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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구윤은 서재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목을 뒤로 젖히고 넥타이를 풀고 옷깃의 단추를 몇 개 더 풀고 나서야 숨이 통했다. 은색 십자가가 옷깃에서 튀어나오며 차가운 빛을 반짝였다. 구윤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순간 구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유지운의 중성적이고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라 다른 남자였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을 수 없는 남자 그의 오래된 사랑이었다.

구윤은 책장 위쪽으로 가더니 책 두 권을 꺼냈다. 책장에서 딸깍 소리가 나며 숨겨진 칸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정교한 금고였다.

그 남자의 생일과 자신의 생일을 입력하자 금고가 열렸다. 그 안에는 사진 몇 장과 봉인된 문서, 그리고 검은 벨벳 보석 상자가 들어있었다. 구윤은 보석 상자를 꺼내 열었다. 안에는 커플 모델인 다이아몬드 반지 한 쌍이 들어있었다.

구윤은 반지를 들어 왼손 약지를 끼고 오래된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호쾌한 남자가 구윤을 백허그하고 있었다. 다정하고 달콤한 미소는 누가 봐도 두 사람의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연인이었다.

그 남자는 유지운과 비슷한 여우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좁고 다정했다. 어젯밤 그 눈동자를 처음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빠지게 되었다. 마음속 깊이 숨긴 달콤하고 아픈 기억들이 눈앞에 생생했다.

구윤은 숨을 내쉬며 눈시울을 붉히고 사진을 뒤집자 글귀가 적혀있었다.

‘윤아, 언젠가 세상이 우리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날을 기다리지 않고 날 떠났네.”

구윤은 눈을 감고 사진 속 인물에게 키스를 했다.

죽음은 무섭지 않다. 무서운 건 그 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생활이다.

...

아람은 유지운을 위해 직접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요리를 하지만 요리 솜씨가 너무 좋아 요리사조차도 아람에게 배우고 싶었다. 진수성찬을 보자 유지운의 배가 고파서 침을 삼켰다.

“대충 했어요. 유 선생님, 꺼려 하지 마세요.”

아람을 턱을 괴고 웃으며 유지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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