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순간 조금 화가 났다.‘왜 아직도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는거야?’“혜인아...”그는 창백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무리 아파도 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이준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윤혜인은 코끝이 조금 시큰거렸다.‘진짜인지 아닌지, 그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인데.’마침내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준혁에게 이끌려 그의 품에 안겼다.“읍...”두 사람은 입을 맞췄다.이준혁의 가느다라고 예쁜 손가락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얇은 그의 입술은 천천히 더욱 깊게 윤혜인의 입속으로 파고들어 갔다.그의 폭풍 입맞춤에 윤혜인은 다리가 다 나른해졌고 더불어 조금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이내 그의 부상이 떠올라 그녀는 두 손을 어깨에 받치고 가능한 한 자신이 그 상처에 닿지 않도록 했다.이 자세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이 몸을 밀착하게 되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은 더는 참을 수 없다 할 때쯤,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를 놓아주었다.윤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약 그가 다친 게 아니었다면 일찍이 뺨 한 대를 날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녀가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자 이준혁은 더욱 꽉 잡았다.“이준혁 씨!”윤혜인은 마치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나랑 약속한 거 후회하는 거예요?”‘아무 상관없는 일 아닌가? 왜 계속 이렇게 시시때때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응. 후회해.”이준혁은 미안한 표정도 없이 빠르게 대답했다. 마치 약속을 파기한 사람이 윤혜인인 것처럼 말이다.“너!”윤혜인은 화가 났다.하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뜻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승복하지 못하겠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윤혜인은 하마터면 턱이 땅에 닿을 뻔했다.이준혁이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를 유혹했다.“그날 밤, 세 번, 너한테 두 배의 보상을 줄게, 어때?”윤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준혁은 진지하
윤혜인은 그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윤혜인이 자지 않으면 자신도 자지 않겠다는 이준혁의 뜻 말이다.그녀는 짐짓 모른 체하며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흘렀다.고개를 든 윤혜인은 이준혁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발견했다. 오래 앉아있다 보니 힘든 모양이었다.그 모습을 본 윤혜인은 또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때때로 그녀는 너무 쉽게 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이 불만스러웠다.그녀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내가 침대에 오르면 잘 거예요?”이준혁이 그 매력적인 얼굴로 웃기 시작했다.“응. 너랑 같이 잘래.”곧 윤혜인은 일어나 벽장에서 이불을 안고 와서 깔았다.“우선 말은 바로 합시다. 우리 한 사람이 한 이불 덮고 또 절대 이 선 넘으면 안 돼요.”이준혁은 조금 후회했다.‘간호사한테 이불도 가져가라고 말했어야 하는 건데... 깜빡 잊었네.’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병원에서 나온 소원은 마치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다.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름 아닌 위암이라고 했다.이미 위암 3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기껏해야 3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며 말이다.그녀는 검사 보고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위에 적힌 수치들은 소원의 위가 만신창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문제가 아니었다.손에 쥐고 있는 또 다른 혈액 검사 보고서에는 그녀가 임신했다고 나와 있다!그것도 이미 두 달 차에 접어들었다고 한다.그동안 육경한과 관계를 맺으며 여러 번 출혈을 경험했기에 그녀는 줄곧 자신이 정상적으로 생리를 한다고 생각했다.때문에 임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육경한은 별 요구를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매번 스스로 사후피임약을 챙겨 먹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임신을 하게 될 줄이야...의사의 말이 여전히 귀에 맴돌았다.“가능한 한 빨리 중절 수술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위암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요.”소
육경한의 개인 크루즈 선 마리나 1호는 빈해항에 정박하고 있었는데 도심에서 차로 3시간 떨어져 있었다.소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가 다 되어있었다.아침에는 검진을 받아야 했기에 아침을 먹지 않았고 그다음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겨 지금껏 바삐 돌아쳤기에 그녀는 점심 역시 걸렀다.그래서인지 위가 타는 것처럼 아팠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정말 불에 타는 듯한 느낌 말이다.소원은 비참하게 웃었다. 이런 느낌은 연초부터 자주 있었는데 우리 신체의 기관은 위험을 감지할 때 각종 방식으로 주의를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육경한이 돌아온 관계로 그녀는 바삐 움직이며 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래서 최적의 치료 시간을 놓치고 만 것이다.차에서 내리자 12월 하순의 찬바람이 칼날처럼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코트를 여미며 몸을 가린 후 눈에 띄는 초호화 크루즈로 향했다.크루즈 선 앞에는 검은 옷의 경호원 두 명이 지키고 있어 초대장이 있어야 올라갈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의 전화를 걸었고, 곧 누군가가 받았다.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 지금 마리나 1호에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잠시 내려와 만나도 되고 제가 올라가도 됩니다.”하지만 육경한이 이내 짜증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오늘은 시간 없다니까? 너랑 자고 싶지 않다고. 얼른 돌아가!”“5분, 5분이면 되요.”소원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5초도 안 돼. 난 오늘 아연이랑 함께 있을 거야.”육경한은 차갑게 거절했다.“꺼져. 내 눈앞에 띄지 말고.”“뚜뚜뚜...”전화가 끊겼다.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보아하니 그가 소원의 연락처를 차단한 모양이었다.그녀는 코트를 여미고 추운 바람 속에서 거의 두 시간 동안 서 있었다. 회사에 있는 비서가 또 전화를 걸어와 문제가 생기지 않은 협력사에서도 대량으로 반품하면 안 되겠냐 물었다고 했다.심상치 않은 조짐에 모두들 협력을 끊으려는 듯했다.소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
