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표님. 전에 영하 쪽하고도 꽤 가깝게 지내셨잖습니까? 이번에 새 회장이 부임했던데 축하 전화라도 한 번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오 사장이 말했다.여름은 흠칫했다.“누군데요?”“백윤택이죠. 백현수와 전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입니다. 그다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FTT에서 바로 반도체 공급에 동의도 했다고 합니다."여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백윤택 같은 인간쓰레기가 소영이를 대신하다니.십중팔구 뒤에서 백지안하고 최하준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한 거겠지.’ 전 나랑 소영이가 그렇게 애원해도 영하에 반도체를 공급해주지 않더니 백지안이 돌아오고 백윤택이 회장이 되고 나니 반도체를 넣어주다니.최하준, 백지안하고 재결합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백지안의 자리가 있는 거야.애만 아니었으면 백지안의 자리가 나보다 훨씬 더 크겠지.’여름은 한숨을 쉬었다.‘릴랙스~ 릴랙스~ 아기를 위해서 감정 조절해야 해.’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여하간 LOVE’로부터 톡이 들어왔다.-자기야, 출근 첫날인데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배 안 고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상혁이 편에 보낼게.‘젠장, 챙겨주는 척하지 마! 이 나쁜…..’여름은 휴대전화를 던져 버렸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10분쯤 지나자 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우리 자기, 왜 톡을 보고도 답이 없어?”“답장하기 싫어서요.”여름도 계속 얌전한 역할로 남고 싶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왜 그래?”하준은 어리둥절했다.“누가 우리 자기를 짜증 나게 했어?”“최하준이요.”여름이 짜증스럽게 답했다. “왜 백윤택을 영하 회장 자리에 앉혔어요? 전에 술집에서 날 그렇게 모욕한 것도 알고, 그 인간이 한 짓거리 때문에 난 죽을 뻔하기도 했는데. 또 백지안 한 마디에 넘어가서 그 인간쓰레기가 무슨 짓을 해도 무조건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 전에 다시는 백윤택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나하고 약속했잖아요?”하준은 머리가 아팠다.“내
이렇게 간절하게 서경주를 마주하고 싶을 때가 없었다. 지금이라면 서경주가 깨어난다면 최소한 기댈 피붙이가 하나는 생기는 셈이었다.“아빠, 얼른 일어나세요.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 보고 싶어요.”눈물 한 방울이 서경주의 손등에 떨어졌다. 여름은 이때 서경주의 손이 가늘게 흔들린 것을 보지 못했다.그다음 여름은 백현수의 병실로 갔다.막 들어서는데 백현수가 힘겹게 허리를 숙여 소변통을 집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제가 도와드릴 게요.”여름이 급히 다가갔다.“저 소영이 친구예요.”“고맙구려.”백현수가 미안한 듯 답했다.잠시 후 여름이 화장실에 가서 소변 통을 따르며 물었다.“왜 혼자 계세요? 어머님이나 간병인은요?”“간병인이 오늘 안 왔어. 아내는 아침에 뭐 챙길 게 있다고 집에 가더니 안 오네. 이제 나더러 동성으로 가서 치료를 하자면서 짐 챙겨야 한다더니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네.”백현수는 약간 초조해 보였다.“내가 꼴이 이래가지고 가보지도 못하고, 안 그랬으면 벌써 내가 가봤을 텐데. 아까 윤서가 왔길래 집에 좀 가 봐달라고 했지.”여름은 불현듯 그날 소영이가 최대한 빨리 부모님을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가시게 해달라고 했던 것이 떠오르면서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떠올랐다.“아들도 있잖아요? 그리고 백지안도 있고? 그 사람은 돌아왔는데 왜 아버님을 보러 오지도 않나요?”“지안이?”백현수가 깜짝 놀랐다.“걔는 죽었어….”“아직 모르셨군요. 안 죽었어요. 전 만나기도 했는걸요.”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입원한 지가 며칠인데 지다빈의 장례식에 갈 시간은 있으면서 가지 아버지 문병은 오지도 않다니, 아무리 아버지가 재혼을 했다고 해도 이런 법은 없었다.“난 몰랐네.”백현수가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뭐, 그 두 녀석은 잘못 키웠지. 그래도 내가 애진작에 우리 소영이랑 화정이만이 내가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봤기 망정이지. 그런데 우리 소영이가….”백현수가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다.“그날 막 소
