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56화

Author: 이한나
“그건 안 됩니다!”

이준혁이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하자 곽경천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건 이 대표님께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혼인신고서가 있어도 5년간 별거했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러나 이준혁은 단호했다.

“전 혜인이랑 이혼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쪽이 대신 결정할 수 없어요.”

이준혁이 아직도 윤혜인에게 미련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곽경천은 다소 놀랐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혜인이가 깨어나면 모든 걸 알려줄 거예요. 혜인이도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준혁 씨한테 받은 상처를 떠올리고 혜인이가 내리는 선택을 그쪽이 반드시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혜인이한테 강요하지 말고요.”

곽경천은 숨김없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윤혜인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혜인이가 기억을 잃은 게 오히려 당신한테는 좋은 일 아닌가요? 기억을 되찾으면 이준혁 씨에게 혜인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충분히 똑똑하신 분이니 말 안해도 아시겠죠?”

이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곽경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말할 게 있습니다.”

곽경천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혜인에게 아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혜인이는 자신의 심리 치료사였던 오재윤과 함께 지내며 감정을 쌓아 사랑의 결실을 맺었어요. 나중에 결혼식 직전에 오재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윤혜인은 그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곽경천은 그에게 윤혜인이 그를 떠난 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준혁이 없는 세상에서도 행복으로 충만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이준혁은 입술마저 떨렸다.

“그걸 왜 저한테 말하시는 건데요?”

“제가 말 안 한다 해서, 대표님이 알아내지 못할 것 같으세요?”

곽경천은 알고 있었다. 아름이의 신분을 비밀스럽게 처리했지만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준혁이 의심해서 조사하는 것보다 자신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윤혜인과 아름이를 잃을 수 없고 싶지 않았으니 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57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었다.윤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언제 시간 돼요?”그러자 이준혁이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조금 쉰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너와 함께라면 언제든지 시간 낼 수 있어.”수천억 원의 사업이라도 그는 지금 당장 내려놓을 수 있었다.윤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가요.”순간 어리둥절해졌지만 이준혁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윤혜인의 현재 천진난만한 성격은 아마도 곽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라며 형성된 것일 것이다.보아하니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당장이라도 윤혜인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이준혁은 애써 참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어디 가려고?”그러자 윤혜인은 그가 모른 척한다고 생각했는지 직설적으로 말했다.“어디겠어요, 이혼하러 가는 거지.”“뭐?”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준혁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이혼이요.”윤혜인은 다시 한번 반복해 말했다.“우리의 과거는 오빠가 이미 말해줬어요. 당연히 그쪽도 제 상황을 알고 있겠네요. 지금 당신은 제게 낯선 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부부로 지낼 수 없어요.”이준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왜 불가능하다는 거야? 넌 원래 내 아내야.”“하지만 지금의 전 당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그냥 낯설게 느껴질 뿐이고, 더 이상 부부로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윤혜인의 단호한 말에 이준혁은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당장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우리 일단 지내보자. 내가 반드시 잘해줄게, 응?”“안 돼요.”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협상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부부는 감정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근데 지금의 전 당신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아마 예전에도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완전히 잊어버릴 리 없잖아요.”순간, 윤혜인의 머릿속에는 오재윤이 떠올랐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되어있었다.하지만 이준혁이 그녀 앞에 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58화

