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는 허리를 숙이고 아첨을 떨었다.“오늘 밤 저와 둘째 오빠가 곁에 있어드릴게요. 입원하시면 제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있어드릴게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의 표정을 봤다. 경주는 다른 사장들과 달랐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얼굴에 티가 났다. 그런 더러운 성질에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실력이 엄청 좋다는 표시이다.그 당시 경주에게 시집을 갔을 때도 이런 더러운 표정을 보였었다.‘지금 이소희에게 불만이 있나?’아람은 더 이상 보기 싫어 시선을 돌렸다.‘허, 불만이 있어도 그날 이소희의 방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은 만족했겠지.’“이소희 씨. 이미 검사를 마쳤어요. 사소한 문제예요. 바로 퇴원할 수 있어요.”‘신남준은 이유희를 친절하게 부르면서 나를 이소희 씨라고 부르네.’“이소희 씨가 매일 병원에 함께 있어주겠다는 건, 제가 퇴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농담 삼아 말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가슴이 찔렸다. 오래전부터 신효린에게 들은 적이 있다. 신남준은 사리 구분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친손녀인 신효린을 예뻐하지 않고 아람을 보물처럼 여겼다. 아람과 신경주의 이혼을 반대하며 가보인 옥팔찌까지 아람에게 주었다. 다행히 김은주가 옥팔찌를 부러뜨렸다.‘꺼지기 전에 좋은 일을 했네.’“아니에요. 할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에요.”이소희는 당황하여 경주를 향해 억울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경주는 이소희의 모든 신호를 차단한 채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소희 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제 곁에 경주와 아람 씨가 있으면 돼요. 늦은 시간에 아가씨가 밖에 있는 것도 위험해요. 경호원들도 왔던데 함께 돌아가세요.”신남준의 태도는 다정했고 어린 후배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소희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이 영감탱이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신경주에게 나를 데려줘라는 말도 안 해? 어떻게 온 거면 어떻게 가라는 뜻이잖아. 젠장, 내가 신씨 가문에 시집가면, 이 영감탱이가 양로원에 가면, 간
‘내일 우리 경주에게 밥해달라고 하고, 오늘 밤 씻을 물까지 준비해 줄 거야. 네 서 아저씨가 이틀 휴식이라, 집안일을 경주에게 시켜!”경주는 입을 오물거리며 눈썹을 올렸다.‘씻을 물을 준비해 줄 수 있지만 밥? 밥을 해라고? 할아버지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시나...’“할아버지, 저.”아람은 머뭇거리며 눈빛을 반짝였다. 머릿속에서 말을 조직하고 있을 때 윤유성이 갑자기 다가왔다. 입꼬리를 올리며 어른들이 좋아하는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오늘 밤 아람 씨가 어르신 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왜요?”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은 숨을 내쉬었다.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람 씨가 오늘 우리 둘째 형에게 큰 수술을 해주었어요. 10시간 가까이 서 있었고,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기절할 뻔할 정도로 기운이 빠져 있었어요.”“뭐?”신남준은 깜짝 놀라 몸을 기울였다. 경주도 당황하여 마음이 아팠다.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방금 큰 수술을 했어? 그래서 피곤해 보이고 아픈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구나.’경주는 이를 악물더니 입술을 살짝 벌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왜 망설이는 거야? 왜 머뭇거리는 거야?’“그래서 아람 씨를 데리고 집에 가려고요. 저희 집이 아람 씨 집 뒤에 있어서 같이 갈 수 있어요.”윤유성은 아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손을 대지는 않았다. 신씨 가문 앞에서 신사의 품격을 보여주었다.“어르신, 아람 씨를 좋아하고 아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신 사장님과 이미 이혼했는데, 어르신 집에서 신 사장님과 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람을 아끼신다면 아람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해야 해요.”이 말은 겸손하지 않고 침착했다. 하지만 신남준은 화가 났다. 경주마저도 눈빛에 분노가 가득했다.‘어느 후배가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해? 건방져!’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반박하려고 하자 아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성 씨. 할아
