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허리를 굽혀 그 작은 알약을 조금씩 주워 담으며 담담하게 답했다.“요즘 위가 아파서 좀 사뒀어요. 속이 계속 안 좋더라고요.”그녀의 설명은 매우 합리적이었다.장씨 아주머니도 그 말에 설득되어 박연희를 도와 함께 그 진통제를 주워 담으며 그녀를 나무랐다.“사모님께서는 B시에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삶을 살고 계시는데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각별히 자신을 돌봐야 해요.”장씨 아주머니도 박연희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대표님께서는 성질이 고약해 때로는 순종적으로 구는 것이 더 살기 편하더라고요.”박연희도 그녀가 호의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볍게 응했다.그녀의 거듭된 부탁에 장씨 아주머니는 잠시 두 개의 통장을 모아 보관하게 되었다. “사모님, 안심하세요. 그럼 일단 저한테 맡겨두시고 언제 깔끔하게 나았다 느끼시면 다시 가져가세요!”장씨 아주머니는 박연희가 계속하여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리라 생각했다.아마도 우울증일 것이다....저녁 무렵,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그녀가 쇼핑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차에서 내릴 때, 다른 고용인들은 그들에게 다가와 물건을 들어주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진범 도련님한테 옷을 이렇게나 많이 사주시고... 아이고, 양털실도 있네!”박연희는 진범이를 품에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진범이에게 양털 목도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우리 진범 도련님은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레이 컬러는 좀 너무 성숙하지 않을까요.”박연희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진범이의 얼굴을 맞대고 답했다.“그럼 조금 크게 뜨개질해서 학교 갈 때도 두를 수 있게 하죠... 색깔이 진중하니 오래 둘릴 수 있을 거예요.”고용인은 그녀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덩달아 웃었다.“사모님께서 역시 생각이 깊으시네요.”박연희는 그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그녀는 진범이를 데리고 정원을 산책하며 해
조은혁이 눈을 뜨자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시아였다.그녀는 대담하게 그의 다리에 앉아 몸을 그에게 바짝 붙이고 고의인 듯 아닌 듯 그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지만 조은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고개를 숙여 한 개비를 털어냈다.연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품에 안긴 여인을 곁눈질하며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 놀았다. 그리고 조은혁이 내뱉는 말투는 더욱 무심했다.“남자가 생겼는데 감히 나와서 날 훔쳐먹어? 그 사람이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지난번에 그들은 상당히 불쾌하게 헤어졌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2, 3년 동안 만난 적이 있으니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진시아는 빠르게 감각을 찾고 조은혁의 다리에 앉아 마음껏 남자가 주는 즐거움을 즐기며 그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갈망했다...하여 진시아가 그의 목에 기대어 속삭였다.“은혁 씨 몸 엄청 뜨거워요.”조은혁은 빠르게 그녀의 손을 내팽개쳐 그녀가 만지지 못하도록 막았다.물론 진시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흩날리고는 붉은 입술을 조은혁에게 가까이 대고 키스하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나에게 엄청 대범하긴 하지만 아직 애송이가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그 방면에서 저는 줄곧 만족을 얻지 못했어요.”진시아는 말을 마치자 매혹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유혹했다.조은혁도 곧이어 일어날 일은 두 사람 모두 기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 누구도 이 일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조은혁의 반응이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흥미도 높지 않은 모양인지 확실히 원하고 있던 진시아가 자발적으로 그의 벨트를 풀기 위해 손을 뻗었다...그러나 조은혁이 그녀를 말렸다.진시아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남자 특유의 천한 뜻이 담겨 있었는데 조은혁은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이 진시아는 혼자 느낌이 오고 반응이 왔다...조은혁은 몸을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김 비서는 여전히 공손한 모습을 하고 답했다.“예, 대표님, 제가 안배해 두겠습니다.”여자로서 그녀는 진시아의 엉망이 된 모습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진시아를 경멸하고 있다....늦은 밤, 조은혁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안방 문을 열자 그는 이곳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커튼은 얇은 베일로 바뀌었고 무늬도 해당화 모양으로 바뀌었는데 그 덩굴들은 마치 하얗고 부드러운 옥처럼... 고귀한 모습으로 부드럽고 얇은 베일 위를 올라탔다.그리고 그곳에는 바깥의 달빛이 새어 들어와 부드러운 자태를 이루었다.거실에는 한 뭉치의 털실과 아이들의 옷이 쌓여 있었는데 조은혁이 다가가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니 그 작은 옷들은 진범이가 입기에는 다 너무 커 보였다.그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박연희는 엄마가 처음이고 전에 아이를 돌봐본 적도 없지만 쇼핑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잘못 살 줄이야.박연희를 바라보던 그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일말의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다.박연희는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그녀는 큐빅 가루가 묻은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검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절반을 살짝 가려 드러난 나머지 하얀 얼굴은 짙은 색의 영국식 소파에 살짝 닿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박연희는 가볍고 연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조은혁은 그녀 앞에 서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그 순간 갑자기 박연희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났다.금지옥엽.예전에 조은혁은 항상 동생 조은서만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의 마음속에도 한 명 더 생겼다.그러나 곧 그는 속으로 경멸을 느꼈다.‘조은혁, 네가 박연희를 데리고 B시에 가서 살고 그 사람과 다시 재혼한 건 네가 박연희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야. 이 모든 건 전부 진범이를 위해서야. 조은서의 권유 때문이고 단지 더 이상 원망 속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이 생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부드러운 마음도 다
