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복도의 공기가 갑자기 고용하고 우울해졌다. 경주는 윤유성에게 안긴 아람을 바라보았다. 나른하게 남자의 품에 기대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프며 눈시울이 붉어졌다.‘내가 없는 동안 사이가 많이 좋아졌네.’경주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씁쓸했다. 눈을 내리깔고 더 이상 아람을 보지 않았다. 신남준의 휠체어를 잡고 있는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아람 씨, 방금 수술을 마쳐서 체력이 과도하게 소모되었어요.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해요.”신남준과 경주가 앞에 있음에도 윤유성은 개의치 않고 오직 아람만 걱정했다. 아람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다.“제가 데려다줄게요.”“할아버지.”하지만 아람은 윤유성의 다정함을 무시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남준에게 다가갔다. 아람은 한쪽 무릎을 꿇고 신남준의 손을 잡았다.“할아버지, 왜 병원에 오셨어요? 어디 아프세요?”경주는 씁쓸한 마음에 입을 오물거렸다.‘내가 여기 서 있는데, 안 보이나? 지금 눈에 윤유성밖에 없어?’“아가야, 괜찮아. 고질병이야. 심장이 불편해. 경주가 굳이 병원에 오자고 해서 온 거야.”아람을 바라보는 신남준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다.“할아버지, 게으르면 안 돼요. 제 말을 듣고 제때 검진을 하셔야 해요.”아람은 걱정했다.“소아야, 이 분은.”신남준은 의미심장하게 윤유성을 훑어보았다.“어르신, 저는 윤유성이라고 합니다.”윤유성은 앞으로 나아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아, 기억났어요. 지난번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에 본 적이 있어요. 윤 회장님의 막내아들.”신남준은 예의상 말했다.“재능이 있는 아이네요.”방금 아람과 다정해 보여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이번에 신남준도 눈치챘다. 경주와 아람의 사이의 분위기가 이혼했을 때보다 더 어색해진 것 같았다.‘어떻게 하면 좋아!’신남준은 아람을 잡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섬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몸은 괜찮으세요?”아람은 차갑게 눈을 들고 보자 잠옷만 입은 이소희가
이소희는 허리를 숙이고 아첨을 떨었다.“오늘 밤 저와 둘째 오빠가 곁에 있어드릴게요. 입원하시면 제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있어드릴게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의 표정을 봤다. 경주는 다른 사장들과 달랐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얼굴에 티가 났다. 그런 더러운 성질에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실력이 엄청 좋다는 표시이다.그 당시 경주에게 시집을 갔을 때도 이런 더러운 표정을 보였었다.‘지금 이소희에게 불만이 있나?’아람은 더 이상 보기 싫어 시선을 돌렸다.‘허, 불만이 있어도 그날 이소희의 방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은 만족했겠지.’“이소희 씨. 이미 검사를 마쳤어요. 사소한 문제예요. 바로 퇴원할 수 있어요.”‘신남준은 이유희를 친절하게 부르면서 나를 이소희 씨라고 부르네.’“이소희 씨가 매일 병원에 함께 있어주겠다는 건, 제가 퇴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농담 삼아 말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가슴이 찔렸다. 오래전부터 신효린에게 들은 적이 있다. 신남준은 사리 구분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친손녀인 신효린을 예뻐하지 않고 아람을 보물처럼 여겼다. 아람과 신경주의 이혼을 반대하며 가보인 옥팔찌까지 아람에게 주었다. 다행히 김은주가 옥팔찌를 부러뜨렸다.‘꺼지기 전에 좋은 일을 했네.’“아니에요. 할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에요.”이소희는 당황하여 경주를 향해 억울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경주는 이소희의 모든 신호를 차단한 채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소희 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제 곁에 경주와 아람 씨가 있으면 돼요. 늦은 시간에 아가씨가 밖에 있는 것도 위험해요. 경호원들도 왔던데 함께 돌아가세요.”신남준의 태도는 다정했고 어린 후배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소희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이 영감탱이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신경주에게 나를 데려줘라는 말도 안 해? 어떻게 온 거면 어떻게 가라는 뜻이잖아. 젠장, 내가 신씨 가문에 시집가면, 이 영감탱이가 양로원에 가면, 간
