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린이 윤진수에게 방으로 끌려가 옷을 벗기고 성추행당했을 때 간헐적으로 의식이 있었다. 그저 힘이 없고 눈을 뜰 수 없어 저항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아린에게는 더 잔인한 일이었다.차라리 완전히 기절하거나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생각에 잠긴 아린은 눈물이 고인 눈을 뜨자 절망적인 비명을 지르며 수해의 품에 안겨 몸부림쳤다.“만지지 마, 날 만지지 마!”“아린아, 잘 봐봐, 내가 누구야?”눈물을 흘리며 수해는 아린을 꼭 껴안았다. 가슴은 무딘 칼로 잔인하게 찢어진 것 같았고 활기차고 튼튼한 심장을 날 것으로 뽑아 내고 부시는 것 같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아린의 눈빛이 반짝였다.아린은 수해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알아볼 수 없었는데 한참 지난 후 조심스럽게 불렀다.“수해, 오빠?”수해는 울컥하여 말이 안 나와 고개만 끄덕였다.“눈이 왜 그래?”아린은 수해의 피투성이가 된 눈을 보자 자신의 안위는 잊은 채 수해 걱정만 했다. 아린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화가 치솟았다. ‘왜 이 커플을 괴롭히는 거야? 무슨 잘못이 있어?’이 순간 원망과 분노는 구만복을 향했다. 윤진수도 확실히 혐오스러운 사람이었지만, 구만복이 아린을 유성에게 시집 보내지 않았더라면 윤진수는 아린에게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윤진수는 아린에게 관심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부하며 심지어 더럽게 손까지 댔다. 구씨 가문에게 의지하여 윤씨 그룹의 권력을 얻으려고 아린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빠가 모든 것을 시작했어!’“괜찮아, 나 괜찮아. 아린아, 가자. 오빠가 데려다줄게.”수해는 피가 섞인 눈물을 흘리며 그저 아린을 데려가고 싶었다. 수해가 안으려고 하자 아린은 몸부림치며 수해를 밀어냈다.“오빠, 우리 헤어지자.”수해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 아린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린아, 그런 말 하지 마. 죽어도 헤어지지 않을 거야. 싫어!”“헤어지자, 난 이미 더러워졌어.”아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는 수해의 가슴을 찢었다.“난 오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윤진수는 당황한 나머지 비명을 지르더니 순간 물웅덩이가 몸 아래로 천천히 흩어져 카펫을 적셨다. 한때 오만하고 거만했던 윤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겁에 질려 오줌을 쌌다.아람이 화를 내며 흉기를 들자, 경주는 큰 손으로 아람의 손목을 잡았다.“날 막으려는 거야?”아람은 숨을 헐떡이며 손목을 떼어내려고 애썼다.“나보고 침착하라고 하지 마. 내 동생을 괴롭혔으면, 윤정용이 와도 소용없어!”“막으려는 게 아니야. 나도 너와 같아.”경주는 숨을 쉬며 다정하게 달랬다. 경주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아람 손에 있는 파편을 잡았다.“네 손을 더럽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다칠까 봐 걱정돼.”아람은 입을 꼭 다물고 이성을 되찾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경주는 차갑게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더니 파편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가 맨손으로 파편을 가루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대박, 너무 멋있어. 카리스마가 넘쳐! 하지만 손이 안 아픈가?’경주는 담담하게 손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너를 상대하는데 왜 그렇게 귀찮게 굴어야 해? 손가락만 움직여도 네 목을 꺾고 몸을 부숴버릴 수 있어.”“신경주, 구아람. 감히 날 건드려?”윤진수는 서지 못해 바닥만 내리쳤다.“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아빠와 형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희들 죽었어!”“정말 잘됐네, 예전부터 윤씨 가문이 싫었어. 마침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아람은 이를 악물며 날카로운 힐로 윤진수의 손을 밟았다. 마치 손등에 못을 받은 듯 세게 밟아 윤진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이제 직접 건드리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어? 다음에는 윤민주야. 누구도 도망칠 수 없어!”‘윤민주? 설마 은밀하게 계획한 것을 알아냈어?’윤진수는 경주와 아람에게 맞는 것보다 결혼을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열심히 변명했다.“구아람, 왜 생각을 안 해? 내가 네 동생을 가지려는데, 이런 수단까지 써야 할 것 같아? 우리 아빠가 말했어. 나와 구아린이 결혼할 거야. 좋든 말든 결국 나한테 시집올 거
