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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하지만 유선우는 거절했다.

그는 말없이 조은서를 바라보며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

“난 지금 충분히 차분해. 은서야, 난 네 동정 필요 없어. 너의 베풂은 더더욱 필요 없고... 너 이제 가.”

조은서는 제자리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유선우는 답해주지 않았다.

그는 검은 동공으로 한참 동안 조은서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담배를 꺼내 한 손으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유선우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불을 붙인 담배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연기를 바라볼 뿐 담배를 피우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선우의 가물가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는지 계속 궁금해했지? 그래 맞아. 난 알고 있었어. 네가 떠나는 그 날, 진 비서가 네 임신 테스트 시트를 가지고 날 찾아왔어. 진 비서는 네가 임신했다고, 네가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돌아갔다고, 그리고 난 널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어... 은서야, 그때 내 심정을 알아? 난 진심으로 널 되찾고 싶었어. 하지만 난 휠체어에 앉아있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땅에 넘어지면 일어날 수조차 없는 몸이라고... 그리고 그날, 나는 내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어.”

“네가 돌아오고 난 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혹을 저버리지 못했어.”

“하지만 너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난 매번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이 관계는 달콤함과 짜릿함을 제외하면 사실 고통스러운 것이 더 많아.”

...

이윽고 유선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조은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은서야, 우리 이제 끝내자.”

조은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이힐을 내려놓고 실내화 한 켤레를 찾은 뒤 다시 입고 있던 얇은 트렌치코트를 벗어 입구 캐비닛에 걸어두었다...

문이 살짝 닫히고 조은서는 여전히 시선을 문짝에 두고 중얼거렸다.

“선우 씨, 잘 생각하셔야 해요. 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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