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총에서 나온 총알은 백정인의 몸에 떨어지지 않았다.“으윽…… 아파…….”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난 구아람은 몸을 날려 백정인을 단단히 안았고, 그 강철 구슬로 만든 총알도 따라서 그녀의 왼쪽 어깨를 맞혔다!비록 진짜 총알은 아니지만, 그 위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구아람은 아파서 깨끗한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꿋꿋하게 백정인을 꼭 껴안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손을 놓지 않았다.신경주는 놀라서 동공이 맹렬하게 흔들렸다. 마치 고층건물에서 발을 헛디딘 것처럼 심장에서 전해오는 고통을 안고 뛰어내린 것 같았다!그는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이런 통증들은 백소아가 이 남자를 위해 총을 막는 그 순간의 충격보다 못했다.그의 아내, 비록 전처라도, 그녀의 남편이었던 사람이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먼저 그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죽이려는 그 살인범을 보호하려 했다!‘백소아,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남의 편을 들어도 한도가 있어야지, 너 지금 살인범을 두둔하는 거잖아!’“아람아!”백정인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큰 손으로 구아람의 흔들리는 어깨를 붙잡았다. 이때 다시 손바닥을 벌리니, 그의 손에는 비린내 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그는 숨을 들이쉬었고, 한은 가슴으로 퍼지더니 마치 칼로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다.“이…… 유…… 희! 너 죽여버릴 거야!”이유희도 철저히 멍해졌고, 손에 든 모조총은 땅에 떨어졌다.백소아가 달려든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는 전혀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 총을 쏠 수 있었겠는가?“오빠…….”구아람은 힘없이 그의 품에 기대어 이를 악물고 말했다.“만약…… 아직도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싶다면…… 당장 여기서 사라져요! 그렇지 않으면 난 평생 오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근데 아람아…….”구아람은 핏빛으로 된 고운 눈을 부릅뜨며 두말하지 않고 모질게 백정인을 밀어냈다.백정인은 가슴이 아팠다.
‘뭐!’‘이유희!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구아람은 마음속으로 어이 없어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이 도련님, 오늘 농담을 꽤 많이 한 것 같네요.”“이건 농담이 아니에요, 소아 씨, 진심이라고요!”이유희는 잠시 흥분되어 뜨겁고 큰 손으로 구아람의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날렵하게 뒤로 물러나 피했다.“이 도련님,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오늘 낮에 난 말을 분명하게 했죠. 지금 굳이 내가 말을 듣기 싫게 하고 당신의 마음을 다치게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건가요?”“소아 씨가 나 거절했다는 거 알아요.”이유희는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소아 씨가 지금 구윤의 사람이란 것을 잘 알고 있고요.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요. 소아 씨, 만약 당신이 고개를 돌린다면, 난 영원히 당신의 뒤에 있을 거예요. 날 갖고 어장관리하든, 첩으로 만들든 상관없어요!”‘첩은 무슨! 내가 구 회장인 줄 알아?!’그러나 이 남자의 긴 눈동자는 확실히 보기 좋았다. 특히 지금 근심과 애정을 품고 있어 사람을 더욱 매혹했다. ‘어쩐지 여자들이 빠져들더라니.’안타깝게도 구아람은 아무렇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여전히 신경주의 눈을 더 좋아했다. 짜릿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 매정하더라도 감정이 흘러넘쳤다.“참, 소아 씨, 경주를 습격한 남자는 도대체 누구죠? 그와 잘 아는 사이인가요?”이유희는 긴장해서 물었다.“작은 사모님!”구아람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환자복을 입은 한무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왜 침대에서 내려왔어요?”구아람은 급히 이유희의 곁을 스치며 걸어가서 한무를 부축했다.“비록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쓰러질 때 머리를 다쳐서 경미한 뇌진탕이 있으니 많이 쉬고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작은 사모님이 사장님을 구해 주셨죠?” 한무는 감격에 겨워 물었다.“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구아람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밀려왔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사