“윤진수, 정말 완벽하게 꾸몄다고 생각해?”구윤의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무언가가 공처럼 굴러들어 왔다. 고통스러운 울부짖음도 함께 들려왔다. 윤진수의 비서였다. 윤진수는 소름이 돋아 가슴이 쿵쾅거렸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비서는 맞아서 얼굴이 터졌고 고기만두처럼 묶여 팔과 다리가 부자연스럽게 처졌다. 손과 발의 힘줄이 모두 뽑혔다. 익숙한 구윤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따라 들어온 사람은 매혹적으로 눈을 떴다.“어휴, 이 집에 내가 없으면 어떡해?”지운의 맑은 얼굴에 드물게 걱정하는 표정이 보였다. 알고 보니 오늘 밤 유씨 그룹의 사람도 초대를 받았다. 국내 최고의 의료 수준을 보유한 유씨 그룹은 초대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다문 유씨 가문 가주는 사랑하는 딸 유민지가 구만복의 첩이 되었다는 게 화가 났다. 그래서 구씨 가문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유씨 가문은 피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J 그룹이 직접 초대장을 전달하여 거절하지 못했다.지운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운을 보냈다. 사랑하는 남자가 보고 싶었던 지운은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람의 새언니라고 생각한 지운은 당연히 나서야 했다. 구윤은 담담하게 유지운을 보았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비서를 보았다.“네가 말할 거야, 아니면 내가 대신 말할까?”비서는 주저하며 말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구윤이 강요하려하자 지운이 대신 나른하게 말했다.“우리 구 사장님의 성격이 안 좋아. 방금 너도 당했었잖아. 네가 말하는 것과 구 사장님이 말하는 건, 다른 일이야.”갑자기 지운은 눈웃음을 지었다.“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 수술칼이 구 사장님의 단검보다 깔끔해.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말, 말할게요!”비서는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윤 사장님이 구아린 씨를 가지지 못해 매우 화가 났
수해는 마치 불이 붙은 폭탄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막 달려들려고 할 때 아린은 죽기 살기로 수해의 손을 잡았다.“안 돼, 오빠.”윤진수는 윤씨 가문 도련님이고, 아린은 구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해는 다르다. 아린은 수해가 자신을 위해 점점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수해가 움직이기도 전에 아람이 먼저 공을 차듯 윤진수의 얼굴을 찼다.“아!”아람의 발차기에 짐승 같은 윤진수는 앞니 두 개가 빠졌다. 입에 피가 가득 찼고 윗니에 우스꽝스러운 검은 구멍이 남았다. 경주는 숨을 들이쉬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순간 아람은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의 여주인공보다 더 아름다웠다. 이 생각을 하자 경주는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활력 있고 솔직한 아람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으, 동생이 왜 이렇게 무서워. 계속 사람을 때리네. 이 성격으로 하느님도 이기겠어.”유지운은 아람의 살기에 소름이 돋았다. 몸을 기울이며 팔을 구윤의 몸에 문질렀다.“형님이라는 사람이 처남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지 않겠어? 둘이 결혼하면 신 사장님께 생명보험에 가입해 줘. 얼마나 배려가 있는 행동이야.”“유 선생, 많이 한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할 시간도 있어?”구윤은 차갑게 말했다.“구아람, 화를 내, 화를 내 봐.”윤진수는 피투성이가 된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증거가 없어서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지만 너와 신경주는 날 때렸어. 너희들을 감옥에 보내서 명예를 잃게 할 거야!”“그게 다야? 내가 무서울 줄 알아? 나 구아람이 겁만 먹고 자란 것 같아?”아람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도도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주먹을 쥔 손에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계속 말하면 이빨을 싹 뽑아버릴 수도 있어.”윤진수는 겁에 질려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언니, 형부, 저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했어요.”아린은 나약하게 수해의 품에 기대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이 일은 여기서 끝내요. 정말 충분해요.”아린은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사
