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은 아직 구조 중이며 위독한 상태이다. 윤진수는 뒷줄에 앉아있었고 충돌 지점이 차 앞쪽이어서 유리 파편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뻔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두 다리는 방출성 골절로 영원히 잃었다.윤정용은 전국의 모든 외과의사를 불러 윤진수를 진단했지만 아무도 다시 일으켜 세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날 가족들은 거실에 앉아 걱정을 하고 있었다.셋째 아가씨 윤민주는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상관없이 감정은 풍부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둘째 오빠가 자주 다니던 길인데, 어떻게 교통하고가 날 수 있어? 어떡해!”사람들은 모두 우울했다. 오직 윤유성만 아무렇지 않고 옆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우아한 태도로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가볍게 말했다.“매일 다니는 길이라고 해서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 두 가지는 전혀 모순되지 않아, 셋째 누나.”윤민주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윤유성을 흐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둘째 오빠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넌 기분이 좋아 보이네. 네 생각대로 이루어진 거야, 드디어?”“기분이 좋은 건 아니야.”윤유성은 찻잔을 내려놓고 금테 안경을 올렸다.“난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야. 누나처럼 될 필요가 없어.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왜 울어?”“너, 너!”윤민수는 화가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었다.“그만해! 어렸을 때부터 싸우더니 아직도 싸워? 민주야, 진수가 이렇게 됐는데 오빠를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시비를 걸어? 집이 덜 복잡하다고 생각해?”윤정용은 팔걸이를 세차게 내리쳤다.분노에 찬 꾸짖음에 윤민주는 겁에 질려 눈물을 그쳤다. 그저 윤유성을 매섭게 쳐다보기만 했다. 윤유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아버지,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 시도해 보세요. 둘째 형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모두의 시선이 윤유성에게 집중되었다. 윤정용은 정신을 차리며 몸을 앞으로 기울
뒤에서 차갑고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유성은 발걸음을 멈추고 나른하게 눈을 뜨고 하품을 하며 뒤돌아보았다.“형, 무슨 일 있어? 늦었어. 쉬고 싶어.”“유성아, 연기를 잘하네. 일석이조의 수단도 괜찮네.”윤성우는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응?”윤유성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진수의 교통사고, 네 짓이지?”윤성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윤유성은 계속 모르는 척했다.“네가 진수의 차에 손을 대라고 사람을 보냈어. 하지만 죽이지는 않고 장애인으로 만들었네.”똑똑한 윤성우는 이미 윤유성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그리고 아버지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의술이 있는 아람을 소개해 주었지. 호감을 얻으며 아버지의 걱정을 나눌 수 있는 조언을 제공했어. 유성아, 유성아. 여우도 그저 그렇네.”윤유성은 가늘고 하얀 손끝으로 안경을 올렸다. 정교한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갑자기 광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윤성우를 소름 돋게 했다.“형, 어떻게 윤씨 그룹 사장으로 된 거야? 이야기를 지어내는 수준으로 감독을 하면 이미 명성을 얻었을 거야. 비즈니스에서 구윤과 신경주에게 오랫동안 억압할 일도 없잖아.”윤유성은 가슴을 움켜주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웃었다. 윤성우는 이를 악물었다.“윤유성!”“둘째 형의 교통사고가 나랑 무슨 상관있어? 내가 한 짓이라고 고집부리면, 우리가 안 맞는다는 거야.”말을 마치고 윤유성을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윤성우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누르고 녹음을 끝내면서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방으로 돌아온 윤유성은 정장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후 소파에 앉아 와인을 따라 마셨다. 너무 아늑하고 쾌적하고 즐거웠다. 때때로 한 사람을 죽는 것보다고 못하게 만드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더 통쾌하다. 노크 소리가 나자 우 비서가 들어오며 문을 잠갔다.“윤 사장님, 저를 찾으셨어요?”“수습은 잘했어?”윤유성은 와인을 홀짝였다.
