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곤은 이상한 기색으로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귀가 번쩍 뜨이네요!”구기승은 냉담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현재 구성진은 손발이 부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구기승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하현 뒤에 분명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하현이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이 사람은 거의 80% 하 세자일 것이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구기승은 하 세자를 조금 두려워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최준의 주선으로 그들은 대장을 만날 것이다. 만약 대장에게 빌붙을 수 있다면 하 세자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웃기는 소리다!이때 최가 할머니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두 분 가주님, 하현도 자기 식구들을 데리고 수비 교체식에 참석하러 왔대요!”최가 할머니가 이 말을 내뱉자 나성곤과 사람들은 껄껄 큰 소리로 웃었다. “최가에게 쓸려나간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으로요?”“흥!”나성곤과 구기승은 냉소했다. 그들의 눈에 하현은 그저 땅강아지 개미일 뿐이었다. 비록 하 세자의 대리인이라는 신분이 있기는 하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그들이 하 세자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하현을 두려워하겠느냐는 것이다. 구기승은 일부러 입을 열었다. “최가 할머니, 제가 듣기로 이번 수비 교체식에는 천일그룹의 하 세자도 초대장을 받지 못했대요!”“맞아요. 그는 강남 1인자잖아요. 그런데도 참석할 자격이 없다니요!”“제가 듣기로 하 세자와 대장은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번에 대장의 병사가 강남 병부 수장이 되니 아마 하 세자는 죽을 거예요!”“전설의 하 세자와 전설의 대장이 만나다니 토종 닭과 개가 만나는 것 뿐이죠!”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특히 구기승은 특히 하현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하 세자는 너를 한 번 구할 수는 있지만 두 번은 구할 수
하현의 말에 재석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우리 집 데릴사위가 남의 집 운전기사로 일하는 걸 알고는 잘 나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그 주인은 이런 자리에 참석할 자격도 없고, 보아하니 날이 저문 모양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재석은 더 이상 자세한 것을 묻기가 귀찮아졌다. 대신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너, 이 운전기사는 능력이 참 좋네. 방금 그 가주들이 너를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걸 한스러워 할 것 같은데!”“운전기사 한 명이 이렇게 많은 사람한테 미움을 사다니, 너 도대체 뭘 한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이 사람들은 폐물일 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을 쓰세요? 하 세자를 만났을 때 그들은 바로 무릎을 꿇었어요. 쓰레기일 뿐이에요.”재석은 이번에 하현이 허풍을 떨지 않는다고 느끼고 탄식하며 말했다. “하 세자가 네가 말한 것처럼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큰 일 날 거야.”희정도 충격 받았던 것에서 정신을 차린 뒤 이때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하현, 너 우리 데리고 들어갈 준비 됐어? 그 사람들이 말한 무슨 수비 교체식에 참석할 거야?”은아도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듯 의심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은아야, 제가 온 이상 저는 반드시 데리고 들어갈 거예요.”“그 병사들은 다 저를 알고 있어요.”“그렇구나!”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보아하니 하현은 정말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하 세자와 자주 이런 자리에 드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병사들이 어떻게 그를 알 수 있겠는가?과연 하현은 은아와 두 사람을 데리고 무사히 대강당으로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공손한 얼굴로 세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참관하는 병사도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희정과 재석은 하 세자에 대한 믿음이 조금 커졌다. 보아하니 하 세자는 강남에서 여전히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나성곤과 사람들의 말처럼 그렇게 나쁘지만
내실 한 가운데. 이때 참석한 내빈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맨 앞자리에는 바로 이준태, 공문수, 장북산 등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준태 곁에는 항성 이씨 집안의 세자 이장성과 이슬기가 있었다. 뒤로는 최가, 나가, 구가 등 일류 가문이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강남 관청의 각 계통의 1인자들도 모두 왔다. 남원 1인자 양정국, 2인자 왕태환 등 사람들도 모두 참석했다. 이원규도 공손한 얼굴을 하고 와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오직 맨 앞줄 6자리만 비어 있었다. 다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다 알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강남 병부 1인자, 총지휘관 원경천 외에 대장과 강남 병부 4대전신 거물들의 자리였다. 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도 강남 상류층 전체를 얼떨떨하게 만들 수 있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는 병부 신화, 살아있는 전설의 대장이 등장할 것이다!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 대장은 은퇴 후 줄곧 틀어 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듣기로 대하의 사령관은 줄곧 그에게 9대 병부의 대장을 맡아 달라고, 훗날 병부 대장로의 자리를 계승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초청을 했다. 이런 사람은 그가 원하기만 하면 한 사람 아래 만 명 이상을 거느릴 수 있다!이런 거물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면 누가 흥분하지 않겠는가? 이장성은 세상을 충분히 보았고, 작은 나라들의 군주를 많이 본 적이 있다고 자인했다. 이때 더없이 감격했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이번은 이전과는 의미가 달랐다!수비 교체식 이후 대장은 자신의 결혼을 위해 주례를 서줄 것이다!이런 주례자가 있으면 자신은 반드시 항성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항성 이씨 가문에 이런 층의 관계가 있으면 항성 이씨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 중의 하나는 될 수 없더라도 항성에서는 반드시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이것은 이장성의 인생에
