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은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 프로젝트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기에 먼저 자리를 떴다.유선우는 서미연을 보며 감사 인사를 했다.서미연은 멀어지는 이성철의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선우를 보며 얘기했다.“유선우 씨, 아마 모를 거예요. 예전에 우리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을 때, 심지어 나랑 이혼까지 하려고 했을 때, 우리 이 바닥에서는 다 나를 무시했어요. 그러다가 한 파티장에서 은서 양을 만났는데 그저 열다섯, 열여섯 정도 되는 아이가 얼마나 나를 즐겁게 해주던지... 조은혁 군과 같이 왔었는데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람이 적은 곳에서 나에게 발레를 춰줬어요. 그때의 나는 우울해서 오랫동안 웃지 않았었는데...”말하던 서미연은 가볍게 웃었다.“이거 참, 선우 씨만 난처하게 만들었네요.”말을 마치고 떠나는 서미연의 뒷모습은 약간 처량했다.서미연의 위치는 비교적 굳건했다. 이성철도 그녀를 존중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상류계 여자들은 모두 서미연처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조은서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서미연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유선우는 원래의 자리에 서 있었다. 서미연의 도움이 있기에 이 프로젝트는 십중팔구 그의 손에 떨어질 것이다.하지만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가 아니었다.조은서였다.조은서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사모님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혹시 서미연과 같은 심정이 아닐까? 남편에게 실망하고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 하지만 다른 것은 서미연은 이씨 가문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조은서는 지금 유선우마저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조은서가 화장실에서 나오니 거의 아홉 시 반이었다. 조은서는 거의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그 생각만 하다가 화장실 입구 쪽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과 부딪혔다. 똑바로 서서 보니 이지훈이었다.두 사람은 매우 가까워서 이지훈은 그녀의 향수까지 맡을 수 있었다.옅은 오렌지 향이 났다.조은
화장실에서 나온 조은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유선우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살폈다.“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이 대표님한테 우리 먼저 갈 거라고 말할게.”조은서는 거절하지 않았다.유선우는 이 대표와 사모님한테 카톡을 보내고 조은서를 데리고 떠났다.차에 탄 후, 그는 고개를 돌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프로젝트를 따냈을 거야! 유 사모님, 고마워. 솔직히 난 네가 이렇게 실력 좋은 줄 몰랐어.”조은서는 가죽 좌석에 등을 기댔다.그녀는 온 하루 동안 바쁘게 보내고 난 후, 지금 너무 힘들어서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었다.한참 지난 후에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나 전에도 이랬어요! 단지 선우 씨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에요.”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의 만남은 대부분 침대 위에서 이루어졌다.남은 시간에 유선우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나 H시에 가서 백아현을 만났다... 조은서가 아무리 그를 좋아했어도 이제 감정이 많이 식었다. 지금 유선우가 갑자기 부드럽게 그녀를 대해도 전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조용한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유선우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맞춤하고 싶었다.그러나 조은서는 그의 입술을 막고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선우 씨, 그 4억 원에 자는 건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선우 씨가 공사 구분을 잘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유선우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손바닥에 키스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엔 네가 나한테 자자고 졸랐었잖아. 내가 콘돔 가지러 갈 때도 고양이처럼 내 목을 끌어안고 가지 말라고 했던 거... 잊었어?”조은서의 하얀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그만 말해요!”...유선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 여기서 그녀가 머무는 곳까지는 꽤 멀었고 한 시간 정도는 걸렸다.조은서는
유선우는 부드러운 눈빛과 목이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드레스 입은 모습 예쁘더라.”지금 이 순간은 아마도 그들의 결혼 생활 3년 동안 가장 따뜻한 시간일 것이다. 조은서는 감개무량했지만 그저 살짝 미소만 지었다.“고마워요!”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선우는 낡은 인테리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행히 복도의 고장 난 전등은 다 고쳤다.그들 뒤로 은색 차 한 대가 어두운 밤 속에 멈춰 있었다.차 안에 있는 진유라는 그들이 사라져 가는 방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원래 파티에서 참석하기 위해 준비했던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이씨 가문 저택에서부터 따라왔다.진유라는 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나올 때 지은 그렇게 부드러운 표정은 처음 봤다. 또한 그의 소유욕 충만한 그런 움직임도 처음 봤다. 그의 손바닥은 한시도 떼지 않고 계속 조은서의 가녀린 허리를 잡고 있었다.진유라는 지금까지 유선우가 조은서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그리고 조은서도 사랑이 없는 이 3년의 결혼 생활을 버텨오면서 지친 줄 알았다. 그러나 파티에서 조은서는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그래서 조금 전 유선우는 차 안에서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진유라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휴대폰에서 유선우와 조은서가 함께 춤추는 사진을 골라 비공개 카톡 계정으로 백아현에게 보냈다… 진유라는 백아현이 그렇게 친밀한 사진을 보고 절대 견딜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한 진유라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그녀가 가질 수 없는 것은 조은서도 가지면 안 되었다.…조은서의 집은 아주 작았다.유선우의 키는 거의 188센티 미터였는데 머리가 거의 문 끝에 닿으면서 들어갔다.집에 들어서자 그는 몸을 완전히 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나밖에 없는 작은 일인 소파에 쭈
