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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02 19:00:00
그러다 기사가 외쳤다.

“누굴 찾아가 돈 받아요?”

그때 주훈이 기사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를 따라가시죠.”

뒷좌석에 앉은 윤혜인은 동공이 풀렸다.

폭우 소리는 그녀의 마음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너무 차가웠다.

이준혁과 임세희의 관계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견딜 수 없었다.

이런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자신을 마비시키며 속였던 것이다.

빵-

날카로운 경적이 울렸다.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튕겨 나갔을 것이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기사는 차를 멈추고 욕설을 내뱉었다.

“미쳤어? 운전할 줄 알기나 해?”

휘몰아치는 빗줄기 속에서.

훤칠한 키의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한껏 움츠린 여자에게 말했다.

“내려.”

윤혜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가 진짜 쫓아올 줄 몰랐다.

비에 흠뻑 젖은 그의 모습은 엉망이어도 여전히 멋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를 그가 잡아당겼다.

당황한 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

“돌아가요.”

남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왜 왔어?”

윤혜인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당신 보러 온 거 아니에요.”

그는 단호하게 물었다.

“왜 도망가는 거야? 질투해? 아직 나를 걱정하는 거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자신의 무덤을 파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하는 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 피하지 않으면 구경이라도 해야 할까요?”

비는 더욱더 거세게 쏟아졌다.

기사는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

“영화 찍어요? 나도 바쁜 사람이라고요.”

남자는 계좌번호를 입력하라고 핸드폰을 건넸다.

딩-

“이제 충분해요?”

입금된 숫자를 보니 아주 만족스러운 숫자였다. 그가 한달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밖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으니 들어와서 천천히 얘기해요. 3박 3일도 문제없어요.”

“당신!”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으니 그냥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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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철이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알고 보니 육경한이 시계 판이 위로 향하게 시곗줄을 손바닥에 움켜쥔 채 안지철의 코를 가격한 것이다. 한 번의 펀치 만에 안지철은 코피가 터졌고 코뼈가 부러지면서 코가 삐뚤었다.몇십억을 호가하는 비싼 시계라 그런지 펀치를 날려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아악... 너 미쳤어?”안지철은 코를 부여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육경한이 이 정도로 매섭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펀치를 날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펑.둔탁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고 안지철의 광대뼈가 부러졌다. 안지철은 그제야 이 남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실감하고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부여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원...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돈이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때리지만 않으면... 흑흑...”육경한이 웃음을 터트렸다.“나 돈에는 관심 없어. 그냥...”“그냥 뭐... 원하는 게 뭐야. 다 줄게.”안지철은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살아만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돈이야 언제든 다시 벌 수 있기에 그때 가서 다시 원하던 삶을 살면 되지만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을 지켜야 했다.육경한은 입술을 삐쭉거리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어떡하지? 내가 관심 있는 건 네놈 목숨밖에 없는데.”안지철은 이 말이 너무 섬뜩해 바지에 지릴 뻔했다. 원하는 게 목숨밖에 없다니, 무서워도 너무 무서운 남자였다.“저기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저랑 원수진 거 없잖아요. 기껏해야 저 여자 건드린 것밖에 없는데 사실 아무 짓도 못 했고 겨우 뺨 두 대 때린 것뿐이에요.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겨우 뺨 두 대 때렸다?”육경한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뭔데 감히 손을 대?”이 말에 안지철은 심장이 너무 벌렁대 숨 쉴 엄두조차 나지 않아 그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애원했다.“어르신, 아니 형님, 하느님, 부처님, 제가 죽을죄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1화