그러나 원경천은 이 순간에도 자리에 앉지 않고 회의장 입구 한쪽에 서서 정성스레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네 갈래로 줄지어 들어왔다. 먼저 강남 병부의 4대 전신의 수장인 당도대 전신 당인준이 들어왔다. 그 뒤로 마도 전신, 횡도 전신과 연도 전신이 뒤를 따랐다. 강남 병부 4대 전신이 일제히 출몰하여 모두 무서운 기세로 분위기를 휩쓸었다. 원경천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이 4대 전신들을 보며 이준태 같은 인물들도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강남 병부는 전선으로 극동 각국과 수년간 혈투를 벌였다. 강남 병부의 4대 전신들은 당연히 천군만마를 죽이고 살아 남은 것이다. 강남 병부 4대 전신 중 당도전신인 당인준이 가장 명성이 대단했다. 다른 3대 전신은 항상 병부에 진을 치고 있었고 사람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이 4대 전신은 입장하지 않고 원경천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양쪽에 나란히 서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모두들 이것이 높은 신분의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분의 정체가 곧 공개될 것이다! 모두가 일어서서 지금 숨을 죽이고 회의장 입구를 필사적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숨도 못 쉬고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곧 낭랑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한 사람의 모습이 행사장 입구에 나타났다. 다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무도 이 분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었다. “경례!”원경천은 입을 열며 깍듯이 경례를 했다. 강남 병부 4대 전신들은 칼자루를 잡고 고개를 숙이며 경례를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병부 병사들은 하나같이 열광적인 눈빛을 띠며 경례를 했다. 그리고 그 사람도 회중을 향해 답례를 하고 장중을 향해 걸어갔다. 이 과정에서 4대 전신이 그의 곁을 지켰는데 그야말로 빈틈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가가기는커녕 고개를 들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다른 한편, 이장성은 고개를 숙였지만 설렘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는 슬기의 아름다운 얼굴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잠시 후 대장이 두 사람의 주례를 서는 장면을 상상했다!그때가 이장성의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천사 같은 미녀에게 장가 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하의 높으신 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장성은 자신이 이미 인생의 최고 전성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나가, 구가도 더없이 감격스러웠다. 오늘 최준의 안배에 따라 그들은 대장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대장의 문하에서 그를 섬기며 그의 제자가 될 것이다. 지금 나성곤과 구기승 두 사람은 부들부들 떨며 행복한 순간, 그들이 기대하면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하현은 4대 전신의 호위 아래 자기 자리에 앉았다. 지금 이 순간.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다들 대장의 뒷모습만 보았다. 뒷모습만 봐도 다들 설레었을 뿐이다. 이때 최가의 어떤 사람이 갑자기 가볍게 웃으며 속삭였다. “잘 보셨어요?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역시 나타나지 않았어요.”“부회장 우윤식도 안 왔어요!”“밖에서 하 세자와 대장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지금 보니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나 봐요!”최가 할머니는 조용이 말했다.“이건 우리가 제대로 짚었다는 뜻이야!”“하현 그 폐물이 하 세자의 사람이면 또 어때? 이 일이 끝나고 난 후에 그가 감히 은아를 대신해서 나설 수 있겠어?”이 말을 듣자 모두들 냉소를 연발했다. 최가 할머니는 손녀사위를 노리는 눈빛으로 대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대장은 역시 살아있는 전설이구나!”“뒷모습만 봐도 몇 살이 더 젊어지는 느낌이야!”“우리 대하에 이런 수호신이 있다는 것은 대하의 행운이야! 우리 민족의 행운이라고!”다른 최가 사람들은 최가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곧 대장은 최
원래 이런 작은 일은 아무 종업원이나 시켜서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최준은 스스로 이 영광을 차지하기로 결심을 했다!그가 직접 대장에게 차를 한 잔 올리면 좋은 첫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최준은 오랫동안 훈련해 왔다. 걷는 걸음 수, 걸음의 빈도, 몸을 구부려 인사를 올리는 각도, 얼굴 표정까지 그는 전문적인 매너 대가 들을 불러 전문적인 강습을 받았다. 무대에서의 1분을 위해 무대 밖에서 10년간 공을 들인 것이다. 최준이 밤새도록 특별 훈련을 한 이유는 바로 차를 잘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곧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대장 앞으로 가서 두 손으로 차를 따랐다. 인사를 한 후 차를 잘 올려 두었다. 의례상 이때 최준은 고개를 들고 대장의 얼굴을 올려다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예비 사위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든 순간!“털썩!”