윤정용은 아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날 밤 구만복과 통화로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윤유성과 함께 해문의 구씨 가문으로 갔다.“만복아, 만복아! 제발 네 조카를 살려줘!”윤정용은 들어오자마자 절친인 구만복 앞에서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우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구만복과 유지민이 가장 먼저 윤정용을 맞이했다. 윤정용의 다소 지저분하고 초췌한 모습을 본 구만복은 마음속으로 몰래 비웃었다.‘평생 나와 얼굴을 비교하던 노인이, 드디어 이미지를 지키지 못하겠나 보네.’“윤 회장님, 무슨 일이에요?”유민지는 윤정용의 상태를 보자 깜짝 놀랐다. 윤정용은 그들을 향해 서둘러 다가갔다. 고령의 나이에 뜻밖에도 발이 돌에 걸렸다. 그러자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구만복 부부에게 큰 절을 했다. 구만복과 유민지는 말문이 막혔다. 윤정용은 아파서 손을 문질렀다.“아버지, 괜찮으세요?”윤유성은 급히 다가가 윤정용을 부축해 주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웃고 있었다.‘아들에 대한 사랑은 참 경건하네.’윤정용은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구만복의 팔을 덥석 잡았다.“만복아, 진수가 며칠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어. 심각한 교통사고!”구만복과 유지민은 깜짝 놀랐다.“어떻게 된 일이야?”“둘째 형이 집에 돌아오던 날 밤에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럽고 잘 보이지 않았어요. 큰 트럭이 너무 빨리 달려서 형의 차를 넘어뜨렸어요.”윤유성은 윤정용을 부축하며 눈에 아쉬움이 있었다.“형 다리가 차에 깔려서 방출성 골절이래요. 의사 말로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된다네요.”“절단?”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너도 진수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잖아. 네 조카가 불구자로 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거지?”윤정용의 눈에는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유성에게 들었어. 아람이 명의 백신이라 수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아람이가 나서서 진수를 살려주면 안 돼?”“아저씨.”이때 아람은 우아한 자세로 별장에서 걸어 나왔다. 햇빛 아래 비추어진
이때 윤진수는 아직 혼수상태였다. 사실 이미 깨어났어야 했는데 의사가 윤진수가 충격을 받을까 봐 마취제를 더 많이 투여하였다.한 시간 후, 아람과 병원 원장, 그리고 외과 교수 두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아람아, 진수 상태가 어때?”윤정용은 가장 먼저 다가갔다.윤씨 가문의 비서, 경호원, 수많은 사람들도 둘러싸였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고 잠시 침묵을 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저씨, 둘째 도련님의 다리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골절이 매우 심각해요. 철제 고정 핀으로도 이어놓을 수 없어요. 분쇄 정도가 매우 커요. 남은 생에 회복할 확률은 0이고 다시 일어설 확률도 20퍼센트도 안 돼요.”윤씨 가문은 소란스러웠다. 다행히 윤성우와 윤민주가 부축하였다. 아니면 윤정용은 쓰러졌을 것이다. 오직 윤유성만이 구석에 홀로 서있으며 눈빛이 차갑고 입꼬리를 올렸다.“구아람 씨, 1퍼센트의 확률이 있더라도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윤성우는 불안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간청했다.“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아람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하지 않았다. 윤정용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쁘게 다가가 물었다.“아람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돼!”“아저씨, 둘째 도련님의 다리가 확실히 교통사고 때문에 부러진 거예요?”아람이 정색을 하며 묻자 윤씨 가문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오직 윤성우와 윤유성의 눈이 헤아릴 수 없었다.“아람아, 그게 무슨 뜻이야?”윤정용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뼈가 부리진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했었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검사를 통해 골절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요. 골절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도 있어요.”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제 생각에는 교통사고 충돌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흔적이 있어요. 철봉과 같은 무거운 무기에 맞은 것 같아요.”이 말을 듣자 윤유성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창백한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구아람 씨, 그 뜻은 제 동생이 교통사고를