    소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옷을 걸치지 않으면 돌아가서 또 세게 아플 것이다.육경한은 유진에게 감정이 없었기에 소원까지 죽으면 육경한의 오락가락하는 성격에 힘든 건 유진밖에 없을 것이다.소원은 방민아가 법원 앞에서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사랑에 미쳐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거나 범죄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도 적잖게 있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소원은 그 옷이 육경한의 옷인 걸 알면서도 추위를 이겨내고파 얼른 챙겨 입었다.육경한은 곁눈질로 그런 소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당기더니 아래로 내려가 진흙을 뒤집어쓴 안지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육경한의 눈빛에 안지철은 심장이 철렁했다. 몸집이 크고 체격이 빼어난 육경한은 승냥이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안지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철은 평소 거의 일반인들과만 소통했고 이런 거물은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눈빛이 닿기만 해도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감히 내게 발길질을 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당장 사람 불러서 너 죽인다.”안지철이 으름장을 놓으며 용기를 북돋으려 했다. 주로 연락하는 소종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육경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안지철은 소원이 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소원을 도와주러 온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우라가 남다를 뿐 종이호랑이일지 모른다고, 그러니 상대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오늘 이 여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이따 베일에 싸인 그 사람에게 연락해 처리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 일이 새어나가면 그 사람에게도 해가 될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모든 죄를 안지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면 안지철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안지철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나를 죽여?”육경한은 안색이 너무 어두웠고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독수리와도 같은 부리부리한 눈은 모든 걸 뚫어버릴 것처럼 매서웠는데 비바람이 몰아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0화

    벨트를 한쪽에 버린 안지철이 허겁지겁 소원 위로 올라탔다. 소원이 힘껏 저항하며 안지철의 아랫배를 걷어차려 했지만 안지철이 소원의 행동을 간파하고는 옆으로 피하더니 소원의 귀싸대기를 힘껏 후려갈겼다.풉.힘이 어찌나 세게 들어갔는지 소원은 귀싸대기를 맞자마자 머리가 어지럽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피를 한 모금 왈칵 토해냈다. 원래도 몸이 허약했는데 귀싸대기까지 맞자 반항할 능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안지철이 더러운 손으로 옷을 벗기려 하자 너무 역겨워 토할 것 같았지만 먹은 게 없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당신 곱게 죽지는 못할 거야.”소원이 매서운 눈빛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안지철이 코웃음을 치더니 막무가내로 위에 올라탔다. 소원이 살기 어린 눈으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안지철의 귀를 힘껏 깨물었다.“아악. 미친X이 이거 안 놔?”안지철이 귀를 억지로 빼내려는데 소원의 입은 마치 볼트를 꽉 끼워서 맞춘 것처럼 단단했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사이 안지철의 귀가 일부 뜯겨 나갔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우스웠다.“젠장. 이런 젠장.”안지철이 귀를 부여잡고 다리를 동동 굴렀다. 극심한 고통에 안지철은 다시 소원의 목을 조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뱉어. 안 뱉어?”소원이 물어뜯은 건 연골이었기에 제때 붙이면 흉터는 남겠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소원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더니 물어뜯었던 살점을 경사 아래로 뱉어냈다.안지철은 그렇게 잘려 나간 귀가 강에 빠져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철썩. 철썩.안지철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원의 볼을 마구 내리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안지철은 소원의 목을 힘껏 조르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미친 듯이 고아댔다.“미친X이, 지금 당장 죽여줄게.”소원은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숨소리도 점점 미약해졌다. 그렇게 숨이 꺼져가는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위에 올라탔던 안지철이 그대로 경사를 구르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9화

