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는 잠시 여름의 눈치를 슬쩍 봤다.“너 아직 모르나 보구나. 요즘 이주혁 씨가 자기네 집안 모임에 가끔 나 데리고 가는데 최 회장이 매번 백지안 씨랑 같이 오더라. 둘이 얼마나 달라붙어 있는지 몰라. 끝나면 매번 지안 씨네 가서 자나 보더라."“시아 씨….”상혁이 얼굴로 경고의 신호를 보냈다.“김 비서, 내 말이 사실이잖아요? 김 비서도 다 봤잖아요?”시아가 눈을 깜빡이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지난번에는 지아 씨 목에 키스 마크까지 봤다니까, 세상에.”여름이 얼굴이 싸늘해졌다.“그렇구나. 아주 잘됐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모여 있는 게 좋지.”“아닌 척하지 마. 너도 힘들겠지, 왜 아니겠어?”시아가 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춰 보더니 립스틱을 덧발랐다.“아 참, 며칠 전에는 지안 씨가 불러서 해변 별장에 놀러 갔었거든. 거기가 서울에서 집값 제일 비싼 데라면서? 침실에서 문을 탁 여니까 파란 바다가 보이더라.”여름의 안색이 확 변했다.그곳은 여름과 하준이 살았던 곳이었다. 하준이 요양할 수 있도록 여름이 최선을 다했던 곳이고 여름이 ‘우리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여름과 하준은 그곳에서 평생을 약속했고 배 속의 아이들도 바로 그곳에서 생겼었다.‘그런 곳을 백지안에게 내주었다니….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지.정말… 정말 너무하네.’완전히 의기소침해진 여름을 보고서 시아가 마침내 웃더니 천천히 목소리를 낮췄다.“한때 금수저였던 너와 임윤서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겠지. 이제 사람들은 임윤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 쑥덕쑥덕하지, 너는 남편에게 차였지. 쯧쯧, 인생이라는 게 돌고 도는 거라니까.”“뭐라고?”여름이 확 고개를 쳐들고 시아를 노려봤다.“윤서 일이….”“그래, 요즘 핫한 뉴스잖니? 동성 재벌가의 금수저가 강간당한 일 말이야. 오호홋! 사람들은 윤서가 일부러 백윤택을 꼬드긴 거라고 하더라고. 이제 누가 그런 애랑 사귀려고 하겠어? 이제 내 눈에는 너희 둘의 꼴이야말로 참 우습
여름이 있는 대로 물건을 다 집어 던지는 바람에 새로 온 가사 도우미가 당황하고 말았다.밤이 되자 하준이 마침내 나타났다.하준이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있는데 별안간 뭔가가 덮쳐왔다.얼른 피하며 여름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여름의 손에 든 날붙이를 얼른 멀리로 던져 놓고 돌아보니 뼛속까지 얼릴 한기를 품은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죽을 뻔했잖아?”“내가 틀렸네. 바보가 되는 게 지금보다는 나았겠어.”여름이 가슴 아프게 하준을 바라보았다.“왜 살아남았어? 당신 같은 정신이상자, 가둬두고 풀어주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당신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다니, 미쳤었나 봐.”“시끄러워. 당신이 지금 정신 이상인 것 같은데?”하준은 여름을 화장실로 끌고 가 거울 앞에 여름의 얼굴을 잡아 가져다 댔다.“지금 이 꼴을 보라고, 완전 미치광이 같아.”“그래, 나 미쳤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여름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대체 내 친구를 왜 그따위로 취급해? 당신도 윤서가 피해자인 거 다 알면서. 백윤택이야 도와줘도 이제는 오명을 썼으니 그렇다 치고, 윤서는? 이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이나 받으며 살아야 하잖아?”하준은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다.“말 다 했다? 기사도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당신 친구가 백윤택을 먼저 유혹했다고.”“뭐라고?”여름은 황당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임윤서가 먼저 백윤택을 자기 톡에 추가하고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윤택을 유혹했어. 그러다가 백윤택의 소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완전히 몸을 빼려고 했던 거라고. 세상에 이렇게 치사한 일이 있겠어?”“누가 그런 소릴 해요? 백지안이? 지금 백지아니 하는 말을 다 믿는 거야?”하준이 콧방귀를 뀌더니 무시하듯 말했다.“그럼 내가 지안이를 믿지, 당신을 믿을까? 유유상종이라고 당신도 임윤서랑 같은 부류겠지. 임윤서가 동성에서는 그래도 좀 사는 집안의 자식이라고 거들먹거리고 살다가 서울에 와서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백윤택을 등에 업고 이득을 취해볼까