“진짜야.”임윤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아버님께서 오늘 어머님이 물건 챙기러 집에 가서는 연락이 끊겼대서 내가 걔네 집으로 와봤잖아.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다 도망가서 아무도 문도 안 열어줘 가지고 내가 담까지 탔다니까. 그런데 욕실에서 어머님을 발견했는데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리셨고 호흡이 없더라고. 막 경찰이 다녀갔어. 어머님이 욕실 수납 서랍에 머리를 부딪혔대. 출혈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도 못 가보고 사망 선고받았어.”“그럴 수가….”여름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어머님 그렇게 정정하셨는데. CCTV는 살펴봤어?”“요즘 집에 사람이 없어서 CCTV는 그냥 꺼놓으셨더라고.”임윤서가 분하다는 듯 말했다.“어쨌든 내가 이웃집 CCTV를 봤는데 백지안이 다녀갔더라고. 그런데 30분쯤 있다가 가버렸어.”여름은 온몸이 떨렸다.“이번 사건 백지안이랑 관련 있어. 걔가 어머님을 엄청 미워했거든.”“나도 알지. 그런데 경찰이랑 부검의 소견으로는 백지안이 다녀간 거랑은 상관이 없다는 거야. 2층에는 백지안의 지문도 없고 어머님 사망시간은 9시로 추정되는데 백지안은 8시 반에 이미 집에서 나갔거든.”임윤서가 떨리는 목소리롤 말을 이었다.“있지, 전에 내가 책에서 본 건데 정신과 의사 중에는 최면술을 하는 사람이….”“네 말은, 백지안이 어머님께 최면을 걸었단 말이야?"여름은 모골이 송연해졌다.“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어머님이 일종의 최면 상태에서 부딪혀서 돌아가셨다면 다른 범죄 증거가 없을 수밖에 없잖아.”여름은 이마를 문질렀다. ‘확실히 어머님의 죽음은 너무 이상해 소영이가 감옥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슬플까? 그리고 아버님도. 이제 이 세상에 혼자만 남다니 너무 가련하다.’“일단 이 일은 최대한 아버님께는 숨기도록 하자. 아버님께서 아셨다가는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하실 것 같아. 장례식은 너랑 내가 알아서 치르도록 하자.”----저녁 8시.여름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들어서자 하준과 백지안이 어깨
그렇게 백지안을 감싸고 도는 하준을 보니 여름은 당장 하준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열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어떻게 저렇게 교활한 인간인데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 할 수가 있을까?’“됐어, 준. 친구네 집안일에 저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다니 네 와이프 마음씨가 얼마나 고와. 난 가볼게. 내일은 장례식장에 가봐야 해서.”백지안이 씁쓸히 웃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백지안이 어머님의 장례를 치르다니 어머님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 할 일이었다.“됐어요. 어머님 장례식은 우리가 치러드릴 거예요.”“당신은 배 속에 애도 있는데 무슨 그런 일까지 나서?”하준이 언짢은 듯 말했다.“당신은 자식도 아니라서 시신도 인도 못 받을 텐데.”“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머님 유골은 잘 수습할 게요.”백지안이 웃었다.여름은 이를 갈았다.‘말은 잘하네.어머님을 살해했을지도 모르는 저런 악독한 인간이 절대로 어머님을 편안히 보내드릴 리가 없지.’백지안이 떠나고 나서 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자기야, 아직도 오전 일 때문에 화나서 그래? 대체 우리가 왜 영하 일로 싸워야 해? 치료만 끝나면 내가 백지안이랑 완전히 떨어질게, 그렇게 약속해도 안 되겠어?”하준이 졸졸 따라왔다.여름이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분노에 차서 하준을 노려봤다.“최하준 씨, 백지안만 나타나면 마치 나는 무식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한다는 듯이 취급하면서 당신 무작정 백지안 편만 드는 거 알아요?”하준은 억울했다.“지안이 볼 때마다 나한테 화 좀 내지 마. 아까 그 일은 원래 걔네 집안일인데 당신이 나서는 게 더 이상하잖아.”“그러는 당신은 왜 나서는데요?”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하준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싸울 때마다 하준은 한 발짝씩 멀어지고, 하준의 입에서는 사람 환장할만한 말만 튀어나왔다.여름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이 몰려왔다.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소영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다음