아린은 심호흡하였다. 순간 부딪쳤던 웨이터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 눈썹을 찌푸렸다.“연회장에서 나올 때 웨이터와 부딪친 적이 있어요. 그러자 벌에 쏘인 것처럼 팔에 약간 통증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통증이 금방 사라졌어요.”비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웨이터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윤진수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눈동자만 굴렀다. 아람은 긴장하여 이불속에서 아린의 손을 뺐다. 예상대로 아린의 고운 피부에 아주 작은 빨간 핀홀이 있었다.“젠장!”아람은 화가 나며 가슴이 아팠다.“우리 동생에게 뭘 주사한 거야? 이 쓰레기야!”“내가 말했지. 구아린이 주동적으로 날 꼬신 거라고. 나랑 상관 없어!”윤진수는 목을 뻗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사실 긴장했다. 원래 아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주와 아람이 나타나며 진실이 점점 드러나게 되었다. 경주는 화가 나서 허리를 숙이고 윤진수의 머리를 힘껏 잡았다. 윤진수는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우리 동생에게 더러운 것을 주사했으면 난 주사기로 널 벌집으로 만들 거야!”지운은 눈썹을 찌푸렸다. 먼저 아린의 맥박을 잰 다음 눈꺼풀을 들어 올려 관찰했다. 한참 지난 후 지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요. 마취제 남용의 부작용으로 가슴이 쿵쾅거리고 체온이 높아졌어요. M 국에 있을 때 이런 주사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약 효과가 더 강해요. 한 번만 주사하면 몸에 큰 손상을 주지 않지만, 구아린 씨와 함께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 선생, 고마워요.”수해는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괜찮아요, 구아린 씨는 윤이의 동생이에요. 당연히 도와줘야죠.”말하며 지운은 다정하게 구윤을 힐끗 쳐다보았다.“앞으로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사이인데.”사람들은 윤진수를 처리할 생각에 지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윤은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기침했다. 지운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아린 아가씨가 피를 뽑아 검사만 하면 자의인지,
아람과 경주는 말문이 막혔다.“이 사장님, 이제 어른인데 좀 자제하시죠.”전화를 끊을 때 윤진수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허, 인증, 물증 다 있어. 윤진수, 네가 말재주는 경찰과 네 아빠 앞에서 써.”아람의 차가운 눈빛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 윤진수는 벼락을 맞은 듯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재벌들은 경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 하지만 구만복이 너무 두려웠다.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친하지만, 구만복의 가족애는 윤정용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만약 악행이 드러나고 증거까지 구만복에게 전해지면 감옥에 가는 것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 두 가문의 친분도 끝날 것이고 윤정용도 윤진수를 버릴 수 있다. 그러자 윤진수는 개처럼 아람의 발밑으로 기어갔다. 이마로 바닥을 치며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구, 구아람 씨. 잘못했어요. 제가 미쳤어요. 윤유성을 너무 이기고 싶어서 이런 속셈이 생겼어요. 잘못했어요. 잘못을 알았어요. 두 가문이 친한 것을 봐서 한 번만 봐주세요!”아람은 차갑게 웃었다. 악어의 눈물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감옥에 가서 반성해. 하지만 네가 감옥에 가기 전 우리 오빠들, 그리고 우리 아빠가 먼저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줄 거야.”윤진수의 이마에 피가 났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치욕스러운 진실을 말했다.“아린 아가씨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저 발기가 안 돼요!”아린은 깜짝 놀라서 동공이 흔들렸다. 수해는 아린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내 다리를 구하려고 너무 많은 약물을 주사해서 그런지, 아린 아가씨와 같은 미녀가 앞에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아가씨의 옷을 벗겨 잤던 것처럼 했어요.”“이러면 구 회장님을 협박하여 아린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경주의 시선은 날카로웠다.“윤진수, 네가 이러면 네 죄가 사라질 것 같아? 계획대로 되지 않았어도 넌 이미 나쁜 마음을 먹었어!”아람은 윤진수에게 수술해 준 사람으로서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웃음을 터뜨렸다.
