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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화

이렇게 심하게 토해본 적이 없었다. 눈물에 콧물에 담즙까지 올라왔다.

자기 꼴이 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름도 어쩔 수가 없었다.

“괜찮나?”

하준이 놀란 듯 미간에 주름을 잡고 여름을 쳐다봤다.

백지안도 얼른 휴지를 뽑아 여름에게 건넸다.

여름은 백지안의 손을 밀어내고 허리를 구부린 채 낮게 웃었다.

“괜찮지. 당연히 괜찮아. 그냥 더러운 연극에 오심이 올라와서 그만….”

하준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강여름, 말조심해서 하지.”

“내 말이 틀려?”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 핏발이 섰다.

“당신들은 대체 사과를 하러 온 거야 아니면 애정극을 벌이러 온 거야? 최하준,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라. 하지만 난 법적으로 당신 아내라고. 눈곱만큼이라도 그 사실을 존중해 주지 않겠어?”

그리고 백지안을 쳐다봤다.

“그리고, 당신, 들어오자마자 울고불고 용서해 달라니? 내가 당신더러 무릎 꿇으라고 했어? 당신이 무릎 한 번 꿇으면 윤서가 당한 폭행과 느꼈을 공포가 단번에 그냥 다 없는 일이 되는 건가? 백윤택이 벌인 짓은 엄연히 불법이야. 가택 침입, 폭행, 살인 미수, 강간 미수 등등이지. 당신은 머리 몇 번 조아리면 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나? 그러면 나도 백윤택을 죽이고 무릎 한 번 꿇을 테니까 용서해 주겠어?”

백지안이 입을 뻐끔거렸다.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나가.”

여름이 문밖을 가리켰다.

“이런 일은 사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법대로 저지른 짓에 대해 처벌 받아야지.”

백지안이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를 말하려는데 여름이 먼저 다음 말을 이었다.

“더는 무릎 꿇고 나에게 사과할 생각 하지 마. 무릎이 다 터져 나간대도 소용없어. 난 최하준이 아니야. 그래 봐야 난 마음 아프지도 않아.”

“강여름!”

하준이 결국 경고를 날렸다.

“내 말이 틀렸나? 피해자는 우리 쪽이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왜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우리가 무슨 죽을죄를 지은 사람 취급을 받는 건데?”

여름이 싸늘하게 웃었다.

“나가. 다시는 둘 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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