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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귓가에 울려 퍼졌던 절규와 절망을 육경한은 못 들은 척 차갑게 흘려보내곤 했었다.

소원은 매 순간 변하는 남자의 표정을 보며 5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희열을 느꼈다.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짓는 가식적인 미소랑은 다르게 말이다.

“육경한, 내가 지금 말한 거 L 국에서 범인이 8년 전 자백한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아니... 볼 필요 없어...”

육경한은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 버겁게 이 말을 뱉어냈다.

더 찾아볼 필요가 뭐가 있을까?

사실 전에 진아연이 위태로울 때 육경한에게 죽을 때까지 모르고 싶었던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육경한은 그 진실을 외면했고 자기를 기만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잘 덮어놓았던 보호막을 소원이 억지로 찢은 셈이라 더는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어둡고 추악한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육경한은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

“육경한.”

소원이 느긋하게 육경한의 이름을 부르더니 날카롭게 웃었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 갚은 걸로 해?”

“그러기엔 네 죄가 너무 크지?”

이 한마디가 마치 풀스윙으로 날린 귀싸대기처럼 육경한의 볼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그는 벙찐 표정으로 영혼이 쑥 빠진 듯 좀비와도 같았다.

육경한은 오랜만에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했다.

소원이 보고 싶은 건 육경한이 처절한 슬픔에 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소원은 자신이 겪었던 뼈저린 고통과 살을 에는 듯한 상처, 그리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절망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소원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매혹적인 말투로 말했다.

“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네 쇼를 봐 줄 시간이 없어. 안녕.”

육경한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안녕이라는 소원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다.

“소원아, 가지 마.”

목구멍은 끓는 물이라도 부은 듯 불타올라 목소리가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소원이 빨간 입술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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