연회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무도회는 끝났다. 중앙에 불빛이 비치자 모든 하객의 시선이 윌슨 부자에게로 집중되었다. 신씨 그룹과 이씨 그룹도 긴장한 채 안드레를 쳐다보았다.이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이씨 그룹의 위기는 해결될 것이고, 신씨 가문에게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아람 때문에 가슴이 막혔던 분노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구만복은 담담했다. 프로젝트보다 딸을 찾는 게 더 흥취가 있었다.‘우리 아람이 어디로 갔어? 설마 신씨 가문 그 자식과 구석진 곳에서 숨어서 사랑을 나누고 있어?’구만복의 얼굴이 뜨거워 나며 머릿속에 야한 장면이 떠올랐다. 구만복은 봉건주의자는 아니었다. 게다가 아람은 경주의 전처이다. 둘이 몰래 성주에서 오랫동안 동거하여 손자가 안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장소를 가려야지!’하지만 구만복은 늘 얌전하던 막내딸 아린도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한 쌍의 아름다운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아빠.”“구 회장님.”구만복은 경주와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정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경주와 아람 이 선남선녀 커플이 너무 어울려 보였다. 서로의 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모습에 구만복은 뿌듯했다. 예전에는 신경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점점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계집애야, 어디 갔었어!”구만복은 화난 말투로 말했지만, 아람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자 걱정했다.“왜? 어디 아파? 큰오빠와 기 비서보고 널 병원에 데려가라고 할게.”아람은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아.”“네 오빠는? 방금 전화했었는데, 왜 안 와?”“오빠가 잠시 일이 생겨서 좀 있으면 올 거야.”아람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아린은? 계속 보이지 않네.”경주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이를 악물었다. 아람도 차가운 눈빛으로 윤정용을 바라보았다.“하하하, 에이, 만복아. 잊었어? 무도회 때 아림과 진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잖아. 아마 다 젊은이가 비즈니스 연회가
윤정용이 이 말을 꺼내자 아람은 더욱 화가 났다.“윤 회장님, 제가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아세요? 그 당시 윤진수를 구해준 거예요.”윤정용은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물더니 마침내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아람, 뭐 하는 거야! 윤 회장님은 어른이야. 어렸을 때부터 널 친딸처럼 잘해주었어. 어떻게 이럴 수 있어?”구만복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저 오늘 밤 아람이 너무 이상한 것 같았다.“구 회장님, 진정하세요.”항상 침묵을 지키던 경주가 입을 열며 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품으로 안았다.“아람이 제멋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말을 심하게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어요. 구체적인 건 연회가 끝나면 아실 거예요.”아람은 얼굴을 들고 경주의 뜨거운 눈빛과 마주쳤다. 그 눈빛을 보자 가슴을 찌르는 분노와 증오가 얽힌 수천 가지의 감정이 서서히 진정되었다.“신 사장님, 이건 우리 두 집안의 문제예요.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거 같은데요?”윤정용은 경주를 봐 주지 않았다.“게다가 방금 무슨 뜻이에요? 우리 진수가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 말조심하세요!”경주는 말하지 않고 웃는 듯 마는 듯 윤정용을 노려보았다. 차갑고 어두운 눈빛은 윤정용 이 거물을 소름 돋게 했다. 한편.소희는 사랑하는 남자와 아람이 나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자 질투하여 얼굴이 찌그러지며 화가 났다.‘사라진 동안 뭐 하러 갔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설마. 사랑을 나누었어?’“아!”소희는 자극적인 장면을 상상하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주변 하객들은 경멸의 눈빛으로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신광구도 눈썹을 찌푸렸다.‘이런 머리가 나쁜 여자가 이유희의 친동생이라고?’사실 신광구도 재능과 외모, 가정 측면에서 볼 때 아람과 경주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소희는 차마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람은 까다롭고 변덕스럽고 경주를 조종하고 신씨 가문을 괴롭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영리하고 강인한 여자는 시한폭탄과 같아 재혼하면 끝없이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이상철은 그제야 유희가 몇 년 전부터 이씨 그룹 경호팀을 관리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당시 유희에게 맡긴 건 경호팀은 그룹의 핵심 부문이 아니라서 연습하라고 준 것이다. 