그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나한테 주는거야?”박연희가 말을 하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기성복 사는 게 편해.”박연희가 창백한 얼굴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털실을 꺼내고는 흰 손가락으로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어루만졌다.한참 지난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진범이 줄거예요.”조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한참 후에야 그가 겨우 웃었다. "하긴, 진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조은혁은 그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냉담하게 말했다."가서 씻고 올게.”……조은혁은 박연희에게서 여인의 부드러움을 얻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내를 위해 정조를 지킬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진시아와 관계를 이어나갔다.그 후, 그렇게 두세 달 동안 그는 진시아와 관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그의 시중을 드는 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녀관계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한번은 T시로 출장을 갔는데 조은혁은 진시아와 호텔에서 무려 3일을 머무르게 되었다.그러면서 평소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다 했다.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진시아는 재벌 2세 남자친구가 있었고, 조은혁은 그 남자친구의 집안과도 사업상 거래관계에 있어 이 관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 재벌 2세는 이미 진시아에게 꽤 화려하게 청혼을 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아무도 박연희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은혁과 같은 침대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지난 두세 달 동안 조은혁은 줄곧 박연희와 자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의 곁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 그녀의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조은혁의 거친 몸짓을 이기지 못했다.그날은 조진범의 생일이었다.이른 아침, 박연희는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도우
결국 조은혁의 바람대로 일은 진행됐다.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침실 안으로 비쳐들어오며 부드러운 그녀의 몸에 닿았다.큰 침대에 수척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반듯이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위의 남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취해 이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태도였다.“띠링!””띠링!”……머리맡에 있던 박연희의 핸드폰 알림이 계속 울렸다.그녀는 남자를 감당하면서도 몸을 비틀어 핸드폰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 움직임이 오히려 조은혁에게 자극을 주어 그의 몸짓이 더 격렬해졌다.조은혁은 그녀의 핸드폰을 꺼서 못 보게 하며 말했다.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 했다.”집중 좀 해.”하지만 박연희는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다른 여자와 바람 난 남편 앞에서 그녀가 어떻게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한구석을 봉인해야만 이런 남자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다.이 행위는 조은혁에게만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고 박연희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얼굴을 하얀 침대 시트에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박연희는 곁눈질로 떨어진 핸드폰을 보더니 결국 다시 더듬어 집어들었다.그가 움직이든 말든 바들바들 떨며 휴대전화를 켰는데, 모르는 사람이 메시지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내왔다.동영상들은 조은혁과 진시아가 함께 보냈던 3일을 담고 있었고 누가 봐도 둘은 썸을타는 관계였다.박연희는 눈을 깜빡였다.추측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듣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비록 그녀는 일찍이 그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나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그를 힘껏 밀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심한 헛구역질을 할 때, 조은혁도 박연희가 받은 영상을 봤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가 보냈는지 추측이 됐고, 그는 진시아가 박연희를 도발하여 조은혁의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려는 것임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단지 그녀의 아이, 진범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조은혁의 마음은 일찍이 복수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시아와 그런 일을 벌였을까.박연희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오늘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런 좋은 날, 그녀가 이렇게 빌어도 조은혁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진범이는 내 아들이야.”