이 말에 담긴 뜻은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있다. 아람의 전 남편이 경주라는 사실은 윤정용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윤정용은 아람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신씨 가문의 아들에게 시집간 것도 어이없는데, 하필 그 사생아와 결혼을 해? 정말 몸값을 떨구는 짓이네. 윤유성도 신경주보다 훨씬 낫겠네.’“아저씨, 목마르지 않아요? 차 한잔 마시러 가요.”이 말을 듣자 아람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구만복과 사이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남준에게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아람아, 아저씨 괜찮아. 아저씨가 네 칭찬을 아직 다하지 못했어.”하지만 윤정용은 따라주지 않았다.이소희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를 악물었다.‘왜 성주의 거물들은 다 구아람을 좋아해? 다른 여자는 모두 멸종했어?’경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차가운 만큼 마음도 아팠다.“친딸이야. 정용아, 넌 확실히 여자아이를 좋아하네. 딸 있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딸까지 갖고 싶어?”신남준은 윤정용의 말을 대꾸했다.“난 달라. 난 손녀 며느리가 갖고 싶어. 그리고 난 아람이만 인정해. 다른 사람은 턱도 없어!”아람은 당황했다. 윤유성은 웃고 있었지만 아람 뒤에 놓고 있던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엄청난 수치심과 굴욕감이 이소희의 마음을 찢어 놓으면서 귀가 윙윙거렸다.‘오늘 이곳에 오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어야 했어. 할아버지와 엄마의 방법을 기다리며 신씨 가문에 가야 했어! 내가 혼자 나서면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어!’윤정용의 웃음이 굳어졌다. 말하려는 순간 경주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저와 구아람 씨는 오래전에 이혼했어요. 구아람 씨 마음에 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해요.”복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의 가슴이 갑자기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바로 안도감에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아쉬운 것도 없다. 경주가 아람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든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다.‘어느 남자가
결국 윤정용은 윤유성에게 아람을 데려줘라고 부탁했다. 경주는 신남준의 휠체어를 주차장 방향으로 밀었고, 이소희는 껌딱지처럼 그들을 따라다녀 불쾌했다.“언제까지 따라올 거야?”경주는 걸음을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갑자기 흔들리자 이소희는 경주와 부딪힐 뻔했고 크게 휘청거렸다.“둘, 둘째 오빠. 오빠와 함께 할아버지를 데려주고 싶어.”이소희는 불쌍하게 말했다.“할아버지가 금방 퇴원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을 거야.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와줘? 네가 뭘 할 수 있어?”경주는 냉정하게 말했다.“내가 널 어렸을 때부터 봤어. 사모님과 네 오빠가 널 어떻게 지켜줬는지 똑똑히 봤어. 흙도 만져본 적이 없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경주는 차갑게 말하며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둘째 오빠, 나...”“할아버지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너도 알잖아.”경주는 아람을 생각하자 가슴이 뭉클해져 눈을 내리깔았다.“그럴 마음이 있으면 이 회장님께 효도해.”말을 마치자 신남준의 휠체어를 밀고 떠났다. 그 자리에 남은 이소희는 얼굴이 빨개졌다....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가 운전하고 서 비서가 호송하였다. 경주와 신남준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히터를 틀어놨지만 신남준의 차가운 안색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소름 돋게 했다. 경주는 신남준이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아람과 이혼한 건 사실이고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경주가 목숨까지 걸 정도로 진심을 다해 구애하지만 아람의 믿음마저 받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헌신을 하는 건 두렵지 않지만, 아람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더 두렵다.만월교의 별장에 도착하자 경주는 차에서 내렸다. 서 비서를 도와 휠체어를 준비하며 신남준을 부축해 주었다.“휠체어를 타지 않겠어. 내가 불구자야? 왜 휠체어를 타?”신남준은 참다못해 경주를 옆으로 밀어내고 서 비서에게 명령했다.“내 목발을 가져와.”곧 서 비서가 목발을 가져왔다. 신남준은 목발을 들고 창백한 입술을