배가 욱신욱신 아파왔다.‘한때는 나와 하준이 그렇게도 원했던 아이. 둘 다 아픔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오면 드디어 우리만의 온전한 가족이 될 줄 알았는데….’여름은 하늘이 자신에게 쌍둥이를 내려 주신 것을 감사하기도 했었다.여름 그 뒤로 어미로서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지켜야 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백지안에게 상처받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보냈다.‘이렇게 그냥 가는 게 나은지도 모르겠다.최소한 고통을 당하며 사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아마도 이건 일종의 해방인지도 몰라.’“강여름, 버텨.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하준이 여름을 안고 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품 안의 여름은 분명 임신 3개월인데도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깃털처럼 가벼웠다.하준은 누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 같은 느낌이었다.왜인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두려웠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여름은 하준이 외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르르 피곤한 두 눈을 감아버렸다.곧 여름은 응급실로 들어갔다.하준은 초조해서 왔다 갔다 걸어 다녔다. 이마에서는 이미 상당히 출혈을 일으키고 있었다.상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불안했다.“회장님 일단 그 이마를 좀 처치 받으시죠.”“그럴 정신이 어디 있나?”하준의 두 손이 끊임없이 떨렸다. 손도 온통 피로 물들어 옆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곧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걸어 나왔다.“회장님, 환자분의 아이는 아무래도 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장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사모님의 목숨도 위태로워요.”“뭐라고? 아이를 살리지 못하다니, 당신이 그러고도 의사야?”하준이 시뻘게진 눈으로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내 아이라고, 잃을 순 없어!’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하준은 자신이 이렇게나 두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회장님,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의사가 와도 똑같아요.”의사가 두려워하며 해명했다.“전에 사모님 임신
“정말이야?”“그렇다니까. 방금 그 비서라는 사람이 사인해줬기 망정이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고.”“나도 최하준이랑 그 여자가 껴안고 나가는 거 봤어.”“아유, 하여간….”“……”여름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하아아….최하준 정말 독하네.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데도 사인 하나 해주지 않을 정도라니.심지어 이런 때에도 마음속에 백지안뿐이라니….’우리 두 사이의 사랑은 바스러져 먼지가 되어 하늘로 사라지는 듯했다.‘앞으로 내가 살아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은 저것들에게 반드시 복수할 거야.’----병실, 여름이 눈을 떴다.병실에는 백지안 한 사람뿐이었다.백지안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손에든 자동차 키를 달랑거렸다.“보여? 전에 준이 당신에게 선물했던 스포츠카. 이제는 내 거야. 어때?”여름은 한눈에 알아보았다.그것은 전에 하준이 직접 여름에게 주었던 스포츠카의 열쇠였다.당시 번호판과 국내에 1대뿐이라는 사실이 온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었다.여름은 가볍게 웃었다.“남이 버린 걸 좋아하나 봐? 차, 별장, 남자, 그래, 다 가져라. 어쨌든 난 이제 다 상관없어.”“당신이 신경을 쓰던 말던 준의 마음속에는 이제 나뿐이거든.”백지안이 득의양양하게 침대가로 와서 여름을 내려다봤다.“내 말 한마디면 네 친구의 명예 따위 단숨에 땅바닥에 떨어지는 거거든. 우리 오빠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 친구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하거든. 이제 네 친구의 명예는 시궁창에 떨어졌지. 뭐, 누가 그렇게 우리 오빠를 모욕하랬나?”“애진작에 백윤택이 윤서를 해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구나?”여름이 두 눈을 부릅떴다.“자업자득이지.”여름이 허리를 굽혔다. 신나는 구경을 보는 사람처럼 웃음을 띠고 있었다.“마지막에 성공하지 못해서 그게 참 아쉽네. 하지만 상관없지. 어쨌든 이제 평생을 오명이 임윤서를 따라다닐 테니까.”여름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안 그래도 막 수술을 마쳐서 아프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