그래서 그는 자주 웃지 않는다. 사실 진아연 외의 다른 사람 앞에서는 거의 웃은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그도 그럴 것이 사업계는 전쟁터와 같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호한 대표이지 따뜻한 남자가 아니다. 그리고 육경한은 자신의 단점을 숨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직 진아연과 마주할 때만 육경한은 자신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소원이 기억하는 그 따뜻한 육경한으로 변했다.별안간 술 냄새가 스쳐 지나가더니 ‘쫘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소원의 코트에 와인을 뿌린 것이다.곧이어 누군가 술 냄새를 풍기며 말했다.“미안해요.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소원이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사람은 바로 진아연이 친오빠 진찬성이었다.그녀가 그를 알아보는 이유는 이전에 본 동영상 때문이었다.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찬성이 또 입을 열었다.“내가 닦아줄게요.”이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뻗어 소원의 코트를 닦아주려 했다.그러나 그가 와인을 뿌린 곳은 소원의 가슴 쪽이었다. 더불어 그 음흉한 표정은 누가 봐도 이 기회를 틈타 소원을 만지려는 것 같았다.소원은 즉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냉담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괜찮습니다. 필요 없어요.”진찬성에 대해 소원은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유명한 카사노바이며 특히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그가 침대에서 여자를 갖고 놀다 죽게 만든 일도 있었는데 적지 않은 돈을 써서 겨우 논란을 잠재웠다고 한다.소원은 한때 육경한의 수단이 자신의 미래 처남이 될 진찬성에게 배운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그러다 그녀는 어느 한번 떠도는 동영상을 보고 진찬성이 수단이 육경한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육경한은 기껏해야 흥분을 돋궈 다른 사람이 빌게 만드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다.하지만 진찬성은 정말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을 정도로 별별 물건을 가지고 사람의 몸을 찔러댔다.그래서 소원은 진찬성을 보자마자 조건반사적으로 속이 안 좋아져 토하고 싶었
진찬성은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소원을 자신의 밑에 깔며 그녀의 옷을 벗기려 했다.남자의 열기가 얼굴에 고스란히 전해지자 속이 안 좋아진 소원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젖 먹던 힘을 다해 그녀는 소리쳤고 마침내 진아연과 육경한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그곳에 엎드려 더러운 움직임을 하는 진찬성을 발견하자 육경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아연은 육경한의 안색을 보고 즉시 달려가 진찬성의 팔을 잡아당겼다.“오빠, 왜 여기서 이런 짓을 하고 있어!”뒤이어 그녀는 경비원에게 분분했다.“아직도 오빠 안 잡고 뭐 해요? 뭐가 그리 급해서... 대체 어떤 여자길래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여기서 오빠랑 이러는 건지!”진아연의 한 마디로 뭇 여자들의 시선이 전부 아래쪽에 있는 여자에게 쏠리게 되었다.그리고 잇달아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찬성이 그쪽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들은 여전히 자신과 같은 여성인 소원이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비난했다.진찬성은 경비원들에게 밀려난 후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는 천천히 바지 벨트를 정리하고 진아연의 말에 대답했다.“아, 미안해. 조금 급해서.”그 말이 암시하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원해서 그랬다는 것이었다.육경한은 지저분해진 소원의 옷과 가슴에 있는 수표를 보고 순간 분노에 차 눈시울이 붉어졌다.곧 그가 경비원에게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사람들 먼저 다른 데로 데리고 가.”경비원은 즉시 사람들을 무대 앞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는 미리 초대한 연예인 두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덕분에 사람들의 이목은 쉽게 그곳으로 집중되었다.주변이 깨끗해진 후, 육경한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소원에게 말했다.“소원, 너 대체 얼마나 더 천하게 굴 수 있는거야?!”그 말에 소원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뺨에 맞은 것보다 그 말이 더욱 아픈 것 같았다.‘참 재밌네.’악명 높은 진찬성을 두고 육경한은 오히려 소원이 천하다고 생각한다!하
