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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돈은 충분히 줬지만 사랑하지 않았다

이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두 노인과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는 충고였다. 고개를 끄덕인 성혜인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집사를 발견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설우현이 집사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걸까?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지르는 설우현의 모습에서 걱정 어린 마음이 엿보였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섭지 않아.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본 적이 없지만 그분들은 아랫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야. 그분들은 그저 불교를 너무 믿어서 그래. 그렇지 않으면 예전에 설씨 가문을 떠나 바로 작은 섬으로 가지 않았을 거야.”

설우현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문 앞으로 걸어가 한마디를 건넸다.

“타협점이 있다면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야.”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타협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우현은 두 노인이 있는 서재로 걸어갔다. 설경필은 책상에 앉아 붓으로 먹물을 찍어 종이에 글을 쓰고 있었다. 반면에 그의 부인 안문희는 옆에 서서 먹을 갈며 가끔 몇 초간 머뭇거렸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결국에는 한숨만 내쉬었다. 설경핀은 몇 글자를 쓰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아들이 걱정돼서 그래?”

설의종은 그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후계자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으니 아무리 강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태연할 수 없었다.

“아들이 아니면 누구를 걱정하겠어요. 의종은 가장 믿음직스러운 자식인데.”

설경필은 손에 든 붓을 내려놓고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그 아이는 반승제라고 했던가. 정보를 보니 괜찮아 보이던데 문제는 지금 수배 중이니, 수배가 풀리기 전까지는 도망자일 뿐이란 말이지. 게다가 당신도 알고...”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안문희는 손에 든 염주를 세면서 중얼중얼 염불을 외웠다.

서재 문을 두드린 설우현은 허락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설경필은 고개도 들지 않았고 안문희는 여전히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서재에는 먹물 냄새가 진동했다.

“성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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