    소원이 절망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하. 드디어 찾았네.”안지철도 금방 따라서 나왔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 피할 수가 없었던 소원은 경사를 따라 앞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빨리 걷지는 못했고 그렇게 몇 걸음 가지도 못한 채 안지철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말았다.“젠장.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거야?”안지철이 소원을 힘껏 바닥에 패대기쳤다.우두둑.소원은 무릎뼈가 부서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빌어먹을 X이, 아까 일부러 내 손 찢어놓은 거지. 맞아, 아니야?”안지철은 어디서 천 쪼가리를 찾아 손에 칭칭 감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그 손을 제대로 쓰지는 못했다.소원은 어이가 없었다.“구해준 은혜를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그러다 천벌 받아.”“천벌? 나쁜 짓을 얼마나 했는데 받을 거였으면 진작에 받았지. 아직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 있잖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늘이 번쩍했다. 놀란 안지철이 입을 꾹 닫더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번개였다.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가 먼 곳에 떨어졌다.“하하하하.”안지철의 웃음이 점점 더 방자해졌다.“봤지? 봤지? 나한테는 절대 안 떨어져.”소원이 한마디 덧붙였다.“아직 좋아하긴 이르지. 때가 안 됐을 뿐이야.”안지철이 몽둥이로 소원의 무릎을 꾹 눌렀다.“아아.”소원이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안지철은 매서운 표정으로 소원을 째려보며 말했다.“그 입만 살아서.”그때 번개가 다시 하늘을 갈랐다. 하얀 섬광이 빗물에 젖은 소원의 얼굴과 비춤과 동시에 흠뻑 젖은 옷 아래로 드러난 굴곡진 몸매도 비췄다.이에 사악한 마음을 품은 안지철이 생각을 바꾸고 몽둥이로 소원의 옷을 이리저리 헤쳤다.“몸매가 죽여주는데.”안지철이 변태 같은 눈빛으로 소원을 쳐다봤다. 그저 때는 몰랐는데 빗물에 젖으니 소원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너무 섹시했다. 뽀얗고 말한 속살은 유시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했고 매혹적인 얼굴까지 더해지자 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8화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상처에 빗물이 들어가자 너무 아팠고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이 원래도 좋지 않은데 이런 일을 당했으니 얼마 남지 않은 힘까지 다 소모해 진흙 범벅인 나무 뒤에 숨어 최대한 몸을 움츠리며 존재감을 줄이려 했다.졸음이 쏟아져 잠깐 눈을 붙이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불규칙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야심한 밤에 이런 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은 안지철밖에 없을 것이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소원의 발자국이 다 지워졌기에 누가 와서 구해줄 거라는 희망은 버려야 했다.큰비는 수색에 어려움을 더했고 윤혜인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는다 해도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소원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꼭 안았다. 그래도 혹시나 안지철에게 들킬까 봐 미약한 숨소리마저 꾹 참았다.아무리 다쳤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의 힘을 이겨내긴 어려울뿐더러 소원은 환자였기에 안지철에게 위치를 들키면 그냥 죽기를 납작 없이 기다려야 했다.아니나 다를까 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몽둥이로 숲을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이제 그만 나오지?”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안지철의 목소리가 비 내리는 숲속에서 더 섬뜩하게 들렸다.“여기 뱀도 있고 들짐승도 많은데 동물에게 뜯겨 죽는 것보다는 얌전하게 나오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 내가 한 번에 깔끔하게 보내줄게. 헤헤.”안지철이 휘파람을 불며 이렇게 말했다. 웃는 소리도 어쩜 저렇게 섬뜩한지 의문이었다.소원은 점점 가까워지는 안지철의 목소리에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안지철은 랜턴까지 들고 있었기에 옆으로 지나가면 무조건 그녀를 발견할 것이다.끼고 있던 팔찌가 달랑거려 소리가 나지 못하게 잡고 있던 소원은 문득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에 끼고 있던 팔찌를 돌과 함께 먼곳으로 뿌려 소리가 나게 했다.가까이 다가오려던 안지철이 그 소리를 듣고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자, 이제 곧 찾아갑니다.”소원은 안지철의 걸음 소리가 돌을 던진 방향으로 가는 걸 들었다. 이 팔찌는 유진을 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7화