결국 이것이 자신을 향하는 도구가 되었다.“전 이미 구 사장님을 협조하여 이곳을 둘러쌌어요.”유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기운을 뿜었다.“할아버지,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요. 그저 이소희가 자신이 한 짓에 대가를 치르고 잘못을 인정하면 당당하게 나가실 수 있어요.”“이유희, 너 이 건방진 놈!”이상철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누가 건방진 거예요!”경주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이상철을 노려보았다. 마치 잠에서 깬 사자처럼 살기를 뽐냈다. “도대체 누가 사실을 뒤엎으며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있어요? 누가 권력이 있다고 저 신경주의 여자에게 계속 손을 대는 거예요? 당신이에요. 그리고 짐승보다 못한 당신의 손녀예요!”사람들은 경주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라 숨도 쉬지 못했다. 아람은 눈물을 머금고 경주를 바라보았다. 아람은 여전히 경주를 사랑했다. 여전히 자기 여자라고 부르는 경주의 말이 좋았다.경주의 목에는 분노에 피 맛이 느껴졌고, 안색은 어두웠다. 슈트 아래에 숨어있는 근육이 뻣뻣해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와 고통이 경주의 몸에서 엄청난 힘으로 되었다. 그 어떤 것도 경주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누가 감히 이소희를 지켜주면, 그 사람은 저 신경주의 원수예요. 저는 평생 최생을 다해서 괴롭힐 것이고, 하루하루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할 거예요. 믿지 않으면 시도해 보세요.”이상철은 어렸을 때부터 깡패들과 어울렸고, 젊었을 때 온갖 피바람을 겪어왔었다. 하지만 이때 경주 이 후배에게 겁을 먹었다.“할아버지, 저를 데려가세요. 할아버지!”소희는 미친 듯이 몸이 뻣뻣해진 이상철을 흔들었다. 겁에 질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이 늙은이가 정말 신경주를 무서워해? 협박하는 말로 겁을 먹었어. 정말 늙을수록 쓸모가 없네!’“이소희.”아람은 고통을 참고
“오빠, 미안해.”아람은 구윤의 품에 기대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윤은 죄책감을 느껴 울컥하였다. 고개를 흔들며 아람을 품에 안았다.“우리 공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누구한테도 미안하지 않아. 오빠가 널 소홀했어. 오빠가 미안해.”아람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이 너무 순진한 것 같았다. 견디고 있는 모든 고통을 숨겨버리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가족들도 걱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노력이 헛되었다.아람을 꼭 안고 있는 구윤의 차가운 눈빛이 경주의 창백한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구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이 이미 연회장을 둘러쌌어요. 일이 해결되기 전에 이씨 가문 사람은 아무도 나가지 마세요.”구윤의 눈빛은 경주의 마지막 희망을 망가뜨렸다.‘아니, 내가 죄인이야. 내가 아람을 제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제일 큰 상처를 주었어. 난 아람을 가질 자격이 없어. 희망을 품을 자격도 없어!’다른 사람들은 남아서 구경할 수 있어 못 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직 이상철만 당황하여 구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구윤! 이건 불법이야. 널 고소할 수도 있어!”“고소하고 싶으면 고소하세요. 하지만 이소희가 우리 아가씨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법으로 아가씨의 개인 정보를 얻고 공개해 버렸어요. 이건 엄청 나쁜 영향을 미쳤어요. 이런 비겁하고 악독한 짓을 했는데, 우리 구씨 가문도 고소할 수 있어요!”수해는 정교한 슈트를 갈아입고 문밖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마치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놀랄까 봐 다친 왼쪽 눈은 거즈로 막았다. 아람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듣고 부상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달려왔다. 구윤이 아람을 지킬 거라는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물론 아린도 응원하는 일이다.“수해야.”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울컥했다.“쯧, 당당한 이씨 가문 아가씨가 법률도 모르는 법망이였군요”청량한 소
