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한선우는 여름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미쳤어요? 쟤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순진하지가….”“사업을 한 경력도 사람 보는 안목도 내가 너보다는 낫지. 내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양유진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한선우의 말을 끊었다.“게다가 소꿉친구까지도 헐뜯는 전 여친인데 남자로서 괜찮으시겠어요?원한에 찬 한선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삼촌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요.”“나를 위해서 하는 소리인지 네 사심을 채우기 위한 마음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거다.”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띵~’하는 소리가 났다.분노한 한선우를 그대로 남겨둔 채, 양유진은 여름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폐쇄된 공간에서 여름은 멘붕이 온 듯 멍하니 있었다.양유진이 여름을 보더니 놀란 줄 알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아까 사람들 많은 데서는 그렇게 용감하시더니?”사실 양유진도 적잖이 놀랐었다.참석했던 수많은 파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로 남을 것이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테이블에 올라갔던 모습은 사실 꽤 매력적이었다.여름은 저도 모르게 양유진의 손을 치웠다. 머리가 굳어서 돌아가지 않았다.“대표님이… 선우 오빠의 삼촌이세요?”“그렇습니다.”양유진이 담담하게 인정했다.“저도 얼마 전에야 여름 씨가 그 댁 작은 따님인 걸 알았습니다. 선우와의 관계도 잘 알고 있었어요. 저한테 여름 씨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그 애가 여름 씨를 배신한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여름 씨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별장 인테리어 설계도를 보고 얼마나 재능이 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그렇지만 저번에 왜 먼 친척이라고 하셨어요?”“선우 삼촌이라는 이유로 저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양유진이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진심으로 여름 씨가 좋습니다!”여름은 심호흡을 했다. “죄송한데 하나만 여쭤볼게요. 혹시 선우 오
윤서가 깜짝 놀랐다.“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날 엿 먹였지. 그것도 아주 빅 엿을!”여름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최하준은 한선우의 외삼촌이 아니었어! 사람 잘못 봤다고!”윤서가 말을 더듬었다.“그, 그럴 리가?”“오늘 진짜 외삼촌 만났어. 양유진 씨라고. 이제 막 담당한 W팰리스 별장이 그분 거야.”여름은 울고 싶었다.“대체 어쩌자고 나한테 사람을 잘못 소개했어, 이 친구야.”“……”윤서의 몸이 떨렸다. ‘어떻게 사람을 잘못 알아볼 수 있지? 오빠가 그렇다고 했는데….’******30분 뒤, 여름이 윤서의 눈앞에 나타났다.어디서 빌렸는지 몰라도 윤서는 헬멧을 쓰고 있었다.“가능하면 말로 하자. 아니 뭐, 때려도 되는데,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 주라.”여름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안 때려. 그냥 널 껴안고 강물에 뛰어들까 하는데 괜찮겠냐??”윤서는 천하에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내가 방금 30분 동안, 우리 오빠가 나한테 선우 오빠의 외삼촌이 누군지 가르쳐 줬을 때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그때 남자 둘이 같이 있었는데 분명 거기 최하준도 있었어. 아우라가 엄청났다고. 거의 무슨 황제 폐하급의….”“그래서, 머릿속에 최하준이 한선우의 외삼촌이라고 자동 입력 됐다고?”여름이 윤서의 말을 끊었다.윤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안 그러고 배기냐? 최하준의 아우라가 모두를 압살했다고….”“그때 옆에 있었던 사람이 이 사람이야?”여름은 스마트 폰에서 양유진의 사진을 찾았다. 별장 시공 첫날, 우연히 찍힌 사진이었다.“어, 그때 자세히 안 봐서.”윤서가 눈썹을 찌푸려가며 생각했다.“좀 그런 것 같아. 어, 맞아. 그 사람이네. 그래서, 저 사람이 선우 오빠 외삼촌이라고?”여름은 가슴을 쳤다. 열이 뻗쳐서 가슴이 아팠다.“저기요, 네가 착각하는 바람에 난 혼인신고까지 해버렸다고. 내가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최하준 그 독사 같은 남자의 독에 중독돼서 미쳐버릴
