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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낙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9 11:41:43
“제가 시집오면서 3천만 원과 6채의 상가 그리고 30여 개의 금반지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빚을 갚았죠?”

“제가 마음에 안 드시다니 좋아요. 제가 가져온 물건 모두 돌려주세요. 그러면 바로 이 집안을 떠날게요.”

친척들은 모두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많다고? 정말이야?”

“어쩐지 언니 집이 갑자기 부자가 됐다 했어. 알고 보니까 부자 며느리를 들인 거였어?”

시어머니는 당황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빚? 혼수는 또 뭐고? 그런 일 없어. 저년이 함부로 지껄이는 거니 들을 거 없어.”

내가 말했다.

“그런 일이 없다고요? 좋아요. 그럼 같이 경찰서에 가서 제대로 따져보자고요.”

시어머니의 안색이 다시 바뀌었다.

“이년이? 우리 집안에 시집을 왔으면 우리 집안사람이 된 건데 네년 돈 좀 가져갔다고 지금 따지겠다는 거야?”

친척들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 한가족인데 돈을 어떻게 니꺼내꺼로 나눠? 돈 가지고 가족끼리 인정없이 딱 자르는 건 너무하지.”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남편이 밀려 나와 병실로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즉시 의사에게 달려들어 물었다.

“저희 아들은 좀 어떤가요?”

전생의 나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다리가 절단되어 불구가 되었다.

충격을 받은 시어머니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매서운 표정으로 나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이년아, 이게 모두 다 네 탓이야. 네가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더라면 내 아들이 이렇게 됐겠어?”

“넌 화근덩어리야. 재수 없는 년. 내 아들이 네년과 결혼하는 바람에 정말 평생 불구가 돼버렸어.”

시어머니는 내게 욕설을 퍼붓다가 기절까지 했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창백한 남편과 어지러워하는 시어머니를 보고는 유유히 병원을 나와 상가로 향했다.

‘수술비 400만 원, 입원비만 하루에 몇십만 원이야. 그 돈을 나한테서 받으려 하다니, 어림없지.’

일찍이 상가에서 장사가 잘 안돼서 다른 살길을 찾으려고 했을 때 남편이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시켰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매달 죽기 살기로 밤샘 야근까지 하며 일해 60만 원 월급을 받았고 밥값으로 10만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남편이 가져갔다.

난 계약서를 들고 상가로 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졸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바로 월급을 정산해 주고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때 시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야, 이년아, 어디 갔어? 빨리 와서 병원비 안 내?]

난 냉정하게 대답했다.

“돈이 없어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냉소하며 명령조로 말했다.

[돈이 없으면 네 사장에게 가서 몇 달치 월급을 가불 받으면 되잖아.]

이미 난 가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남편과 시어머니는 그 일을 모른척했다.

난 지금도 매달 20만 원을 월급에서 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매달 집에 가져가는 돈이 20만 원이 줄어들었다.

일전에 남편이 내게 물었다.

“여보에게 10만 원 생활비 줬잖아? 더 많이 가져가서 뭐 하려고?”

내가 빚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빚이 있었어?”

시어머니는 내가 바람을 피워서 상대 남자에게 돈을 준다고 비아냥거렸었다.

시어머니가 계속 돈을 빌려오라고 해서 난 비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난 상가를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직원을 다시 뽑아 옷가게를 야식 가게로 바꾸었다.

시집오기 전에 내 상가는 모두 아침에는 밀크티, 저녁에는 야식을 팔았는데 모두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시집온 지 몇 년도 안 돼서 상가도 팔아버리고 업종도 바꿔서 장사를 아주 말아먹었다.

난 수차례 조언했지만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했고 불리할 때면 남자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욕까지 했다.

그래서 그 후로 더 이상 사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 날 남편은 내게 병원에 와달라고 했다.

창백한 얼굴에 허약한 모습인 그는 내 손을 잡고 불쌍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현아, 지금 집에 돈도 별로 없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어. 당신이 공장에서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시어머니가 냉소했다.

“못된 년, 어제 그렇게 도망이나 가고, 아주 뻔뻔한 년이라니까.”

