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WORLD 호텔.사무실 안, ‘분주한’ 구아람은 게임을 하고 있었고, 전기톱을 든 그녀의 캐릭터는 생존자를 향해 공포스러운 추격을 전개했다.탁자 위에는 맥주와 치킨이 놓여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게임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최고의 프랑스 음식이든 일식이든 중식이든, 모두 바비큐나 불고기, 그리고 치맥과 비교할 수 없었다.구아람은 문득 신경주와 결혼한 그 3년, 그녀는 연기 알레르기의 고통을 참으며 주방에서 사시사철 마스크를 쓰고 그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녀의 셋째 새엄마는 구 회장에게 시집을 간 뒤, 연예계에서 은퇴하여 가정 주부로 일하며 좋은 요리 솜씨를 연마하여 구 회장의 위를 단단히 잡았다. 그때의 구아람도 자신이 그렇게 노력하면, 신경주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고, 그럼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를 위해 구아람은 또 몰래 성주의 최고 기술학교에 가서 요리를 연수했다. 요리반에서 그녀는 혈기가 왕성한 남자들 중, 유일한 여자였다.마지막에 학업을 마치자, 그녀의 기술은 선생님보다 더 훌륭했고, 선생님은 심지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모시고 싶었다. 그는 구아람이 요 몇 년 동안 가르쳐준 학생들 중, 가장 희망이 있는 아이라며 가문을 빛내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그러나 결국, 구아람은 신경주의 위를 잡아도 그의 마음을 전혀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더군다나 그 남자는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많지 않은데다, 먹은 그 몇 번도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았다.누가 번번이 자신의 희망이 허사가 되는 기분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날을 그녀는 3년이나 버텼다.구아람은 답답한 나음에 치킨을 움켜쥐고 세게 한 입 깨물었고,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신경주의 목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도 그녀는 더 이상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 세상에 정말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전당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난 제일 먼저 사랑을 팔아버릴 거야
저녁 무렵, 구윤의 차 번호가 9999인 롤스로이스는 제시간에 호텔 대문 밖에 세워졌고, 나타나자마자 주위의 부러운 눈길을 끌었다.그리고 볼품없는 구석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잠복해 있었다.뒷좌석에 앉은 신경주는 얇은 입술이 굳게 닫힌 채 매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는 그 롤스로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소아는 임수해와 함께 나왔다.오늘의 전처는 옷차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사실 그녀는 전에 등장할 때마다 아름답고 도도했지만, 대부분 고급스러운 양복이나 하이힐, 붉은 입술을 하고 있어 짜릿할 정도로 아름다웠다.그러나 지금의 백소아는 정교한 작은 얼굴에 가벼운 화장을 하고 있었고, 새까만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져 있었으며, 황금비율의 아름다운 몸은 파란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치마의 재단은 너무 훌륭했는데, 그녀의 허리를 돋보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치맛자락은 하늘하늘 더욱 그녀의 몸매를 아리땁게 그려냈다.신경주는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마음속에 한 가닥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분명히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한 복장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용모와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결혼한 3년 동안, 그녀는 단조로운 하얀 치마와 흰 운동화만 신었다.그도 구윤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줄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자신과 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렇게까지 참아야 했을까?불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신경주가 여자에게 잘해 줄 능력이 없다고 느끼게 하려는 것일까?전처가 구윤의 차에 타는 것을 빤히 보면서 신경주는 팽팽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따라가!”……롤스로이스는 해문으로 향했다.차에서 구아람은 오뚝한 코를 치켜들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구만복에게 준비한 재무보고와 일련의 업무 확장 계획서를 꺼내 구연에게 건네주었다.“오빠, 나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어요. 이 두 달 동안 내 성과 어때요? 대단하죠?”구윤은 왼손으로 보고서를 보며 오른손은 그녀의 머리를 애지중지 쓰다듬었다
