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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화

-이지훈: ‘그날’일 거야.

-송영식: 여자들이란 정말, 화낼 거리가 왜 그렇게 많냐고.

-이주혁: 그냥 닥치고 쇼핑 고고고!

최하준은 더욱 답답해졌다.

쇼핑몰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름은 쇼핑할 기분이 아니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대충 훑어보고 또 아무거나 몇 벌 집어 대충 본 뒤 다시 내려놓곤 했다.

최하준이 판매원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건드렸던 옷 다 주십시오.”

여름이 놀라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그냥 보기만 한 건데.”

“괜찮아 보이면 다 사요.”

거절이나 반박을 원천봉쇄하는 말투였다.

“사고 싶은 건 다 사야 합니다.”

판매원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와, 남자친구 분 정말 좋으세요. 여자친구한테 이렇게 통 크신 분은 처음 봐요.”

여름도 멍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훤칠한 이 남자를 보니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화가 나 있던 감정도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최하준이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 눈에 그녀가 비굴해 보일지 몰라도 남녀 사이의 일은 마음으로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됐어요. 몇 벌만 고르면 돼요.”

여름은 고개를 흔들고는 결국 진지하게 몇 벌을 골랐다. 몸매가 여리여리하고 피부가 하얘서 뭘 입어도 예뻤다.

최하준은 결국 몽땅 계산해버렸고, 여름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여기 옷 다 엄청 비싼데.’

여름은 최하준의 팔을 붙들고 말렸다.

“그렇게 많이 살 필요 없어요.”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면 됐습니다.”

최하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감동한 여름은 까치발을 하고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자신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주혁이 녀석 의견이 효과가 있는 거였군. 여자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무조건 다 사주면 되는 거였어.’

******

다음 날.

여름은 새로 산 옷을 입고 W팰리스 공사 현장에 갔다.

공사는 벌써 시멘트 작업 단계까지 진전돼 있었다. 한 번 둘러본 후 현장 작업자와 이야기하는데 양유진이 걸어왔다.

“여름 씨, 옷 새로 샀어요? 예쁘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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