히 고개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대장의 얼굴을 엿볼 자격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하현은 임명장과 함께 용 무늬 훈장을 꺼내 들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원경천이 지금부터 강남 병부의 총지휘관, 1인자가 된 것을 선포합니다!”임명이 되자 원경천은 감격하여 무릎을 반쯤 꿇었다. 이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도대에서 나와 언젠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에게 훈장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도대에서 나온 형제들은 모두 훌륭합니다.”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장님의 칭찬에 감사 드립니다!”원경천은 하현의 칭찬 한 마디에 강남 병부의 수장이 된 것보다 더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
그러나 최수빈이 걱정하는 것은 결코 최준의 몸이 회복될 수 있는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전의 최준의 계획이 무용지물이 될 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계획대로라면 오늘 밤에 그녀는 대장과 무슨 일을 벌여야 한다. 구기승과 나성곤은 이때 다가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 최준이 지금 이 모양인데 우리 세 집안이 준비한 일들을 계속 할 수 있겠어요?”최가 할머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최준이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오늘 모든 절차는 준이가 준비를 했고 그가 지금 없긴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면 일이 잘못되지는 않을 겁니다.”“하지만 두 분, 지금은 준이가 관청 내부에서 응할 수가 없으니 우리는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해야 해요. 대장을 건드려서는 안됩니다!”“네. 네. 모든 건 할머니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나성곤과 구기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만 만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대장을 생명 줄로 여겼다. ……또 다른 한편, 이장성은 이때 자리에서 일어나 곁에 있던 이준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공, 제가 전에 이미 군에 있는 우리 이가 사람한테 대장에게 여쭤보라고 말했어요.”“대장이 저와 슬기 아가씨의 주례를 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지금 때가 되었으니 오시죠!”이때 이장성은 득의만연한 얼굴이었다. 이준태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슬기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녀는 맨 첫 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 형체의 윤곽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윤곽은 그녀가 너무 익숙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그녀가 늘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자신과 이장성의 주례를 허락했을까? 설마 그가 항성 이씨 집안을 두려워하는 건가?그러나 오늘의 이 광경을 보면 그는 대하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신분이다.
하현! 대장이 뜻밖에도 하현이라니!?하현이 바로 전설의 대장!?이 모습은 이장성을 때려 죽인다 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이 대장에게 자기 주례를 서달라고 하다니!?관건은 이 여자가 대장의 여자라고!?웃기는 소리!이건 그야말로 천하 최대의 웃기는 소리다!이때 이장성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거의 기절할 뻔했다. “말도 안돼! 어떻게 하현 일수가 있어!?”“믿을 수 없어. 분명 내 눈이 침침해 진 거야!”이때 이장성은 눈앞의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눈앞의 이 광경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슬기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의아해 하는 것은 하현의 신분이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원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그녀가 의아해 한 것은 하현이 뜻밖에도 ‘내 여자’라는 이 세 글자를 내뱉었다는 것이다.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어르신을 들여 보내. 이 일은 그도 나한테 해명을 해야 해.”곧 이준태가 들어왔다. 무릎을 꿇고 있는 이장성을 보는 순간 그의 얼굴빛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재빨리 인사를 올렸다.“대장님을 뵙습니다! 하 세자!”“쿵!!!”이준태의 이 말에 이장성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바보가 아니라 지금 이미 몇 가지 추측을 했다. 하현, 하 세자, 대장!이 세 신분이 동일 인물이라니!이것이 하현에게 미움을 산 사람들이 모두 좋은 결말이 없는 이유이다!이것이 바로 오늘 하 세자가 초청을 받지 않은 이유이다!이것이 이일해 같은 인물이 반드시 항성으로 쫓겨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하 세자가 대장이다!이것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자기가 레스토랑에서 하현을 겨냥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공항에서 하현이 자신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항성 이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때 이장성은 대장이 계속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장성을 해결하고 이준태를 내보낸 후에야 하현은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이슬기, 일을 해결했으니 앞으로 일에만 전념해.”