롤스로이스는 해장원의 고색창연하고 우뚝 솟은 대문으로 들어갔다.그들이 들어가자마자 하인들은 기뻐서 뛰어다니며 소식을 전했다.“아가씨 돌아오셨습니다!”구아람과 구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사는 하인들을 데리고 양측에 서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아가씨 돌아오셨습니까!”“아가씨 복 많이 받으세요!”‘왜 새해 인사를 하는 거지? 아예 내가 하늘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하지 그래!’“아람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구아람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둘째 새엄마 유민지가 단발머리에 보라색 리본 스카프를 맨 실크 셔츠, 그리고 검은색 와이드 팬츠를 입은 늘씬하고 수려하며 슈퍼모델과 같은 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바로 구만복의 마지막이자 가장 어린 부인인 강소라였다.“민지 이모, 소라 이모.”구아람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앞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그녀들과 포옹했다.구윤은 이 장면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입꼬리를 치켜세웠고, 마음속으로는 만감이 교차했다.구씨 가문은 해문의 제1호족으로서 그 가족 구성과 인간관계가 상당히 복잡하였다. 그 당시 이 세 명의 부인이 집안에 들어왔을 때, 특히 그보다 여덟 살 밖에 안 큰 이 새엄마 강소라가 들어올 때, 구씨 집안은 거의 뒤집어졌다.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구아람은 그녀의 넷째 오빠를 따라 집안을 떠나 국경 없는 의사가 되어 많은 시간을 떠돌았다.그 후, 이 세 여자가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서 구아람의 마음을 조금씩 돌렸고, 또 구윤이 그녀에게 세 부인의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녀는 비로소 마음의 매듭을 풀고, 그녀들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았다.게다가, 원망하려고 해도 그녀의 아빠를 원망해야 했다!“아람아, 너 살 빠졌어…….”강소라는 솔직한 성격이라 있는 대로 말을 했기에 아예 구윤을 탓하기 시작했다.“구 대표, 만약 너무 바빠서 우리 아람이 돌볼 틈이 없다면 솔직하게 말해야지. 아람이를 집으로 보내면 우리가 잘 돌볼 텐
말을 마치자 한무는 또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얼른 퉤퉤하며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신경주는 안색이 침침했고, 밤보다 더 어두운 눈동자에는 구씨 집안의 등불이 환하게 비쳤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환성과 웃음소리는 마치 심장을 한겨울 호수에 잠긴 것처럼 차갑고 처량한 한기가 온몸에 퍼졌다.백소아는 구윤의 여자친구로서 구씨 집안의 환영을 무척 받는 것 같았다.처음에 신경주는 구씨 집안의 인간 관계가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구만복은 고인이 된 부인을 제외하고 또 세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비록 모두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구씨 집안을 위해 아이를 낳았고, 명분은 없지만 지위가 있었다.백소아가 구씨 집안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 세 부인이 바로 넘기 힘든 산이었으니 그녀의 처지는 틀림없이 매우 어려울 것이고, 그녀도 이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구아람이 그들과 이렇게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줄이야. 신경주는 이렇게 멀리 서 있어도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구씨 집안 사람들은 대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 것일까…….여기까지 생각하자 신경주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고, 마음은 전례 없는 답답함으로 가득 차서 숨을 쉴 수 없었다.“너한테 담배 있어? 한 대 피우고 싶은데.”……“구 회장! 나 왔어요!” 구아람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왜 이제야 온 거야? 나 배고파서 토하는 줄 알았어!”구만복은 푸념을 하면서 구진과 함께 총총히 걸어왔다.“어머, 오늘 꽤 차려입으셨네. 구 회장, 이렇게 차려입고 뭐 하려고요? 구씨네 남자들이랑 누가 잘생겼나 비교하려고?” 구아람은 웃으며 아버지를 훑어보았다.오늘 밤 구만복은 양복 조끼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옷자락에는 금사슬이 달린 시계를 걸치고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히 뚜렷하고 잘생겨서 마치 그 옛날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자 집 나리와 같았다.“비교해? 내가 그런 사람이야?”구만복은 눈썹을 들었다.“네 아버지는 아무렇게
