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의심스러웠다. 조은혁이 약을 먹은 건 아닌지. 그렇지 않으면 쉬지 않아도 되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결국 진시아는 남자를 막을 수 없었고 그녀는 도우미에게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도우미들은 눈치가 빨라서 벌써 냄새를 맡고 하나둘씩 숨었다.화가 풀리지 않은 진시아는 2층 안방까지 가서 조은혁의 옷바닥을 모두 끌어내 바닥에 던지고 비싼 옷들은 가위로 몽땅 잘랐다.그렇게 자르고 자르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조은혁이 서둘러 국내로 돌아왔다.그러나 박연희는 하와이에 있지 않고 B시에도 없었다.JH그룹, 대표 사무실.쓰리 피스 영국식 양복을 입고 의자 등받이에 기댄 조은혁은 자료를 책상 위에 던져놓고 김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녀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타지 않았는지 설명해.”김 비서의 등 뒤는 온통 식은땀이다.그녀는 궁지에 몰린 채 대답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날 전 사모님을 배웅하러 가지 않아서...”조은혁은 말을 하지 않고 줄곧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마치 독을 담은 것 같아 사람의 모골이 송연하게 했다.때마침 그의 또 다른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비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박 씨 성의 남자 분이 뵙고 싶어 합니다. 안 계신다고 했는데 경호원과 충돌이 생겨서요...”박연준?조은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차려 입고 비서에게 말했다.“들어오지 못하게 해.”그리고 조은혁은 김비서를 데리고 떠났다.JH그룹 건물 아래에 일찌감치 준비 된 검은색 캠핑카에 도착한 뒤, 이례적으로 조은혁은 김비서를 뒷좌석에 앉혔다.김 비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묻지도 못하고 허리를 굽혀 바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캠핑카는 부드럽게 달렸고 조은혁은 옆 수납함에서 양주 한 병과 잔 두 개를 꺼내 김 비서에게 건넸다.김 비서는 황송해 어쩔 줄 몰라 술을 마시지 않았다.조은혁은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술잔을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 비서는 그를 보며 물었다.“조 대표님,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조은혁은 눈빛이 깊어졌다. 한참이 지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입력하더니 김 비서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이 전화를 받으면 아마 생각날 거야... 박연희가 어디로 갔는지.”김 비서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엄마, 우리 지금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어요!”“은혁 삼촌이 사람을 보내 우리를 데리고 놀러 왔어요!”“은혁 삼촌의 친구는 우리한테 튜브를 하나씩 사주고 내일 우리를 데리고 가서 게잡이를 한다고 했어요...”...김 비서는 감정 없이 몇 마디 대꾸했다. 전화가 끊긴 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녀는 조은혁의 성격상 그녀가 계속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녀의 아이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조 대표님, 뭐 하자는 거예요? 아직 어린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제가 이렇게 빌게요. 어른들의 일은 아이들과 상관이 없잖아요. 제가 대표님을 오랫동안 따른 걸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 네?”조은혁은 느릿느릿하게 손을 닦고는 당황한 김 비서의 모습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이들은 아주 안전해! 만약 아이들의 엄마가 계속 일을 그르친다면 나는 아이들이 무사히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장담 못 해... 내 생각에는 볼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놀라게 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어. 어린 애들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김 비서는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조 대표님, 제가...”조은혁은 태도를 확 바꾸고 손에 들린 물티슈를 던지며 비웃었다.“김진아, 만약 오늘 나를 배신한 사람이 네가 아니었다면 그 아들딸들은 진작에 바다에 던져졌어. 지금 네가 이렇게 흥정할 새도 없이 말이야!”“알잖아, 나는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걸 제일 증오한다는 것을.”“네가 도운 사람이 박연희이기 때문에
장숙자가 지금 있는 돈으로 여기서 열 번이고 더 살 수 있다고 할 때 박연희는 그저 웃어 보이고는 했다. 그녀는 그래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최대 3개월까지 지내고 이사할 예정이었다. 그래야 안전했다.한참을 바삐 돌아쳐서야 겨우 정리를 다 하자 진범이가 나가 놀겠다고 떼를 썼다. 아이를 예뻐하는 장숙자는 박연희한테 얘기했다.“제가 남아서 민희 아가씨를 보살필 테니 사모님은 진범 도련님을 데리고 나가서 놀아요! 이 나이 때쯤의 아이들은 놀기를 좋아하는 나이잖아요.”박연희가 대답했다.“저를 연희라고 부르면 됩니다. 저는 사모님도 아닌데요.”하지만 장숙자는 이렇게 말했다.“저는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습관 됐습니다.”박연희는 더 말하지 않고 조진범을 데리고 놀러 나갔다. 작은 별장 앞에는 오동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이 있었는데 아주 길게 뻗어있어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조진범은 장난감 차를 아주 잘 탔기에 박연희는 그저 뒤에서 따라가면서 지켜보고 있으면 됐다...거의 새해가 가까워지는 날이었지만 여기는 여전히 푸르렀고 곳곳에 햇살이 비춰들었다.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조용한 거리를 거닐면서 그녀는 생활이 아주 평온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늘 바라왔던 좋은 날들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진범이 장난감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이의 장난감 차가 비싼 검은색 캠핑카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진범이 비켜주지 않고 있었다... 하여 상대방도 지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박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달려가서 아이를 데리고 가려는데 그 차량의 문이 열리고 차에서 익숙한 귀티 나는 인영이 내려왔다. 새하얀 셔츠에 맞춤 제작한 검은색 슈트를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넘긴 그 사람은 조은혁이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박연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했다... 박연희는 본능적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조은혁이 더 빨랐다. 그는