술기운으로 신경주는 모든 원망을 털어놓았다.그는 극도로 자율적이고 또 인내심이 있는 남자였다. 그때 전쟁터에서 두 발의 총알을 맞았어도 그는 찍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뜻밖에도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당신 지금 화가 난 이유는 내 사람이 당신을 때렸기 때문이 아니고, 내가 하마터면 총에 맞아 죽을 뻔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속였다고 생각해서 그게 마음이 안 든 건가요?” 구아람은 가슴이 아프더니 실망을 느꼈다.신경주는 멈칫하더니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신경주 씨, 지금 우리는 이미 헤어졌는데, 왜 또 하필 이런 무의미한 것들을 따지려는 거죠?”구아람은 싸늘하게 웃었다.“당신이 화가 난 이유는 단지 당신에게 속했던 것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서, 사랑을 받다 무시당하는 느낌을 싫어하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것뿐이죠.당신의 몸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시간을 다그쳐 배상에 대해 이야기하죠.”“합의하고 싶다고? 그래.”신경주는 눈을 감고 다시 뜨니 살기가 묻어났다.“그 남자가 누군지, 너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말하면 난 합의하는 것에 동의하지.”“그건 안 돼요.” 구아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넌 구윤을 떠나고, 앞으로 구씨 집안과 관계를 끊으면, 나도 합의에 동의할 수 있어.”“허, 꿈이나 꿔요.” ‘정말 뻔뻔해!’구아람의 앵두 같은 입술이 열리자, 그녀는 도리에 어긋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사람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신경주는 고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술이 깨지 않았기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 그는 그녀가 너무 아름답고 매혹적이라는 것만 느꼈다.그는 재벌 가문 출신으로 자신이 쉽게 여자에게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하지만 지금은……“됐어요, 당신이 성의가 없는 이상, 나도 내 비서를 찾아 이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네요. 먼저 갈 테니까 푹 쉬어요.”순간, 구아람은 눈앞이 세차게
신경주는 빨갛게 물든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두통이 엄습하는 동시에 취기도 모두 사라졌다.그는 여태껏 먼저 여자에게 키스한 적이 없었다.키스도 단 두 번밖에 하지 않았는데, 모두 김은주가 먼저 다가왔고, 그도 단지 그녀의 입가에 뽀뽀를 했을 뿐이었다.그러나 이번에 그가 백소아를 키스하다니, 마치 사자를 풀어놓은 것처럼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여자의 입술을 원했다.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오늘 밤 너무 많이 마셔서 줄곧 정신을 못 차렸어.”신경주는 힘없이 몸을 뒤로 젖히며 시큰시큰한 눈썹을 문질렀다.“앞으로 이렇게 마시면 안 될 거 같아.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개뿔! 너 지금 술주정 부리고 있는 거야! 우리 소아 씨한테 억지로 키스를 하다니! 너 정말 파렴치하군!”이유희는 주먹을 쥐고 화가 나서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신경주가 다치지 않았으면 이유희는 정말 그에게 마대를 씌워 시원하게 그를 때리고 싶었다!독한 술의 자극으로 통제력을 잃었다니.’그러나 그는 전처의 입술이 자신과 닿는 순간, 그 상큼한 맛은 뜻밖에도 그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나 피곤하니까 나가.” 신경주는 초조해지며 가볍게 침을 삼켰다.“너 정말 양심이 없구나, 이런 짓을 하고 싶어도 상황을 가렸어야지! 소아 씨 지금 상처를 입어 몇 바늘이나 꿰맸는데, 너 어떻게 그녀가 다친 틈을 타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니?!”이유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아까워하며 울분을 토했다.신경주는 멈칫하더니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구아람은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을 정리한 다음, 또 찬물로 뜨겁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반복적으로 씻고서야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나왔다.물빛이 자욱한 아름다운 눈동자는 지금 설렘과 분노로 가득 했다.‘이혼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키스할 수 있지?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야?’정말 너무 가증스러웠다!“아람아!”이때 키가 크고 늘씬한 그림자가 총총히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아람아! 미안해…… 큰 오빠가 늦게