“이럴 때일수록 소아의 손을 꼭 잡아야 해! 누가 뭐라고 하든, 이씨 가문이 무슨 짓을 하든, 넌 소아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해!”‘제가 그러고 싶지 않은 거 같아요? 제가 윤유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만 있고 싶겠어요?’“할아버지. 제가 한 말이고 제가 한 짓이에요. 저를 때리세요.”경주는 두 손을 움켜쥐고 눈시울을 붉혔다.“저를 때리고 욕하면 일찍 쉴 수 있어요. 그리고 소아와 저의 과거들을 내려놓으세요.”“내려놔? 내려놔라고? 그럼 넌? 이씨 가문 계집애와 결혼할 거야?”신남준은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 서 비서의 부축에 서 있을 수 있었다.“꼭 결혼해야 돼요? 이미 한번 했으니 충분해요. 평생 결혼 안 해도 돼요. 가문을 물려줄 생각도 없고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아요.”이유는 모르겠지만 경주는 이 말들이 자기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아이가 존재할 의미도 없다. 사랑의 결정체도 아니고, 아이에게 모든 사랑을 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아이에게 불공평한 것 같았다.“그렇게 좋은 아이를 내가 왜 내려놓아야 해? 내가 죽지 않는 한, 소아는 영원히 가족이고 영원히 내 손녀 며느리야!”신남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지팡이로 고통스럽게 땅을 짚었다.“소아는 너에게 그저 좋아하는 여자이겠지만, 나한테는 효자 일뿐만 아니라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해. 2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소아가 곁에 없었더라면, 날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넌 할아버지가 없어!”경주는 눈앞이 캄캄했다.“알아요. 그 교통사고 때문에 할아버지가 많이 다쳤다는 거. 아람이가 없었더라면...”“넌 소아가 날 병원에 데려다준 것만 알지, 소아가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알아?”신남준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내가 혼수상태에 있을 때 너희들은 해외에 있어 돌아오지 못했어. 내 곁에는 소아와 서 비서밖에 없어! 그때 소아가 심각하게 다친 줄도 몰랐어. 머리에 피가 나고 온몸이 피투성이로 됐
“도련님, 잠시만요!”서 비서는 애타게 경주를 불렀다.“무슨 일이 있어요, 아저씨?”“구아람 씨와 정말 가능성이 없어요?”경주는 가슴이 찔리는 것 같았다.“모르겠어요...”“구아람 씨에 대해 도련님께서 모르는 일이 있어요.”서 비서는 주먹을 쥐며 참았다. 경주는 천천히 눈을 돌리며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요?”“구아람 씨가 비밀을 지켜라고 했어요. 약속해서 말할 수 없어요.”서 비서도 난감했다.“하지만 언젠가 구아람 씨가 직접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 말이 경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람이 구씨 가문 아가씨라는 신분을 숨기고 경주를 13년 동안 사랑했다. 한때 비밀이었던 이 모든 것들은 경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어? 이것보다 더 충격적이야?’...절단 수술이 끝난 지 이틀 후, 윤진수가 깨어났다. 그날 아람은 일찍 병원에 왔다. 수술을 하고 내버려둔 게 아니었다. 윤정용의 부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고 그럴 의무도 있다. 병실에 아람과 주치의 두 명이 있었다. 아람은 두 손으로 윤진수의 왼쪽 다리를 자세히 만졌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는 이미 의족으로 되었다.“내 다리, 내 다리!”얼굴이 창백한 윤진수는 울부짖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망했어. 내 인생은 망했어!”“윤 도련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아람은 마스크를 끼고 맑은 눈만 드러내며 바라보았다.“한쪽 다리를 지킨 것도 이미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운이 좋아요.”“누가 날 해쳤어요. 윤유성이 날 해쳤어요!”윤진수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면서 아람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람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의사 두 명을 향해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들은 병상에 조금 떨어져 있었고, 윤진수의 말이 어눌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아람은 두 의사를 나가게 했고 문을 닫고 정색하며 윤진수에게 물었다.“도련님, 지난번에 마취제를 맞고 의식이 없을 때, 의식불명한 상태에서도 윤유성이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어요. 증거가 있