세상에! 구만복처럼 자기 아들이 죽길 바라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백정인은 눈을 반쯤 감고 차갑게 눈썹을 치켜세웠다.“저의 이 천한 목숨은 당연히 아버지를 위해 잘 남겨 두어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아버지 호흡 호스 뽑을 때, 전 정말 형들이 손을 대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마지막으로 가시는 길에 그래도 저란 불효자에게 기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이 자식이 지금 뭐 라는 거야?! 확 그냥!”구만복은 크게 화를 내며 봉 집사에게 지팡이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면서 발에 있는 구두를 벗어 백정인의 그 사악하고 웃고 있는 얼굴에 던지고 싶었다.구윤과 구진은 한바탕 말렸고, 유민지와 강소라도 좋은 말을 하며 설득했지만 여전히 구만복의 분노를 꺾을 수 없었다.이때, 물처럼 부드러운 소리가 가볍게 들려왔다.“그…… 채소가 다 되었는데, 지금 식사를 시작할까요?”왁자지껄한 사람들은 조용해지더니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셋째 부인인 차유진은 가녀린 허리에 앞치마, 그리고 손에 주걱을 들고 있었고, 섬세한 피부는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꼬르륵…… 이때 구만복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얼른 밥 먹자! 배불리 먹어야 나도 널 때릴 힘이 있지!”모두들 한숨을 돌리고 분분히 구만복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정인아, 너 방금 농담이 좀 심했어. 아버지는 비록 마음이 넓은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그렇게 하면 못 써.”구윤은 의미심장하게 백정인을 바라보았다.“누가 농담이라고 했지? 난 진심인데.” 백정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백정인.” 구윤은 갑자기 안색이 급변하더니 눈빛은 찬바람처럼 차가웠다.“쳇,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건데. 아버지가 먼저 내 영정사진을 만들겠다고 저주했잖아, 나도 홧김에 말을 그렇게 한 거야…… 그래, 알았어, 말하지 말라면 안 할게. 형님도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 정말 저녁에 악몽을 꿀 수 있어.”백정인은 숨을 들이마시
구아람은 가슴이 찡했고, 눈빛에는 슬픈 감정이 나타났다.“나야 당연히 매일 엄마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오빠,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우리는 그녀의 아이로서 점점 성숙해지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우리는 구씨 집안의 자식이고, 구씨 집안의 모든 것을 지켜야 하니까요. 살아있는 사람은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어요.”“너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 나는 추억 속에 빠져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야. 너희들은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이곳은, 이미 나의 집이 아니야.”두 남매의 억눌린 침묵이 흘렀다.“됐어, 아람아, 기분 나빠하지 마.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이 오빠는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백정인은 구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얼른 그녀를 껴안고 부드러운 말투로 달랬다.“이 얘긴 그만하자. 내가 재미있는 일 알려줄게. 지금 문 밖에 신경주가 와 있어.”“뭐라고요?!”구아람은 심장이 펄쩍 뛰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모두들 깜짝 놀랐다.구만복은 눈살을 찌푸리며 원망했다.“이 계집애 또 왜 이래? 귀신에 홀렸어?”“귀신에 홀린 게 아니라 제가 방금 아람에게 귀신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하하, 그녀가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네요.”백정인은 히죽히죽 웃으며 그녀를 잡고 자리에 앉혔다.“이런 농담하지 마요! 이 일은 귀신 이야기보다 더 무섭다고요!”구아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밖에 나가서 확인해 봐. 그는 아직도 거기에 서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안심해, 그 개자식은 아직 너의 정체를 모를 거야. 아마 너와 큰형의 차를 따라 왔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구아람의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흔들렸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카드를 젖히듯 천천히 휴대전화를 뒤집었다.더 익숙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그 전화번호가 뜨자, 구아람은 숨이 멎어 바로 끊어버렸다.