이 장면을 본 윤씨 가문 사람들은 미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람과 윤유성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분명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 같았다.‘그저 윤 도련님이 윤씨 가문에서의 지위를 보면, 구아람 씨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네.’“괜찮아요.”아람은 숨을 고르고 윤유성의 품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오해를 만들기 싫었다.윤유성의 손은 어색하게 허공에서 얼어붙었고 손끝이 굳어졌다. 이때 윤정용과 비서들이 소식을 듣고 다가왔다.“아람아, 상황이 어때?”“아저씨, 최선을 다했어요.”아람은 손을 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힘없이 숨을 헐떡였다.“윤진수의 다리가 너무 심하게 다쳤어요. 최선을 다해도 왼쪽 다리만 겨우 살릴 수 있었어요.”“그, 그럼 오른쪽 다리는?”“절단해야 해요.”“절단.”그 두 글자에 윤정용은 벼락을 맞은 듯 눈앞이 캄캄했다.“괜찮아, 아람아. 아저씨도 알아.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거. 한쪽 다리를 살린 것도 대단한 거야.”“그리고 수술이 끝나갈 무렵 둘째 도련님이 깨어나셨어요. 자기 다리는 누군가에게 맞아서 부러진 거라고 했어요.”아람은 사실대로 말했다.윤정용은 깜짝 놀라서 급히 물었나.“누, 누구?”“자세한 건 도련님이 진정되면 직접 물어보세요.”아람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윤진수의 다리를 살렸다는 사실이 병원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윤진수는 VIP 병실로 옮겨졌고, 윤씨 가문의 사람들도 같이 들어갔다. 오직 윤유성만 들어가지 않고 아람과 함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주었다.“아람 씨, 목 마르죠. 물 마셔요.”“고마워요.”아람은 윤유성을 힐끗 보며 피곤함이 가득한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제가 고맙다고 해야죠. 둘째 형의 다리를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 행동이 불편하고 의족을 사용해야 할지 몰라도, 평생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좋네요.”윤유성의 눈빛은 진지했다.“유성 씨.”
넓은 복도의 공기가 갑자기 고용하고 우울해졌다. 경주는 윤유성에게 안긴 아람을 바라보았다. 나른하게 남자의 품에 기대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프며 눈시울이 붉어졌다.‘내가 없는 동안 사이가 많이 좋아졌네.’경주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씁쓸했다. 눈을 내리깔고 더 이상 아람을 보지 않았다. 신남준의 휠체어를 잡고 있는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아람 씨, 방금 수술을 마쳐서 체력이 과도하게 소모되었어요.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해요.”신남준과 경주가 앞에 있음에도 윤유성은 개의치 않고 오직 아람만 걱정했다. 아람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다.“제가 데려다줄게요.”“할아버지.”하지만 아람은 윤유성의 다정함을 무시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남준에게 다가갔다. 아람은 한쪽 무릎을 꿇고 신남준의 손을 잡았다.“할아버지, 왜 병원에 오셨어요? 어디 아프세요?”경주는 씁쓸한 마음에 입을 오물거렸다.‘내가 여기 서 있는데, 안 보이나? 지금 눈에 윤유성밖에 없어?’“아가야, 괜찮아. 고질병이야. 심장이 불편해. 경주가 굳이 병원에 오자고 해서 온 거야.”아람을 바라보는 신남준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다.“할아버지, 게으르면 안 돼요. 제 말을 듣고 제때 검진을 하셔야 해요.”아람은 걱정했다.“소아야, 이 분은.”신남준은 의미심장하게 윤유성을 훑어보았다.“어르신, 저는 윤유성이라고 합니다.”윤유성은 앞으로 나아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아, 기억났어요. 지난번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에 본 적이 있어요. 윤 회장님의 막내아들.”신남준은 예의상 말했다.“재능이 있는 아이네요.”방금 아람과 다정해 보여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이번에 신남준도 눈치챘다. 경주와 아람의 사이의 분위기가 이혼했을 때보다 더 어색해진 것 같았다.‘어떻게 하면 좋아!’신남준은 아람을 잡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섬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몸은 괜찮으세요?”아람은 차갑게 눈을 들고 보자 잠옷만 입은 이소희가
이소희는 허리를 숙이고 아첨을 떨었다.“오늘 밤 저와 둘째 오빠가 곁에 있어드릴게요. 입원하시면 제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있어드릴게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의 표정을 봤다. 경주는 다른 사장들과 달랐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얼굴에 티가 났다. 그런 더러운 성질에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실력이 엄청 좋다는 표시이다.그 당시 경주에게 시집을 갔을 때도 이런 더러운 표정을 보였었다.‘지금 이소희에게 불만이 있나?’아람은 더 이상 보기 싫어 시선을 돌렸다.‘허, 불만이 있어도 그날 이소희의 방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은 만족했겠지.’“이소희 씨. 이미 검사를 마쳤어요. 사소한 문제예요. 바로 퇴원할 수 있어요.”‘신남준은 이유희를 친절하게 부르면서 나를 이소희 씨라고 부르네.’“이소희 씨가 매일 병원에 함께 있어주겠다는 건, 제가 퇴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농담 삼아 말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가슴이 찔렸다. 오래전부터 신효린에게 들은 적이 있다. 신남준은 사리 구분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친손녀인 신효린을 예뻐하지 않고 아람을 보물처럼 여겼다. 아람과 신경주의 이혼을 반대하며 가보인 옥팔찌까지 아람에게 주었다. 다행히 김은주가 옥팔찌를 부러뜨렸다.