아람은 그 말을 듣자 믿기지 않았다.‘윤유성과 같은 온화하고 우아한 사람이 정말 이런 잔인한 일을 할 수 있어? 그렇다고 해도 왜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했지?’아람은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말했다.“도련님, 이 문제는 사소한 것이 아니니 증거야 있어야 해요. 그리고 아저씨와 경찰에게 말해야 해요. 제가 아니라.”“구아람 씨, 저를 살렸으니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아람 씨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지켜볼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아요!”윤진수는 불안과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윤유성이 아람 씨에게 구애를 하는 걸 알아요. 가까이 지내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저 윤유성의 진짜 모습을 모르고 홀릴까 봐 걱정돼요. 그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사이코패스였어요. 온화한 것은 가짜예요. 모두 연기하는 거예요. 아람 씨에게 구애하는 건 구씨 가문의 배경을 이용하려는 거예요. 진심이 없어요!”윤유성도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윤진수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때 경마장의 사고도 윤진수가 한 짓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윤유성은 아람을 위해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도로 변태적이게 직접 해야 속이 풀릴 것이다.이제 윤진수가 이렇게 된 이상 아람과의 결혼은 확실히 망가졌다.‘내가 갖지 못하는 건 윤유성 그 자식도 갖지 못해. 내가 위선적인 얼굴을 찢어버리겠어!’병실에서 나온 아람의 표정은 의아했다. 윤씨 가문 사람들은 아람을 향해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아람도 대답을 열심히 해주었지만 정신이 산만해 보였다. 바로 이때 구석에 서 있는 윤유성을 보았다. 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윤유성을 향해 다가갔다.“아람 씨, 고생했어요.”윤유성은 바쁘게 똑바로 서서 아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따뜻한 모습은 윤진수가 말한 사나운 남자와는 전혀 달랐다.“유성 씨,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아람의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표정은 진지했다.“그래요.”두 사람이 떠나자 윤정용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성우야, 유성과 아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윤진수는 다리를 잃었어요. 이런 걸로 유성 씨에게 뒤집어쓰지 않을 거예요.”“윤진수는 큰형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에요.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성주에 라이벌이 많아요. 윤진수에게 손을 대고 싶은 사람도 많고요.”윤유성은 이를 악물었다.“게다가 이런 일을 당한 건 윤진수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에요.”그리고 아람에게 그날 경마장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은 윤진수예요!”아람은 윤유성을 쳐다보았다.“아람 씨. 저는 윤씨 가문의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아요. 그들에게 손을 댈 거면 이런 잔인한 수단을 쓰지 않을 거예요. 저랑 안 맞아요.” 윤유성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행동은 쓸쓸하면서도 우아했다.15년 동안 고상아와 함께 S 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윤유성은 양심을 버렸다. 연기를 하며 모든 거짓말을 다이아몬드보다 더 진실하게 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여자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했다. 거짓말에도 선과 악이 있다. 아람에게 거짓말은 한 건 선량한 것이다. 이것도 윤유성의 사랑의 표현이다.아람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윤유성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눈빛이 날카로워 마음이 강하고 무자비한 윤유성마저 겁을 먹었다.“유성 씨, 저는 솔직하고 착한 사람을 좋아해요. 제가 안 믿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처럼.”테이블 위에 놓인 윤유성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켜쥐었다. 마음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구겨진는 것 같고, 수치스러운 고통이 사지를 타고 넘쳤다. 윤유성은 힘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포크를 집어 케이크 한 조각을 파서 열심히 씹었다.‘아람아, 너에 대한 사랑처럼 되돌릴 수 없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도 있어.’...윤유성과 헤어진 후 아람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다. 이때 구윤이 전화 왔다. 아람은 정신을 차리고 받았다.“오빠.”“아람아, 네가 원하는 걸 네 넷째 오빠가 해결했어.”구윤은 담