    이준혁은 윤혜인이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짧은 거리였지만 마치 아주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그는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때 친밀한 사이였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윤혜인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마음을 다잡았다.‘반드시 혜인이 너를 되찾고 말겠어.’...다음 날.작업실에서 돌아온 윤혜인은 아름이가 한 중년 여성과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름이는 달콤한 목소리로 계속 “할머니.”라고 부르며 여성의 기분을 한껏 높여주고 있었다.그녀가 아름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곧 윤혜인을 본 아름이가 인형을 안고 그녀에게 달려갔다.“엄마, 할머니께서 새 공주 인형 세트를 주셨어요. 12개나 돼요.”이 공주 세트는 아직 6개월 후에나 출시될 예정이었기에 그녀가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분명했다.윤혜인은 아름이를 안고 다가가며 공손히 인사했다.“사모님.”그러자 연규성의 모친 민옥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얇은 봉투를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이고, 혜인이 많이 예뻐졌구나?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볼 뻔했어.”민옥정은 윤혜인이 마음에 들었고 아름이를 보니 그녀의 유전자가 참 좋다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당황한 윤혜인은 아름이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봉투를 되돌려주었다.“사모님,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그러자 민옥정은 한사코 거절하며 윤혜인의 손을 밀어냈다.“이건 아름이에게 주는 선물이야. 너한테 대신 거절할 권리는 없단다.”“아름이도 필요 없어요. 사모님, 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아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귀엽게 말했다.“할머니가 주신 공주는 너무 좋아요. 하지만 돈은 필요 없어요. 아름이한테는 용돈이 있어요.”그때, 뒤에서 느긋하면서도 귀찮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면 받으라고.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고개를 돌아본 윤혜인의 앞에는 연규성이 서 있었다.그는 정장 차림이었지만 여전히 한가롭게 소파에 앉아 그녀를 향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59화

    이번에는 정말 드물게, 민옥정이 물었을 때 그는 “뭐, 그러든지.”라고 대답했다. 그 뜻은 사실 윤혜인과 만나보고 싶다는 뜻 아닌가?“내가 뭐가 모자라서 그래? 넌...”말을 하다 말고 연규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윤혜인은 그가 또 자신을 ‘과부'라고 부르려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과부’라고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아름이를 ‘짐'이라고 말한 건 정말 지나쳤다.지금 그녀는 혼자서도 아름이를 잘 키울 수 있었다. 만약 아름이가 다른 가정을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새아빠를 찾아주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오랜 친분이 있는 곽씨 가문과 연씨 가문 사이의 감정이 상할까 봐, 그날 연규성의 말을 다 꺼내지도 않고 그저 ‘서로 맞지 않다'며 넘겨버렸다.하지만 이제는 연규성을 위해 덮어줄 필요도 없었다.‘아무래도 가정교육이 부족한 모양이군.’곧 윤혜인은 레스토랑에서 녹음한 내용을 민옥정에게 들려주었다.채 다 듣기도 전에 민옥정은 얼굴이 굳어졌고 윤혜인과 아름이에게 사과한 뒤 연규성의 귀를 잡고 별장을 나섰다.연규성은 방탕했지만, 어른들에게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귀를 잡힌 채로 차에 오를 때까지 참았다.오늘, 연규성의 자존심은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곽혜인, 두고 봐!”오후.윤혜인은 곽경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잠시 시간 있어? 공항에 가서 지윤이 좀 데려와 줘.”곽경천은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지윤이가 여긴 왜 왔어?”“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당연히 홍 아주머니 보러 오는 거지.”구지윤은 홍 아주머니의 딸로, 윤혜인과 나이가 비슷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홍 아주머니는 윤혜인과 구지윤을 데리고 함께 놀았고, 나중에는 10여 년간 연락이 끊겼다가 5년 전 다시 만나 둘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마치 운명 같은 인연이었다.“아참, 그리고 지윤이를 작업실의 디자인 총괄로 두기로 했어. 아마 오랫동안 여기서 지낼 거야. 아름이도 지윤이 좋아하고, 나도 기뻐.”윤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60화