‘꺼지기 전에 좋은 일을 했네.’“아니에요. 할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에요.”이소희는 당황하여 경주를 향해 억울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경주는 이소희의 모든 신호를 차단한 채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소희 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제 곁에 경주와 아람 씨가 있으면 돼요. 늦은 시간에 아가씨가 밖에 있는 것도 위험해요. 경호원들도 왔던데 함께 돌아가세요.”신남준의 태도는 다정했고 어린 후배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소희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이 영감탱이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신경주에게 나를 데려줘라는 말도 안 해? 어떻게 온 거면 어떻게 가라는 뜻이잖아. 젠장, 내가 신씨 가문에 시집가면, 이 영감탱이가 양로원에 가면, 간
‘내일 우리 경주에게 밥해달라고 하고, 오늘 밤 씻을 물까지 준비해 줄 거야. 네 서 아저씨가 이틀 휴식이라, 집안일을 경주에게 시켜!”경주는 입을 오물거리며 눈썹을 올렸다.‘씻을 물을 준비해 줄 수 있지만 밥? 밥을 해라고? 할아버지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시나...’“할아버지, 저.”아람은 머뭇거리며 눈빛을 반짝였다. 머릿속에서 말을 조직하고 있을 때 윤유성이 갑자기 다가왔다. 입꼬리를 올리며 어른들이 좋아하는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오늘 밤 아람 씨가 어르신 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왜요?”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은 숨을 내쉬었다.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람 씨가 오늘 우리 둘째 형에게 큰 수술을 해주었어요. 10시간 가까이 서 있었고,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기절할 뻔할 정도로 기운이 빠져 있었어요.”“뭐?”신남준은 깜짝 놀라 몸을 기울였다. 경주도 당황하여 마음이 아팠다.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방금 큰 수술을 했어? 그래서 피곤해 보이고 아픈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구나.’경주는 이를 악물더니 입술을 살짝 벌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왜 망설이는 거야? 왜 머뭇거리는 거야?’“그래서 아람 씨를 데리고 집에 가려고요. 저희 집이 아람 씨 집 뒤에 있어서 같이 갈 수 있어요.”윤유성은 아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손을 대지는 않았다. 신씨 가문 앞에서 신사의 품격을 보여주었다.“어르신, 아람 씨를 좋아하고 아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신 사장님과 이미 이혼했는데, 어르신 집에서 신 사장님과 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람을 아끼신다면 아람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해야 해요.”이 말은 겸손하지 않고 침착했다. 하지만 신남준은 화가 났다. 경주마저도 눈빛에 분노가 가득했다.‘어느 후배가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해? 건방져!’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반박하려고 하자 아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성 씨. 할아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
아람은 걸어오는 유희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마치 귀신에게 정기를 빼앗긴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아이고, 이 사장님. 무슨 일이야? 어젯밤 방에서 사랑만 나누었어?”아람은 참지 못하고 놀렸다.“나, 하, 그만 얘기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가 어떻게 말해. 아람 앞에서 친오빠를 욕하면 경주도 영향을 받잖아. 사돈 친척은 이러면 안 돼.’아람은 유희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말하기 난감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먹을래? 먹으면 네 것까지 만들게.”경주는 돌아서서 유희를 보며 요리를 했다.“입맛이 없어. 안 먹어.”유희는 냉장고로 걸어가 무심코 얼음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비틀어 원샷을 했다. 그리고 빈 병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람아, 경주야. 나 오늘 효정과 혼인신고 할 거야.”아람과 경주는 깜짝 놀랐다.“뭐? 오늘?”“응, 오늘.”유희의 눈빛은 불타올랐고 목소리는 쉬었다.“생각해 봤는데, 계속 미루면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족들이 동의하든 말든 먼저 효정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혼인신고를 하면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야.”“효정은 나 이유희의 정정당당한 아내이고, 이씨 그룹의 사모님이야. 할아버지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내가 이씨 그룹의 권력을 가지면 효정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 거야. 효정은 내 결정을 이해해 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프라이팬 위에 있는 계란을 뒤집는 것도 잊어버려 타버렸다.“경주야, 내 신분증이 엄마한테 있어. 좀 있다 가지러 갈 거야. 효정의 신분증은 오늘 가져올 수 있어?”“이유희,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오늘 좀 이상해.”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난 그저 효정과 결혼하고 싶을 뿐이야. 무슨 표정이야. 환호하고 응원해 줘야지.”유희는 초조해서 눈썹을 찌푸렸다.“유희야. 효정과 사귄 지 꽤 됐잖아. 전에는 침착하더니 왜 갑자기 이래?”경주는 불을 끄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신분증이 신광