‘며칠 후에 반드시 저년을 먹고 말겠어.’그러고 나서 진찬성은 비틀거리며 갑판으로 가 다시 한 여자를 끌어당겼다. 오늘의 욕구는 해소해야 할 테니 말이다.육경한은 소원을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분부했다.“끌어가!”두 명의 경비원이 즉시 손을 쓰자 소원은 육경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대표님, 5분, 제게 5분만 주시면 됩니다.”하지만 육경한은 발로 그녀를 걷어차며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분노하여 말했다.“아직도 끌어 안 가고 뭐 해!”이내 두 명이 경비원이 소원의 팔을 잡고 그녀를 내던지려고 했다.그때, 진아연이 갑자기 유혹적인 말투로 말했다.“소원 씨, 부탁할 일이 있으면 성의를 보여야죠.”진아연은 소원의 아래에 있는 갑판 바닥을 보며 눈짓했다.순간 소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지만 더는 생각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풀썩.”소원은 무릎을 꿇었다.그렇게 육경한은 소원의 부모를 제외하고 그녀가 무릎을 꿇게 한 첫 사람이 되었다.몰려오는 굴욕감에 그녀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한참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그녀는 육경한에게 부탁했다.“대표님, 부탁드립니다. 한이 그룹을 놔주세요.”육경한은 고개를 돌려 예전에 빛을 발하던 이 소씨 집안 큰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자 육경한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면 자신의 마음이 퍽 풀릴 줄 알았다.소원이 자신을 배신하고 속였으니 그는 분명히 그녀를 매우 증오해야 했다.그러나 어쩐지 칼에 베인 듯 마음이 아파왔다.그 두 무릎에 무슨 독이라도 묻었는지 육경한은 볼 때마다 눈이 시큰거렸다.‘왜? 도대체 왜 이러지? 틀림없이 내가 아직 독하게 마음을 먹지 않아서 그런 걸거야. 마음이 아픈 것도 단지 이 여자가 내 앞에서 불쌍한 척 연기를 하기 때문이고. 더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이 느낌들을 전부 버려야 해.’생각을 끝마치자 육경한의 안색이 순간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칠흑같
“소원!”육경한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소원의 팔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한 손으로 그녀를 들어 올렸다.“너 미쳤어? 내가 나가라고 했잖아! 당장 나가! 알겠어?!”그의 손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고, 소원은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그러나 팔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소원은 자신이 어릴 때 육경한이라는 악마를 건드린 것이 한탄스러웠다.그 결과 부모님과 소씨 집안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오게 됐으니 말이다.소원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소리 없이 울고 있었지만,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여자의 무언의 울음은 날카로운 칼처럼 육경한의 심장을 찔렀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진아연의 마음에는 질투의 불길이 점점 치솟았다.그녀는 육경한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육경한이 화를 내면 낼수록 그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신경을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었다.한이 그룹과 합병하려는 계획은 이미 다 말이 끝난 일이었다.육경한도 그녀에게 한이 그룹과 합병한 뒤에는 소원과 얽히지 않고 진아연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3년의 약속이라는 것도 본래 소원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녀가 방심하게 만들고 육경한과 지낼 시간이 많이 남았다 착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이 모든 것은 진아연의 제안이었다. 희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산산조각내어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잔인하고 통쾌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육경한이 주저하고 있다!‘역시 이 빌어먹을 여자가 아직 경한 씨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어... 반드시 더 큰 한방이 필요해.’진아연은 독기 가득한 눈빛을 감추고 육경한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달랬다.“경한 씨,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오늘 제 생일이잖아요. 저 불쾌해지고 싶지 않아요...”곧 육경한의 분노는 마치 진아연의의 위로 한 마디에 잠잠해진 듯했다.그는 갑자기 손을 놓았고, 소원은 간신히 갑판의 난간에 기대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그
육경한은 명령했다.“아연이 안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진아연은 육경한의 팔을 꽉 잡고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였다.“경한 씨...”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달래듯 말했다.“말 들어, 너 억울하게 두지는 않을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며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소원, 이 정도면 너 지옥으로 보내기 충분하겠지?!’육경한은 싸늘한 눈빛을 하고 돌아섰다. 그의 반짝이는 구두는 매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소원의 심장을 짓밟는 듯했다. 그는 소원 앞에 멈춰서서 눈을 가늘게 떴다.“소원, 너한테 기회를 줄 테니까 아연이를 밀어 떨어뜨린 이유를 설명해봐.”그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지만, 소원은 이것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무서운 평온함에 여러 번 시달렸고 그 생각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떨렸다. 이 고요함이 소원은 너무나도 두려웠다!소원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나 안 밀었어...”육경한이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비록 온몸이 젖어있었지만 전혀 초라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옆 사람에게서 불붙은 시가를 받아 들고 느긋하게 난간에 기대어 가볍게 한 모금을 빨았다.“그럼 아연이가 스스로 떨어졌다는 말이야?”“아연 씨가 일부러 내 손을 잡고...”말을 다 하기도 전에 육경한의 시가가 소원의 손가락 옆으로 떨어졌다.붉은 불꽃에 그녀는 하마터면 손등을 델 뻔했다.육경한은 반짝이는 구두 끝으로 소원의 턱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아연이가 너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스스로 떨어졌다는 거지?”턱이 단단한 구두에 눌려 아팠다.소원은 고개를 숙이지도 못하고 우뚝 선 남자를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정말 안 밀었다니까...”그러자 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 키가 190cm쯤 되어서 그런지 그는 작은 벌레를 보듯 소원을 내려다보았다.“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거야?”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경호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말해, 뭘 봤나?”경호원은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