‘지금 도대체 누가 뻔뻔하다는 거야?’

남편이 힘없는 목소리로 나무랐다.

“엄마, 아현이에게 그렇게 말 좀 하지 마.”

시어머니는 여전히 냉소를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난 가만히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 죽이 척척 맞는구나.’

‘예전에 난 왜 남편이 내 편이라고 생각했지?’

‘한 명은 악역을 맡고 다른 한 명은 내편인척 그렇게 날 맘대로 가지고 놀았던 거야.’

난 담담하게 대답했다.

“물어봐도 빌릴 수 없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준 돈은 어쨌어? 모두 당신이 다 가지고 있잖아?”

남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까짓 돈으론 가게 운영하기에도 벅차단 말이야.”

남편은 예전에 내가 아플 때도 고작 몇천원도 없다는 이유로 병원에 못 가게 했다.

“그냥 열이 조금 있을 뿐이야. 감기약을 먹고 쉬면 괜찮을 거야.”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몇천원이라도 아껴야지.”

그래서 난 친구에게 돈을 빌려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남편이 명령하듯 말했다.

“공장에서 빌릴 수 없으면 가서 부모님이나 친구한테 빌려달라고 하고 나중에 갚겠다고 해.”

‘하, 웃기는 소리 하시네. 당연히 나중에 갚겠지, 그것도 내 돈으로.’

처음부터 내가 매달 돈을 벌어서 주면 남편은 그저 받아 챙기기만 했다.

내가 전에 급해서 친구에게 60만 원을 빌렸었는데 남편이 1년이 넘어도 그 돈을 갚지 않아서 물어보니 돈이 없어서라고만 대답했다.

당시 그 친구는 집을 고쳐야 해서 돈이 너무 필요했는데 그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한테는 그저 돈 없다는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난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했고 매일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기절할 정도가 되었다.

월급날이 되었을 때 다시 내 돈을 남편이 가져가려고 하자 난 친구에게 돈을 갚겠다고 바로 말했다.

남편은 자신이 모아서 한 번에 돌려주겠다고 했고 그 때문에 수없이 다투었다. 결국 난 속는 셈 치고 남편에게 돈을 넘겨주었다.

돈이 모이자 남편은 내가 주었던 돈을 세서 건네며 말했다.

“내가 돈을 빌린 일은 소문내지 말라고 해.”

이 말과 함께 돈을 내 손에 쥐어주며 나더러 가서 갚으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도 저 많은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지 않고 또다시 나에게 돈을 구해오라고 했다.

나는 남편을 똑바로 쳐다보며 분명히 말했다.

“돈 못 빌려와.”

남편은 흠칫 놀라며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당신 변했네.”

시어머니는 노여워했다.

“돈을 못 빌려? 그럼 지금 내 아들 보고 죽으란 말이냐?”

시어머니는 그 즉시 병실 입구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아이고 하느님, 우리 집안에 어째서 저런 며느리가 들어왔습니까?”

병실 앞에서 큰소리가 들리자 간호사들이 몰려왔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시어머니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 며느리가 병원비를 내려고 하지 않잖아요.”

간호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향했고, 나는 곤란한 듯 이마를 비비며 말했다.

“죄송해요. 전 매달 월급에서 생활비로 10만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남편에게 맡겼어요. 그래서 제게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럽니다.”

시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욕설을 날렸다.

“네년 월급이 무슨 상관이야? 돈이 없으면 가서 빌리기라도 해야지? 왜 이리 뻔뻔해?”

난 복도에 있는 친척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어머니, 친척분들에게 돈을 빌리시면 되잖아요?”

친척들은 내 말에 당황해했다.

“집에 보살펴야 할 자식이 10명이 넘어서, 난 빌려줄 돈이 정말 없어.”

순식간에 친척들이 다 달아났다.

시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못된 년, 아주 잘하는 짓이구나.”

나는 간호사를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정말 돈이 없어요. 죄송하지만 퇴원 신청 좀 해주시겠어요?”

