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고 흔들기 쉽다고 생각한 이진영이 갑자기 임세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임세희는 애써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부드럽게 말했다.“이진영 씨,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나는 진짜 그런 적 없어요. 저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 정말 내가 아니라고요.”“아니긴 뭐가 아니야!”“빌어먹을 년이! 내 남편의 침대에 기어오른 것도 모자라 입김까지 불어 넣어? 그리고 지금은 나를 시켜서 다른 사람 모함이나 시키고! 내가 오늘 너랑 끝장 본다!”이진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테이블을 넘어가 임세희의 머리채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러고는 사정없이 이리저리 마구 흔들었다.순간 기자회견장은 시원한 따귀 소리가 들려왔다.철썩. 철썩. 철썩.이진영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이런 역겹고 억울한 상황은 처음이었다. 임세희의 착한 척이 이 정도로 완벽할 줄은 몰랐다. 지금은 그냥 임세희를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이미지 관리는 진작에 포기했다.임세희는 몰아치는 이진영의 따귀 공세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다 반응하고는 이진영을 할퀴며 엉겨 붙어 싸웠다.이진영이 욕설을 퍼부었다.“빌어먹을 년! 내 남편을 꼬신 것도 모자라 나를 모함까지 해?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이고 만다!”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몇몇 팬들은 혼란한 틈을 타 무대 위로 올라가 임세희를 폭행하는 데 동참하며 이진영과 함께 싸웠다.이진영은 때리면 때릴수록 더 흥분했다. 따돌림과 폭행에 능했으니 말이다. 이진영은 옆에서 팬들을 부추겼다.“사정없이 막 때려요. 오늘 내가 저년 얼굴 못쓰게 만들 거예요. 그래야 앞으로 유부남 꼬실 생각 못 하지.”이성을 잃은 팬들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바로 임세희의 머리채를 잡거나 얼굴을 잡아 뜯으며 미친 좀비들처럼 임세희를 물고 뜯었다.“아악! 이거 놔!”임세희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너무 아팠다. 누군가의 손톱에 제대로 할퀸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눈이 돌아간 팬들은 임세희의 고함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점점 매섭게 잡아
그러다 늙고 힘 빠진 제작자를 만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었고 과거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다시 수립할 수 있었다.어렵게 포장한 이미지인데 임세희가 때문에 그 민낯이 적나라하게 사람들 앞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제일 짜증 나는 건 임세희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아마 미리 조사한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팬들이 들었으니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이진영은 화가 난 나머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임세희의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이진영은 신고 있던 8cm짜리 하이힐을 벗어들고 테이블 아래로 달려가 하이힐로 임세희의 입을 마구 후려갈겼다.하이힐은 바로 임세희의 입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버렸다.풉!임세희가 더는 견뎌내지 못하고 피를 한 모금 뿜어냈다. 토해낸 피를 보니 부러진 이빨도 두 개 보였다. 이진영이 마구 휘두른 하이힐에 이빨까지 나간 것이다.“아악!”임세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을힘을 다해 반항했다. 버둥거리던 두 손으로 이진영의 머리를 부여잡더니 테이블 다리에 가져다 박았다.두 사람이 머리채를 잡고 싸운 지도 어느새 반 시간이 지나갔다. 옷도 찢겨서 너덜너덜해졌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어떤 사람은 라이브를 켜고 이 재미난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진영과 임세희가 개처럼 물어뜯으며 싸운 일은 시사를 다루는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또 한 번 전파되었다.순간 인터넷이 뜨겁게 달구어졌다.[이진영이 그간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가 다 가짜라니. 그러면 그 나이 많은 남편도 한통속 아니야?][늙은 남자를 그렇게 많이 만났다는 것도 충격인데 계부까지? 너무 에바 아니야?][젠장.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막장이 현실에 존재한다고?][임세희라는 사람 신상 파봤는데,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던데? 전에 이선 그룹 대표님과 엮이고 싶어서 뻘짓하다가 이선 그룹 홈페이지에서 바로 공지 떴던데? 대표 이준혁에게는 부인밖에 없다고.”“임0희와 올드 장의 뜨거운 영상, 모자이크가 없는 버전을 보고 싶다면 대댓
영상이 찍힌 곳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기 때문이다.윤혜인이 설명했다.“호텔에 있는 패밀리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과 가까웠거든?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스태프가 화장실에 갔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고 통풍구를 통해 올라간 거야. 그러다 화끈한 장면을 보고 찍은 거지.”정말 단순한 우연이었다. 통풍구로 올라가는 건 호텔 스태프가 아니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영상이 없다 해도 복도 CCTV 영상을 곽경천이 복구해 냈다. 그것으로도 윤혜인의 결백은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었다. 비록 임세희가 나오는 영상보다는 덜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더 신기한 건 이 영상을 건네준 사람이 주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준혁도 봤다는 말이다.첫사랑이 이렇게 방탕하게 노는 걸 알았으니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윤혜인이 그 첫사랑을 이렇게 괴롭히는 데도 가만히 있는 걸 봐서는 첫사랑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윤혜인은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소원의 손을 잡으며 애교를 부렸다.“여기 전시 센터 꼭대기에 맛있는 훠궈집이 있대. 온천에서 반신욕도 할 수 있고. 우리 훠궈 먹고 마사지도 받으러 가자. 어때?”“그래.”멀지 않은 곳. 김성훈이 두 여자의 행복한 뒷모습을 보며 오버했다.“와, 나 이제 윤혜인 씨를 내 우상으로 삼으려고. 인간쓰레기를 치워버리는 방법이 아주 일품인데?”김성훈의 이준혁의 어깨를 툭 치며 비아냥댔다.“네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실망한 거 아니지?”이준혁이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김성훈이 웃었다.“대범한 척하기는. 아까 진짜 일말의 걱정도 없었어?”“아니, 걱정 안 해.”이준혁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웃었다.“무슨 일이 있든 내가 지켜줄 거니까.”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사랑에 빠진 이준혁이라니. 윤혜인 씨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해도 너는 칼을