변호사 사무소.이지훈이 점심을 먹고 산뜻한 기분으로 들어왔다. 최하준의 사무실을 지날 때 마침 보조사무원 하나가 커피잔을 들고 들어 가려던 참이었다.“최변은 점심에도 안 쉬나 봐요?”이지훈이 보조에게 물었다.“네. 새 의뢰건 파일 보고 계세요.”사무 보조원이 소곤소곤 말했다.“최 변호사님이 요즘 의뢰를 부지런히 받으시더라고요. 경제적으로 힘드신가? 전에는 끽 해야 한 달에 두어 건 받으셨는데 요즘은 막 4건씩 받으세요. 그래서 너무 바빠서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일하시는 거예요.”이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천하의 최하준이 돈이 없다고?한 나라의 왕이 돈이 없으면 없었지 최하준 돈이 마를 리 없지.집에 몇 대를 써도 못 쓸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집이 텅 비어 있으니 돌아가기가 싫은 거야. 곧 죽어도 그걸 인정을 안 하네.’“그건 저 주시고 가보세요.”이지훈이 커피를 들고 들어갔다.“거기 둬.”최하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이지훈이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오늘 TH랑 한주 약혼식 날이잖아. 거기 다녀온 친구가 그러는데 식장 스크린에 여름 씨하고 한선우의 달달한 연인 시절 사진이 다 올라갔다더라. 거기 있던 사람들이 여름 씨가 벌인 짓이라고 한대. 그걸로 또 어지간히 괴롭힘을 당했나 보더라.”‘한선우랑은 달달한 투샷이 있었어?나랑도 그런 걸 찍었던가? 한 장도 없잖아!’최하준이 싸늘한 시선을 들었다.“몇 번을 말해. 나한테 그 사람 얘기하지 말라니까.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야.”이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듣기 싫으면 말을 끊던지, 다 듣고 나서 아닌 척하긴.’“그러지 뭐, 난 친구가 보내준 영상이나 봐야겠다..”이지훈은 휴대 전화를 열었다. 마침 여름이 테이블에 올라간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최하준이 이지훈의 휴대 전화를 뺏어서 내동댕이 치려다가 그 안에서 들려오는 여름의 고함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난리 치고 반박할 줄도 아네.그런데 정말 한선우랑 사귀었다고?사귀
“당연히 안 하겠지. 온갖 못된 수작은 나한테 다 부렸거든.”최하준이 냉소적으로 내뱉었다.이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이건 그냥 대놓고 꽁냥자랑인가?그게 자랑이냐? 막상 여름 씨는 그렇게 너를 신경 쓰지도 않는데?’이지훈은 속으로만 욕을 한 뒤에 말했다.“전에 그 집 사람들이 한 짓을 봤을 때 오늘 그렇게 망신을 당했으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 지난번에는 감금해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번에도 제수씨 위험에 빠지진 않는지 살펴봐.”최하준은 계속 자료만 들여다봤다.“됐어.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까지 꼼짝도 안 할 거야.”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그 집에서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그냥 두면 안 되겠어. 이번 영상 싹 풀어줘.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절대 삭제 못 하게 조치하고.”“그, 그래.”이지훈이 무기력하게 뱉었다.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안 도와주겠다더니 바로 말 바꾸는 거 봐라.’“빨리!.”최하준이 언짢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이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발신자가 여름이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전화를 보자 답답했던 마음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사정이 이쯤 되면 도와 달라고 전화할 줄 알았지.”최하준이 휴대 전화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이지훈은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했다가 당하지 않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러나 최하준이 신이 난 모습을 보고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안 받아.”최하준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휴대 전화를 그냥 테이블에 던졌다. 그러나 눈은 계속 곁눈질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20초쯤 울리고 곧 전화가 끊어지려고 할 즈음 잡아 들었다.“뭐, 이번에는 그 집에서 정말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지. 살려달라는 전화를 안 받았다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이지훈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 꼴을 친구들 단톡방에 올려서 다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야….’“뭘 봐? 빨리 가!”최하준이 언짢다는 듯 눈을