‘내일 우리 경주에게 밥해달라고 하고, 오늘 밤 씻을 물까지 준비해 줄 거야. 네 서 아저씨가 이틀 휴식이라, 집안일을 경주에게 시켜!”경주는 입을 오물거리며 눈썹을 올렸다.‘씻을 물을 준비해 줄 수 있지만 밥? 밥을 해라고? 할아버지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시나...’“할아버지, 저.”아람은 머뭇거리며 눈빛을 반짝였다. 머릿속에서 말을 조직하고 있을 때 윤유성이 갑자기 다가왔다. 입꼬리를 올리며 어른들이 좋아하는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오늘 밤 아람 씨가 어르신 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왜요?”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은 숨을 내쉬었다.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람 씨가 오늘 우리 둘째 형에게 큰 수술을 해주었어요. 10시간 가까이 서 있었고,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기절할 뻔할 정도로 기운이 빠져 있었어요.”“뭐?”신남준은 깜짝 놀라 몸을 기울였다. 경주도 당황하여 마음이 아팠다.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방금 큰 수술을 했어? 그래서 피곤해 보이고 아픈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구나.’경주는 이를 악물더니 입술을 살짝 벌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왜 망설이는 거야? 왜 머뭇거리는 거야?’“그래서 아람 씨를 데리고 집에 가려고요. 저희 집이 아람 씨 집 뒤에 있어서 같이 갈 수 있어요.”윤유성은 아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손을 대지는 않았다. 신씨 가문 앞에서 신사의 품격을 보여주었다.“어르신, 아람 씨를 좋아하고 아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신 사장님과 이미 이혼했는데, 어르신 집에서 신 사장님과 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람을 아끼신다면 아람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해야 해요.”이 말은 겸손하지 않고 침착했다. 하지만 신남준은 화가 났다. 경주마저도 눈빛에 분노가 가득했다.‘어느 후배가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해? 건방져!’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반박하려고 하자 아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성 씨. 할아
이 말에 담긴 뜻은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있다. 아람의 전 남편이 경주라는 사실은 윤정용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윤정용은 아람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신씨 가문의 아들에게 시집간 것도 어이없는데, 하필 그 사생아와 결혼을 해? 정말 몸값을 떨구는 짓이네. 윤유성도 신경주보다 훨씬 낫겠네.’“아저씨, 목마르지 않아요? 차 한잔 마시러 가요.”이 말을 듣자 아람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구만복과 사이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남준에게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아람아, 아저씨 괜찮아. 아저씨가 네 칭찬을 아직 다하지 못했어.”하지만 윤정용은 따라주지 않았다.이소희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를 악물었다.‘왜 성주의 거물들은 다 구아람을 좋아해? 다른 여자는 모두 멸종했어?’경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차가운 만큼 마음도 아팠다.“친딸이야. 정용아, 넌 확실히 여자아이를 좋아하네. 딸 있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딸까지 갖고 싶어?”신남준은 윤정용의 말을 대꾸했다.“난 달라. 난 손녀 며느리가 갖고 싶어. 그리고 난 아람이만 인정해. 다른 사람은 턱도 없어!”아람은 당황했다. 윤유성은 웃고 있었지만 아람 뒤에 놓고 있던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엄청난 수치심과 굴욕감이 이소희의 마음을 찢어 놓으면서 귀가 윙윙거렸다.‘오늘 이곳에 오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어야 했어. 할아버지와 엄마의 방법을 기다리며 신씨 가문에 가야 했어! 내가 혼자 나서면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어!’윤정용의 웃음이 굳어졌다. 말하려는 순간 경주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저와 구아람 씨는 오래전에 이혼했어요. 구아람 씨 마음에 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해요.”복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의 가슴이 갑자기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바로 안도감에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아쉬운 것도 없다. 경주가 아람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든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다.‘어느 남자가