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이제 기분 좋겠네. 소영이는 평생 감옥에 갇히고, 소영이 친모랑 아버님은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이제 그 집안에 마침내 당신이 좋아 죽는 백지안하고 백윤택 둘만 남았잖아.”여름은 원망스럽게 하준을 노려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여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임윤서가 병실 입구에서 백지안 남매와 다투고 있었다.“임윤서, 비켜. 우리 아버지 시신이니까 우리가 수습해야지. 정 그렇게 장례식에 끼어들고 싶으면…”백윤택이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내 와이프가 되면 되지. 그러면 우리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게 해주겠어.”“너도 인간이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웃음이 나와?”임윤서는 복장이 터졌다.“당신만 아니었으면 아버님 돌아가시지도 않았어!”“그게 왜 말이 그렇게 되나? 어쨌든 아시게 될 테니 조만간 돌아가셨겠지.”백윤택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정말이지 내연녀 하나 갖고 그렇게까지 미치고 팔짝 뛸 일이냐고, 젠장.”백윤택, 인간도 아니구먼. 최소한 아버님은 당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셨잖아?”“내내 연화정하고 그 딸에게만 관심있었다고. 내가 아버님 시신 수습하겠다고 하는 것만 해도 인간으로서 도리는 다하고 있는 거야.”“이 벼락 맞아 죽을 인간아.”임윤서는 화가 나서 백윤택에게 발길질을 날리려고 했다.“이게 어디서 발길질이야? 어디 내 손에 죽어볼 테냐?”백윤택이 손을 들어 임윤서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여름이 급히 다가가 윤서를 뒤로 잡아당기고, 싸늘한 눈으로 백윤택을 노려보았다.“할 수 있으면 어디 손대 보시지. 내 배 속에는 최하준의 아기가 자라고 있어. 감히 손 하나라도 까딱했다가는 이제 막 올라앉은 영하 회장 자리고 뭐고 순식간에 다 날아갈 테니.”“오빠.”백지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백윤택에게 고개를 저어였다.“솔직히 하준이 와이프 자리는 네 거 아니냐? 그런데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들어앉아서는 큰 소리야? 이제 지안이가 돌아왔으니 괜히 하준이랑 지안이 사이
“머리가 나쁘면 집에 가서 호도나 까먹으셔. 그런데 당신은 머리가 너~무 나빠서 호도를 아무리 까먹어도 안 될 것 같기는 하네요. 어쨌든 난 이제 회사에서도 잘리고, 업계에서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이제 잃을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다, 이거야!”임윤서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구 휘두르는 팔에 송영식은 옷이며 머리가 다 엉망진창이 되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한 번도 누구에게 맞아본 적이 없던 송영식은 젖 먹던 힘을 다 쓰고서야 겨우 임윤서를 떼어낼 수 있었다.“아니, 진짜 죽고 싶나?”송영식이 씩씩거리며 그야말로 사람 잡을 기세로 임윤서를 노려봤다.여름은 급히 임윤서를 감쌌다.“영식아!”차가운 하준의 경고소리가 들렸다. 하준이 성큼성큼 걸어와 여름의 앞에 섰다.송영식이 가보겠다고 했는데도 직접 와보기로 하길 잘했다 싶었다. 어쨌든 여름과 송영식은 사이가 좋지 않으니 다툼이 벌어질까 걱정됐던 것이다.“넌 내가 지금 임윤서한테 맞아서 지금 이 지경인데도 쟤들 편을 들고 싶냐?”송영식이 소리질렀다.“당신이 먼저 윤서를 쳤잖아요?”여름이 혐오스럽다는 듯 송영식을 노려봤다.“누가 우리 지안이를 모욕하랬나? 그리고 당신 둘이 계속 지안이 남매 괴롭혔잖아? 어쨌거나 오늘은 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야.”송영식은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임윤서도 지지 않았다.“백윤택이 먼저 우리 여름이 얼굴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그랬죠.”“내 와이프 얼굴을 뭐라고 했다고?”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백윤택을 향했다.백윤택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 아니거든.”임윤서가 콧방귀를 뀌었다.“못생겼다고 뭐라 뭐라 하더니만 자기 동생이 돌아왔으니까 여름이에게 최하준 와이프 자리 내놓으라고, 최하준의 아이는 자기 동생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고까지 했지?”“아무 말이나 막 하지 말라고!”백윤택이 고함쳤다.“지안아, 네가 말해봐. 난 그런 말 한 적 없지? 오히려 저것들이 내 동생을 못된 년이라