진범이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어른들의 일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아빠와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서 기쁜 마음에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고 새하얀 쌀알 같은 이빨을 몇 개 드러낸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짧은 팔을 내밀어서는 조은혁의 목을 세게 끌어안고 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었어요.”조은혁은 코끝이 찡해져서 이마를 아이에게 비비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귀여운 자식.”그는 한 손에 장난감 차를 들고 한 손에 아들을 안고는 2층짜리 작은 건물로 걸어갔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뒤돌아서는 박연희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안 갈 거야?”박연희는 나무 아래에 서 있었는데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찬란한 금빛을 뿌려대지만, 어느 한 줄기 햇살도 그녀를 따뜻하게 하지는 못했다...만약 진범이 이 자리에 없다면 그녀는 자신이 아마도 실성해서 물을 것이다. 왜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건지, 왜 이렇게 끝까지 쫓아오고야 마는 건지. 분명히 조은혁이 먼저 손을 놓겠다고 했으면서 왜 그는 지금 조진범을 품에 안고 7, 8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와서는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지 말이다.조은혁은 아직 기다리고 있었고 박연희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물었다.“왜 내가 마음 놓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조은혁의 그윽한 눈빛 속에는 그녀가 모르는 것들이 숨겨져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네가 보고 싶어서.”박연희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런 말들을 그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저 조은혁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 지나 조은혁은 장난감 차를 경호원에게 맡기고 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화기애애한 한 가족의 상봉이어야 했지만, 박연희의 뒤에는 한없이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한편, 별장에서는 장숙자가 정원에서 야채를 수확하고 있었고 곁에 있는 아기침대에는 민희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박연희가 조진범
조은혁은 문을 닫고 침대에 가서 걸터앉아 진범의 볼록한 작은 배를 어루만지면서 낮게 웃었다.“이 자식이 정말 잘 먹더라. 저녁마다 이렇게 많이 먹는 거야?”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느긋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 조은혁은 그녀의 마음속에 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하인우의 아이한테도 칭찬을 건넸다.“장 씨 아주머니가 정말 아이들을 잘 돌보나 봐. 민희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네. 이제 장 씨 아주머니한테 보너스를 챙겨줘야겠어.”박연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는데 이는 남자의 열정을 잠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조은혁은 화장대의 의자 뒤까지 걸어가서 의자와 함께 그녀를 살며시 감싸 안고는 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나는 어디서 자?”박연희는 거울을 보다가 한참이 지나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곁에 손님방이 하나 있어요. 거기서 묵어요.”“당신이 나를 데리고 가.”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지만, 그 안에는 은은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우리 여기서 할래? 근데 우리 소리가 너무 커서 진범이를 깨울까 봐 걱정돼. 진범이는 이제 두 살이나 됐는데 아빠랑 엄마가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숙할까 봐 말이야... 아무래도 사춘기가 된 다음에 내가 성교육을 하는 게 좋겠지, 안 그래?”박연희는 거울 속에서 조은혁과 눈이 마주치고는 차갑게 웃었다.“은혁 씨, 당신 지금은 정말 겉모습만 점잖고 속은 시커멓네요.”그녀는 선택권이 없었다. 복도에는 은은한 빛만 있었고 박연희는 손님방의 문을 열고 몸을 옆으로 하고 조은혁을 보며 말했다.“당신은 오늘 여기서 자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조은혁에 의해 방으로 밀쳐졌다. 박연희는 벽에 기대 있었고 앞에는 뜨거운 남자의 몸이었다. 박연희는 살짝 고개를 들고 작게 말했다.“문 닫지 말아요!”그녀는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 있었고 달빛 아래에서의 연약한 자태는 더욱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그래요?”박연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기대 표정은 아주 담담하였다.“은혁 씨, 더 얘기하면 재미없어요. 나는 이제 잘 테니까 아직 부족하면 여기 합법적인 방식으로 돈 내고 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전화해서 불러줄게요.”그는 고개를 숙여 박연희를 보았고 눈빛은 아주 그윽했는데 분명 화난 모습이었다. 박연희는 그를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잠옷을 여미고는 어두운 방을 나섰고 조은혁은 문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그는 박연희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만약 그녀가 관계하기 싫으면 무조건 큰 난리를 피웠는데 지금은 모든 감정을 빼버린 채 그저 그의 기분을 맞춰서 움직이기만 한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아침이 되자 박연희는 씻고 2층에서 내려왔다. 