“너 지금 내 아들을 이대로 퇴원시키겠다는 거야? 아주 네 남편을 죽이려고?”

분노한 시어머니는 몸을 부르르 떨며 날 때리려고 했지만 다행히 이번엔 간호사들이 말렸다.

난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돈이 없는데 어떻게요? 병원에서 퇴원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잖아요.”

잠시 후 시어머니는 혹여 간호사들이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쫓아낼까 봐 서둘러 병원비를 내러 갔다.

그때 이후로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는데 남편과 시어머니가 촬영 장비를 사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남편이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는 걸 눈여겨봤다.

이번에는 동영상의 제목이 장애인 아내 사랑에서 장애인의 일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촬영 대상은 그 자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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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심병욱에 대한 심문이 있었고 아직 퇴원하지 않은 전 시어머니도 조사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심병욱의 팔로워들은 내게 대신 자신들의 돈을 빨리 갚으라고 강요했지만 난 이혼 합의서를 보여주고 내 입장을 설명했다. [전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다른 사람과 아이까지 낳아서 전 이혼했어요.] [지금 그 사람의 아내는 제가 아닙니다. 그들의 돈도 한 푼 받지 않았고요.] 나는 인터넷에서 나를 공격한 사람들과 관련된 증거들을 정리하여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조사 후 사건의 결과를 발표했다. [심병욱이 두 다리를 절단하고 불구가 된 건 길 위에서 신호를 위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주아현 씨는 딴 남자와 바람을 피운 적도 없었고, 심병욱이 아내인 주아현의 돈으로 집안의 빚을 갚았다.] [주아현 씨가 남편이 입원한 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하루에 두 차례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게까지 봐야 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람이 사과했다. 심병욱은 그에게 20만 원을 주며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라고 사주했었다. 사건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계정 삭제를 당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내 계정에 사과글을 보냈다. 그중 잘못이 심한 경우에는 심문까지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병욱의 자산은 동결되었고 죄질이 너무 나빠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진 날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모두 잘 죽었다고 기뻐했다. 전 시어머니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명세빈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물론 카페에서 녹화한 동영상만 봐도 그녀가 완전히 몰랐던 게 아니란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명세빈은 풀려났고 대신에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욕을 먹었다.수많은 네티즌들이 그녀를 ‘내연녀’, ‘천한 년’, ‘유부남과 바람난 년’이라며 욕했다. 심병욱의 친척이 나를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했을 때 난 심병욱의 욕심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친척의 돈까지 사기를 치려고 했다니.’ 난 태연하게 말했다. “전 그 사람과 이혼

  • 인생 역전   제5화

    카페에 도착했을 때 남편 옆에는 온화한 분위기의 한 여인이 앉아 있었고 그녀는 품에 내 남편의 용모와 매우 비슷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남편은 명품 옷을 입고 거만한 자태를 뽐내며 나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내 친구야. 이름은 명세빈이고.” 나는 냉소를 지으며 일어나 차가운 커피를 남편에게 뿌렸다. 남편은 나를 쳐다보고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미쳤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난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눈이 삐었어? 이 아이 얼굴을 봐. 당신하고 똑같이 생겼어. 근데도 내가 이 여자가 당신의 애인인지도 모를 거 같아?” 내 말에 아이가 놀라자 명세빈은 아이를 꼭 껴안고 더욱 나를 노려보았다. “어쩐지 병욱 씨가 당신하고 빨리 이혼하려고 한다 했어요. 당신 같은 여자는 어떤 남자도 원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그렇지. 오늘 날 보자고 한 게 나하고 이혼하기 위해서였구먼.’ 난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했다. “저 사람이 나와 이혼한대요? 당신을 위해서?” 명세빈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병욱 씨가 왜 여태 당신과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는 품속 아이의 얼굴을 치켜들었다. “당신들이 결혼하기 훨씬 전에 이미 내 배에는 병욱 씨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에게 당신은 나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죠.” 난 실망하며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남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은 왜 나와 결혼한 거야?” 명세빈은 냉정하게 웃었다. “당신에게 상가도 없고 돈도 얼마 없었다면 병욱 씨가 당신처럼 무식한 사람과 함께 하려고 했을까요?”남편은 이혼 합의서와 카드 한 장을 꺼내며 냉랭하게 말했다. “서류에 사인해. 그리고 여기 카드 안에는 2,000만 원이 들어있어. 이건 요 몇 년간의 보상으로 생각하고 받아.” 난 너무 놀랐다. ‘2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인플루언서에 몇백억의 자산도 있으면서 이 정도로 인색하게 군다고?’ 난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혼수로 가져온 3,000만 원