백지안의 말에 지난 사건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니 하준의 생각에도 의심스러웠다.“백지안, 헛소리 마. 난 지극히 정상이라고.”하준이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름에게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서 다급히 해명했다.“당신들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거라고.”백지안은 연민어린 시선으로 여름을 내려다보았다.“우울증 있는 사람들은 자기 병을 잘 인정 안 하려고 해요. 게다가 유산까지 했으니 정말 빨리 치료를 받으시길 권할게요.”그 말에 여름은 온몸의 힘을 그러모아 백지안에게 따귀라도 날리고 싶었다.그러나 이런 때 여름이 분노할수록 하준은 백지안을 믿게 될 터였다.“최하준은 이미 당신 거잖아. FTT 사모님 자리도 이제 양보하겠어.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날 가만두질 못하는 거야. 이제 앞으로는 눈앞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돌아서 갈게.”하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하준은 여름을 미워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여름이 자신을 마주치고 아는 척도 안 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백지안이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무슨 말을 해야 이해를 하려나? 생각 안 해봤나 본데, 지금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평생 고생할 수도 있어요. 당신은 최하준의 전처인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최하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됐어. 내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지.”여름은 이제 진짜로 멘붕이 올 지경이었다.“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러는지 모르겠네. 아이를 잃은 것만으로도 난 이미 비참한데 날 정신병원에 처넣기까지 하겠다는 건가? 최하준, 날 사랑하지 않는 것까지야 그렇다고 치더라고, 날 인격으로서는 대해줘야 할 게 아니야?”“병원에 입원할 것까지는 없어요. 그냥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매일 시간 맞춰 약만 잘 먹으면 되지.”“됐어. 난 건강한 사람이야. 약 따위 먹을 필요 없어.”“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하는군요.”백지안은 고개를 돌려 하준에게 말했다.“준,
여름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그러다 지치자 여름은 침대에 몸을 잔뜩 옹송그리고 누웠다.날인 더운데도 안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여름은 곧 탈진했다.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누군가가 들어와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여름은 온 힘을 모아 막아 보려고 했다.그러나 그 사람들은 여름을 꽉 눌러 압박했다.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왔다.뜨거운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혼미한 가운데 한참이 지났다.여름은 자신이 미쳐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너무나 미웠다.‘대체 어쩌다가 나는 최하준 같은 악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내가 정신이 나가긴 나갔었지. 삶의 동반자로서 최하준의 병을 함께 치료해서 최하준이 정신병원에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믿었다니.아하하. 그 결과가 뭐야? 최하준은 정신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내가 들어와 있네.최하준, 백지안.내가 죽어서라도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어.’----깊은 밤. 클럽.하준은 가죽 소파에 앉아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줄무늬 셔츠를 입고 단추를 몇 개 푸르고 앉아 있는 모습은 매우 매혹적면서도 위험스럽게 보였다.시아와 노래를 부르던 백지안이 가만히 하준을 돌아보았다.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이 남자는 이제 철저히 내 거야.’이때 쾅 하고 문이 열렸다.이지훈이 뛰어 들어왔다. 분노에 찬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하준아, 어떻게 서머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멀쩡한 사람을 그런데 두면 되레 미쳐버릴 거라고!”“지훈아, 네가 몰라서 그래. 강여름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송영식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이지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이지훈이 그 손을 탁 떨쳐냈다.“웃기시네. 지난번에 봤을 때만 해도 완전히 정상이었어. 강여름은 내가 잘 알아. 동성에서는 그 미친 일을 다 겪으면서도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사람이야.”“강여름을 알아? 네가 나보다 더?”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천천히 일어섰다.“하준아, 너도 잘 알잖아. 네가 너무 많은 걸 잊어버려서 그래.”이지훈