“치워!”소종이 그런 육경한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대표님, 이러면 안 돼요. 정말 더위라도 먹으면 심각해진다고요!”“괜찮아.”육경한의 얇은 입술은 어느새 말라서 터져 있었다.“나 괜찮아.”소종은 별수 없이 육경한과 같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한계가 왔다.바닥에 깔린 타일이 뜨거운 햇빛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 상태였다. 바지를 입고 있어도 닿으면 델 정도로 뜨거웠다. 고기를 올리면 익을 것 같았다.소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이따가 육경한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소종이 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또 3시간이 지났다.육경한의 얼굴은 빨갛던데로부터 하얗게 질렸고 허리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구부정해졌다.분명 8월 한여름이라 햇빛이 쨍쨍한데 육경한은 오한이 느껴졌다. 한기가 끝도 없이 몸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추워도 너무 추웠다. 육경한은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더위를 먹은 듯싶었다.더위가 심하지 않다면 버텨낼 수 있겠지만 더위를 심하게 먹거나 열사병이라도 걸리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목숨이 귀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소원이 돌아왔으니 죽는 게 아쉬워지는 육경한이었다.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꿈에서도 이날만을 그리며 5년을 버텼다. 지금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육경한은 뭔가 생각났는지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잭나이프를 꺼냈다. 그러고는 이내 푹하고 다리에 힘껏 찔러넣었다. 고통이 육경한의 의식을 잠시나마 돌아오게 했다.한 번 더 찌르려다 소종이 이를 발견하고 나이프를 낚아챘다.“대표님!”소종이 두려움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육경한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다리에 난 상처를 잡아 뜯으며 정신을 차리고 더 꿇어있으려 했다.다급해진 소종이 얼른 앰뷸런스를 불렀다.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육경한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다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렇게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소종이 무릎을
저녁이 되자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육경한은 쏟아지는 비에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여기에 꿇어있은 지도 이제 7시간이 다 되었다.폭우를 맞고도 육경한은 좋아지지 않았다. 점점 머리가 무거웠고 목구멍에 뭐가 막힌 듯 숨쉬기도 힘들었다.숨을 들이쉴 때마다 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갔다. 육경한은 어깨를 들썩이며 빗속에서 계속 기침만 해댔다. 들숨과 함께 빗물이 다시 기도로 흘러 들어갔고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되었다.풉!육경한이 끝내 피를 한 웅큼 토해냈다. 하지만 그 피는 이내 비에 말끔히 씻겨나갔다. 입가에 묻은 피가 하얘진 입술과 비교되어 더 빨갛게 보였다.“대표님!”소종이 손에 들었던 우산을 내팽개치고는 휘청거리는 남자를 꼭 끌어안고 울먹거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대표님, 제발 부탁드려요... 우리 병원에 좀 가요...”소종이 애타게 타일렀다. 정말 이 모든 걸 대신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소종은 육경한이 외국에서 구한 노숙자였다. 육경한을 만나기 전 그는 늘 사람들에게 맞기만 했는데 그 처지는 강아지보다도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은 육경한이 소종의 등에 올라타 그를 구타한 양아치를 걷어찼다.그때 소종은 허리가 눌리는 바람에 바닥에 웅크린 채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런 소종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며 이렇게 물었다.“너 나 따라다니는 게 어때?”그날은 소종이 구원을 받은 날이자 새로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육경한은 소종에게 권투와 호신술을 도와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국에서 같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소종은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다. 평생 이 남자에게만 충성하겠다고,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말이다.육경한의 꺼져가는 의식이 소종에 의해 다시 조금 돌아왔다. 그는 소종을 밀어내더니 마치 뭐에 씐 사람처럼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소원이 그랬어... 만족하면... 내게도... 기회를 준다고...”육경한이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목구멍은 유리 조각을 삼킨 듯 너무 아팠고 말할 때마다 피
소원이 다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종이었다.구급차를 부르려는데 소종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다가왔다.“소원 씨, 저는 괜찮습니다.”소종에게서 선명한 혈흔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일 뿐이었다.거세게 내린 비가 완충 작용을 해줬는지 그렇게 심각하게 넘어지지는 않았다.소원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래도 검사는 해야죠. 일단은 신고하고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네요. 아니면 앞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소원 씨!”소종이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었다.“소원 씨,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찾아온 건 우리 대표님 좀 가서 봐주셨으면 해서입니다.”소원이 그런 소종을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종은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울먹이며 말했다.“소원 씨, 대표님 지금 8시간째 무릎 꿇고 계십니다. 점심에는 하마터면 더위를 먹을 뻔했는데 지금은 폭우까지 맞았어요. 아까는 피도 많이 토하셨고요. 저러다 정말 무슨 일 날 것 같습니다...”소종은 소원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에 육경한의 비참한 상태를 최대한 과장해서 말해줬다.하지만 소원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이렇게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소종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한참 숨을 고른 소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소원 씨, 소원 씨가 내뱉은 한마디로 대표님은 계속 같은 자리에 꿇어 계십니다.”소원이 웃음을 터트렸다.“육 대표님이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다 해요?”“...”“소원 씨, 대표님이 지난 5년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아세요?”소종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업무를 보는 것 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그 시체가 소원 씨인 줄 알고 늘 함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호흡기가 감염되어 심한 폐렴에 걸리셨죠. 그래서 가끔 각혈도 하시고 숨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