  • 인생 역전   제4화

    나는 정말 남편의 말에 너무 화가 나고 기가 막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생에 바람을 피운 게 누군데? 내가 죽었을 때 이미 딴 여자와 세 살 된 아이도 있었으면서.’ ‘그런데 이번에 저 인간이 오히려 나를 모함하면서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는 거야?’ 마음속에서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입을 열어 뭐라 한마디 쏘아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언뜻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재빨리 주위 사람들을 쳐다보니 누군가 휴대폰을 들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남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팔뚝에 핏줄은 불끈 솟아올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듯이 보였다. 그 순간 바로 깨달았다. ‘저 인간이 지금 나를 이용하려는 거야. 내가 지금 화를 내면 오히려 내가 당해.’ 난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집어 들고 웃었다. “다들 정말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전 그저 점장님과 가게 장부를 살펴보고 있는 거뿐인데 어떻게 이게 남자를 꼬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시어머니는 냉소를 지었다. “그게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널 모르니? 예전에는 가게에도 한번 안 나오던 얘가 어떻게 갑자기 가게에서 일해?” 난 잠자코 있는 남편을 쳐다보았다. “당신도 속으로 나를 그렇게 생각한 거야?”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실망했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득의양양해하는 시어머니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어머님, 시누이가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갔다고 세상 사람들이 다 시누이 같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죠.” 내 말을 듣고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놀라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심씨 집안 딸은 몇 년 전에 죽었어요.” 난 차분히 설명했다. “죽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과 바람이 나 도망갔어요. 어머님이 창피해서 시누이와 인연을 끊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죽었다고 한 거예요.”시어머니의 득의양양해하던 미소가 사라지더니 당황하여 얼굴이 굳어졌다. “야, 이년아, 그게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 인생 역전   제3화

    아마도 남편은 인터넷 생방송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돈을 써서 홍보를 하면서 스스로 장애를 이겨내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청자들에게 비참한 자신의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었다. 팔로워들은 아내는 왜 돌봐주지 않느냐고 묻으면 남편은 말끝을 흐리며 그저 웃어 보였다. “교통사고 이후 아내를 못 본 지 꽤 오래됐어요.” 카메라 앞에서 그는 찐빵 한 개와 물 한 잔으로 점심을 먹는 것을 촬영했다. 네티즌들은 그 모습에 놀랐다. [환자가 어떻게 그런 음식을 먹는 거죠? 가족들이 이걸 그냥 둔다고요? 말도 안 돼.] 남편의 웃음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처럼 씁쓸해 보였다. “제 아내가 일해서 번 돈은 다 빚을 갚는 데 썼어요. 그래서 집안에 돈이 별로 없었는데 또 이렇게 사고가 생겨서...”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이라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사실 이렇게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죠.” 댓글창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어떤 아내가 자기 남편이 차사고가 났는데 한번 오지도 않고 환자에게 이딴 걸 먹이죠?] [일해서 빚을 갚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설마 밖에서 도박 같은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지는 않겠죠?] [어머나, 너무 불쌍해요. 내 아들도 이분과 비슷한 나이인데.] [사람들이 따로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계좌 QR코드를 보내주세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후원하고 싶어요.]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남편을 후원하고 싶어 했다. 물론 남편은 동영상을 올려 정중하게 거절했다. “여러분들의 호의는 고맙게 받을게요. 하지만 전 지금 그런대로 지낼 만하고 제 상황에 익숙해졌어요.” “만약 여러분들이 다른 사람을 도울 마음이 있다면 약한 아이들, 떠돌이 노인들 같이 저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후원해 주세요.” 남편은 후원 링크도 공유했다.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 보니 모두 전쟁 중의 가난한 수많은 아이들과 노인들