구아람은 구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오늘 밤 둘째 오빠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 때, 신경주가 다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이제 겨우 몇 시간이 지났다고 태도가 변한 거예요?”“이야! 구진 형이 고자질했구나! 정말 잘났어!”백정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진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이따 아주 다리를 찢어버릴 거야!”“야, 너 형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정말 위아래가 없어! 아람아, 너 참지 마. 이 사람은 매를 덜 맞았으니 너도 아주 단단히 혼을 내줘야 해!” 그들을 말릴 수 없는 이상 구진은 아예 포기했다!어차피 백정인은 오늘 밤 죽었고, 그는 여전히 백 살까지 살고 싶었다.“정인 오빠! 둘째 오빠 말할 자격이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건가요?!” 구아람은 화가 나서 눈썹을 곤두세웠다.“내가 뭘 잘못했지? 나 백정인은 친여동생을 위해 그 신경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는데,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백정인은 목을 꼿꼿이 세우며 불복했다.“정말 괘씸해요!”구아람은 화가 나서 소파 팔걸이를 세게 두드렸는데, 힘을 너무 줘서 어깨의 상처를 건드렸고 아파서 그녀는 가볍게 신음을 하며 온몸을 움츠렸다.“왜 그래 아람아?!”“아람아, 괜찮아?! 나 놀래지 마!”“아가씨, 괜찮으세요?! 제가 지금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게요!”구윤, 구진, 임수해 그리고 백정인 이 네 명의 남자는 순식간에 구아람을 관심하더니 일제히 그녀를 에워싸고 쩔쩔맸다.백정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의 가슴에 얹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람아! 방금 상처 건드려서 아픈 거지? 다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날 때리든 욕하든 마음대로 해!”“이번에…… 잘못했다는 거 알겠어요?” 구아람은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아파서 땀을 뻘뻘 흘렸다.“난…….”백정인은 친여동생이 몸을 던져 자신을 위해 총을 막는 장면을 생각하고, 후회 때문에 호흡마저 아팠다.“아람아…… 나도 단지 네가 너무
기자 회견으로 진주가 신효린을 위해 다년간 포장해온 재벌 집 아가씨의 이미지가 무너졌다.그날 저녁, 신효린은 기진맥진해졌고, 거의 하인에게 장원으로 들려갔다.“흑흑…… 엄마…… 꼭 날 위해 복수 해줘요! 나 정말 너무 답답하단 말이에요!”신효린은 아무런 이미지를 돌보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지금 인터넷에서 모두 나를 욕하고 있으니 나 창피해서 어떡해요!”“복수? 어떻게 복수하자는 거지? 내가 가서 신경주의 뺨을 때릴 수 있겠어, 아니면 그를 회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이 머리도 없는 너한테 양보할 수 있겠어?!진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가리켰다.“너 떠나기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반드시 내가 너에게 준 연설고를 그대로 외워야 한다고, 절대로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얼로 나와서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근데 넌 어떻게 했지? 내 계획을 전부 망쳤어. 너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너 자신 때문인데, 지금 내 앞에 와서 울다니! 울면 뭐해?! 네 아버지조차도 네가 꼴보기 싫단다!”“엄마…… 잘못했어요……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다시는 안 그럴 게요!”신효린은 징징거리며 진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흔들었다.“엄마…… 이번 일은 신경주와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장본인은 분명히 백소아 그 천한 년일 거예요!만약 그녀가 가만히 있었다면, 난 또 어떻게 이 지경으로 됐을까!”“백소아는 반드시 해치워야 하지.”진주는 길고 매혹적인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눈빛은 무척 음흉했다.“어르신 생신도 곧 다가오잖아. 나는 이미 백소아를 망신당하게 하고 널 위해 복수할 수 있도록 궁리하고 있어!”“엄마! 어떻게 하실 거예요?!” 신효린은 코를 훌쩍였다.“백소아를 해치운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안색을 되찾았다.진주는 두 팔을 안으며 냉소했다.“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야.”이때, 신효린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끽 소리를 질렀고, 진주는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