    구지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수석에 앉았다. 늘 그렇듯 반항하지 않았다.차에 타고나서도 두 사람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구지윤은 계속해서 엔진 후드를 응시하며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몇 년간의 지옥 같은 삶이 그녀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옆에 있는 남자는 마치 하늘에 있는 신 같은 존재였고 자신은 땅에 떨어진 먼지 같은 존재였다.이제 이 먼지 같은 존재는 더러워져 더욱 혐오스러울 뿐이었다.구지윤은 속이 점점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곽경천을 볼 때마다 그 열등감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다.신호등에서 멈췄을 때, 곽경천은 차량용 냉온장고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추워서 그래?”그는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구지윤은 고분고분하게 받으며 간단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곽 교수님.”그녀의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곽경천의 신경을 건드렸다.“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마. 지금 나는 그저 강사일 뿐이고,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집중하고 있어.”“네, 대표님.”이 호칭은 더욱 그를 짜증 나게 했다.곽경천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구지윤, 나랑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그러자 구지윤은 눈을 내리깔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감히 그럴 리가요, 대표님.”곽경천은 그녀가 자신에게 맞서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마치 과거에 그가 육선재와 만나보라고 했을 때처럼, 그녀는 진짜로 육선재와 만났다.육선재가 청혼할 때, 구지윤은 함정을 파서 곽경천을 현장에 끌어들여 정말 결혼해도 되느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그는 “나는 상관없어.”라고 대답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구지윤은 재빨리 반지를 꼈고 며칠 후 육선재와 결혼했다.순종적인 성격으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들을 것 같지 않은 구지윤의 태도에 그는 단념했다.“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이 말을 끝으로 곽경천은 차를 출발시켰다. 이번에는 전보다 속도가 더 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61화

    “흑흑, 왜 이렇게 다음 주가 멀게 느껴질까. 우리 셋이 같이 있는 게 너무 그리워.”구지윤은 윤혜인을 부축해 씻고 재우려 했다. 아름이도 구지윤을 보자 같이 자겠다고 떼를 썼다.결국 그날 밤, 세 사람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윤혜인은 구지윤과 밤새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에게 갑자기 남편이 생긴 이야기부터, 이준혁이 방에 가둬놓고 한 일들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특히 몸에 난 자국들은 구지윤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아름이에게는 벌레에 물린 자국이라고 둘러댔지만, 구지윤은 바보가 아니었다.윤혜인은 괴로워하며 말했다.“너 모를 거야, 정말 너무 무서웠어. 그 사람이 손으로... 너무 아팠어...”구지윤은 조용히 말했다.“너무 긴장해서 그랬을 거야, 그래서 아팠던 거지.”“지윤아, 너도 육씨 자식이랑... 그 자식도 침대에서 너에게 못되게 굴었어?”그러자 구지윤은 고개를 저었다.“우리는 그런 적 없어.”외모는 번듯했지만, 알고 보니 육선재는 완전 변태였다.처음에는 술을 마신 후 때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점심시간에도 시간을 내서 집에 와서 때렸다.육선재와 결혼한 2년 동안, 구지윤은 매일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는 그녀에게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구지윤의 엄마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오랜 학대로 인해 구지윤은 반항할 용기를 잃었고 맞는 것을 일상처럼 여겼다.나중에 윤혜인이 우연히 알아차리고 곽경천이 나서서 해결해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 어두운 결혼 생활에서 얼마나 더 허우적거리고 있었을지 모른다.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육선재는 그녀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구지윤, 나 너 사랑해. 진짜로 사랑해.”하지만 그 말을 듣고 구지윤은 놀란 나머지 기절하고 말았었다.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지윤아, 너 혹시 아직 한번도...”구지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한 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둘 다 처음이어서 서툴렀고 금방 끝났다.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경험이자 신과 같은 위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62화

