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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구지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수석에 앉았다. 늘 그렇듯 반항하지 않았다.

차에 타고나서도 두 사람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구지윤은 계속해서 엔진 후드를 응시하며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몇 년간의 지옥 같은 삶이 그녀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옆에 있는 남자는 마치 하늘에 있는 신 같은 존재였고 자신은 땅에 떨어진 먼지 같은 존재였다.

이제 이 먼지 같은 존재는 더러워져 더욱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구지윤은 속이 점점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곽경천을 볼 때마다 그 열등감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다.

신호등에서 멈췄을 때, 곽경천은 차량용 냉온장고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추워서 그래?”

그는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지윤은 고분고분하게 받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곽 교수님.”

그녀의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곽경천의 신경을 건드렸다.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마. 지금 나는 그저 강사일 뿐이고,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집중하고 있어.”

“네, 대표님.”

이 호칭은 더욱 그를 짜증 나게 했다.

곽경천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구지윤, 나랑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그러자 구지윤은 눈을 내리깔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

“감히 그럴 리가요, 대표님.”

곽경천은 그녀가 자신에게 맞서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마치 과거에 그가 육선재와 만나보라고 했을 때처럼, 그녀는 진짜로 육선재와 만났다.

육선재가 청혼할 때, 구지윤은 함정을 파서 곽경천을 현장에 끌어들여 정말 결혼해도 되느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그는 “나는 상관없어.”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구지윤은 재빨리 반지를 꼈고 며칠 후 육선재와 결혼했다.

순종적인 성격으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들을 것 같지 않은 구지윤의 태도에 그는 단념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이 말을 끝으로 곽경천은 차를 출발시켰다. 이번에는 전보다 속도가 더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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