남자는 무덤덤하게 받아서 살펴보기 시작했다.신경주는 그날 밤 그 남자와 맞붙으며, 그의 솜씨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는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매는 매우 낯이 익어서 신경주는 틀림없이 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신경주도 사관학교를 다녔기에 수사와 관찰능력이 아주 강했다. 그는 손으로 사진 속 학생들의 얼굴을 가리고 기억속의 모습과 대조하기 시작했다.얼마가 지났는지 신경주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벌떡 일어났고, 한무는 깜짝 놀랐다.“사장님, 뭔가를 발견하신 겁니까?”“그였어…….”사진 속 남자는 늠름한 군복을 입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아래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정인.“백소아…… 백정인…… 어쩐지 그가 소아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 했더라니…… 그런 거였어!”이 백정인에 대해 신경주는 인상이 너무 깊었다.사관학교에 다니던 시절, 두 사람은 그야말로 학교를 휘젓고 다닌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백정인뿐이었다.후에 그들은 졸업하면서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백정인도 소식 없이 사라졌다.신경주는 눈빛을 반짝였다. 살인자의 진면목을 발견해서 흥분하기보다 백소아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점차 풀 수 있어서 그는 더욱 흥분했다.그러나 백정인에 대해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사관학교는 모든 학생들의 자료를 기밀로 간주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래도 괜찮았다. 이 사람은 그녀의 오빠이지 그녀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아니었기에 신경주도 마침내 기분이 좀 풀렸다.바로 이때 문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한무는 급히 걸어가서 문을 열었고 바로 멍해졌다.“안녕하세요, 한 비서.”문앞에는 임수해가 손에 비싼 선물을 들고 예의 바르게 웃고 있었다.“아가씨의 분부를 받고 신 사장님을 방문하러 왔는데, 신 사장님은 깨어나셨습니까?”“들어와.” 신경주는 차갑게 대답했다.한무는 입을 삐죽거리며 임수해에게 길을 내줄 수
KS WORLD 호텔.사무실 안, ‘분주한’ 구아람은 게임을 하고 있었고, 전기톱을 든 그녀의 캐릭터는 생존자를 향해 공포스러운 추격을 전개했다.탁자 위에는 맥주와 치킨이 놓여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게임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최고의 프랑스 음식이든 일식이든 중식이든, 모두 바비큐나 불고기, 그리고 치맥과 비교할 수 없었다.구아람은 문득 신경주와 결혼한 그 3년, 그녀는 연기 알레르기의 고통을 참으며 주방에서 사시사철 마스크를 쓰고 그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녀의 셋째 새엄마는 구 회장에게 시집을 간 뒤, 연예계에서 은퇴하여 가정 주부로 일하며 좋은 요리 솜씨를 연마하여 구 회장의 위를 단단히 잡았다. 그때의 구아람도 자신이 그렇게 노력하면, 신경주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고, 그럼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를 위해 구아람은 또 몰래 성주의 최고 기술학교에 가서 요리를 연수했다. 요리반에서 그녀는 혈기가 왕성한 남자들 중, 유일한 여자였다.마지막에 학업을 마치자, 그녀의 기술은 선생님보다 더 훌륭했고, 선생님은 심지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모시고 싶었다. 그는 구아람이 요 몇 년 동안 가르쳐준 학생들 중, 가장 희망이 있는 아이라며 가문을 빛내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그러나 결국, 구아람은 신경주의 위를 잡아도 그의 마음을 전혀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더군다나 그 남자는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많지 않은데다, 먹은 그 몇 번도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았다.누가 번번이 자신의 희망이 허사가 되는 기분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날을 그녀는 3년이나 버텼다.구아람은 답답한 나음에 치킨을 움켜쥐고 세게 한 입 깨물었고,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신경주의 목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도 그녀는 더 이상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 세상에 정말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전당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난 제일 먼저 사랑을 팔아버릴 거야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