이슬기는 복잡한 얼굴이었지만 잠시 후 방긋 웃었다. “회장님, 말씀하신 것은 책임지셔야 해요. 천일그룹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났다. 하현은 손을 뻗어 머리를 휘감았다. 이번에 슬기를 이가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기 위해 이렇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거 자기가 덮어 쓴 거 같은데? 됐다. 당분간은 생각하지 말자. 하현은 다시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나가와 구가 사람들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나성곤과 구기승 두 사람은 ‘청함’을 받고 들어왔다.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사람은 하마터면 놀라 기절할 뻔했다. “하현이 대장이라니!?”이 두 명의 악랄한 가주들은 지금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리들이 설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건 데릴사위 하현 아니야?”“하민석이 우리를 생매장 시킨 거야!”이때 나성곤과 구기승은 멍해졌다. 그들이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데릴사위가 뜻밖에도 세상에 둘도 없는 대장이 되다니!병부 신화!살아있는 전설!상상이 안 간다!상상을 할 수도 없다!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두 분을 놀라게 해드렸네요. 제가 대장입니다.”“쾅______”나성공과 구기승 두 사람은 동시에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나가, 구가, 나랑 너희들은 원한이 없는데 왜 해외의 용병까지 찾아서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 무슨 죄를 지었길래!?”하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이이……”구기승과 나성곤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하민석이 주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현의 차가운 눈빛 앞에서 그들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알아봤기 때문이다. 대장은 알고 있었다!대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대장 앞에서 변박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곧 바깥 마당에서 파문이 일었다. 최준은 대장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상을 입어 장기간 병부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대장은 최가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며 조만간 찾아 뵙겠다고 했다. 순간 최가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록 순간 강남 3인자 최준을 잠시 잃었지만 최가는 오히려 대장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최가 할머니는 즉시 최가 사람들을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조용해 말했다. “지금 보니 전에 준이가 계획한 건 이미 실패했어. 우리가 원래 계획한 대로 할 수 없어!”“하지만 상관없어. 조만간 대장이 우리 집에 찾아 올 거니까!”“그때 우리가 그에게 한약을 먹게 하면 돼. 이미 엎지른 물이 되면 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할머니의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이전의 계획은 최수빈이 대장의 아이를 임신하게 해서 자녀로 인해 귀하게 여김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이제 대장이 방문을 하기만 하면 이미 엎지른 물이 되니 이렇게 하면 임신이 되지 않더라도 대장도 가지고 논 다음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이 두 가지 계획을 비교해 보자면 분명 두 번째 것이 더 간단하고 효과적이었다. 관건은 지금 최준이 자리에 없고 첫 번째 계획도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성회는 많은 상류층들이 최가를 치켜세우는 데서 끝이 났다. 마치 축제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최가인 것 같았다. 이어 강남의 정권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항성 이가는 1시간 안에 모든 사업을 버리고 항성으로 돌아갔다. 나가, 구가는 완전히 망했다. 거의 가족들 중에 절반은 감옥에 갇혔다. 두 가주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남원의 6대 일류 가문 중 유독 안씨 집안과 최가만이 우뚝 서 있었다!모든 것이 끝난 후에 하현은 이전의 평상복으로 갈아입었고, 원경천도 그의 곁에 있었다. 곧 그들은 떠나려고 하던 설은아 일행을 찾
하현이 웃었다. “아버지가 이런 자리를 좋아하신다면 앞으로 비슷한 기회가 있을 때 많이 모시고 나와서 세상 구경 시켜드릴게요.”“좋아, 좋아!”재석은 매우 흐뭇해했고 사위는 의기양양했다. 바로 그때 설은아는 핸드폰을 들고 있다가 갑자기 숨을 내쉬며 말했다.“큰일 났어!”“무슨 일이야?”다들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놀라는 거야? 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항성 이가 세자 이장성이 갑자기 강남의 모든 사업을 버리고 항성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했어.”“일류 가문 구가, 나가의 가주들은 자살하고 가족 핵심 구성원들은 모두 경찰에 자수했대!”“대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최가를 방문하겠다고 했고!”세 가지의 무거운 메시지가 전해졌다. 지난 이틀간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기껏해야 충격을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삼일 째 새로운 소식을 듣고 그들의 안색인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생각지도 못하게 최가에게 이런 영광이 있을 줄이야!