윤성우은 억지로 표정을 유지하지만 다리는 이미 부들부들 떨렸다. 임윤호도 구윤의 악랄한 눈빛에 겁을 먹어 입을 꼭 다물었다. 아람과 경주는 순간 멍해지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세상에, 사람 설레게 하는 강한 보호욕이네.’아람보다 구윤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욕망이 별로 없고 냉정하다. 그냥 인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가족,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수해 외에 구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지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때 아람은 우연히 지운이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구윤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 눈빛은 너무 다정했다. 순간 아람은 당황했다.‘분위기가 왜 이래? 두 사람이 왜, 잘 어울리는 거 같지?’하지만 아람은 자세히 생각할 시간도 없이 임윤호가 입을 열었다.“구 사장님. 다시 판정해도 부상은 피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법의학 감식을 통해 가벼운 부상일 경우 3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어요. 임수해는 그래서 형벌을 피할 수 없어요!”이 말을 내뱉을 때 임윤호는 수해의 이름을 갈기갈기 물어뜯고 싶을 정도였다. 피가 물보다 진한 수해의 친형일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 못 할 것이다. 퇴폐적이고 음탕한 세상 속에서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욕망은 임윤호를 양심도 없는 악마로 만들었다.“윤성우 씨.”구윤은 임윤호를 상대도 하지 않았다. 임윤호는 그저 윤씨 가문의 개일뿐, 당연히 주인을 찾아 이야기를 해야 했다.“임수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댄 적이 없어요. 물론 때리고 싶었겠죠. 윤진수를 때린 사람은 저예요. 이를 증명할 영상이 있어요.”말을 하며 지운을 보더니 다정하게 말했다.“지운아, 영상을 틀어.”지운은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모든 사람 앞에서 틀었다. 윤진수의 비명이 조용한 사무실에서 울려 퍼졌다. 화면 속에는 구윤이 윤진수를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보였다.“이건 명백한 증거가 아니에요?”구윤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은 극도로 잘생긴 악
경주는 순간 아람이 지운을 부른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건 아람이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다.“그럴 일 없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윤유성은 경찰서장 손에 있는 진단서를 빼앗아 그 안의 내용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눈을 부릅떴다. 임윤호의 안색도 창백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윤 사장님, 윤씨 그룹이 정말 이 진단서를 철저히 숨겼네요. 다행히 우리 백신인 구아람 씨도 윤진수 생명의 은인이에요.”“당신 아버지가 아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윤진수는 이미 식물인간으로 됐을 거예요.”윤성우를 보는 지운의 눈빛은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다.“감사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윤진수의 부상을 모두 구아람 씨 비서에게 돌려요? 진실을 숨기고 진단서까지 조작하네요. 이 수단은 참 비겁하네요.”윤성우와 임윤호는 전부터 윤진수의 발기 부전까지 수해에게 돌리려고 했다. 그래야 중상 기준에 도달하고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윤성우는 사람을 보내 실제 진단서를 숨기고 경찰서장과 함께 조작하여 오늘의 상황을 초래했다.그러나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이 눈앞에 있는 여우 같은 지운에게 들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람은 감사한 마음으로 지운을 바라보자 지운도 눈빛으로 대답했다. 윤씨 그룹은 성주에서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병원 쪽에서 권력이 높은 건 유씨 그룹이었다.“진수가 생식 능력을 잃었어. 구아람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해!”윤성우는 화를 내며 말을 했다.“진수에게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진수가 어떻게 그렇게 되겠어?”순간 사무실이 조용했다. 임윤호는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릴 수도 없었다. 