유희도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욕망이 불타오르며 오늘 밤 효정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지 생각을 마쳤다.“이 변태야!”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팔꿈치로 경주의 갈비뼈를 힘껏 때렸다. 세 사람은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이 시간 효정은 이미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정연은 효정을 챙겨주고 아람과 경주, 유희에게 차를 준비해 주었다. 유희를 바라보며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아직 보고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본가에 갔었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하셨다. 말투는 나지막하고 죄책감이 가득 찼다.“경주야, 아람아. 우선 먼저 사과하고 싶어. 할아버지가 결국 이소희를 꺼냈어.”이 이름을 듣자 경주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니야. 열흘 정도 구속되면 풀려날 거야. 이미 예상했어.”아람은 감정 기복이 없었고 오히려 침착했다.“하지만 풀려도 이소희가 국내에서 이미 얼굴을 들지 못할 거야. 스캔들 때문에 명예를 완전히 잃을 거야.”“이소희 그 계집애의 얼굴을 내밀고 불빛 아래 서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던 꿈은 완전히 깨졌어. 이씨 가문 출신이라도 이미 공식적으로 차단 되었어.”“공식 생사, 방송국, 심지어 라이브에도 나타나면 안 돼.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어. 성주에서 악명이 높은 두 여자, 진주랑 이소희. 둘 다 오래도록 유명해질 거야.” “부족해. 너무 부족해.”경주의 눈에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듯 분노의 불김이 잠재웠다. 손에 힘을 주자 아람의 손까지 아프게 했다.“아람에게 준 상처는 목숨으로 죄를 치러도 과분하지 않아. 이런 벌은 너무 부족해. 법이 이소희를 풀어주었다고 해도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이소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람의 가슴이 잔잔히 떨리며 경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졌다.“어휴, 경주야, 넌 나설 기회도 없을 거야. 내가 이미 보내버렸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찌푸렸다.“할
도현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곧바로 분위기를 살벌하게 했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긴장했다. ‘유희 오빠는 효정이만 부를 수 있는 애칭인데,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렇게 불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까지 쳐들어왔어?’“오빠, 아직 안 갔어?”대치를 할 때 아람과 경주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날카로운 아람은 두 남자가 상대하는 모습을 보자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봤다.“아, 내가 문을 못 열었어. 마침 유희 도련님이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지금 갈 거야.”도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람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람아, 오빠가 바쁜 일정을 마치면 같이 여행이나 가자. 맨날 같은 남자랑 붙어있지 마. 심심하잖아.”경주는 말문이 막혔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친오빠라는 것도 알지만 질투하기 시작했다. 도현이 떠난 후에도 유희는 침착하지 못하고 경계했다. 집에 없는 동안 도현이 효정을 만났고,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유희야,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경주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유희는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내가 오빠보고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어. 너한테 미리 말하지 못했네.”아람처럼 예리한 사람은 바로 유희의 마음을 알아채고 주동적으로 사과했다.“넌 경주랑 친구잖아. 하지만 여긴 너와 효정의 집이야. 우린 잠깐 있는 건데, 외부인을 들여보낸 건 확실히 실례였어.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게.”경주는 깜짝 놀라 아람의 허리를 안고 급히 유희 대신 해명했다.“아람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유희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흔들었다.“형수님, 그런 말을 하는 건 날 깎아내리는 거잖아. 네가 와서 지내는 건 나도 기쁘고 경주도 기뻐. 우리 와이프도 좋아해. 네가 온 후로 효정의 기분이 엄청 좋아. 말도 많아졌어. 너희들이 쭉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난 절대 반대하지 않아!”아람은 경주의 품에 안기며 다정하게 눈을 마주쳤다.“이렇게