유선우는 생각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했다.그는 협소한 주방으로 들어가 뒤에서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그는 턱을 가녀린 조은서의 쇄골에 올려놓고 살짝 고개를 비틀어 그녀의 귀 뒤에 부드럽게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무방비 상태인 조은서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들고 있는 아직 깨끗이 다 씻지 못한 그릇을 보며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선우 씨, 올라와서 라면만 먹겠다면서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유선우는 팔을 꽉 조이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조은서, 나랑 같이 돌아가자!”조은서의 몸은 살짝 굳어졌다.유선우가 명령조가 아닌 말투로 그녀에게 같이 돌아가자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이번엔 부탁하는 듯한 말투였는데 이 작은 변화는 그녀의 마음을 시큰하게 했다.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같이 가자… 응?”그때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유선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 조은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전화나 받아요!”유선우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자 백아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끊고 조은서에게 설명하고 싶었다.조은서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설거지를 하면서 말했다.“이제 갈 시간이 됐어요. 나한테 2천만 보내는 거 잊지 말고요!”그녀는 무관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마음속에 오직 2천만 원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조금 전의 설레는 감정은 깨끗이 사라진 듯했다.유선우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있다가 그는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은서야, 내가 어떻게 해도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 거지?”조은서의 등에는 거절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유선우 같이 오만한 사람이 어떻게 여자에게 부탁하겠는가? 그는 당장 휴대폰을 꺼내어 그녀의 계좌로 2천만 원을 송금했다. 그리고는 주방에서 나와 소파에 위에 있는 외투를 들고 떠났다…조은서
백아현의 부모는 예전에 조씨 가문에서 일했던 사람이다.이때 종업원이 커다란 한 접시의 생선 요리를 올렸지만, 심정희는 어디 입맛이 있겠는가?그녀는 여전히 분통이 터졌다.“백씨 집안에는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조은서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녀는 심정희의 손등을 지그시 누르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그녀는 심정희의 마음이 이해됐다.심정희의 친정은 조건이 아주 좋았고 그녀는 26살이 되던 해에 40살에 아들하나 딸하나 딸린 조승철의 후처가 되겠다고 난리 치다가 결국 친정과 일절 연락을 끊어버렸다.정희 아줌마는 자존심이 아주 강해 절대 남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그녀는 잘살거라 맹세했고 친정에 그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과거의 고용인의 발밑에 있는데 그녀가 어떻게 이 분을 억누를 수 있을까?조은서는 한참 동안이나 위로하며 4억 원에 대해서도 말했다.“이 돈만 있으면 많이 편해질 거예요, 아줌마. 우리 앞으로 점점 좋아질 거예요.”심정희는 그녀가 달래자 웃음을 터트렸다.하지만 웃다가 웃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은서야, 아줌마는 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네가 안타까워서 그래. 운전기사에 주방일이나 하던 집안 사람들의 딸이 어떻게... 거기다 생긴 것도 별로인데.”그녀는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유선우는 눈이 삔 게 틀림없어!”조은서는 그녀를 달래며 몇 마디 응했다.심정희는 분풀이를 하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나아졌고 남편이 걱정되어 음식을 조금 입에 대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조은서는 커다란 접시의 생선요리를 마주하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유 사모님!”갑자기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조은서가 눈을 치켜뜨자 백아현이 보였다.환자복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있는 백아현은 비리비리한 모습과는 반대로 동그랗고 부드러워 보이는 두 눈에는 교활함이 묻어났다.백아현도 어쩔 수 없이 조은서를 찾아왔다.요 며칠 유선우가 그녀의 전화도 받지 않고 병문안도 오지 않아