제 발이 저린 윤성우에게 압박을 주자 바로 견디지 못했다. 그 말을 하면 윤진수의 발기 부전은 수해가 아닌 예전의 부상 때문이라고 증명하는 것이다.‘이 멍청한 놈. 어떻게 사장이 된 거야? 복불복이야?’“어휴, 윤 사장님. 글을 볼 줄 모르세요?”지운은 팔짱을 끼고 짜증을 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진단서에 썼잖아요. 윤진수는 수술 전과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이 중요한 시기에 지금 여유롭게 윙크를 날려?’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경주가 왜 이렇게 얌전해? 설마 오빠가 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경주야, 설마 네가 오빠를 불렀어?”아람은 경주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미안해, 아람아.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었어. 형님을 꼭 오시라고 하지는 않았어. 그저 오기 전에 한무에게 말했어. 미리 형님께 알려주라고.”“그런데 형님께서 바로 올 줄은 몰랐어. 수해도 걱정되지만 네가 더 걱정된 거야. 하지만 유 선생은 왜 왔지? 두 사람이 매일 붙어있네.”경주는 의아했다. 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손가락을 움직이자 경주는 허리를 숙여 아람의 말을 들었다.“유 선생은 내가 불렀어.”경주는 깜짝 놀랐다.‘아람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네!’두 사람은 속셈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이었다. 윤성우는 구윤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임수해는 자백했어요. 구 회장님께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잖아요.”“실수하면 인정해야하고, 맞으면 바로 서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 말을 그대로 돌려줄게요!”현재 4대 가문 책임자인 윤성우와 구윤은 비즈니스에서 자주 마주쳤다. 하지만 그때마다 윤성우는 아쉽게 패배를 한다. KS가 찍은 프로젝트라면, 윤성우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구윤을 이기지 못했다. 전에는 두 가문의 친분 때문에 눈치를 보며 구윤과 화기애애한 척했다. 이제 관계도 틀어져 드디어 화풀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윤은 표정도 바뀌지 않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수해는 평범한 비서가 아니에요.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아버지는 수해를 이미 아들로 생각하고 있어요.”“같은 임씨 가문의 사람인데, 수해의 목숨은 당신 곁에 있는 앞잡이의 비천한 목숨보다 수백만 배의 가치가 있어요.”임윤호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구만복이 임수해 그 자식을 아들로 생각해? 참 아부
수해는 아람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임윤호와 얘기를 한 후, 수해는 주저하지 않고 경찰에 자수하고 자백서에 서명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임윤호는 윤성우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했다. 정말 속전속결이고 아람과 경주를 깜짝 놀라게 했다.경주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람을 품에 꼭 안고 임윤호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노려보았다.“임윤호, 도대체 무슨 악독한 수단으로 수해에게 협박했어?”“악독한 수단? 신 사장님. 인신공격을 너무 하시네요. 제 마음이 잘 감당하지 못해요.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야겠어요.”임윤호는 가슴을 문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범죄자를 심문하는 건 경찰의 권한이에요. 전 그저 변호사일 뿐인데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 임수해가 직접 서명했고 도장을 찍었어요. 제가 협박하지 않았어요. 모두 자발적인 행동이에요.”“임준호. 사도가 정도를 이길 수 없어. 네가 한 나쁜 짓 때문에 네 인생이 망하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아람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경주의 손을 꼭 잡았다. 이렇게 해야 무너질 것 같은 멘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나 구아람이 살아 있는 한, 넌 절대 이길 수 없어.”“기다릴게요. 구아람 씨가 어떻게 이기는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임윤호는 비겁하게 웃었고 그 모습은 완전히 사람 탈을 쓴 짐승 같았다.그들은 아주 치밀한 생각을 하는 중 우연히 한가지 소홀한 점이 있다. 인윤호는 수해의 친형이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형으로서 임윤호는 수해를 잘 알고 있었다. 임윤호가 수해와 협상하러 갔을 때, 아람과 경주는 아직 경찰서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 당시 임윤호는 이미 수해에게 수작을 부렸고 약점을 정확히 찾아내어 공격을 했다. 수해의 약점은 아람과 아린 둘 뿐이다.임윤호가 아람과 아린으로 협박하면 죽으라고 해도 수해는 눈도 깜빡이지 않을 것이다. 윤성우의