겉으로 보기에는 설득이지만 사실 경고였다.“게다가 이 문제는 결국 내 아들과 구아람 씨의 일이야. 우리 신씨 가문과 구씨 가문의 원한이야. 그러니 먼저 어르신과 이소희 씨를 모시고 집으로 가. 네가 간섭할 필요가 없어.”“허, 그 말씀은 이소희가 사람들 앞에서 구아람 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숨겨진 상처를 찢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더러운 복수심을 만족하고 악독한 수작을 부리는데, 이소희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는 거예요?”유희의 말이 정곡을 찌르며 소희의 마지막 수치심을 찢어버렸다. 그 말도 다시 아람의 상처를 드러냈다. 아람은 눈을 감고 눈썹을 부들부들 떨며 참았지만 눈물은 끊임없이 흘렀다.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경주의 가슴을 때렸고 영혼까지 찢어놓을 것 같았다.‘아람아, 아람아. 너한테 다가가서 설레었던 날들처럼 널 안고 키스하고 싶어. 하지만 난 그럴 자격이 있어? 널 안을 자격이 있어? 널 가질 자격이 있어?’“유희야, 지금 날 욕하는 거야?”신광구는 이를 악물며 억지로 침착했지만 곧 무너질 것 같았다.“말을 너무 돌려서 하시잖아요. 저는 생각이 짧아서 이렇게 이해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네요.”유희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검지로 귀를 훑었다.“그리고 전 회장님 아드님과 절친이에요. 회장님과 별로 친하지 않아요. 앞으로 저를 이 도련님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게 생각할게요.”신광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대단해, 이 도련님 대단해! 사람을 어쩔 수 없게 하네!’사람들은 화가 나서 안색이 창백해진 신광구를 피뜩 보면서 고개를 흔들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이소희가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결혼을 막으려고 정말 더러운 수단을 쓰네!” “맞아! 산부인과 진단서는 명문가 집안 아가씨는커녕, 평범한 사람한테도 절대적으로 개인 비밀이야. 이소희가 구아람 씨를 해치려고 공개해? 너무 양심이 없어. 개보다도 못해!”“내가 보기에는 신경주에게 시집을 못 가니 아예 구아람과 신경주의 사이를 망치려는 거야.”“이런 미친
소희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맞았다. 눈앞이 돌며 입에는 피가 가득했고 귀가 아파서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살인적인 고통 앞에서 명문가 집안 아가씨의 이미지는 버렸다. “아, 아! 귀, 귀가 너무 아파!”소희의 오른쪽 뺨이 두 번 맞아 달팽이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자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소희야, 우리 소희!”이상철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소리를 지르며 소희의 곁으로 다가갔다. 지팡이마저 버리고 그저 소희를 부축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소희는 일어날 힘이 없었다. 강인한 남자 유희의 손힘이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소희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할아버지, 귀, 귀가 너무 아파요. 오른쪽 귀가 안 들려요.”“소희야, 뭐라고?”이상철은 깜짝 놀랐다. 가까이에서 높은 소리로 말해도 소희의 귀에는 희미하게 들렸다. 소희는 부들부들 떨며 오른쪽 귀를 막고 있는 손을 떼자 손에는 피가 있었다.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고 울음을 터뜨렸다.“내 귀, 소리가 안 들려요!”경호원과 비서도 달려들어 의사를 부르며 구급차를 부르며 혼란스러웠다. 유희는 허둥지둥한 이씨 가문을 보는 유희는 담담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유희는 이씨 그룹 장손으로서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수치스러울 뿐이었다.“이유희, 너, 너 미쳤어?”이상철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유희를 째려보았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어지러웠다.“소희는 네 친동생이야. 네 부모의 유일한 딸이야. 어떻게 친동생을 때릴 수 있어?”유희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오빠는 아버지와 같아요. 아버지가 안 계시니 제가 대신 교육 했는데, 잘못했어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대단해! 하지만 맞는 말 같아.’“너, 정말 미친놈이야!”이상철은 화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소희는 내 손녀야! 이씨 그룹은 내 손에 있어. 감히 내 앞에서 친동생을 때려? 네 안중에 아직도 내가 있어?”“그럼요.”유희는 눈은 소름 돋게 충혈되었다
이쯤 되자 아람은 실어증에 걸린 거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귀를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아람은 갑부의 딸이고 귀족 가문 아가씨이다. 이런 여자가 경주 때문에 임신 능력을 잃었다.‘그 당시 신씨 가문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보냈어? 신경주가 구아람에게 어떤 잔인한 고문을 주었어?’구씨 가문처럼 최고의 재벌은 임신을 못 하는 것이 죽을 만큼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임신 능력은 모든 여성의 동등한 권리이다. 아기를 갖고 싶거나 싫은 문제는 임신 능력이 없어서 못 낳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유희는 멍해졌다. 충격을 잃어 보든 직관력을 잃었다. 옆에 있는 구윤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서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유희가 때마침 잡아서 넘어지지 않았다. 오빠인 그들은 아람을 잘 알고, 아람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을 마주하자 구윤은 자기 뺨을 때렸다.‘내가 무슨 오빠야, 동생도 못 지켜주는 쓸모없는 놈들인데.’구만복이 경주를 혐오하는 것을 보자 소희는 경주를 공격했다.“아저씨, 보셨죠, 아저씨의 아들이 구아람 씨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 아마 두 사람을 허락해 주지도 못하시겠죠? 