최준은 똑바로 서있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하현!?어떻게 하현일 수가 있지!?대장이 하현이라고!?어떻게 이럴 수가!?이 순간 최준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가 한 평생 수많은 풍파를 겪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수많은 일들을 목격했다고 해도, 그가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순간 식은땀이 ‘쓱’ 솟아 올라 왔다. 최준은 온몸에 힘이 빠져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으으으’하며 알 수 없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당인준은 불쾌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를 그의 자리에 내던졌다. 그러나 최준은 정신을 잃은 상태여서 전혀 반응을 하지 못했다. 이 장면은 장내를 뒤흔들었다. “최공이 왜 그러지? 마치 놀란 거 같아!”“방금 그가 대장의 모습을 훔쳐본 거 아닐까?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듣기로 대장은 하늘 위에서 속세로 내려온 분이라 보통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볼 자격도 없다고 하던데!”“최공이 믿지 못
“건방지게!”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대장의 참모습을 똑똑히 보려고 하는 순간. 단상에 선 원경천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이때 원경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실제처럼 느껴져 많은 이들의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며 눈물을 흘리게 했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대장의 다리에만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군에서 온 제독과 사령관들만이 대장의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흐릿하게 대략적인 것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감히 원한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원경천이 하는 일이 틀린 것 아니었기 때문이다!대장은 병부 신화, 살아있는 전설이라 이런 자리에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경스런 행동이다!비록 대장 자신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원경천은 대장의 병사로서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무대 뒤에서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원경천, 여기는 회의장이지 전쟁터가 아니니 살기를 거둬.”원경천은 재빨리 경례를 하며 말했다.“네! 대장님.”원경천이 살기를 거둬들이면서 장내 분위기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됐지만 이 와중에 감히 고개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대장의 얼굴을 엿볼 자격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하현은 임명장과 함께 용 무늬 훈장을 꺼내 들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원경천이 지금부터 강남 병부의 총지휘관, 1인자가 된 것을 선포합니다!”임명이 되자 원경천은 감격하여 무릎을 반쯤 꿇었다. 이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도대에서 나와 언젠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에게 훈장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도대에서 나온 형제들은 모두 훌륭합니다.”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장님의 칭찬에 감사 드립니다!”원경천은 하현의 칭찬 한 마디에 강남 병부의 수장이 된 것보다 더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
그러나 최수빈이 걱정하는 것은 결코 최준의 몸이 회복될 수 있는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전의 최준의 계획이 무용지물이 될 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계획대로라면 오늘 밤에 그녀는 대장과 무슨 일을 벌여야 한다. 구기승과 나성곤은 이때 다가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 최준이 지금 이 모양인데 우리 세 집안이 준비한 일들을 계속 할 수 있겠어요?”최가 할머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최준이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오늘 모든 절차는 준이가 준비를 했고 그가 지금 없긴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면 일이 잘못되지는 않을 겁니다.”“하지만 두 분, 지금은 준이가 관청 내부에서 응할 수가 없으니 우리는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해야 해요. 대장을 건드려서는 안됩니다!”“네. 네. 모든 건 할머니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나성곤과 구기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만 만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대장을 생명 줄로 여겼다. ……또 다른 한편, 이장성은 이때 자리에서 일어나 곁에 있던 이준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공, 제가 전에 이미 군에 있는 우리 이가 사람한테 대장에게 여쭤보라고 말했어요.”“대장이 저와 슬기 아가씨의 주례를 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지금 때가 되었으니 오시죠!”이때 이장성은 득의만연한 얼굴이었다. 이준태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슬기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녀는 맨 첫 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 형체의 윤곽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윤곽은 그녀가 너무 익숙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그녀가 늘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자신과 이장성의 주례를 허락했을까? 설마 그가 항성 이씨 집안을 두려워하는 건가?그러나 오늘의 이 광경을 보면 그는 대하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신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