그러나 다음 순간, 신경주는 또 다시 전화를 걸었다.구아람은 이 남자가 오늘 밤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신경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날 놓아줄 건데요?!”구아람은 놀라서 식은땀이 났고 이를 악물고 노발대발하며 물었다.“당신 이렇게 몰래 나 미행하는 거 매우 소질 없는 거 알아요? 당신이 얻어맞은 일, 난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이미 임 비서를 보냈는데,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예요?!”“너 합의하자며? 합의할 기회 줄게.”신경주는 침착하게 숨을 쉬었고, 말소리는 약간 떨렸다.“네가 나와서 나를 만나면, 네 오빠가 나에게 한 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게.”“당신!” 구아람은 화가 나서 숨을 들이켰다.‘이 제멋대로 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말 신경주라고? 정신 나간 거 아니야!’“좋아요, 만나러 갈게요, 하지만 당신도 말한 대로 합의에 동의하길 바라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화가 난 채 전화를 끊었다.구아람이 떠나자 봉 집사는 유민지를 한쪽으로 불렀다.“둘째 사모님, 문밖에는 차 번호가 7777이란 마이바흐가 세워져 있는데, 이미 저희 정원밖에 오랫동안 세워져 있었습니다.그리고 양복을 입은 두 남자도 차 옆에 오랫동안 서서 저희 별장 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습니다. 무슨 위험한 인물은 아닐까요? 제가 보안 경보를 작동시킬까요?”유민지는 가는 눈썹이 가라앉더니 생각하며 말했다.“일단 아무것도 하지 마. 구 회장에게도 알리지 말고. 내가 처리할게.”“예, 둘째 사모님.” 봉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떠났다.유민지는 즉시 차유진과 강소라를 불러 복도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셋째, 넷째, 오늘 저녁에 우리 큰 건 하나 해야겠어.”“큰 건?” 차유진은 맑은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영문을 몰랐다.“언니, 빨리 말해요, 애태우지 말고.” 강소라는 성질이 급해서 바로 물었다.“신경주 그 천벌 받을 자식이 왔어. 지금 우리 집 앞에 있고. 아마 아람이를 찾아왔을 거야.” 유민지는 목소리를 낮추었고 눈빛은 매서웠다.“뭐라고요?! 그 양심도 없는 자식이 감히 여길 찾아왔다니? 이런 젠장, 내가 가서 망둥이 가져올게요!”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다~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신경주는 확실히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이는 그에게 있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에 군대에 있을 때, 그는 하루 종일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어야 했으니 이렇게 몇 시간 동안 서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는 단지, 마음속으로 줄곧 불안해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백소아가 또 갑자기 변덕을 부릴까 봐, 자신을 만나러 나오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럼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억지로 들어가야 할까? 하지만 여긴 구씨 집안이었다.그리고 그는 또 어떤 명분으로 구씨 집안의 문을 두드려야 할까?신경주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신경주의 까마귀 깃털 같은 속눈썹이 떨리더니, 그는 가슴이 답답하여 담뱃갑의 마지막 담배 하나를 쏟아냈다.그가 얇은 입술 사이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하이힐의 소리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신경주.”그는 갑자기 심장이 뛰며 눈을 들어 눈 앞을 바라보았고, 무표정하고 빙하처럼 차가운 안색을 하고 있는 전처를 보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가볍게 떨더니 담뱃재를 떨어뜨렸다.구아람은 눈을 드리우며 재빠르게 남자의 발밑을 훑어보았다.담배꽁초가 바닥에 이리저리 떨어진 것을 보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담배 끊지 않았어요? 지금 뭐 하는 거죠?”“너무 오래 기다려서.”담뱃불이 떨어지자 신경주는 담배꽁초를 급히 끈 다음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허, 또 내 탓하려고요? 그러든지요, 어차피 신 사장은 억울한 사람을 모함하기 좋아하잖아요.” 구아람은 차갑게 비꼬며 웃었다.“백소아.” 신경주는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을 꽉 쥐었고 목소리는 짙은 담배 연기에 사레가 들려 쉬었다.“난 당신을 만나러 나왔으니 당신도 목적을 달성한 셈이죠. 그러니 신 사장도 약속대로 우리 오빠 찾아가지 마요.나는 아직 일이 있어서 바로 돌아가야 해요. 그리고 신 사장은 갈 때 이곳의 담배꽁초를 좀 주웠으면 해요. 해문이라는 이 아름다운 도시를 더럽히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