그럼 구아람 씨에게 얼마나 불공평해요. 너무 잔인하잖아요, 그쵸?”신광구의 귀에는 다른 뜻이 들렸다. 아람이 아이를 못 낳으니 신씨 가문의 대를 끊지 않으려면 며느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경주야, 아직도 구아람 씨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신광구는 시선을 돌리더니 경주를 공격했다. “구아람 씨가 널 보는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아파하고 있겠지. 아마 그 죽은 아이가 생각나지 않을까? 정말 사랑한다면 구아람 씨를 놓아줘. 헤어지면 서로에게 좋아.”‘헤어지면 서로에게 좋다고?’경주는 눈물을 흘리며 정신을 잃은 듯 고개를 흔들었고 온몸이 아팠다.‘우리의 아이가 죽었는데, 난 이제야 알았어. 내가 인간이야? 평생 용서할 수 없어.’“이소희.”악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희는 침울하게 다가와 차가운
“아람아, 이게 진짜야?”고통으로 뒤덮인 구만복의 시야는 안색이 창백한 아람을 바라보았다. 애증 속에서 구만복은 부들부들 떨며 서류를 아람 몸에 던졌다.“말해, 이게 다 진짜야?”아람은 몸이 흔들렸다.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뻣뻣하게 주저앉아 마치 치매가 걸린 노인처럼 서류를 집어 들었다. “아람아.”경주는 충격을 받아 아람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 아람이 대답했다.“응, 다 진짜야.”쿵-구만복의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늘이 무너지듯 머리가 아파 났다. 구윤과 유희도 이 상황을 보자 멍해졌다. 특히 구윤은 30년 동안 구만복이 아람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경주와 아람이 비밀리 결혼하고 이혼을 했을 때도 구만복은 그저 아람에게 상처를 준 경주를 원망했고 아람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이지?’사람들이 어리벙벙하고 있는 순간, 구만복이 성큼성큼 다가가 아람의 팔을 잡고 바깥으로 끌었다.“가자, 당장 나와 함께 해문으로 가!”아람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아빠.”“그리도 더 이상 신경주와 만나지 마! 말 듣지 않으면 평생 해장원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마!”구만복은 결심했다. 경주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숨이 막혔다. 조금 전이 아람다운 꿈이었다면, 이 순간 구만복의 말은 잔인한 악몽이었다.“구 회장님, 구아람 씨를 평생 가두어놔도 소용없어요. 도망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적극적으로 직면해야 할 문제도 있어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하는 척 말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어휴,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늦었어요. 구아람 씨가 신 사장님을 위해 낙태한 아이는 벌써 두 달이 되었어요. 그 아이를 잃어서 구아람 씨가 임신 능력을 잃었어요.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될 권리를 박탈당했어요. 어휴, 어떤 여성이 이런 상처를 견딜 수 있겠어요? 저라면 차라리 죽어버렸을 거예요. 구아람 씨는 참 강한 여성이에요.”‘아이? 아람이 경주의 아이를 임신했었어
유희는 이를 악물었다. 꽉 쥔 주먹에서 뿌드득 소리가 나며 달려들려는 순간 구윤에게 잡혔다.“이 도련님, 침착해요. 우리 아버지와 경주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곧 이씨 그룹 회장님이 될 텐데, 이때 가족을 도와주지 않고 남을 도와주면 어르신께서 편견이 생길 거예요. 앞길을 막는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유희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이를 악물었다.“친구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해요. 친구 와이프가 괴롭힘을 당하면 안 되죠. 제가 회장님이 되려고 우리 가족이 형수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경주와의 우정은 헛된 것이에요. 앞으로 저 부부를 어떻게 봐요?”구윤의 눈빛이 복잡했다. 순간 자기 말을 못 알아들은 유희의 아이큐가 걱정스러웠다. ‘됐어, 기분을 이해하니 상관없어.’경주는 차갑게 소희를 노려보았다. 블랙홀과 같은 한 쌍의 눈은 이 사악한 악마를 저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는 구만복과 경주의 눈빛에 겁을 먹었지만 침착하고 소리를 질렀다.“가져와!”소희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살인 무기가 아니라 핵폭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을 공개하면 양쪽 모두 패배할 수밖에 없지만, 소희는 눈이 빨개져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너희가 끝나기만 하면 돼!’한참 지난 후 무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소가 달려오며 서류봉투를 소희에게 주었다.“신 사장님, 구아람 씨와 3년 동안 비밀 결혼을 했어요. 3년 동안 바람을 피우며 신 사모님의 조카와 얽혀서 구아람 씨가 과부가 되고 홀대를 받았어요.”소희는 서류봉투를 천천히 받고 웃는 듯 마는 듯 경주를 바라보았다.“3년 내내 구아람 씨의 사랑을 무시하고 고통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첫사랑 때문에 구아람 씨에게 이혼을 강요했어요. 제 말이 맞죠?”