유희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온다. 효정의 꿈을 방해할까 봐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들어갔다. 넓고 편안한 침대 위에서 효정은 가느다란 작은 몸을 이불 속에 웅크려 작은 머리만 드러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느슨하게 풀려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스친 선명한 먹선 같았다.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효정의 잠든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한때 바람둥이이던 유희는 이제 오직 효정만을 바라보고 있다.“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유희의 거친 손끝이 효정의 예쁜 얼굴과 앵두 같은 입술, 예쁜 쇠골을 계속 만졌다.“이 세상에 널 그리워하는 남자는 나뿐인 줄 알았어. 이제 보내 우리 와이프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앞으로는 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겠네.”“만약 누군가가 널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 그거 알아? 오늘 밤 일을 듣고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이 네 새언니의 친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자루를 씌워서 때렸을 거야!”유희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효정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가볍게 낑낑거렸다. 당황한 유희는 효정을 깨울까 봐 급히 손을 거두었다. 바로 이때, 효정이 몸을 뒤집고 이불을 걷어차면서 뜨거운 몸을 드러냈다.비록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잠버릇이 안 좋아 치마가 엉망이었다. 하얀 어깨와 작고 귀여운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며 잠을 잤다. 유희의 눈은 점점 욕망이 찼고 참고 있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음, 정말 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효정은 잠꼬대를 했다. 조용한 방에서 유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효정아, 나한테 묻는 거 아니잖아. 누구한테 묻는 거야?’“도현 오빠.”유희의 몸이 순간 뜨거워 나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러자 유희는 큰 몸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며 사납고 악랄하게 효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이 충격으로 효
하지만 아람은 유성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이다. 아람을 망쳐버릴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압박이 느껴졌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유성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며 살벌한 기운을 발산했다. 마치 진옥의 끝에서 악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연구소에서 지금 사람을 즉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혹시, 하나 보내주실 수 있어요?”[네? 그건 왜요?]남자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설마 자신에게 주사하려는 건 아니죠? 윤 사장님은 정말 겁도 없네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주사한 게 아직도 부족해요? 그 약은 아직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매우 위험해요.”“알아요.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 약에 모든 것을 걸 거예요.”유성의 눈이 충혈되며 이성마저 무너지고 있다.[어휴,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면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그저 여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남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지금 당신은 구아람 눈에서 최악이에요. 만약 사고가 생기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저한테 쓰지 않아요.”[그래요?]“동정심과 죄책감은 인간 본성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약점이에요.”유성의 눈빛은 어두웠다.“아람은 착한 여자예요. 평상 저한테 빚을 지게 할 거예요. 이래야 제가 아람을 곁에 둘 수 있어요.”...이야기를 나눈 후 아람과 경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유희는 이 시간에 효정이 이미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서재로 향해 밀린 공무를 처리하고 잘 생각이었다. 유희는 변했다. 예전에 지구가 파괴되어도 유희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그룹 업무를 다 하기 전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효정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이다.“도련님.”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희는 뒤를 돌아보았다.“아직 안 잤어? 날 신경 쓰지 말고 효정을 지켜. 혹시 목이 말라서 깨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