“수해가, 어떡해.”아람의 머리가 윙윙거렸다. 경주가 아람을 바로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주저앉을 뻔했다.“정말? 임수해가 다 자백했어?”경찰서장의 눈이 번쩍 뜨이며 서둘러 자백서를 몇 번이고 훑어보며 확인했다. “네, 서장님, 서류에 똑똑히 적혀 있어요. 임수해는 윤진수 씨를 장애가 생길 정도로 구타한 사실을 자백했고,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고 했어요.”갑작스러운 반전은 윤씨 그룹에게 서프라이즈였다. 지난 며칠 동안 여러 사람이 바뀌었고, 24시간 동안 계속 수해를 심문하고 압박했다. 보통 사람들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해는 끝까지 버티며 밤낮없이 구속을 당해도 절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근데 왜 갑자기 자백했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마음이 바뀐 거야?’“아람아, 괜찮아?”아람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경주는 안아주며 가슴이 아팠다.“수해가 한 짓도 아닌데, 왜 자백해?”아람의 눈은 피를 흘리는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며 화가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바보야? 이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백할 수 있는 문제야? 당장 감옥에 들어가고 싶어서 환장했어?”“그러게요. 이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백할 수 있어요?”임윤호는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비아냥거렸다.“성주 법대의 우수생인 수해는 이 도리를 잘 알 거예요. 구아람 씨가 왜 끼어들어서 소란을 피워요?”아람의 가슴이 칼에 찔린 듯이 아파 났다. 순간 머리가 번쩍이며 모든 것을 깨달았다....한 시간 전. 경찰서장은 임윤호의 부탁에 미리 수해를 만나게 해주었다. 심문실에서 두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분위기는 극도로 차가웠다. 핏줄의 정은 흔적도 없었다. 그저 적대감이 가득한 원한밖에 없었다.“쯧, 수해야, 너 좀 봐. 왜 스스로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임윤호는 수해를 훑어보며 혀를 찼다.“엄마 아빠가 네가 구씨 가문 첩의 달을 위해 3, 5년 동안 감옥에 있을 거라는 것을 알면, 기절하지 않으실까? 너 좀 봐, 정말 불효자야.”“네가 올 때 네 주인이 몰랐
경찰서장은 구세주가 도착한 것을 보고 너무 안도해서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윤성우의 뒤를 따른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임윤호였다. 통화를 마친 후 아무리 생각해도 안심할 수 없었던 윤성우는 직접 오기로 결정했다.즉시 임윤호에게 연락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며 윤진수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임윤호는 윤성우에게 모욕을 당한 적이 있어 아직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전혀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경주와 아람이 나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바로 달려왔다. 아람은 이를 악물며 눈에 분노가 불타고 있었다. ‘이 비열하고 뻔뻔한 짐승, 저 비겁한 얼굴 좀 봐!’“윤 사장님, 고용한 변호사가 저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설마 임 변호사와 임수해의 사이를 몰라요?”“당연히 알죠, 그게 왜요?”윤성우는 불길한 의도를 품고 웃으며 말했다.“임 변호사가 최고의 변호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최고의 변호사를 모셔서 제 동생의 변호를 부탁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임 변호사는 임수해의 친형이에요. 친동생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가족을 감옥에 들어가게 한 적을 도와주네요. 이걸 뭐라고 해야죠? 도둑을 맞아도 도둑놈에게 고맙다고 하는 사람인가요?”경주는 차갑게 바라보며 조롱했다. 그 말은 너무 멋있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윤호는 경주를 악의적으로 노려보았지만 잘난 척하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신 사장님. 평범한 변호사인 제가 사장님의 인신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사람들을 위해 변호해 주는 건, 누구의 조건이 좋으면 누구를 위해 싸우는 거예요.”“왜 그렇게 화내시는 거예요. 꼭 도덕적 시점으로 저를 판단해야겠어요? 사장님 말씀대로면, 살인자를 위해 변호하는 동료들은 바로 죽어야겠네요?”말을 하며 임윤호는 놀라는 척 눈을 깜빡였다.“신 사장님, 마음이 급하신 걸 보니 수해에게 든든한 변호사를 준비해 주지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