‘아무리 아버지가 미워도 그렇지.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저게 다 무슨 소리야?’하준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백지안을 쳐다봤다.‘백윤택이야 워낙 인간 쓰레기니까 그렇다고 치고, 지안이가 자기 오빠 편에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다니…. 하마터면 오해할 뻔 했잖아.’“준, 내가 오빠 대신 강여름 씨에게 사과할게, 응?”백지안은 당황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고 쓴웃음을 지었다.“우리 오빠야 워낙 성질이 저렇다고 그냥 넘어가 줘. 벌써 오빠한테 여러 번 난 하준이랑 안 되는 사이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영 말을 안 들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네. 게다가 잘 들어보면 난 처음부터 끝까지 말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어. 날 너무 몰아세우니까 나도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네가 왜 사과를 해? 넌 나쁜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이게 다 형님이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송영식이 얼른 나서서 위로했다.“게다가 임윤서도 지안이한테 말 그렇게 하는 거 아니지.”임윤서가 깔깔 웃었다.“마치 우리 여름이가 트러블메이커인 것처럼 들리도록 아주 애매하게 말하더니, 백지안 씨 사과 잘하네? 여름이 녹음 파일 아니었으면 백윤택은 깔끔하게 빠져나가고 여름이랑 최하준은 또 오해해서 싸웠겠지.”하준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백지안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주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깊이 생각을 못했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네가 뭘 주의해? 임윤서, 적당히 안 해?”송영식은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됐어.”하준이 경고하듯 내뱉더니 백윤택을 쳐다봤다.“내가 몇 번 도와줬더니 여러 가지로 오해한 것 같군요. 어제 우리 쪽에서 누가 영하랑 협업도 제안했나 보군요. 아마도 당신과 내가 사이가 좋은 줄 알고 내게 잘 보이려는 생각이었나 본데, 그 프로젝트는 진행될 일 없을 겁니다.”백윤택이 완전히 깜짝 놀라서 허둥거렸다.“최 회장, 미안해. 내 이 주둥이가 문제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그 프로젝트는 취
뒤에서 백지안이 눈을 내리깔았다.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백지안은 사실 연화정을 편안히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하준이다 영식이에게 특별히 부탁까지 하다니 내가 못 미더운 건가?’백지안은 강여름이 녹은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 자신의 행실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었다.‘망할 강여름, 백소영만큼이나 짜증나.’----주차장.임윤서가 소곤소곤 여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지금 보니까 송영식이 백지안을 좋아하나 봐. 저런 남자랑 연애하는 사람은 무슨 죄냐. 머리는 나빠가지고 청순 가련한 척하는 백여시한테 넘어가서 정신도 못 차리고… 와씨! 설마 백지안이랑 키스하고 막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갑자기 토하고 싶네? 아오, 내가 전에 송영식이랑 강제로 키스한 적이 있거든. 그러면 나 백지안이랑 간접 키스한 거 아니냐?”“……”여름은 놀란 얼굴을 했다.“언제 송영식한테 강제로 키스를 했대?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그런 인간한테…. 길가다 아무나 잡고 해도 그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왜…?”“아오, 그게 다 윤상원이 찾아왔을 때 하필 송영식이 옆에서 지나가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윤상원한테 보여주려고 송영식한테 키스를 해버렸지. 나도 아주 후회막심이다. 우웩~”여름이 확 인상을 썼다.“아, 토하는 시늉도 하지 마. 나도 토하고 싶잖아. 백지안 전남친이 내 남편인데 키스를 얼마나 했는 줄 아냐?”“어머, 그럼 너랑 백지안은 간접키스를 얼마나 한 거야? 야, 집에 가서 입 씻어!”내내 앞에서 걷던 하준은 어이가 없었다.‘저 둘은 여기 주차장이 얼마나 소리가 울리는 지 모르나? 당신들 하는 얘기 나한테도 다 들린다고.당신들 눈에 나랑 영식이가 아주 쓰레기로 보이나?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하준이 걸음을 멈췄다.임윤서는 알겠다는 듯 하준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바로 말했다. “내 차는 저쪽에 세워놨거든. 간다. 나중에 봐.”“나도 차 가져왔어.”여름이 차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이때 하준이 여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