그 말에 박연희는 힘이 빠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조은혁이 떠난 뒤에도 박연희는 여전히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녀는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조은혁과 함께 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느낌을 잊었고,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도 거의 잊었다.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날 것이다.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진범이었다.조진범은 잠에서 깬 뒤 엄마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기 고양이처럼 깜찍했다.박연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일어나더니 간단히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금방 갈게.”조진범은 송아지 잠옷을 입은 채 앉아 있었는데 아이의 가슴 앞에는 박연희가 절에서 받아 온 부적이 걸려 있었다.박연희가 걸어오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아기를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오늘은 우리 진범이 생일이야!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아볼까?”조진범이 박연희를 껴안더니 입을 맞추었다.“진범이는 엄마 좋아!”30분 후, 박연희가 조진범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도우미들은 일찌감치 아래층에서 기다리며 조진범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우리 도련님 오늘
B시, 어느 고급 주택가.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 조은혁은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그는 박연희가 그의 발 옆에 엎드려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녀는 조진범을 다른 곳에 보내겠다고 그에게 말했다.조진범을 박연준에게 보내고, 조은서과 유선우에게 보내는 한이 있어도 절대 조은혁의 곁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그 정도로 인간쓰레기겠지.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조은혁은 옅은 회색 연기가 다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따라 22층까지 한 걸음씩 올라간 그는 진시아의 아파트 입구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진시아가 문을 열었다.일부러 꾸민 모습, 세련된 메이크업과 섹시한 잠옷. 문에 기대 선 그녀의 자태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왜 며칠동안 안왔어.”하지만 순간, 남자의 손이 그녀의 목을 졸랐다.조은혁이 힘을 주어 진시아의 목을 조르더니 그녀를 단단한 문에 짓눌렀다. 여자의 부드러운 몸이 그의 힘을 견딜 수 있을리가 없었다.진시아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고, 아름다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필사적으로 조은혁의 손을 두드렸다.하지만 남자는 마음이 약해지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미쳤어? 아니면 이 관계를 모든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싶어? 네가 휴게실로 찾아와서 날 꼬신 거 아니었어? 넌 몸을 바치고, 나는 수표를 주고. 그건 거래일 뿐이었잖아. 그런데 굳이 박연희 앞에서 소란을 피워서 내가 널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해? 진시아, 너 머리가 어떻게 된거야?”진시아는 여전히 끊임없이 조은혁의 손을 다급하게 쳤다.그녀는 조은혁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약간 놀랐다. 만약 살인이 죄가 아니었다면 조은혁은 지금 그녀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였을 것이다.그래, 그는
...조은혁이 침묵하자 마침내 진시아의 마음이 약간 풀렸다.그녀가 냉소를 흘렸다. "나는 만족하지 않아요. 내가 왜 당신의 내연녀 소리를 들어야 되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죠? 조은혁 씨, 당신은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전혀 몰라요!”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녀는 여전히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생생히 느꼈지만 조은혁은 그 일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그 당시, 그는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지 그의 사업에만, 그의 회사의 성장추세에만 관심이 있었다. 진시아가 매일 밤 누구와 술을 마시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무리하지는 않았는지는 그의 관심범위 밖이었다.그렇게 일을 해서 성공한 남자는 갑자기 박연희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야만적이던 남자가 뜻밖에도 풋풋한 소년을 흉내내며 소녀에게 고백을 하고 여자를 데리고 데이트를 했다. 심지어 결혼 전에는 조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키스도 그저 뽀뽀 정도에서 그쳤다.분명히 그때, 그는 이미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아났고, 진시아 외에도 많은 여자들이 있었음에도. 박연희만은 건드리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밤, 진시아가 술에 취해 세 남자에 의해 호텔로 끌려갈 때, 조은혁은 박연희를 데리고 풋풋한 데이트를 즐겼다.진시아가 눈가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조은혁을 갈망했고 그가 조금 더 그녀를 아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옛 상처를 들춰서라도 그녀는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다만 그녀를 냉담하게 흘겨보았을 뿐이었다."우리 관계가 예전에 어땠든, 지금부터는 이제 완전히 끝이야.”말을 마친 그가 뒤돌아 가버리자 뒤에서 진시아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그럼 앞으로 다시는 얼굴 안보겠다는 말이야?”조은혁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사라졌다.홀로 남은 진시아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여태껏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진시아는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조은혁은 집에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