  • 인생 역전   제2화

    “제가 시집오면서 3천만 원과 6채의 상가 그리고 30여 개의 금반지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빚을 갚았죠?” “제가 마음에 안 드시다니 좋아요. 제가 가져온 물건 모두 돌려주세요. 그러면 바로 이 집안을 떠날게요.” 친척들은 모두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많다고? 정말이야?” “어쩐지 언니 집이 갑자기 부자가 됐다 했어. 알고 보니까 부자 며느리를 들인 거였어?” 시어머니는 당황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빚? 혼수는 또 뭐고? 그런 일 없어. 저년이 함부로 지껄이는 거니 들을 거 없어.” 내가 말했다. “그런 일이 없다고요? 좋아요. 그럼 같이 경찰서에 가서 제대로 따져보자고요.” 시어머니의 안색이 다시 바뀌었다. “이년이? 우리 집안에 시집을 왔으면 우리 집안사람이 된 건데 네년 돈 좀 가져갔다고 지금 따지겠다는 거야?” 친척들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 한가족인데 돈을 어떻게 니꺼내꺼로 나눠? 돈 가지고 가족끼리 인정없이 딱 자르는 건 너무하지.”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남편이 밀려 나와 병실로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즉시 의사에게 달려들어 물었다. “저희 아들은 좀 어떤가요?” 전생의 나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다리가 절단되어 불구가 되었다. 충격을 받은 시어머니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매서운 표정으로 나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이년아, 이게 모두 다 네 탓이야. 네가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더라면 내 아들이 이렇게 됐겠어?” “넌 화근덩어리야. 재수 없는 년. 내 아들이 네년과 결혼하는 바람에 정말 평생 불구가 돼버렸어.” 시어머니는 내게 욕설을 퍼붓다가 기절까지 했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창백한 남편과 어지러워하는 시어머니를 보고는 유유히 병원을 나와 상가로 향했다. ‘수술비 400만 원, 입원비만 하루에 몇십만 원이야. 그 돈을 나한테서 받으려 하다니, 어림없지.’ 일찍이 상가에서 장사가 잘 안돼서 다른 살길을 찾으려고 했을 때 남편이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시켰었다

  • 인생 역전   제1화

    나는 제자리에 서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차에 부딪혀 날아가는 한 인영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저 사람, 바로 내 남편이다. 이미 통제 불능이 된 차의 바퀴는 남편 위를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우드득’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하고 저절로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충격을 받아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난 그런 사람들 사이에 서서 전생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난 남편을 사람들 속으로 밀었고 이어서 내 몸은 달려온 차에 치여 날아가 버렸었다. 그리고 차바퀴가 내 두 다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며 오싹한 소리를 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재빨리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나서서 오토바이를 몰고 나를 작은 진료소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난 거의 죽을 뻔했지만 결국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결국 불구가 되어버렸다. 시어머니는 나를 재수 없다고 여기며 창피하여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남편을 시켜 날 집에서 쉬게 했다. 친부모님도 내가 불구라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와의 관계를 끊었다. 오직 남편만이 눈시울을 붉히며 내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했다면 그냥 죽어버려. 더 이상 이런 멸시와 조소를 받지 않게 말이야.” 난 남편에 의해 질식해 죽었고 화장한 내 시신의 유골은 바람과 함께 그대로 공기 중에 흩어지게 되었다. 내가 죽자 남편은 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세 살짜리 아이와 함께 호화로운 집에 들어가 살았다. 그제야 내 앞에서 늘 돈 없는 척하던 남편이 사실은 부유할 뿐 아니라 몸값이 몇십억 인 인터넷 생방송 사회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생방송의 제목은 ‘장애인 아내 사랑’이었다. 게시된 동영상은 모두 다리를 못써 불구가 된 초라한 내 모습이었다. 남편은 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얻었고 이것을 이용해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해 많은 돈을 벌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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