이지훈은 송영식을 한 번 보고 다시 아무 말이 없는 이주혁과 하준을 보았다.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갑자기 애들이 무슨 세뇌라도 당한 사람처럼 이러지?대체 언제부터야?아마도 백지안이 나타나고 나고부터인 것 같은데?’“주혁아, 영식아. 하준이는 병이 있으니 그렇다고 치고, 너희 둘은 정상이잖아? 애초에 하준이 병이 재발했을 때도 여름이는 하준이를 버리지 않았어. 어쩌다가 지하실에 갇히게 되었는지도 다 알잖아. 그런 사람 다시는 없다고 너희도 칭찬했었잖아? 그래, 여름이랑 그렇게 만나보고도 아직도 여름이를 그렇게 몰라?”이지훈이 분노에 차서 소리 질렀다.“여름이는 하준이네 식구들이 하준이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막아줬는데 너희는 오히려 여름이를 병원에 집어넣어?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하준의 미간에 주름이 점점 깊어졌다.이지훈이 하는 얘기들은 어쩐지 익숙했다.그러나 그 장면들을 떠올려 보려고 하면 어쩐지 머리가 아팠다. 아무리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송영식도 미간을 찌푸렸다.이지훈이 송영식에게 외쳤다.“영식아, 넌 자꾸 서머가 하준이를 뺏어갔다고 그러는데, 여름이가 하준이를 따라다닐 때는 백지안이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백지안이 죽은 줄 알았지. 여름이가 하준이 아내가 되고 나서 백지안이 돌아오니 네가 여름이에게 하준이 와이프 자리를 내놓으라고 한 거잖아? 너희들이 백지안이랑 사이가 좋다는 이유로. 하지만 너희들 중 누구라도 서머 입장에서 생각해 본 사람 있어? 아이도 잃고, 남편도 잃고, 이제 여름이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백지안은? 너희도 있고, 하준이도 있고,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송영식은 이지훈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답답했다.이주혁은 눈꺼풀을 바르르 떨더니 술을 마셨다.‘그래, 전에는 진심으로 여름이가 하준이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강여름과 백소영이 얽히면서 다빈이가 죽고, 지안이가 돌아왔어. 전에 강여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지
하준이 떨리는 손으로 흰 천을 걷었다. 강여름이 편안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목에 있는 시퍼런 멍이 아니었다면 그냥 자는 줄 알았을 것이다.하준이 떨리는 손을 여름이 코 아래 대보았다.싸늘했다.‘정말 죽었어?’하준은 갑자기 자기 머리를 세게 때렸다.‘이건 꿈이야, 다 가짜야.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날 욕하고 울부짖었다고.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죽어?’“최하준, 꺼져!”뒤에서 엄청난 힘이 하준을 밀어냈다.임윤서가 여름을 살펴보더니 엄청나게 분노해서 하준을 노려보았다.“나쁜 놈. 너 때문이야. 네가 우리 여름이를 죽였어. 넌 살인마야!”“내가 그런 게 아니야. 강, 강여름은 아팠다고.”하준의 붉어진 눈은 임윤서를 차마 마주 보지 못했다. 그저 여름을 바라볼 뿐이었다.아직까지도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해할 수 없어. 난 강여름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데.왜 내 영혼이 뜯겨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내 삶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 같아.’심지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도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아픈 건 너지. 너희들 다 미치광이들이야!”임윤서가 울부짖었다.“여름이는 멀쩡했다고. 당신 때문이야. 계속 여름이를 몰아붙이고, 가두고. 당신이 밀어서 배 속의 아이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여름이를 강제 입원까지 시켰잖아. 자유를 잃어버렸는데 사람이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겠어? 사랑하지도 않는다면서 이혼이나 해줄 것이지. 왜 이렇게 놓아주지도 않아서 이 지경을 만들어!”“뭐, 결국 죽음으로서 결국 해방된 건가? 이제 당신들에게 속박받지 않게 되었으니. 여름이는 내가 데려가겠어. 당신들에게 여름이 시신이라도 내줄 순 없지.”임윤서는 심호흡을 하더니 사람을 불러서 운반을 부탁했다.“뭐 하는 짓이야?”하준이 저도 모르게 임윤서의 어깨를 잡았다.“내 아내야. 매장을 해도 내가 해야지. 당신이 할 일이 아니야.”“언제부터 아내 취급을 해주셨는데? 당신 같은 인간쓰레기는 여름이 시신에도 손댈 자격 없어.”임윤서가 피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