가장 중요한 건 하씨 가문, 구가, 나가, 소가, 왕가 등 이 대 가문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진 날이 오늘이라는 것이다. 남원은 물론 강남 전역은 거대한 블루오션 시장으로 변했다. 최가는 이런 상황에서 뜻밖에도 대장에게 빌붙은 것이다!그렇다면 최가는 앞으로 강남의 유일한 탑 클래스 가문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최가에 의해 쓸려 나간 사람으로서 재석과 사람들은 최가가 발전을 하면 할수록 더 괴로워 질 것이다. 심지어 앞으로 강남 전역에는 이들이 머물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완전 망했다!”재석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최가의 궐기는 마치 그들 일가를 치욕의 기둥에 매달아 놓는 것과 같았다. 다들 앞으로 최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그들 일가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그들 집안은 아마 남원 전역에서는 물론 강남 전역에서 가장 큰 웃음 거리가 될 것이다. 이때 재석은 갑자기 하현의 얼굴에 웃음꽃이
나가와 구가가 갑작스레 무너진 관계로 항성 이씨 집안은 강남의 시장을 완전히 포기했다. 하룻밤 사이에 강남의 시장은 텅 비었다. 이것은 거대한 고깃덩어리로 누구나 한 입 베어 먹고 싶어 했다. 한동안 먼 곳에 있던 연경, 대구, 금정의 거물들의 시선이 남원의 비옥한 땅으로 쏠렸다. 같은 시각, 천일그룹은 강남에 있던 세 집안의 자산을 집어 삼키고, 시장을 점거하며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원 자체가 시장이 너무 커서 하루 만에 삼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슬기는 그룹에 돌아오자마자 하현과 결판을 내야 했지만 지금은 바빠서 시간이 없었다. 슬기는 사업을 중시하는 여자였다. 이것이 하현이 안심하고 천일그룹을 그녀에게 맡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시에 안씨 집안의 안흥섭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현은 그를 시장 나누는 일에 불러 들였다. 안흥섭은 원래 6대 일류 가문들 중에 가장 꼴찌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곧 남원의 가장 강한 가문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하현은 한편으로 안흥섭의 안수정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원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켜 강남 시장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하현은 은아를 빠르게 부상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남원 시장은 텅 집었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 많았다. 은아의 능력으로 따지자면 석 달 안에 큰 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할 수 있는 일이다. ……남원 동해안. 요트 한 대가 천천히 기슭에 닿았다. 곧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양손을 드리우고 길을 내주었다. 하민석과 하은수 두 사람이 천천히 올라가자 거기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항성 이가 세자, 이장성!그러나 지금 이장성의 예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다음 날.지금 남원의 최고봉은 의심할 여지없이 최씨 집안이었다. 적어도 최가 사람들이 보기엔 그랬다. 방금 설은아의 그 많은 자산과 주식을 얻고 지금 남원의 대 가문들은 또 다 무너졌다. 최가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넓다고나 할까!이것은 백 년에 한번도 얻기 힘든 기회였다!최적의 시간과 장소, 사람은 모두 거의 최가의 편이었다. 최가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백억그룹, 심지어 천억그룹이 되는 것은 꿈이 아니었다. “어머니, 역시 희정이네 집안을 쫓아낸 후 우리 집안이 운이 좋아진 거 같아요!”여민철은 이때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그는 비록 최가의 사위였지만 지금은 데릴사위가 되기를 자처했다. 어쩔 수 없다. 최가가 지금은 너무 대단했다!그가 최가에 있는 이상 분명 상석에 오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는 지금 부은행장일 뿐이었다. 최가가 지금 가진 힘으로 말하자면 할머니가 입을 열기만 하면 은행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우현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원래 자신이 남원 경찰서 3인자 자리에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그는 분명 전례 없는 승진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틀이 지나면 바로 남원 경찰서의 수장이 되도 문제 없을 거 같은데?“하늘이 우리 최가를 돕는 구나!”“최가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강남의 하늘이 될 거야!”“우리다 대장의 힘을 빌리면 하 세자를 밟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앞으로 우리 최가는 아마 강남의 왕이 될지도 몰라!”“심지어 강남의 1인자도 우리의 눈치를 봐야 해!”최가 사람들은 연이은 희소식에 벌써부터 맹목적으로 자만해져 마음이 부풀어져 있었다. 그들은 현실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들의 눈에 최가는 아주 강했다. 매우 강했다!“할머니, 큰일 났어요!”바로 이때 최가의 최우빈이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그는 최우현의 사촌 동생으로 원래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이틀 전에 돌아왔다. 최가는 그에게 큰 기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