조은혁은 지금 아들과 함께 정원에서 공놀이하고 있었고 민희는 아기침대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고 있었는데 편안한 듯 작은 팔을 뻗고 있었다...그 장면은 형용할 수 없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고 박연희는 조용히 보고 있었다. 곁에는 그녀가 새로 고용한 아주머니인데 마침 B 시의 사람이었고 조은혁을 보면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사모님, 전에는 사모님께서 결혼을 이렇게나 잘하신 줄은 몰랐네요. 남편분의 풍채가 대단하고 데리고 온 7, 8명의 경호원도 모두 건장하고 단단해 보이는 게 월급이 정말 높을 것 같네요!”박연희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경호원이 아니라 감시자겠죠.”아주머니는 믿지 않았다.“부부 사이에 감시가 웬 말이에요! 남편분은 무조건 외국에서 치안이 좋지 않다고 여겨져서 사모님과 도련님이 걱정되어 직접 와서 보호해주시는 거예요. 제네바는 정말 안전해서 경호원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셔야겠어요.”박연희는 그녀를 힐끔 보았고 아주머니는 입을 다물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의 앞으로 가서 함께 아들을 보고 있었다. 조은혁은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조진범을 다독여주며 공을 줘서는 혼자 놀도록 하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지만, 서로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박연
박연희는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은혁 씨, 당신 정말 독하네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진범이까지 희생시키려 들다니요! 그래요, 하긴 당신 마음속에서 진범이는 처음부터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어요. 그저 당신의 몇 초간 열정으로 생긴 결과물일 뿐이죠. 당신이 아이를 대하는 게 저기 고양이와 강아지를 대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요?”조은혁은 멀리 있는 진범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지금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새하얀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조은혁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박연희에게 얘기했다.“내 아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가르쳐야 했어. 네가 진범이를 곁에 두기 좋아하니까 네가 키우라고 한 거야. 그래서 아이가 지금처럼 천진난만하게 지낼 수 있는 거고.”“그 말은 내가 당신한테 감사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근데 당신이 진범이를 가르칠 시간이 있기는 해요? 당신은 여자를 끼고 놀 시간도 부족하잖아요!”...지금 박연희가 뱉는 말이 아주 사람을 화나게 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와 따지지 않고 그저 그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앞으로 나한테 다른 사람은 없을 거야.”이 말을 박연희는 믿지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격이니 3일 후 결국 그녀는 조은혁에 의해 강제적으로 B시에 돌아가게 되었다...박연희는 그 아주머니에게 보상의 의미로 2000만 원가량 주었다. 귀국하기 전날 밤, 박연희는 두 아이를 재우고 홀로 옷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두 아이의 물건도 있어 뒤죽박죽으로 캐리어 몇 개를 채웠다.조은혁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들어와서 큰 상자 몇 개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물건이 이리 많아, 국내에서 다 살 수 있는 것들이잖아?”박연희는 여전히 작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아이들의 옷은 다 자주 입어서 습관이 된 것들이기에 어떻게 함부로 바꾸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바꾸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나는 당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에 조은혁은 반드시 참석해야 할 접대 장소가 생겼다. 모두 비즈니스를 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니 가지 않는다면 유별나 보였다. 익숙한 얼굴도 있었는데 이지훈이었다. 전에 조은서를 좋아해서 유선우와 싸웠던 적이 있었다. 이지훈은 결혼을 한번 한 적이 있었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의 성격 차이로 1년도 안 되어 합의로 이혼하고 지금은 솔로인 몸이다. 그는 구석진 곳에서 술을 따르며 조은혁을 훑어보고 있었다.‘귀국했구나!’이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남의 일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외국에 있는 박연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조은혁이 귀국했어.」 메시지를 발송한 그는 휴대폰을 던지고 조은혁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에 조은혁은 술을 잘 마시지 않았는데 마신다고 해도 적게 마셨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실 때마다 여자를 안고 싶어 했는데 박연희에게 상처를 줄까 봐 지금은 접대 장소에 가서 아주 절제하고 있었다. 이지훈은 이걸 모르고 있었기에 웃음을 띠고 얘기를 했다.“지금 사업이 크고 잘 되니까 우리는 눈에 차지 않는 거야?”조은혁은 잔을 들어 이지훈과 잔을 부딪쳤다. 단번에 털어 넣고 이지훈은 다시 술을 따르고 두 사람은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되어 결국 둘이서 양주 두 병을 다 마셨다.사모님들이 다 전화를 걸어왔지만, 남자들은 모두 귀가하기 싫은 모습들이었다.“조 대표님,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아이고, 저도 먼저 가야겠네요! 집에 마누라가 단속이 심해요.”“조 대표님, 이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사나운 살쾡이 마누라가 난리를 피우네요...”...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고 조은혁은 진한 색의 소파에 기대 이지훈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대표 집사람은? 상관 안 해?”“재작년에 이혼했어.”이지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들어 느긋하게 연기를 내뿜었다.“함께 살 수가 없어! 조 대표랑 연희 씨처럼 말이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