    이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특별히 요구하는 건 없어. 단지 한 달 동안은 나를 피하지 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있어 줘.”그는 단지 둘이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다.윤혜인은 화가 나서 말했다.“절대 안 돼!”그녀는 한 달은커녕 하루도 이 남자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이준혁은 얇은 입술을 씩 올리며 말했다.“소송을 통해 이혼하려면 우리 법무팀의 실력으로는 2년, 5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그 길을 가고 싶다면 문은 저기 있으니 마음대로 해.”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서류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윤혜인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화가 났다.“대표님, 그렇게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돈 내줄 테니 친구 할 사람 고용하세요. 1억이든 10억이든 제가 다 낼게요!”이준혁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그의 눈빛은 그날 침대에서와 같았다.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그를 욕했다.“정말 뻔뻔하고 무례하네요. 변태...”곧이어 이준혁이 그녀를 차갑게 막았다.“잊었나 본데, 이혼해달라고 빌고 있는 사람은 너야.”그 말에 윤혜인은 입을 다물었다.‘이 빌어먹을! 한 달? 그래,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해준다. 한 달이 뭐야, 열흘 안에도 먼저 이혼하자고 나한테 빌게 할 자신이 있다고.’마침내 윤혜인은 조건을 받아들였다.“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바쁠 때는 나를 찾지 말아요.”“좋아.”곧이어 윤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이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오늘은 가지 마. 사무실에서 나랑 있어 줘.”그는 ‘있어 줘'라는 말을 강하게 강조했고 윤혜인은 다시 화가 치밀었다.“오늘은 시간이 없어요.”“오늘 주말이잖아. 뭐가 그렇게 바빠?”윤혜인은 다급히 변명거리를 찾았다.“주말이라고 안 바쁜 줄 알아요? 난...”“이렇게 하면 우리 협상이 의미가 없어지잖아. 그만두는 게 좋겠어.”윤혜인은 당황했다.‘그럴 수는 없지!’그녀는 곧바로 태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63화

    주훈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대표님!”이준혁은 발걸음을 멈췄고 주훈이 그를 급히 막아섰다.“대표님, 잠시만 기다리시죠?”“비켜.”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주훈은 할 수 없이 물러섰다.곧이어 성큼성큼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간 이준혁의 눈동자가 금방 초록색으로 물들었다.그때, 윤혜인이 갑자기 초록색 모자를 쓰고 초록색 소파 뒤에서 튀어나오며 말했다.“서프라이즈!”주훈은 속으로 난감해했다.‘이게 무슨 서프라이즈야, 그냥 놀라 죽이려는 거잖아!’이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그가 화를 안 내는 게 믿기지 않아 윤혜인은 더욱 자극했다.“제가 꾸민 거 마음에 들어요?”그러자 이준혁은 이를 악물고 “마음에 드네!”라 말했다.하지만 그런 대답과 달리 주위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역시 좋아할 줄 알았어요.”윤혜인은 다시 파란색 털모자를 꺼내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이 모자도 준비했어요. 써봐요.”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이걸로도 화 안 나나?’이준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모자를 받아들고 망설임 없이 썼다.이 상황은 그녀가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지금쯤이면 화를 내며 이혼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결국 실망하며 초록색 소파에 앉아 기분이 상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사무실 밖에서는 가구 회사가 대금 결제를 기다리고 있었다.주훈은 혹시나 가구를 다시 반환해야 할지도 몰라 결제를 미뤘다.하지만 청구서를 올리자 이준혁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서명했다.주훈은 혼란스러웠다.‘대표님이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시지? 정말 초록색을 좋아하시는 건가?’그는 작은 노트에 빨리 메모를 했다.오후 내내 이준혁은 사무실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회의를 했다.너무 지루한 나머지 윤혜인은 곽경천에게 전화를 걸어 이준혁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곽경천은 처음에는 윤혜인이 이준혁과 내기하는 것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64화