조은서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고 오빠를 안에서 구출해 내면 온 가족이 다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유선우도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그날밤 그녀는 로열 호텔의 공연을 보다가 임지혜의 전화를 받았고 린샤오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서 씨, 큰일 났어요! 빨리 병원으로 와요!”조은서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임지혜는 머뭇거리다가 나지막이 말했다.“심정희 아줌마와 백아현이 싸우며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경찰까지 출동했어요. 은서 씨 마음 단단히 먹어요... 심정희 아줌마 잡혀갈 수도 있어요.”조은서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차준호가 차를 몰고 조은서를 병원까지 데려다줬다. 다행히 너무 멀지 않아 반 시간이 안 돼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조은서는 결국 한발 늦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심정희는 이미 잡혀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백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백아현의 어머니는 딸의 데인 팔꿈치를 붙들고 딸의 꽃 같은 외모를 망쳐버렸다고 울고불고 소리 지르며 심정희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했다.백아현의 아버지는 묵묵히 옆에 있었다.뜻밖에도 유선우도 진비서를 데리고 달려왔다.그가 도착하자마자 백아현은 유약한 척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백아현의 어머니도 순식간에 처량한 척 눈물을 흘리며 말해다.“원래 다리도 편치 않은데 이제 팔꿈치까지 망가졌으니 우리 아현이의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한 간호사가 주의를 줬다.“환자분 빨리 가서 상처를 처치해요. 아니면 흉터가 남을 거예요.”백아현의 휠체어가 고장 나서 힘껏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유선우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것에 내리려 했다. 그가 두 눈을 치켜뜨자 마침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조은서는 살며시 눈을 깜빡였다.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아내와 정부사이에서 정부를 선택했음을 알았다
백아현은 한창 득의양양해하다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잡쳤다.“아빠!”유선우도 담담하게 대답했다.“네!”그리고 손을 놨는데 백정수가 잘 받지 못한 탓인지 백아현은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금방 수술을 마친 다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다시 또 부러졌고, 데인 팔은 바닥에 떨어지며 긁혀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가 보기도 끔찍할 만큼 피투성이가 되었다.백아현은 너무 아파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백정수는 허둥지둥 딸을 안았다.유선우는 눈을 내리깔고 냉담한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회사가 일이 있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지체 없이 문을 나섰고, 진유라도 얼른 뒤를 따랐다.백아현은 뾰로통해하며 유선우를 불러세우려고 애썼다.“선우 씨! 선우 씨…”백정수는 딸을 안고 한숨을 내리 쉬며 말했다.“아현아, 우리 좀 너무한 거 아니니? 네가 조씨 가문 사모님을 모함한 것도 모자라, 네 엄마가 아가씨를 때리기까지…만약 나중에 윤선우 씨가 너와 결혼 안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냐?”백아현은 악이 올라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내가 선우씨 마음을 못 잡나 어디 두고봐.”……임지혜는 경찰서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은서가 맞는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조은서가 말한 딜이고 뭐고 없이 그냥 김춘희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는 때리면서 쌍욕을 퍼부었다.“미친 여편네가 감히 은서를 때려? 네까짓 게 무슨 물건짝인데! 네 딸년은 그저 다리 벌려 유선우 환심이나 사는 싸구려 잡년이야! 네 전 집안은 은서 발닦개로 쓰려해도 더러워서 안 써!”김춘희도 그저 얌전한 사람한테만 센 척이지, 임지혜 같은 성질이 사나운 사람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만큼 상대가 되지 않았다.얼마 되지 않아, 김춘희의 얼굴은 임지혜한테 너무 얻어맞은 나머지 시뻘겋게 퉁퉁 부었고, 임지혜를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쳤다.임지혜는 또 김춘희의 갈비뼈를 걷어차며 말했다.“고소해! 내가 여기 서서 기다릴 테니까. 고소 안 하기
그는 모질게 그녀를 다뤘다.임지혜는 그한테 시달려 울고, 소리 지르면서도 여전히 불같은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차준호의 등과 팔을 할퀴어 군데군데 상처를 내고 아무 거리낌 없이 큰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그래! 그럼 헤어지면 되겠네. 난 다른 남자 찾을 거야, 나 같은 여자가 같이 잠잘 남자 하나 못 찾겠어? 너 차준호 따위가 뭔데! 네가 다른 남자보다 두 쪽 더 달리기라도 했어?”그녀가 소리칠수록 차준호는 그녀를 더 괴롭혔다.“그만 못해? 그냥 확 죽여버리고 싶다 너!”그녀는 온밤 내내 소리를 질렀고 별장 내 도우미들은 감히 자세히 듣지도 못했다.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어서 말이다.매번 저 아가씨를 데리고 별장에 올 때마다 인명 사고 나는 것처럼 소란스럽다.……차준호는 욕구를 다 풀고 빠져나와 욕실로 향했다.나오니 임지혜가 아직도 있었다.그녀는 차준호의 셔츠를 걸쳐 입고 단추를 한두 개쯤 꿰맞추고는 길고 하얀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침대에 누워 요염한 자태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차준호는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울면서 음탕한 척하기는.”그는 그녀의 손가락사이의 담배를 뺏어 한 모금 빨았다.“여자가 무슨 담배를 피워! 끊어!”임지혜가 웬일로 대꾸하지 않았다.차준호는 침대 머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녀는 그의 아랫배를 얌전하게 베고 누워서는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복근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여리여리하게 말했다.“차 회장님, 기분 풀렸나 모르겠네?”차준호는 머리 숙여 그녀를 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욕구는 풀렸는데 기분은 안 풀렸어!”임지혜는 그에게 키스하려고 다가갔다.그녀의 얕은 수작을 차준호는 빤히 알고 있다. 결국 조은서 때문에…아니면 진작에 가버렸지, 이렇게 고분고분 누워있을 리가.차준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담배를 끄며 말했다.“조은서랑 유선우 사이가 어떻든, 그녀는 아직 유선우 와이프야. 백씨네가 조은서를 때린 건 유선우 뺨 때린 거랑 마찬가지야! 유선우가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