“다른 건 다 괜찮아. 엄마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아람의 말에 좀 상처받았어.”구만복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불빛 아래 비추어진 처량한 속눈썹이 촉촉해졌다.“이 혼탁한 세상에서 나 말고 누가 도연을 잘 알겠어.”“구 회장님, 아가씨는 혈기 왕성해요. 예전에 많은 일을 경험하지 못해서 잘 모를 거예요.”기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나중에 사모님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기회가 있다면, 아가씨도 회장님의 좋은 의도를 이해할 거예요.”...구만복을 배웅하고 정연은 효정을 위층으로 데려가 쉬게 했다. 아람, 경주 그리고 도현이 거식에 앉아 얘기를 했다.“아람아, 맹세해. 내가 말한 거 아니야!”도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맹세하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알아, 우리 구씨 가문 자식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경주에게 가장 적대적인 백진 오빠도 아빠를 이용해 우리에게 압박을 주지 않아. 그런 비겁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가족을 무조건 믿었다. “그동안 계속 여기 살았는데, 소식을 알고 있었으면 아빠는 진작에 찾아왔어. 무조건 누가 말을 했어. 너희들이 잘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도현은 의아한 듯 턱을 쓰다듬었다.“음, 누굴까.”“윤유성 그 나쁜 자식이겠지.”아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요즘 답답해서 경주에게 함께 산책하러 가자고 했었어. 성주에 윤유성의 사람이 많아. 우리의 행방을 발견하고 따라와서 아빠에게 일렀을 거야.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엄청 커.”유성을 의심하는 건 점점 자연스러웠다. 유성은 아람의 마음속에서 이미 나쁜 사람으로 찍혔다.“젠장, 윤유성 그 자식이 그렇게 한가해? 소질이 없네.”도현은 혀를 차며 이를 악물었다.“상관없어. 그런 수단이 좋으면 쓰라고 해. 나랑 경주가 여기 있으면 아무렇지 않아.”아람은 경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경주는 다정하게 바라보며 곁에 있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를 했다. 그녀는 키스해달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경주는 늘 적극적이었다.
저녁 식사는 놀랍도록 평화로웠다. 구만복과 아람은 마음이 통하여 아무도 서로를 불쾌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헐, 몰래 밥을 먹어?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돌아다니다 지친 도현은 배도 고파서 식탁으로 달려가 앉았다.“아람아, 넌 의리가 없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날 부르지 않아? 내가 많이 먹어도 구진 형보다 하겠어? 내가 네 밥을 뺏어 먹을까 봐 그래?”구만복과 아람은 도현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아, 널 잊었네.”...저녁 식사를 마친 구만복은 떠날 준비를 했다. 아람은 계단에 서서 구만복과 기 비서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경주는 실례를 할까 봐 구만복을 차까지 배웅했다. 차에 타기 전 구만복의 훤칠한 몸은 갑자기 멈칫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경주를 바라보았다.“득의양양하지 마. 오늘 밤 내가 남은 건 우리 딸이 보고 싶어서야. 아람과 오래 있고 싶어. 내가 널 인정하지 않았고, 용서하지도 않았어.” 경주는 자연스럽게 행동을 했지만 목은 쉬었고 씁쓸하게 느껴졌다.“알아요. 제가 너무 못난 거. 그래서 회장님의 용서를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저 저에게 아람에게 잘해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구만복은 깜짝 놀라며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신경주, 네가 아람 앞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네 일이야. 하지만 내 앞에서 깊은 애정이 있는 척할 필요 없어.”“난 가족 외에 누구한테도 차갑게 굴어. 네가 내 딸을 위해 목숨을 포기해도 싫어. 여전히 네가 싫어. 너희들 사이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결국 네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고, 그때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제 인생에서 후회되는 건 딱 한 가지예요.”경주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지며 입을 떨며 말했다.“처음부터 제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 거예요. 마지막까지 아람과 좋은 결과가 없어도 평생 지켜줄 거예요. 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요.”구만복은 경주를 한