    “강 사장님, 강 여사님, 어떻게 여기서 다 뵙죠?”그러자 중년 남자가 고개를 들며 여자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누구시죠?”“주 사장님, 기억 안 나세요? 저 DS 디자인 작업실 총감독 임세희입니다!”‘임세희? DS 디자인 작업실?’윤혜인은 눈을 반짝였다.‘저 사람이 바로 오빠가 말한 그 쓰레기 같은 첫사랑이군.’그녀를 자세히 보니, 풍성한 눈썹에 매혹적인 눈빛, 외모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어딘지 좀 싸구려스러웠다.“아, 아.”강인은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 듯 대충 넘어갔다.그러나 임세희는 포기하지 않고 초대장을 꺼내 강인의 손에 쥐여주었다.“다음 주에 저희 DS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하니 꼭 여사님과 함께 오세요.”윤혜인은 옆에서 그 장면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임세희는 초대장을 건네며 강인의 손등을 계속 쓰다듬었고, 초대장을 보는 동안에도 다리를 일부러 그에게 비볐다. 정말 역겨웠다.윤혜인은 주훈에게 어느 방인지 물어보려다 카메라를 잘못 눌러 ‘찰칵’ 소리가 났다.그러자 즉시 세 사람의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안 그래도 찔리는 게 있었던지라 임세희는 즉시 다가와 따졌다.“당신 방금...”하지만 윤혜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는 마치 귀신을 본 듯,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당신은... 윤... 윤혜인!”윤혜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나를 아는 게 당연하지.”임세희는 한참을 버벅거리다 사악하게 말했다.“왜 안 죽었어요?”윤혜인은 그 말을 무시하며 비웃었다.“당신도 안 죽었잖아요.”“너!”임세희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방금 뭐 찍었어요?”“실수로 누른 거예요, 아무것도 안 찍혔습니다.”당연히 임세희는 이 말을 믿을 리 없었다“뭐요? 그 큰 소리를 내면서 아무것도 안 찍었다고요? 헛소리하지 말고 당장 핸드폰 내놔서 지워요.”강인도 불안해졌다. 그는 아까 임세희가 자기에게 비비는 것을 방관하며 내심 더 나아가 그녀를 비밀 애인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임세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6화

    소원의 설명을 들은 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명확해진 게 아니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안전에는 조심해야 되니까 사람 4명 붙여줄게. 유진이는 내가 알아서 보안 강화하고.”육경한은 소원이 거절할 것 같아 그러는지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너는 지금 홀몸이 아니야.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고.”육경한의 말이 맞았기에 소원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홀몸이 아니었고 유진도 엄마가 없어서는 안 되기에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떻게든 조심하면서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육경한이 골라준 보디가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안전한 사람들이었기에 소원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상철도 소진용이 제일 믿고 맡긴 사람이었지만 결국 아버지를 배신한 걸 보면 이 세상에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지금 갈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육경한은 소원이 반대하지 않자 경찰이 지정한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강민혜의 안내를 받아 안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문을 열어보니 안지영이 자그마한 몸집으로 무릎을 꽉 끌어안은 채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종이 인형처럼 삐쩍 마른 안지영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가까이 다가간 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지영 씨...”안지영이 소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들지도, 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소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 씨,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하지만 경찰에게 단서를 줘야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수 있어요...”가족을 잃은 슬픔은 소원도 겪어봐서 잘 알았다. 마지막 인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보며 했으니 그 아쉬움과 후회는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컸다. 소원은 그때 왜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지, 왜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지 않았는지 후회했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안지영을 다독이던 소원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지영을 꼭 끌어안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5화

    소원이 육경한을 불러세우더니 따라서 나오며 병실 문을 닫았다.“현재 일은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은 옳고 그름에 명확한 사람이었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정하는 편이었다. 허심탄회한 모습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좋은 태도였다.육경한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티가 나지는 않았다.“도와준 거 아니야.”육경한은 연적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았다. 소원도 더는 이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본론으로 돌아왔다.“진아연을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도 찾고 있어. 찾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줄래?”진아연이 잡혀들어가기 전에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만약 교활한 진아연을 그대로 들여보낸다면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게 뻔했고 베일에 싸인 배후의 지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직접 물어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응. 알겠어. 너는 일단 가만히 있어. 내가 찾고 있으니까.”진아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기에 진아연을 찾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 배후는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수단도 만만치 않았다.소원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일인데 무슨 일이 있든 직접 헤쳐나가고 싶었다.그때 소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민혜가 걸어온 전화였다.“소원 씨, 안상철이 죽었어요.”전화를 받자마자 강민혜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쿵.머릿속에서 뭔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삼촌이 왜?’소원의 계획대로라면 안상철은 지금쯤 안지영과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죽어버린 건지 의문이었다.‘지영 씨는...’소원이 얼른 물었다.“그러면 지영 씨는요? 딸은 어떻게 됐어요?”강민혜가 말했다.“딸은 안전한 상태지만 충격을 많이 받아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입을 열려 하지 않아서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요.”“어... 어떻게 이런 일이...”소원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4화