최하준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젠장, 구청 가는 게 이렇게 기쁠 일이냐?아, 드디어 날 보게 돼서 기쁜 건가?그거군.그날 그러고 나갔는데 이제 돌아오려니 면목이 없겠지.그러니 일단 핑곗거리를 찾아낸 거야. 이따가 말투를 좀 부드럽게 해야겠다.’어쨌든 요즘 밥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최하준은 제대로 밥도 먹은 적이 없었다.‘뭐, 가는 길에 케이크나 하나 사가지고 가자.’최하준은 치즈케이크를 사들고 갔다.여름은 지난번에 최하준이 사준 하얀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겉에는 베이지색 모직코트를 입었다. 오후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니 깨끗한 피부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최하준의 입술이 섹시하게 슬쩍 올라갔다.‘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고 구청에 오다니, 정말 이혼을 하려는 건지 내 마음을 돌리려는 건지 너무 뻔한 스토리 아냐?’최하준이 케이크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최하준을 본 여름의 눈이 반짝 빛났다.“가요!”하더니 여름은 앞장서서 구청으로 들어갔다.최하준은 할 말을 잃었다. 상상했던 것과 상황이 좀 달랐다.“잠깐.”‘너무 상황 파악 못 하는 거 아닌가? 케이크까지 들고 왔으면 체면은 살려준 거잖아?’“왜요?”여름이 의아하다는 듯 돌아봤다.“왜 그러겠습니까? 강여름 씨, 나는 기회를 줬습니다.”여름은 최하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멍하니 있었다.“이혼하기로 했잖아요? 빨리 들어와요. 오후에는 회사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최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여름을 가만히 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진심인가?진짜 이혼하고 싶은 거야? 대체 왜?’그런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내가 언제 이혼하겠다고 했습니까?”여름은 기가 막혔다.“아까 전화로….”“내가 여기 와서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닐 텐데요?”최하준이 얼음처럼 차갑게 웃었다.“강여름 씨, 날 뭘로 보는 겁니까? 결혼이라는 게 당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겁니까? 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필사
최하준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내 말 한마디면 동성에서 내 이혼 수속 밟아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한 번 해보시죠. 그렇지만 그때가 되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안 놔줄 겁니다.”여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최하준을 돌아봤다. 솔직히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이지훈 같은 유력가와 이상하리만치 친하고,귀족적이라고 하기에는 슈퍼 카를 모는 것도 아니고 초호화 별장에 살지도 않는다. “내가 그런 협박에 넘어갈 것 같아요? 설사 평생 이혼을 못 한다고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이랑은 한시도 같이 못 살아요.”여름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어쨌든 이제 여름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겁날 게 뭔가!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여름을 보니 최하준은 케이크를 집어던지고 싶었다.‘저 사람이 진짜!나랑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이 한둘인 줄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이혼이라고? 꿈 깨시지.’******르 파코 호텔.파티가 끝나고 양가 식구들이 모여 앉았다.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한선우의 얼굴이 창백했다.겨우 몇 시간이 지났는데 점심에 여름이 연회장에서 소동을 벌인 영상이 벌써 이렇게 퍼져나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이상하게 빨리 퍼지고 있어 몇 시간 만에 1억 뷰를 기록하고 있었다.“네 녀석이 뒤처리도 똑바로 못하는 바람에 내 체면까지 다 구겨져 버렸다.”한준성 회장이 화를 내며 가버렸다.“내가 니 아버지께 잘 말해 보마.”양수영이 입술을 깨물며 급히 따라 나갔다.남겨진 한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자기야….”강여경이 걱정스럽게 한선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한선우가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오늘 네가 영상 바꿔치기한 거 아니야?”한선우는 이미 호텔 쪽에 문의해 보았다. 그러나 홀 매니저는 영상실 CCTV 화면이 이미 지워졌다고 말할 뿐이었다.게다가 이미경은 새로 들어온 간병인이었다. 그러