한 시간 동안 고생한 결과,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간단한 요리는 괜찮지만 난의도가 올라가니 경주가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 보였다. 이것도 아람의 감독과 지도에 의해 만들어졌다. 경주 혼자 하면 아마 밤을 새울 것이다. 요리하느라 바쁜 경주는 이마에 땀이 맺혔고, 입고 있는 흰 셔츠도 땀에 푹 젖었다. 아람이 그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파 휴지로 땀을 닦아주며 입을 삐죽거렸다.“아빠 정말 짜증 나. 집에 셰프도 많고 능력자 연서 이모도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가득 먹을 수 있는데, 꼭 남아서 사람을 괴롭혀?”“아람아, 구 회장님과 오랜만에 만나잖아. 그리고 너도 내가 만든 음식을 구 회장님께 드리고 싶다고 했잖아.”경주는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하는 아람과 함께 요리를 하는 순간을 즐겼다. 아람은 말을 잘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워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그건 화나서 한 말이야. 아빠는 내 뜻을 알지도 못해!”“괜찮아, 아람아.”경주는 긴 팔로 아람의 허리를 끌어안고 나지막하게 위로했다.“나도 구 회장님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간단한 요리라도 좋아.”“잘 보이고 싶어?”아람은 경주의 몸에 밀착하며 코끝이 닿을락 말락 했다.“그 생각을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아빠는 고집이 세. 네가 아무리 잘 보여도 아빠는 투덜거릴 거야. 네가 잘 보일 이유도 없어. 우리 둘이 만나는 건 아빠의 의견이 필요 없어.”“켁.”구만복은 기침을 하며 두 사람의 말을 방해했다. 아람은 째려보았다.‘이 늙은이가 정말 흥을 깨네!’“허, 고생했네, 신 사장님. 아침을 차려 주는 줄 알았어.”구만복은 피식 웃더니 우아하게 앉았다.“허, 밥을 먹겠다는 건 아빠야. 강요한 사람이 없어.”아람은 비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경주는 나 말고 누구한테 직접 요리를 해준 적이 없어. 영광인 줄 알아. 투정 부리지 말고.”구만복은 말문이 막혔다. 경주도 눈썹을 찌푸리며 웃었다. 구만복과 아람의 말투와 분위기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아람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앞치마를 경주에게 둘러주고 뒤로 돌아와 묶어주었다.“그런데 우리 아빠의 입은 그동안 연서 이모의 대접을 받아서 엄청 까다롭고 식탐이 많아.”경주는 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했다.“걱정 마. 내가 옆에서 가르쳐줄게. 내 말대로 천천히 하면 맛이 없을 수가 없어.”경주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으로 끌어당기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명령대로 할게요. 우리 사령관님.”...“야야, 고기를 먼저 넣어야지, 순서가 틀렸어!”“야야! 식초를 너무 많이 넣었어!”“아, 타잖아. 빨리 뒤집어!”두 사람은 부엌에서 시끌벅적하게 요리를 하며 어수선했다. 구만복은 원래 거실에 앉아 눈을 감가 쉬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자 눈을 뜨고 저도 모르게 부엌을 바라보았다. 별장 1층에 있는 주방은 개방형 구조여서 거실과 거리는 멀지만 구만복의 위치에서 안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경주의 훤칠한 뒷모습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람은 옆에서 가르쳐주며 가끔 장난스럽게 엉덩이로 경주를 부딪치며 머리를 툭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경주는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웃었다.‘바보 같네. 아람은 도대체 신경주를 왜 좋아하는 거야!’구만복은 비록 여전히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점차 부드러워진 시선은 아람과 경주에게서 뗄 수 없었다. 순간 화목한 가족 느낌이 들었다. 이런 편한 분위기와 단순한 행복이 바로 구만복이 그토록 추구하던 것이었다.“구 회장님, 아가씨를 보세요. 얼마나 행복하게 웃고 있어요. 아가씨가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시죠?”곁에 서 있는 기 비서는 흐뭇하게 웃었다.“흥, 당당한 나 구만복이 어떻게 이런 사랑만 모르는 딸을 낳았을까. 나중에 눈물을 흘릴 거야!”구만복은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 기 비서는 웃으며 타일렀다.“사랑에 빠지면 빠졌죠. 우리 아가씨의 능력과 미모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어요. 어마어마한 재산을 매일 KS 옥상에서 뿌려도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