    그때 문 뒤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소원이었다.소원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육경한이 이 정도로 양보했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었다.“현재야...”“누나...”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네가 먼저 말해.”소원이 양보하자 서현재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누나, 그거 알아요?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한 건 다 안정된 삶을 되찾고 누나랑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서현재가 뜸을 들이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지금은 그저 누나가 잘 있기만 하면 다른 건 바라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요. 언제든 누나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 자리에 있을게요.”순간 서현재는 능력이든 다른 부분이든 육경한과 비길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앞으로 몇 년간 피타는 노력을 거쳐 원하던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있지만 육경한처럼 해탈의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람은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이기적이고 쪼잔해지고 질투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유진도 아이를 받아들였으니 소원이 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떨어졌지만 소원만 행복하다면 서현재로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소원은 그런 서현재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내뱉은 건 결국 한마디였다.“현재 너는 나의 영원한 가족이야. 유진도 그렇고.”서로에게 위안이 되던 나날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서현재가 유진을 돌봐준 것도 소원은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든 앞으로든 서현재가 원하는 바를 이뤄줄 수가 없었기에 차라리 가족이라는 자리로 남는 편이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소원은 이미 서현재에게 다시는 재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소원의 중점은 아이를 돌보는 것과 아버지가 만든 회사를 다시 일궈내는 것,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다.“누나, 나도 잊지 않을게요.”서현재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병실로 돌아오는데 육경한이 침대맡에 앉아 깊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3화

    서현재는 육경한이 그를 내쫓는다는 걸 알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아직 망하진 않았어요.”육경한은 그를 관심해 주는 게 아니라 그가 쫄딱 망해서 서울에서 더는 살 수 없기를 바랐지만 서현재도 유진의 아빠라는 말이 떠올라 톡 까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육경한도 유진의 아빠인 서현재가 너무 궁색해지는 건 싫었다.“서한 가문의 제일 큰 라이벌이 요즘 해성으로 실사하러 갔다고 들었는데.”육경한이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자 서현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현재는 아직 모르는 소식이었다. 해성에서 새로 거론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때 라이벌 회사가 해성으로 간다는 같은 프로젝트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라이벌 회사라 같은 영업 범위였기에 경쟁하는 건 정상이지만 토론이 끝나가는 프로젝트를 뺏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서현재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고마워요.”육경한이 콧방귀를 뀌었다.“약육강식인 세상에서는 승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 능력이 부족한 건 다른 사람 탓해도 쓸모없어.”이 말은 서현재가 육경한이 했던 탄압을 복수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는 말이었다. 육경한이 없었다면 서한 그룹이 흔들릴 때 다른 회사에서 서한 그룹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무너져가는 회사라도 떨어질 부스러기는 남아있었다. 게다가 서한 그룹은 완전히 가치를 잃은것도 아니었기에 기회를 노려 서한 그룹의 주문을 앗아간다면 체급을 늘이고 있는 회사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기회를 노리던 일부 회사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 회사들에게 육경한과 경쟁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으니 말이다.물론 육경한의 실력도 서울을 제패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식과 수단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힘든 것들이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는 3시간 만에 한 상장 회사를 파산하게 만든 적도 있으니 육경한을 건드린다는 건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서현재도 숨 돌릴 시간이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1화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