결국 윤정용은 윤유성에게 아람을 데려줘라고 부탁했다. 경주는 신남준의 휠체어를 주차장 방향으로 밀었고, 이소희는 껌딱지처럼 그들을 따라다녀 불쾌했다.“언제까지 따라올 거야?”경주는 걸음을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갑자기 흔들리자 이소희는 경주와 부딪힐 뻔했고 크게 휘청거렸다.“둘, 둘째 오빠. 오빠와 함께 할아버지를 데려주고 싶어.”이소희는 불쌍하게 말했다.“할아버지가 금방 퇴원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을 거야.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와줘? 네가 뭘 할 수 있어?”경주는 냉정하게 말했다.“내가 널 어렸을 때부터 봤어. 사모님과 네 오빠가 널 어떻게 지켜줬는지 똑똑히 봤어. 흙도 만져본 적이 없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경주는 차갑게 말하며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둘째 오빠, 나...”“할아버지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너도 알잖아.”경주는 아람을 생각하자 가슴이 뭉클해져 눈을 내리깔았다.“그럴 마음이 있으면 이 회장님께 효도해.”말을 마치자 신남준의 휠체어를 밀고 떠났다. 그 자리에 남은 이소희는 얼굴이 빨개졌다....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가 운전하고 서 비서가 호송하였다. 경주와 신남준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히터를 틀어놨지만 신남준의 차가운 안색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소름 돋게 했다. 경주는 신남준이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아람과 이혼한 건 사실이고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경주가 목숨까지 걸 정도로 진심을 다해 구애하지만 아람의 믿음마저 받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헌신을 하는 건 두렵지 않지만, 아람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더 두렵다.만월교의 별장에 도착하자 경주는 차에서 내렸다. 서 비서를 도와 휠체어를 준비하며 신남준을 부축해 주었다.“휠체어를 타지 않겠어. 내가 불구자야? 왜 휠체어를 타?”신남준은 참다못해 경주를 옆으로 밀어내고 서 비서에게 명령했다.“내 목발을 가져와.”곧 서 비서가 목발을 가져왔다. 신남준은 목발을 들고 창백한 입술을
“이럴 때일수록 소아의 손을 꼭 잡아야 해! 누가 뭐라고 하든, 이씨 가문이 무슨 짓을 하든, 넌 소아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해!”‘제가 그러고 싶지 않은 거 같아요? 제가 윤유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만 있고 싶겠어요?’“할아버지. 제가 한 말이고 제가 한 짓이에요. 저를 때리세요.”경주는 두 손을 움켜쥐고 눈시울을 붉혔다.“저를 때리고 욕하면 일찍 쉴 수 있어요. 그리고 소아와 저의 과거들을 내려놓으세요.”“내려놔? 내려놔라고? 그럼 넌? 이씨 가문 계집애와 결혼할 거야?”신남준은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 서 비서의 부축에 서 있을 수 있었다.“꼭 결혼해야 돼요? 이미 한번 했으니 충분해요. 평생 결혼 안 해도 돼요. 가문을 물려줄 생각도 없고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아요.”이유는 모르겠지만 경주는 이 말들이 자기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아이가 존재할 의미도 없다. 사랑의 결정체도 아니고, 아이에게 모든 사랑을 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아이에게 불공평한 것 같았다.“그렇게 좋은 아이를 내가 왜 내려놓아야 해? 내가 죽지 않는 한, 소아는 영원히 가족이고 영원히 내 손녀 며느리야!”신남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지팡이로 고통스럽게 땅을 짚었다.“소아는 너에게 그저 좋아하는 여자이겠지만, 나한테는 효자 일뿐만 아니라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해. 2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소아가 곁에 없었더라면, 날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넌 할아버지가 없어!”경주는 눈앞이 캄캄했다.“알아요. 그 교통사고 때문에 할아버지가 많이 다쳤다는 거. 아람이가 없었더라면...”“넌 소아가 날 병원에 데려다준 것만 알지, 소아가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알아?”신남준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내가 혼수상태에 있을 때 너희들은 해외에 있어 돌아오지 못했어. 내 곁에는 소아와 서 비서밖에 없어! 그때 소아가 심각하게 다친 줄도 몰랐어. 머리에 피가 나고 온몸이 피투성이로 됐