    똑같이 다친 여자를 대처하기엔 넉넉했다.소원은 목이 심하게 졸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까 안지철의 손등 가죽을 벗겨낸 덕분에 안지철에게도 약점이 생겼다. 얼른 팔을 뻗어 안지철의 손을 잡고는 온 힘을 다해 손톱으로 원래도 피투성이인 안지철의 손등을 마구 할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공포스러웠다.“아, X발.”안지철이 너무 아파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게 정신이 다른 데 팔린 안지철은 손에 힘이 살짝 풀렸고 소원도 이 틈을 타서 안지철의 상처를 더 힘껏 쥐어뜯자 안지철의 손등은 뼈가 보일 정도로 구멍이 심각하게 났다.“미친X이 이거 안 놔?”안지철은 극심한 고통에 소원을 홱 내팽개쳤다. 소원은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힘껏 숨을 들이마셨더니 기력을 조금 차리고는 절뚝거리며 숲으로 걸어갔다.고통이 가신 안지철은 얼른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줍고는 그 뒤를 따라가려다 다시 차로 돌아와 트렁크에서 몽둥이 하나를 꺼내 손에 들고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빌어먹을 X,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뼈도 못 찾게 갈기갈기 찢어줄 테니까.”안지철은 성큼성큼 숲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했다.“숨어도 소용없어. 내가 너 반드시 찾아낸다.”그렇게 안지철도 숲속으로 사라졌다....육경한은 차에 오르자마자 녹음된 통화 내용을 틀었다. 차가 충돌되었지만 두 사람 다 차를 버려둔 채 사라진 것이다.안지철은 차를 박은 후에도 소종과 통화했기에 육경한은 그 통화에서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내려 했다. 녹음을 틀자 소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이 꽤 오래 지났는데 잘 처리했어요?”안지철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했다.“아직요. 아까 거의 부딪힐 뻔했는데 저 미친X이 갑자기 핸들을 급하게 꺾다가 차가 잔디밭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나도 브레이크를 밟을 타이밍을 놓쳐서 나무에 차를 박았어요.”소종이 멈칫하더니 말했다.“여자라 힘은 밀릴지 모르지만 머리는 당신보다 총명하니까 꼭 조심히 처리해야 해요.”“알아요. 젠장. 저 미친X 오늘 내가 반드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6화

    안지철이 치른 대가도 작지는 않았다. 끼었던 손은 빼냈지만 손등의 가죽은 그대로 벗겨진 상태라 피가 철철 흘러내렸는데 보기만 해도 너무 아팠다.“아이고,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요?”안지철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호들갑은. 손 안 빼면 어떻게 나와요.”사실 조금 부드럽게 뺄 수도 있었지만 소원은 일부러 힘껏 당겨서 빼냈다. 사실 아직 쓸모가 있어 죽게 놔둘 수는 없었지만 쓴맛은 좀 보게 해야 마음이 후련할 것 같았다. 나쁜 일을 저질렀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아니면 앞으로 또 이런 짓을 저지를 것이다.표정이 일그러진 안지철이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왼손은 지금 거의 감각이 없는 상태라 들 수도 없었다.안지철은 소원이 총명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손을 심하게 다치게 하면 안지철의 공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안지철은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었지만 소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소원 씨, 차에서 좀 꺼내줘요. 여긴 너무 위험해요...”안지철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차를 보며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상황이 상황인지라 소원은 몸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며 변형된 차 문을 열어 안지철을 안에서 꺼냈다.그렇게 도로로 나온 안지철은 위험 구역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마치 바닷가에 말려놓은 생선처럼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소원이 안지철의 핸드폰을 꺼내 신고하려는데 안지철의 핸드폰은 잠금 해제하지 않으면 긴급통화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일반 핸드폰은 잠금 해제하지 않아도 긴급통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안 된다는 건 안지철의 핸드폰이 특수 제작이라는 의미였다.소원은 바닥에 드러누운 안지철을 힐끔 쳐다봤다. 죽기를 기다리는 생선 같은 안지철을 보며 시름이 조금 놓인 소원이 안지철에게 다가가 물었다.“비밀번호가 뭐예요?”안지철이 힘없이 말했다.“안면 인식으로 풀어도 돼요.”“안면 인식?”소원이 핸드폰을 들어 안지철의 얼굴을 비췄지만 안지철의 얼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5화