강태환은 인상을 쓰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20분 뒤.화장실. 이미경이 조심스럽게 강여경의 옆에 나타났다. 불안해 보였다.“오늘 일로 회장님이나 사모님이 저를 의심하지 않을까요? 저는 억울합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잖아요.”강여경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며 말했다.“됐어요. 이미 의심은 내가 다 해결해 놨어요. 이거 가져다 쓰시고 입만 꾹 다물어요. 오늘 일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요.”이미경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앞으로 분부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강여경의 입꼬리가 표독스럽게 쓱 올라갔다.“하나 있기는 한데…. 할머니 잘 봐주세요. 좋아지지 않아야 해.”이미경이 나이 어린 아가씨의 잔인함에 몸을 떨었다.그러나 받을 돈을 생각하고 주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문제없습니다. 아 참, 약혼 축하도 못 드렸네요.”“그저 약혼한 거 가지고, 뭘.”강여경의 얼굴은 사뭇 싸늘했다. 강여경은 한선우가 한주그룹 상속자 자리를 놓쳤는데도 결혼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다음 날 아침, 7시 반.여름은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최하준의 집에서 나와 아침을 차리지 않아도 되니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갑자기 휴대 전화가 울렸다.통화버튼을 누르니 장 반장의 초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큰일입니다. 지금 막 현장에 도착했는데 별장에 수도관을 안 잠가서 밤새 물이 샜어요. 지금 집이 다 잠겼습니다.”여름이 벌떡 일어났다.“기다리세요. 제가 바로 갈게요.”급히 현장으로 가보니 별장 안의 물이 넘쳐서 계단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막 수도와 전기 배관을 했는데 물이 잠겨버린 것이다.여름이 온 것을 봤을 때 장 반장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끝장이에요, 망했어요. 방금 배관을 살펴봤는데 죄다 침수돼서 다 망가졌습니다.“어떡합니까. 양 대표님이 책임을 물을 거예요. 저는 보상할 능력도 안 됩니다. 어젯밤에 저는
“나중에 가끔 와서 지내실 수도 있는데 한 번 봐야지.”하더니 양 회장이 갑자기 지팡이로 앞을 가리킨다.“아니, 안에서 물이 새잖아?”양유진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양수영도 ‘어머나’하는 소리를 냈다.“집이 온통 물바다가 된 것 같습니다.”양유진도 보고 심각한 얼굴로 여름을 쳐다보았다.“집에 왜 물이 찼죠?”이때 장 반장이 끼어들어 더듬거렸다.“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젯밤에 분명 제가 수도 밸브를 잠갔는데 밤새 물이 새서….”양수영이 입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모르다니 무슨 소리예요? 별장 공사를 그쪽에 일임했는데. 이제서 일이 벌어지니까 책임을 미루는 건가요? 세상에, 집 이거 괜찮을까? 벽에 물들어갔으면 어떡해?”양 회장은 화가 나서 지팡이를 휘둘렀다.“너는 뭔 이따위 너절한 인테리어 회사를 불렀냐? 어서 경찰 불러.”장 반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곧 무릎이라고 꿇을 참이었다. 여름이 그걸 보고 바로 장 반장을 잡아 올렸다.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신고, 좋습니다. 마침 누가 우리 도하건축을 모함하는지 조사해달라고 할 참이었습니다.”양수영이 불쾌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얘, 지금 책임 전가 하는 거니? 공사 책임자로서 일이 잘못되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별장 열쇠도 너희가 가지고 있고, 비밀번호도 너희밖에 모르잖니?유진아, 얘가 마음에 든다고 별장 공사를 맡긴 것까지는 내가 이해하겠다만, 책임 소재는 확실히 해야지.”“뭐? 유진이가 쟤를 좋아해?!”양 회장은 화가 나서 쓰러질 뻔했다. “쟤는 선우의 전 여자친구가 아니냐? 외삼촌이 되어 가지고 조카 녀석의 전 여자친구랑 어울리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양수영이 양 회장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애가 젊고 예쁘니 남자들이 보면 혹하는 것도 정상이죠.”양유진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여름 씨가 저를 어쩌려고 한 적은 없어요. 좋은 여자예요.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아주 홀랑 넘어갔구먼. 쟤가 집 꼬라지를 어떻게 해놨는지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