“도련님, 잠시만요!”서 비서는 애타게 경주를 불렀다.“무슨 일이 있어요, 아저씨?”“구아람 씨와 정말 가능성이 없어요?”경주는 가슴이 찔리는 것 같았다.“모르겠어요...”“구아람 씨에 대해 도련님께서 모르는 일이 있어요.”서 비서는 주먹을 쥐며 참았다. 경주는 천천히 눈을 돌리며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요?”“구아람 씨가 비밀을 지켜라고 했어요. 약속해서 말할 수 없어요.”서 비서도 난감했다.“하지만 언젠가 구아람 씨가 직접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 말이 경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람이 구씨 가문 아가씨라는 신분을 숨기고 경주를 13년 동안 사랑했다. 한때 비밀이었던 이 모든 것들은 경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어? 이것보다 더 충격적이야?’...절단 수술이 끝난 지 이틀 후, 윤진수가 깨어났다. 그날 아람은 일찍 병원에 왔다. 수술을 하고 내버려둔 게 아니었다. 윤정용의 부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고 그럴 의무도 있다. 병실에 아람과 주치의 두 명이 있었다. 아람은 두 손으로 윤진수의 왼쪽 다리를 자세히 만졌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는 이미 의족으로 되었다.“내 다리, 내 다리!”얼굴이 창백한 윤진수는 울부짖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망했어. 내 인생은 망했어!”“윤 도련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아람은 마스크를 끼고 맑은 눈만 드러내며 바라보았다.“한쪽 다리를 지킨 것도 이미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운이 좋아요.”“누가 날 해쳤어요. 윤유성이 날 해쳤어요!”윤진수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면서 아람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람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의사 두 명을 향해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들은 병상에 조금 떨어져 있었고, 윤진수의 말이 어눌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아람은 두 의사를 나가게 했고 문을 닫고 정색하며 윤진수에게 물었다.“도련님, 지난번에 마취제를 맞고 의식이 없을 때, 의식불명한 상태에서도 윤유성이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어요. 증거가 있
아람은 그 말을 듣자 믿기지 않았다.‘윤유성과 같은 온화하고 우아한 사람이 정말 이런 잔인한 일을 할 수 있어? 그렇다고 해도 왜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했지?’아람은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말했다.“도련님, 이 문제는 사소한 것이 아니니 증거야 있어야 해요. 그리고 아저씨와 경찰에게 말해야 해요. 제가 아니라.”“구아람 씨, 저를 살렸으니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아람 씨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지켜볼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아요!”윤진수는 불안과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윤유성이 아람 씨에게 구애를 하는 걸 알아요. 가까이 지내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저 윤유성의 진짜 모습을 모르고 홀릴까 봐 걱정돼요. 그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사이코패스였어요. 온화한 것은 가짜예요. 모두 연기하는 거예요. 아람 씨에게 구애하는 건 구씨 가문의 배경을 이용하려는 거예요. 진심이 없어요!”윤유성도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윤진수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때 경마장의 사고도 윤진수가 한 짓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윤유성은 아람을 위해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도로 변태적이게 직접 해야 속이 풀릴 것이다.이제 윤진수가 이렇게 된 이상 아람과의 결혼은 확실히 망가졌다.‘내가 갖지 못하는 건 윤유성 그 자식도 갖지 못해. 내가 위선적인 얼굴을 찢어버리겠어!’병실에서 나온 아람의 표정은 의아했다. 윤씨 가문 사람들은 아람을 향해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아람도 대답을 열심히 해주었지만 정신이 산만해 보였다. 바로 이때 구석에 서 있는 윤유성을 보았다. 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윤유성을 향해 다가갔다.“아람 씨, 고생했어요.”윤유성은 바쁘게 똑바로 서서 아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따뜻한 모습은 윤진수가 말한 사나운 남자와는 전혀 달랐다.“유성 씨,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아람의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표정은 진지했다.“그래요.”두 사람이 떠나자 윤정용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성우야, 유성과 아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