    보기만 해도 너무 아팠다. 허약한 모습을 봐서는 갈비뼈도 몇 대 부러진 것 같았고 꼼짝달싹할 수 없어 소원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소원 씨,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안지철이 불쌍하게 말했다.소원은 불신에 찬 눈빛으로 안지철을 바라봤다. 안지철이 아까 죽일 듯이 차로 박아왔던 게 생각나 구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안지철의 핸드폰까지 손에 넣었으니 안에서 증거를 찾으면 되지 안지철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소원이 그를 구해줄 생각이 없어보이자 안지철이 마지막으로 발악했다.“소원 씨, 저 쓸모 있어요. 쓸모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핸드폰만 가져가서 되겠어요? 당연히 안 되죠... 내가 증인으로 출석해서 누군가가 샘플을 바꿔치기하라고 했다고 증언할게요. 소원 씨가 원하는 것도 이거 아닌가요?”소원은 이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육경한은 어지간히 간사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핸드폰 하나로 무너트리지 못할 수도 있는데 안지철이라는 증인이 생기면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안지철은 소원이 주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제 상태를 좀 봐봐요. 아이고... 이제 더는 소원 씨를 상대할 수 없는 몸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 살려줘도 다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차에서는 계속 연기가 나고 있어 언제든 폭발 위험성이 있었지만 안지철 혼자서는 절대 안에 낀 손을 빼지 못할 것이다.안지철이 애원했다.“소원 씨,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두 살짜리 아이가 있어요. 이제 막 말문을 트고 아빠라고 부르는데 내가 어떻게 죽어요. 내가 죽으면 아이는 아빠가 없어지는데...”안지철은 소원이 이러는 게 다 아이를 위해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는 소원의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사실 안지철은 집에서 잔소리만 하는 아내와 울기만 하는 애새끼를 데리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안지철은 아이를 낳는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어 늘 놀고먹기만 했고 진취심도 없는 사람이 허영심까지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4화

    육경한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26년이든 36년이든 내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오래 함께한 사람이라도 내겐 쓸모없는 사람이야.”소종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육경한은 소종의 주인이었고 소종은 늘 육경한을 하느님처럼 높이 받들며 오랫동안 충성을 다했지만 결국 그 여자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자줏빛으로 물든 소종의 손이 감각을 잃어갈 때쯤 육경한이 차창을 다시 내렸다. 소종의 손은 이제 완전히 감각을 잃었기에 다른 손으로 겨우 옮겨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다음은 없어.”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더니 차에 시동을 걸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소종은 떠나가는 차를 보며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소종은 아직도 자기가 정말 잘못한 게 맞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악독하기 그지없는 소원은 안 그래도 매일 육경한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고 있을 텐데 아이까지 뺏겼으니 더 독하게 의지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소종은 그저 육경한을 위해 미리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육경한은 아직도 소원을 잊지 못해 끙끙 앓고 있었다.방민아는 정말 여러모로 완벽한 선택지였다. 육경한의 사업에 도움이 될뿐더러 일편단심이었다. 방민아에 비하면 소원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였다.소종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육경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소원이어도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소종의 눈빛이 점점 더 또렷해졌다....소원의 차는 안지철의 차와 충돌하고 전복된 상태였지만 다행히 옆에 있는 진흙탕에 빠지면서 폭신한 진흙이 일부 충격을 흡수했고 에어백도 제대로 터졌고 안전벨트도 제대로 하고 있은 덕분에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그래도 소원은 큰 충격에 잠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척수뼈가 부러졌는지 온몸이 찢어질 것처럼 너무 아파 미간을 찌푸리고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기어 나오려 했다.차창이 깨지긴 했지만 완전히 깨진 건 아니었기에 맨손으로 깨진 유리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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