유희도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욕망이 불타오르며 오늘 밤 효정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지 생각을 마쳤다.“이 변태야!”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팔꿈치로 경주의 갈비뼈를 힘껏 때렸다. 세 사람은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이 시간 효정은 이미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정연은 효정을 챙겨주고 아람과 경주, 유희에게 차를 준비해 주었다. 유희를 바라보며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아직 보고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본가에 갔었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하셨다. 말투는 나지막하고 죄책감이 가득 찼다.“경주야, 아람아. 우선 먼저 사과하고 싶어. 할아버지가 결국 이소희를 꺼냈어.”이 이름을 듣자 경주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니야. 열흘 정도 구속되면 풀려날 거야. 이미 예상했어.”아람은 감정 기복이 없었고 오히려 침착했다.“하지만 풀려도 이소희가 국내에서 이미 얼굴을 들지 못할 거야. 스캔들 때문에 명예를 완전히 잃을 거야.”“이소희 그 계집애의 얼굴을 내밀고 불빛 아래 서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던 꿈은 완전히 깨졌어. 이씨 가문 출신이라도 이미 공식적으로 차단 되었어.”“공식 생사, 방송국, 심지어 라이브에도 나타나면 안 돼.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어. 성주에서 악명이 높은 두 여자, 진주랑 이소희. 둘 다 오래도록 유명해질 거야.” “부족해. 너무 부족해.”경주의 눈에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듯 분노의 불김이 잠재웠다. 손에 힘을 주자 아람의 손까지 아프게 했다.“아람에게 준 상처는 목숨으로 죄를 치러도 과분하지 않아. 이런 벌은 너무 부족해. 법이 이소희를 풀어주었다고 해도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이소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람의 가슴이 잔잔히 떨리며 경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졌다.“어휴, 경주야, 넌 나설 기회도 없을 거야. 내가 이미 보내버렸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찌푸렸다.“할
도현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곧바로 분위기를 살벌하게 했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긴장했다. ‘유희 오빠는 효정이만 부를 수 있는 애칭인데,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렇게 불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까지 쳐들어왔어?’“오빠, 아직 안 갔어?”대치를 할 때 아람과 경주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날카로운 아람은 두 남자가 상대하는 모습을 보자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봤다.“아, 내가 문을 못 열었어. 마침 유희 도련님이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지금 갈 거야.”도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람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람아, 오빠가 바쁜 일정을 마치면 같이 여행이나 가자. 맨날 같은 남자랑 붙어있지 마. 심심하잖아.”경주는 말문이 막혔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친오빠라는 것도 알지만 질투하기 시작했다. 도현이 떠난 후에도 유희는 침착하지 못하고 경계했다. 집에 없는 동안 도현이 효정을 만났고,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유희야,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경주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유희는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내가 오빠보고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어. 너한테 미리 말하지 못했네.”아람처럼 예리한 사람은 바로 유희의 마음을 알아채고 주동적으로 사과했다.“넌 경주랑 친구잖아. 하지만 여긴 너와 효정의 집이야. 우린 잠깐 있는 건데, 외부인을 들여보낸 건 확실히 실례였어.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게.”경주는 깜짝 놀라 아람의 허리를 안고 급히 유희 대신 해명했다.“아람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유희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흔들었다.“형수님, 그런 말을 하는 건 날 깎아내리는 거잖아. 네가 와서 지내는 건 나도 기쁘고 경주도 기뻐. 우리 와이프도 좋아해. 네가 온 후로 효정의 기분이 엄청 좋아. 말도 많아졌어. 너희들이 쭉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난 절대 반대하지 않아!”아람은 경주의 품에 안기며 다정하게 눈을 마주쳤다.“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