사실 경주와 아람의 황당한 결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경주가 아람에게 준 상처는 이미 지나갔어도, 이미 갚았어도 사람들은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사랑하면 3년이나 참을 수 있어? 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람은 눈물을 머금고 경주와 서로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서로밖에 없었다. 경주는 마치 산과 바다를 건너 아람에게 다가온 것처럼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아람의 곁에는 구만복이 서 있었다. 이 순간 경주는 황홀하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마치 자신의 행복, 신부를 만나러 간 것 같았다. 반짝이는 눈이 촉촉해지며 격렬한 심장 박동만 들렸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웅장하고 아람답고 마치 꿈만 같았다.“경주야.”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처럼 투명한 눈물이 아람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경주는 아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었고, 아람도 마찬가지였다. L 국의 전쟁터이든, 3년 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씨 그룹의 냉정함 속에서 경주에게 시집을 갔다. 경주와 아람은 모두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잠깐!”소희는 붉어진 눈을 부릅뜨며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희망을 품고 또다시 실망하고 또다시 실망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구아람, 신경주, 같이 있고 싶어? 그래, 그럼 내가 너희들 마음에 칼을 찌를게. 항상 치유할 수 없는 끔찍한 상처가 생겨서 결코 헤어지게 할 거야!’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희를 바라보며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사랑을 나누는 커플들 사이에서 아무리 쇼해도 넌 아무것도 아니야!’소희는 얼굴이 창백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모습은 저승에서 목숨을 노리는 귀신처럼 끔찍했다.“신 회장님, 이씨 가문이 구씨 가문처럼 위엄이 있고 권력을 쥐고 있는 가문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회장님 며느리가 구아람 씨에서 저로 바뀌면 실망이 크실 거예요. 하지만 구아람 씨를 선택하면 앞으로 후회할까 봐 걱정되네요.”이 말을 하는 건 한편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불쌍한 척하고, 한편으로는 신광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그리고 구 회장님.”소희는 의미심장하게 구만복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알아요, 많은 자식들 중 구아람 씨를 제일 사랑하는 거. 구아람 씨가 괴롭힘을 당
“아람아, 뭐 하는 거야?”구만복은 엄하게 물었다.“아빠, 경주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아람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쉬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아람은 똑똑하고 현명한 여성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경주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구만복은 가슴이 아파 나지막하게 말했다.“믿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신경주와 신광구가 상대하고 있고, 이씨 그룹과 얽혀 있어. 만약 좋은 남자이고 널 평생 맡겨도 될 남자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봐야겠어.”현장은 극도로 어색하고 불안했다. 경주의 단호한 거절은 이씨 가문의 체면을 버렸다. 이상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피해자처럼 불쌍한 소희를 앞으로 데려가 물었다.“신 사장님. 구아람 씨를 좋아하는 건 신 사장님의 자유지만, 우리 손녀를 반년이 넘도록 버렸어요. 심지어 사과도 없고, 해명도 없어요. 너무 우리 손녀를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소희는 매우 협조적으로 흐느꼈다.“우리 손녀를 책임져라는 것이 뭐가 잘못이에요? 구아람 씨를 사랑한다면 왜 우리 손녀를 건드려요?”이상철은 말싸움을 잘하는 편이 아니지만 매우 날카로웠다.“우리 손자와 사이가 좋아서 이렇게 건방진 거예요? 아니면 우리 손녀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없고, 엄마는 착해서 소희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마음대로 하는 거예요?”이상철의 말은 사람들의 기억을 자극했다. 당시 경주와 소희가 호텔에 간 일은 큰 이슈가 되었다. 그때 이씨 가문은 신씨 가문을 위협했었다. 하지만 경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소희가 파장을 일으키고 싶도록 내버려두면 결국 일시적으로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다.경주는 차갑게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희는 소름이 돋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후 경주는 입을 열고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전 당신의 손녀를 건드린 적이 없어요. 사적으로 아무런 교류도 없어요. 지난번 호텔 사건은 누군가가 저를 모함하기 위해 꾸민 일이에요. 진실은 저도 계속